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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8화 (19/151)
  • 【18】 깨어나다(3)

    제이슨은 집으로 돌아왔다. 형에 대한 것은 위치가 파악되면 자신이 직접 가서 데려올 생각이었지만, 그 위치가 파악되기 전까지는 찾으러 갈 수도 없었다.

    알제리 왕국에서 마냥 헤맬 수도 없으니 블랙 아울에게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경비병도 제대로 서 있었고, 안에 들어오니 확실히 사람 손을 탄 기색이 역력했다.

    헤이튼에게 돈을 준 효과가 제대로 나고 있었다.

    제이슨은 미소를 지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떠날 때는 혼자였지만 돌아올 때는 둘이었다. 헤이튼이 제이슨을 맞이하러 나왔다가 엘하르트를 보고는 멈칫했다.

    후광이 생긴 뒤로는 남자들도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마력을 뿜어내고 있어서 곤란할 지경이었다. 가면을 사서 씌우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다.

    제이슨은 헤이튼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쪽은 나와 함께 지낼 친구야. 내 방 가까운 곳에 숙소를 마련해 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보다 작은 도련님이 돌아오시면 서재로 모시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그래? 그럼 바로 가지.”

    헤이튼의 안내를 받아 가는 김에 제이슨은 엘하르트도 아버지에게 소개할 생각으로 같이 갔다. 그렇게 서재로 가니 전보다는 훨씬 더 나아진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루함이 사라졌지만, 어째 안색은 더 안 좋아졌다.

    “기다리고 있었다.”

    트레버는 제이슨에게 자리를 권했고, 헤이튼에게 차를 내오라고 했다. 헤이튼이 차를 준비하는 사이에 제이슨은 엘하르트를 아버지에게 소개했다.

    “이쪽은 앞으로 저와 함께 지낼 친구입니다. 엘하르트라고 합니다.”

    “잘 생긴 친구구나.”

    확실히 시선을 잡아끌 정도의 미남인 엘하르트였지만, 지금 트레버의 마음은 그쪽에 신경 쓰기보다 궁금증을 푸는 것이 급했다.

    “헤이튼에게 돈을 주었다고 들었다. 빚도 갚지 말고 성의 복구에만 쓰라고 했다고 했지. 덕분에 시녀도 고용하고 성이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 같기는 하다만 네가 목숨을 걸고 번 돈으로 이렇게 살아도 되나 걱정이 앞섰다.”

    제이슨은 트레버의 마음을 읽었다. 아마도 아들의 목숨값이라는 생각에 돈을 쓰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으셨던 것 같았다. 남루해진 기색은 사라졌지만,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은 아마도 그래서이리라.

    “아버지.”

    제이슨은 미소를 지은 채 품에서 강철 심장 은행의 차용증을 꺼냈다. 제이슨이 꺼낸 차용증을 테이블에 내려놓자 그걸 본 트레버의 눈이 커졌다.

    “이, 이걸 어떻게 가져온 것이냐?”

    제이슨은 농담이라도 한마디 했다가는 쓰러질 것 같은 아버지에게 차분하게 답했다.

    “나쁜짓해서 돈 번 것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직접 가서 돈을 갚고 받아온 겁니다.”

    “허허. 믿을 수 없구나.”

    트레버가 놀라워하며 차용증을 내려다보았다. 클라이의 제안서를 받고 자신이 결국 결정을 내린 일이었다. 클라이만 탓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긴 시간 자책해 왔는지 모른다.

    솔직히 이대로 빚에 눌려 영지를 잃고 몰락 귀족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그런데 그 모든 시름이 사라졌다.

    “고맙구나.”

    트레버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차를 따라주러 왔다가 차용증을 확인한 헤이튼도 눈이 커졌다. 헤이튼은 조심스럽게 차를 따라주고는 제이슨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제이슨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버지. 큰 욕심만 버리면 저희 영지는 아무런 문제 없이 굴러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모든 것은 욕심이 문제였지.”

    “그러니 유지만 하죠. 유지만.”

    “그럴 생각이다.”

    욕심을 부렸다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던가? 트레버는 더는 욕심을 부릴 마음이 없었다.

    “그리고 형은 사람을 시켜서 찾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트레버는 제이슨의 손을 꼭 쥐고는 말했다.

    “고맙구나. 정말 고맙구나.”

    눈물을 보이는 트레버의 손을 제이슨이 마주 꼭 쥐어 주었다.

    콰콰콰콰!

    쏟아지는 폭포수의 요란한 굉음을 뒤로 하고 선 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렸다.

    “이거 던전 맞지?”

    “그것도 고대 던전 같은데?”

    던전을 찾는 트레저 헌터들은 평생을 고대 던전을 찾아 헤매지만 실제로 고대 던전을 찾는 경우는 드물었다. 평생을 던전 탐사를 위해서 고생만 하다가 죽는 이들이 9할 이상이니 지금 던전을 찾은 이들이 기뻐하는 것도 당연했다.

    부부 트레저 헌터 잭슨과 에이미는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진하게 포옹했다. 자신들이 발견했던 고대 문서에 나왔던 고대 던전을 찾기 위해 헤매기를 3년.

    이제는 포기해야 하나 싶다가 문서의 형이상학적인 표현이 알제리 왕국에 있는 대륙 최고 낙차를 자랑하는 안트레아 폭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찾아왔다.

    그리고 안트레아 폭포를 거슬러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폭포 뒤쪽에 있는 작은 동굴. 이 하나를 찾기 위해 폭포 뒤쪽에서만 석 달을 지냈다.

    그리고 고대 던전으로 보이는 던전의 입구를 발견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진한 포옹을 풀고 잭슨이 웃으며 말했다.

    “이걸 어떻게 할까?”

    “던전 채로 팔아도 될 것 같은데?”

    “하긴 우리가 발굴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거야.”

    직접 던전을 발굴하면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지만, 고대 던전 탐사가 가능한 이들을 구하기도 힘들고 믿기는 더 힘들다. 그러니 차라리 고대 던전을 던전 채로 팔아버리는 것이 편했다.

    에이미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누구한테 팔지?”

    “국왕파에 팔면 이것도 왕국 재산이라고 말하면서 빼앗을 가능성이 커. 그러니 왕국에 소속되지 않은 이들을 찾아서 파는 것이 좋을 거야.”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할 날이 올 줄은 몰랐네.”

    둘이 미소를 지을 때 던전의 입구가 진동과 함께 열리기 시작했다.

    잭슨이 놀라며 황급히 소리쳤다.

    “발루스 소환!”

    고대 던전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잭슨은 나이트급 기간트 발루스를 소환하고 얼른 올라탔다. 에이미가 뒤로 물러났을 때 고대 던전의 문이 온전히 열리더니 푸른 거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날렵한 형태에 푸른 거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잭슨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뭐가 이렇게 커?”

    히어로급 기간트라고 해도 6미터에서 7미터가 한계다. 코어 출력이 감당할 수 있는 높이가 그 정도인데 지금 눈앞의 기간트는 거진 10미터에 달했다.

    이만한 크기의 기간트에 대해서 아는 것은 소문으로만 무성한 것들이었다.

    에이미가 그 이름을 떠올렸다.

    “에고 기간트?”

    오직 마스터만이 움직일 수 있다고 하는 에고 기간트만이 10미터 이상의 신장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코어 출력은 최소 1만에 달하니까.

    잭슨이 발루스를 조종해 에이미의 앞을 막았다. 아무도 오지 않은 고대 던전인 줄 알았는데 누가 이미 에고 기간트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거 잘못하면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게 생겼다. 에고 기간트를 움직이는 마스터가 입막음 할 가능성이 컸으니까.

    긴장한 잭슨은 앞에 우뚝 선 에고 기간트가 멈춰 선 것을 보고는 말했다.

    “천천히 물러나. 천천히.”

    에이미도 에고 기간트가 나온 이상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천천히 뒤로 물러서려는데 에고 기간트의 시선이 내려와 그 둘에게 고정되었다.

    잭슨이 발루스를 돌진시키며 소리쳤다.

    “피해!”

    발루스가 땅을 박차고 에고 기간트를 향해 달려들었을 때 에이미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폭포에 휩쓸리면 죽을 가능성이 컸지만 지금 여기 있다가는 반드시 죽는다.

    남편이 걱정됐지만, 잭슨은 도망에 일가견이 있으니 괜찮으리라.

    그렇게 믿었다.

    눈앞에서 발루스가 단 일격에 두 조각이 나기 전까지는. 에이미가 경악하며 뛰어올랐을 때 에고 기간트가 그녀를 낚아챘다. 폭포수가 쏟아지는 바로 앞에서 그녀가 잡혔다.

    에고 기간트는 천천히 그녀를 들어 자신의 눈앞으로 가져왔다. 커다란 에고 기간트의 푸른 눈을 마주한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의식을 잃어서 바닥에 쓰러졌을 때 푸른 거체의 에고 기간트가 강렬한 빛에 휩싸이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푸른 머리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에이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에이미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모조리 뽑아낸 후에 여인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를 파악했다. 생각보다 더욱 오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여인은 에이미의 기억을 훑어보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폭포수를 향해 뛰어드니 폭포수가 좌우로 갈라졌고, 그 사이로 그녀가 뛰어내렸다. 갈라진 폭포수 사이로 훌쩍 날아서 폭포수가 만든 커다란 호수에 내려선 여인은 물 위를 걸었다.

    찰박거리며 물 위를 걷던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정신을 집중했다.

    “진짜로 깨어났구나.”

    여인의 시선이 서쪽을 향했다.

    “미약하지만 느껴져.”

    수천 년이나 잠들어 있었지만, 찬탈자의 봉인이 깨졌다. 봉인이 유지 된 상태였다면 자신이 깨어나지 않았을 터. 자신이 깨어났다는 것은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봉인이 풀렸다면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깨어났을 텐데 지금 깨어난 것은 자신뿐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막는다.

    “엘하르트.”

    찬탈자의 이름을 중얼거린 그녀가 수면을 박차고 서쪽으로 몸을 날렸다. 한줄기 섬광처럼 변한 그녀가 알제리 왕국의 서쪽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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