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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5화 (16/151)
  • 【15】 동료(3)

    하얀 독수리 기사단의 단장 블레이크는 알제리 왕국의 공식적인 오러 유저로 유명했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이들은 모두 기간트 라이더들.

    제이슨은 혼자서 그들 전부를 상대한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자신의 오러 홀이 예전보다 넓어졌고, 오러의 순환 속도와 회복 속도 모두 늘어났다고 하지만 기사단의 3할을 혼자 감당할 수는 없다.

    미친 들소 팀원이 모두 모였다면 모를까 혼자서는 무리다. 하지만 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가능했다. 전보다 빠른 회복 속도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블랙 아울이 마르코의 실험실 방벽을 뚫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시간을 끄는 것도 슬슬 한계에 부딪히는 중이었는데 엘하르트가 그 방벽을 일격에 부수는 것을 보고 더욱 열심히 공격을 퍼부어 시선을 잡아끌었다.

    블레이크는 제이슨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쏟아지는 공격을 보고 그가 누구인지 기억해 냈다.

    알제리 왕국의 서부, 트랑 왕국의 동부 전선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미친 들소’라는 자들이다. 모든 것이 비밀에 싸인 그들이지만, 그들이 쓰는 기술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려져 있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기술이라고 해서 오러 레인. 그 파편의 비가 얼마나 짜증 나는 기술인지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자신의 플레임 오러로 쉽게 부술 수 있지만 광역기라서 다른 이들이 위험하다.

    그런 와중에 마법 방벽이 무너졌다. 자신이 직접 공격을 해봐서 아는데 플레임 오러로도 뚫지 못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그 마법 방벽이 부서지고 마르코의 목이 떨어졌다.

    그걸 보고 블레이크는 저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에서 이들을 놓치면 마르코의 복수는 둘째치고 체면이 말이 아니다.

    “기간트를 소환해라!”

    기간트 소환은 전투 중에는 함부로 하지 않는다. 기간트를 소환하고 탑승하는 사이에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기간트에 오르는 것이 다른 기사들이 더 안전해진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블레이크의 검에서 일어난 불길이 길이만 3미터까지 늘어났다. 제이슨의 묶어 놓을 생각으로 자신도 전력을 다한다.

    블레이크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제이슨도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음을 깨달았다. 기사들이 기간트를 소환하고 나면 오러 레인으로는 죽일 수 없다.

    자신도 기간트를 소환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이곳에서 기간트 전투를 벌이게 된다면 혼자서는 무리다. 탈출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블레이크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의 검에 맺힌 플레임 오러가 무엇이라도 태울 듯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잔챙이들을 맡아.]

    제이슨은 블레이크의 뒤편에 달려드는 엘하르트를 보았다. 양손에 쇠사슬을 두른 채 달려드는 엘하르트를 본 제이슨이 기간트를 소환하는 기사들을 향해 오러 레인을 날렸다.

    지금까지 오러 레인을 펼칠 때 블레이크에게 집중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를 제외한 나머지에게 공격을 날렸다. 흩어져 날아가는 오러 레인을 보면서 블레이크가 플레임 오러를 휘둘렀다.

    불꽃처럼 날아드는 거대한 오러를 보면서 제이슨은 엘하르트를 믿었다. 자신의 간격 안으로 아무렇지 않게 들어오던 엘하르트의 능력을 믿었다.

    블레이크는 제이슨을 향해 공격하다가 불쑥 뒤에서 느껴지는 존재에 놀랐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프라메드의 혼혈들이 쓸 수 있는 혈족 계승 능력인 <가속>을 써서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블랙 아울의 요원들이 뒤를 노리나 본데 가속에다가 오러로 몸을 보호하면 어지간한 공격은 받아낼 수 있다. 입고 있는 갑옷도 충분히 한몫하리라.

    그러니 이 기회에 상대를 벤다. 자신의 앞을 열어놓는 무모한 행동을 한 대가를 치르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플레임 오러를 휘둘러 두 조각 내려고 검을 휘둘렀다.

    그때 등허리 부위에 강력한 충격이 전해졌다.

    “컥!”

    갑옷이 부서지고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은 강렬한 충격이었다. 그제야 마법 방벽을 부순 자가 떠올랐다. 이를 악물고 뒤를 돌아서려고 했지만, 허리 아래로 감각이 사라졌고 뒤로 돌아설 수 없었다.

    자신의 오러를 그대로 뚫고 들어온 공격은 오러를 다룬 것이 아니라 강대한 물리력을 포함하고 있었다. 마치 기간트에게 두드려 맞은 것 같은 끔찍한 고통.

    어떻게든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을 때 날아오는 주먹을 볼 수 있었다. 쇠사슬을 둘둘 두른 주먹이 블레이크가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퍼걱!

    블레이크의 머리가 산산이 조각났고, 엘하르트와 제이슨의 눈이 마주쳤다.

    설마하니 오러 유저를 때려죽일 줄이야!

    게다가 블레이크를 빼고 오러 레인을 날려서 다른 기사들에게 더 강력한 공격을 날린 덕분인지 기간트를 소환하던 자 중 둘이 죽고 셋이 다쳤다.

    그래도 다섯이나 기간트를 탑승했다. 제이슨은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바이슨을 소환했다. 돌격대대의 특성상 소환과 탑승까지의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허공에서 바이슨에 탑승한 제이슨이 바닥에 내려서면서 무기까지 소환해 쥐었다. 그사이 탑승을 마친 하얀 독수리 기사단의 전용 기간트 켄타가 다섯 대였다.

    다친 하얀 독수리 기사단의 기사들을 향해서 블랙 아울의 요원들이 달려들었다. 정면 대결에서 약하다고 했지만, 다친 이들을 상대로는 사신이나 다름없었다.

    제이슨은 그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바닥에 착지했다.

    쿠웅!

    바이슨은 중장갑 기간트다 보니 그 울림이 묵직했다. 제이슨은 속전속결로 끝내기로 했다. 기간트들을 소환한 이상 이곳에서의 침입은 요새 전체가 알아챘다.

    그러니 시간을 끌지 않는다.

    제이슨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다섯 기의 기간트들을 볼 수 있었다. 나이트급 기간트라고 해도 다섯 대나 되니 겁 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슨은 이런 경험이 넘쳤다. 짧게 승부를 가릴 때는 전력을 다한다.

    컨트롤러로 오러를 주입하니 양손검에서 아지랑이처럼 오러가 맺혔다. 그걸 보고 달려오던 기간트가 움찔했다. 기간트의 검에 오러가 맺히는 것 자체가 뭘 뜻하는지 알았지만, 그들은 돌진하는 중이라 제대로 멈추지 못했다.

    그들은 무기를 소환해 그대로 제이슨을 향해 휘둘렀다.

    스각!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것이라고 해도 오러 블레이드다. 강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그대로 상대를 무기와 함께 베어냈다.

    일검에 조각 난 기간트가 쓰러지기도 전에 땅을 박차고 어깨로 다른 기간트를 들이받았다. 허우적거리며 넘어가는 기간트의 가슴에 검을 꽂았을 때 좌우에서 공격이 날아들었다.

    전투에서는 순간의 판단이 생사를 오가는 법. 제이슨은 날아오는 무기를 왼팔을 휘둘러 쳐내고 발을 쭉 뻗었다. 왼팔의 장갑이 날아갔지만, 무기를 흘려냈다. 그리고 몸을 틀어서 뻗은 발이 상대 기간트를 벽까지 날려 보냈다.

    제이슨은 바닥을 디딘 발을 축으로 몸을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제이슨은 무기를 쳐낸 상대의 가슴에 검을 꽂았다.

    단숨에 기간트 셋을 쓰러트린 제이슨은 벽에 처박힌 기간트를 향해 양손검을 던졌다. 허공을 원을 그리며 날아간 양손검이 그대로 기간트의 가슴을 뚫고 벽에 박혔다.

    남은 것은 단 하나의 기간트. 제이슨은 달려오는 기간트를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상대는 자신만 남았다는 것에 당황했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제이슨은 달려오는 상대를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상대가 자신의 무기인 검을 휘둘렀을 때 제이슨은 고개를 숙여 그걸 피하고 땅을 박차며 뿔로 들이받았다.

    콰직!

    뿔이 그대로 상대의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전투 중에 무기를 놓치는 경우도 다반사라 제이슨은 근접 격투에도 능했다. 제이슨은 바이슨을 역소환하고 바닥에 내려왔다.

    레이나가 다가와서는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제이슨 다시 입대하면 안 돼?”

    “미쳤어? 빨리 나가기나 하자.”

    레이나는 후다닥 달려가 엘하르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얼른 나가요!”

    “열 상자.”

    “당연하죠! 가요!”

    레이나가 앞장섰고 엘하르트가 그 뒤를 따랐다. 제이슨은 블랙 아울의 요원들 후미를 지키면서 엘하르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블레이크를 죽여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을 터였다.

    오러 유저인 그에게 붙잡혔을 때 기간트 다섯 대가 합류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했다.

    “고맙다.”

    엘하르트는 레이나와 함께 선두에서 달리며 흘끔 제이슨을 보더니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고마우면 마카롱.”

    “그래. 넉넉히 사주마.”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목숨값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들이 실험실을 빠져나왔을 때 연구소의 생산 라인 쪽에서도 거센 불길이 치솟았다.

    [생산 라인은 파괴했다. 그쪽 상황은?]

    아울의 목소리에 레이나가 빠르게 답했다.

    [마르코 사살. 그의 실험실을 털었고, 제이슨이 하얀 독수리 기사단장을 처치했습니다.]

    [대단하군. 그럼 퇴각 지점에서 만나지.]

    그걸 끝으로 통신이 끝났다. 레이나가 활짝 웃으며 제이슨을 돌아보았다.

    “성공이야!”

    “퇴각에 성공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집중해.”

    “알겠어.”

    투명 망토를 모두 잃어버린 상황이라 그들은 야행복을 입은 채 빠르게 이동했다. 이미 실험실에서 기간트로 전투를 펼친 덕분에 이쪽으로 병력들이 몰리고 있었다.

    게다가 생산 라인도 불에 타면서 지금 서부 전선 연구소가 발칵 뒤집혔다.

    사방에서 기간트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간트를 소환하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 그걸 대비하기 위해 소환한 기간트들이 실험실 방향으로 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 위로 마법 조명탄들이 날아올랐다.

    퍼퍼펑!

    마치 대낮처럼 밝아진 모습에 제이슨이 인상을 굳혔다. 탈출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이트급 기간트들이라고 하지만 얼추 열일곱 기에 연구소를 지키는 워리어급 기간트 스물두 대.

    기간트로 싸워서는 저들 모두를 상대할 수 없으니 발각되기 전에 피해야 했다.

    “저쪽이다!”

    블랙 아울의 요원들과 제이슨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대낮처럼 밝아진 곳에서 들키지 않고 탈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발칵 뒤집힌 요새의 경비들이 몰려왔다.

    삽시간에 그들의 주위로 기간트들도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래서야 합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터.

    제이슨이 빠르게 물었다.

    “빠져나갈 방법이 있어?”

    “고글 써.”

    제이슨이 고글을 쓰자 블랙 아울의 요원들이 품에서 구슬을 꺼내더니 바닥에 던졌다.

    째앵!

    바닥에 떨어진 구슬이 깨지면서 폭발적으로 회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특수한 연기인지 오러 유저인 제이슨도 시야가 확 좁혀졌다.

    고글을 쓴 상태에서도 이렇다면 다른 이들이 자신을 찾기는 쉽지 않을 터.

    [슈트의 팔찌를 돌려.]

    제이슨이 입고 있는 슈트에 장착된 팔찌를 돌리자 곧 고글에 인영들이 나타났다.

    [팀원들 식별이 될 거야. 가자. 잘 따라와.]

    레이나가 먼저 달려가자 그 뒤를 따라 제이슨도 달렸다. 그때 문득 섬뜩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회색 안개가 가득 차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지만,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열기가 훅 밀려왔다.

    “미친놈들이 요새에 뭘 갖다 놓은 거야!”

    성에서 기간트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 중 하나로 대 기간트용 병기 플레임 버스트라는 무기였다. 일정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마법 무기였다.

    쏟아지는 불덩어리들도 문제인데 저건 바닥에 떨어지면 폭발을 일으킨다.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정신나간 짓을 하는 놈들이었다.

    “피해!”

    제이슨의 외침보다 먼저 안개 속으로 쏟아져 내린 불덩어리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콰쾅!

    마법으로 만든 안개가 흩어질 정도로 거센 폭발이 일어났고 제이슨은 일행의 중앙에 선 엘하르트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손에서 풀려나온 쇠사슬이 그들 주위를 돔 형태로 덮고 있어 폭발을 견딜 수 있었다.

    엘하르트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더니 비틀거렸다. 제이슨이 다가가 그를 부축하자 엘하르트가 투덜거렸다.

    “너무 많은 힘을 썼어.”

    제이슨은 엘하르트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오러를 밀어 넣었다. 엘하르트의 안색이 나아지는 것을 보고 제이슨이 빠르게 말했다.

    “고생했다. 이제 내게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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