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기간트 마스터-14화 (15/151)
  • 【14】 동료(2)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야.”

    제이슨은 어두운 밤.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요새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투명 망토를 두르고 있어 적의 시야에서 벗어난 상태. 서로의 식별은 투명 망토 너머로 볼 때만 볼 수 있었다. 통신으로 그의 중얼거림으로 들은 이가 답했다.

    [제이슨. 네가 그렇게 말하면 심장 떨리잖아.]

    “레이나. 분명히 말해두는데 나는 퇴로를 열어주는 역할이야. 잊지 마.”

    [당연하지. 그러니 잘 부탁해.]

    거대한 요새를 바라보던 제이슨은 귀에 꽂은 통신이게 들리는 쩝쩝거리는 소리에 인상을 굳혔다.

    “엘하르트. 조용히 좀 먹어.”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고 쩝쩝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레이나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카롱이 마음에 드나 봐. 미남 오빠. 끝나면 마카롱 다섯 상자 더 사줄게.]

    [···넌 꼭 살려주지.]

    흑심이 가득한 엘하르트의 목소리를 들으며 제이슨은 고개를 내저으며 앞에 보이는 요새를 바라보았다.

    알제리 왕국 서부 전선 연구소.

    온갖 마법 트랩과 알제리 왕국 서열 3위 기사단인 ‘하얀 독수리’ 기사단이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최전선 국경만큼은 아니지만, 알제리 왕국 전체를 통틀어 침입 난이도 서열 3위다.

    알제리 왕국의 왕궁과 중앙 연구소 다음으로 침입 난이도가 높은 곳이었다.

    그런 곳을 고작 ‘블랙 아울’ 팀원 열 명과 자신, 그리고 엘하르트가 잠입한다. 그것도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형 장갑 개발 라인 모두를 파괴하고 개발자인 마도공학자 암살이라는 임무를 가지고.

    침투부터 암살까지가 ‘블랙 아울’의 영역이고 그들의 퇴로 확보가 제이슨이 해줄 일이었다. 만약 이것을 해주면 ‘블랙 아울’이 전력으로 자신을 돕기로 했다.

    [진입한다.]

    나직하면서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블랙 아울’의 수장 통칭 아울. 제이슨도 그의 별명만 들었지 그는 얼굴도 알려주지 않았고,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여자라는 것과 그녀가 비공식 오러 유저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투명 망토를 두른 채 정해진 침투 경로를 따라 침투한다. 알제리 왕국에서 세 번째로 침투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면 못 들어갈 것도 없었다.

    ‘블랙 아울’도 최전선에서 개발된 최첨단 아티펙트로 도배한 침투조니까.

    게다가 오늘은 전선에서 트랑 왕국군이 움직여서 그쪽에 신경이 그쪽으로 분산된 상황. 그렇다고 경비가 허술해질 리는 없지만, 분위기가 다르다.

    공간 왜곡 장치를 이용해 침투한 ‘블랙 아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서부 전선 연구소의 외곽을 지나서 안으로 침투한 후에 집결지에 도착했다.

    아울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이나. 마르코 처리를 부탁한다.]

    [대장. 무사히 끝내고 만나요. 퇴로는 제이슨이 맡아줄 테니까요.]

    [제이슨. 레이나를 부탁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보다 조심하십시오.”

    [···고맙다.]

    말을 마친 이들이 흩어졌다. 제이슨과 엘하르트가 따라가는 곳은 서부 전선 연구소 수석 마도공학자 마르코의 연구실이었다. 은밀히 접근하던 중에 레이나의 투명 망토가 멈춰섰다.

    [여기까지는 위장 잠입한 동료가 남긴 정보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아니야. 긴장해.]

    마르코 정도 되면 그가 있는 곳은 고대 던전도 울고 갈 정도로 마법 트랩이 도배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시작해. 뒤는 맡기고.”

    [든든하네.]

    레이나가 빠르게 다른 팀원들에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역장이 감지된다. 가진 장비로 잠입할 수 없다. 마르코의 위치는 파악이 되나?]

    [연구소 내부에 있다는 것만 파악됩니다.]

    [그럼 우선 외부에 공간 이동 방해 마법 장치를 설치한다. 서둘러.]

    간이 텔레포트 마법진을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한 공간 이동 방해 마법진을 설치하느라 분주히 움직인 그들이 다시 집결했다.

    [좋아. 그럼 무력으로 침투한다.]

    레이나의 목소리가 빠르게 들렸다.

    [전투 준비.]

    [잠깐.]

    불쑥 들려온 목소리에 모두가 침묵했다.

    [이것만 열고 들어가면 되나?]

    [이걸 열 수 있어요?]

    [비켜라.]

    제일 앞으로 나간 엘하르트의 투명 망토 밖으로 그의 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손위로 작아진 사슬이 튀어나왔다. 에고의 상태로 사슬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한가 의심을 할 때 사슬이 전방에 닿는 순간 그곳에 설치된 마법 역장을 모조리 흡수했다.

    위잉! 위잉!

    곧장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당혹스러워할 때 엘하르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장이 사라져도 경보가 울리는군.]

    “야, 이 멍청아! 그럼 잠입의 의미가 없잖아!”

    레이나의 목소리가 빠르게 이어졌다.

    [무력으로 제압한다. 진입!]

    ‘블랙 아울’ 전원이 안으로 빠르게 진입하기 시작했다. 제이슨이 엘하르트를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따라와.”

    엘하르트가 뒤를 따라오는 것을 느끼며 제이슨은 빠르게 연구실 내부를 살폈다. 연구실 내부에서 소란이 들리더니 곧 안쪽에서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젠장! 공간 이동이 안 돼!”

    일이 생기자마자 튀려고 하는 것을 보면 마르코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하지만 쉽게 도망치게 두지는 않는다.

    “감지가 안 되는 걸 보니 보통 물건이 아닌가 본데?”

    연구실 내부에 전면이 유리로 만들어진 실험실이 따로 있었는데 그 안쪽에 목표물이 보였다. 긴 수염을 기른 마도공학자가 키득거리더니 안쪽에서 뭔가를 조작했다.

    푸슈슉!

    폭발적으로 뿜어진 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리고 그건 그대로 투명 망토에 달라붙어 그들을 드러나게 했다. 마르코는 그 모습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우습게 보였군.”

    실험실 안쪽에서 열 명의 기사들이 나타났다. 하얀 독수리 기사단의 기사 총원 서른 중 열 명. 그중에는 기사단장까지 있다.

    서부 전선 연구소에서 수석 마도공학자 마르코가 가지는 위치였다. 호위 기사로 알제리 왕국 3대 기사단의 기사단장을 포함한 열 명의 호위 기사로 쓸 수 있다는 건 그만한 재능을 가진 자라는 것.

    제이슨은 빠르게 외쳤다.

    “저들은 내가 맡는다.”

    제이슨은 저들이 기간트를 소환하기 전에 끝을 볼 생각이었다. 제이슨이 앞으로 튀어나가자 레이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블랙 아울 요원들이 좌우로 흩어져 실험실을 향해 돌진했다.

    하얀 독수리의 기사단장 블레이크가 앞으로 나서며 검을 뽑아 들었다.

    “처리해라.”

    침투 요원들의 실력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암습이라면 모르겠지만, 정면에서 싸운다면 기사단의 기사들을 상대할 수 없다.

    그걸 알았기에 제이슨은 양손검을 크게 휘둘렀다. 양손검에서 쏟아져 날아간 오러 블레이드가 쪼개져 적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걸 보고 블레이크의 표정이 굳어졌다.

    서부 전선 연구소를 노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저들도 알 터였다. 게다가 지금 총사령관 벡스 장군이 전선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해서 들썩이고 있는데 이곳에 오러 유저를 보내다니.

    블레이크가 검을 휘둘러 오러를 일으켰다. 붉은 머리의 블레이크가 휘두른 오러가 불꽃처럼 일렁이며 제이슨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냈다.

    콰앙!

    한점에 집중했다면 모르겠지만, 다른 기사들까지 상대하기 위해서 넓게 오러 블레이드를 쪼개서 날린 제이슨이었기에 그의 공격은 상대에게 막혔다.

    아니, 오히려 블레이크의 검에 맺힌 플레임 오러는 그대로 제이슨의 오러 블레이드를 쪼개고 날아들었다.

    제이슨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높이 도약해서는 다시 한번 오러 블레이드를 쏟아냈다.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오러 블레이드의 파편.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니 모두 피하기 바빴다.

    그렇게 블랙 아울의 요원들이 실험실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쏟아내는 공격이 모조리 실험실 벽에 막혔다.

    “크하하하! 내 실험실은 오러 유저도 쉽게 뚫을 수 없는 마법 방벽을 만들었다. 아직 전장에서는 쓰지 못했지만, 특별 삼중 마법 방벽이다. 크하하하.”

    마르코가 유리 벽 앞으로 걸어와서 손바닥으로 유리벽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건 안 뚫려! 이 새끼들아. 전선에 이유도 없이 벡스가 나타났다고 했을 때부터 이럴 줄 알았거든. 크하하하.”

    시원하게 웃는 마르코를 보고 레이나의 안색이 굳어졌다. 제이슨이 있어도 퇴로가 힘든 상황. 그 혼자서 기사단 열을 붙들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었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때 불쑥 엘하르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만 뚫으면 되는 건가?”

    어느새 실험실의 마법 방벽 앞에 선 엘하르트를 본 순간 레이나는 섬전처럼 스치는 생각에 소리쳤다.

    “그것만 뚫어주면 마카롱 열 상자!”

    “약속했다?”

    엘하르트의 주먹 위로 쇠사슬이 둘둘 둘리더니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 모습에 마르코가 코웃음을 쳤다.

    “크하하하. 이게 뚫리겠···.”

    콰앙!

    단 일격에 마법 방벽이 부서졌다. 엘하르트는 무심한 표정으로 별것 아니라는 듯 부서진 문을 잡아 뜯었다.

    “무, 무슨?”

    오러 유저의 오러 블레이드도 막아내던 마법 방벽이었다. 히어로급 기간트의 공격도 일 회는 버텨낼 수 있는 괴물과 같은 마법 방벽을 만들었다.

    워낙 많은 돈이 들어서 이걸 이용한 기간트의 방호벽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서 실험실에 사비로 들여 만든 최강의 마법 방벽이 뚫렸다.

    그것도 단 일격에.

    워낙에 비현실적인 상황이라 마르코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온 레이나의 단검이 그려내는 궤적에 머리가 날아가는 순간까지도 그 현실을 믿지 못했다.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이 날아간 상황에 그는 목까지 날아갔다. 바닥을 구르는 머리를 레이나가 빠르게 아공간 주머니에 쓸어담고는 엘하르트를 돌아보았다.

    무심하게 양손을 펼쳐 열 개를 표현하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다.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단순히 마카롱 열 상자가 문제가 아니다.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리쳤다.

    “모두 쓸어담아!”

    탈출은 뒤의 문제다. 서부 전선 연구소의 수석 마도공학자의 모든 연구자료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설령 이곳에서 탈출 못 한다고 해도 아공간 주머니에 담아 놓으면 적들도 되찾지 못한다. 레이나가 실험실의 물건을 모두 챙긴 다음에 나왔다.

    “이대로 탈출하죠.”

    “잠깐.”

    엘하르트가 그리 말하고는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오러 블레이드를 흩뿌리는 제이슨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와주기로 했거든.”

    그 말과 함께 엘하르트도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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