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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기간트 마스터-6화 (7/151)
  • 【6】 고대 던전(2)

    바이슨에 탑승한 제이슨은 골렘이 커다란 칼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고 컨트롤러에 오러를 주입했다. 최대 출력 4000포스 이상의 히어로급 기간트는 오러 유저가 아니면 다룰 수 없었다.

    컨트롤러에 주입된 오러가 데페린 회로를 따라 전신으로 퍼지면서 바이슨이 제이슨의 의지에 반응했다.

    육중한 중갑 기간트 바이슨은 민첩함은 떨어지지만 4200포스에 달하는 코어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돌진 하나만큼은 대륙에서 수위에 꼽히는 기간트였다. 바닥을 찬 바이슨이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 들어가자 골렘이 커다란 칼을 휘둘렀다.

    바이슨의 손등에 그려진 마법진이 빛나며 전용 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만 5미터에 달하는 양손검을 손에 쥔 바이슨이 골렘의 커다란 칼을 받아냈다.

    쾅!

    돌진하는 충격을 견디지 못한 골렘이 뒤로 주춤 밀려났을 때 바이슨의 손에 들린 양손검이 긴 궤적을 그렸다. 골렘의 허리 윗부분이 그대로 잘려 바닥에 뒹굴었다. 잘려나간 단면으로 골렘의 코어를 발견한 제이슨은 양손검으로 골렘의 어깨를 관통해 바닥에 꽂아 넣었다.

    제이슨은 바이슨의 발로 골렘의 머리를 밟고 코어를 뽑아냈다. 고대 마도 시대의 골렘 코어를 손상 없이 얻었다. 그 가치는 100만 정도. 마탑에서도 무한정 매입하는 물품 중 하나였다.

    제이슨은 바이슨을 역소환하고는 코어부터 시작해서 골렘 전체를 아공간에 넣었다. 기간트 전투의 흔적은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 없다. 눈썰미 좋은 자들이 오면 어떤 기간트가 싸웠는지도 알 수 있을 터.

    제이슨은 품에서 작은 구슬 하나를 꺼내 던지고는 계단으로 몸을 던졌다.

    푸쉬식!

    죽음의 숨결이라 불리는 독이 뿜어져 나와 사방을 잠식했다. 지속성이 떨어지지만, 바닥을 녹여 늪으로 만든다. 기간트의 전투 흔적은 남지만 이렇게 되면 어떤 기간트가 싸웠는지는 알 수 없다.

    제이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골렘이라.”

    코어만 100만이지 다른 부분까지 모두 팔면 50만을 추가로 벌 수 있다. 최소 150만 이상의 벌이가 된 곳. 게다가 나눠 먹을 사람도 없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지.”

    골렘이 나온다는 것은 가디언들이 골렘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골렘이 지키던 고대 던전 중에는 아주 드물지만, 지금의 마도공학으로도 만들지 못하는 초월병기 에고 기간트들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단 다섯 기밖에 발견하지 못한 에고 기간트는 마도공학의 한계점이라고 말하는 5000포스의 벽을 아득히 넘어 최소 1만 포스부터 최대 2만 포스의 코어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대륙의 마스터들의 손에 들어간 에고 기간트는 규격 외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아스란 제국의 마스터 불꽃의 날개 마이젠 대공이 홀로 기간트 서른두 대를 완파한 것으로 그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었다.

    아무리 나이트급 기간트와 워리어급 기간트로 이뤄진 부대라고 하나 그걸 단신으로 부쉈다는 것에서 이미 규격외의 존재들이다. 그런 에고 기간트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이들도 대륙에 몇 존재하지만, 모두가 에고 기간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만큼 에고 기간트는 귀했다.

    만약 판매한다면 작은 왕국을 살 수 있는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이 지배적인 물건이었다.

    그러니 3층으로 내려간 제이슨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에고 기간트가 있다면 최상. 그게 아니라고 해도 골렘을 가디언으로 쓰는 대규모 던전에서는 뭐를 얻어도 막대한 부를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빚 따위는 한방에 갚을 수 있다.

    제이슨은 3층으로 내려간 후에는 조금 더 과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간트를 소환해서 난동을 피운 이상 지상에서도 이변을 느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이곳에서 알맹이를 빼먹어야 했다.

    제이슨이 이동하는 중에 또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두 대의 골렘이. 그런데 전과 달리 골렘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가되지 않은 이용자입니다. 침입자로 규정합니다.

    두 대의 골렘 가슴이 열리는 것을 보고 제이슨은 다시 바이슨을 소환했다. 바이슨에 타기 무섭게 골렘의 가슴에서 화염 덩어리들이 날아들었다.

    콰콰쾅!

    양손검을 소환해서 마법들을 받아내면서 제이슨은 감탄했다. 최종병기라고 평가받는 마도공학의 결정체인 기간트들. 그중에서도 돌격에 특화된 중장갑 기간트인 바이슨은 높은 마법방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전해지는 충격이 예사롭지 않았다.

    “더 기대되네.”

    이만한 가디언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라면 뭐가 있어도 대단한 것이 있으리라. 제이슨은 기쁜 마음을 품고 양손검으로 가슴을 가린 채 돌진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제이슨이 휘두른 양손검이 벽을 쪼개고 연달아 골렘들의 몸도 박살 냈다.

    조각난 골렘들이 대응하기 전에 능숙하게 코어를 회수한 제이슨은 두 대의 골렘을 우선 아공간 주머니에 챙겼다. 제이슨의 아공간 주머니가 특대형이라고 하나 이런 식이라면 금세 차게 생겼다.

    하지만 우선은 쓸어 담는다. 죽음의 숨결 폭탄을 던져 흔적을 지운 제이슨은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기간트를 역소환하고 달리는 제이슨의 뒤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침입자 발견! 침입자 발견! Q-42통로로 이동 중.

    제이슨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이 던전은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달려가던 앞으로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자신이 이리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겠다는 듯 막아서는 골렘을 보고 제이슨은 주저하지 않고 바이슨을 소환해서 그대로 달려들었다. 골렘이 창을 들어 올릴 때 양손검으로 찍어 누르고 어깨로 들이받았다.

    골렘이 뒤로 밀려날 때 양손검이 골렘을 두 조각 냈다. 골렘의 코어만 챙긴 제이슨은 바이슨을 역소환하지 않고 그대로 달렸다.

    지금은 흔적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달리던 제이슨은 곧 사방에서 들리는 굉음을 들을 수 있었다. 대체 이 고대의 던전에는 골렘이 몇 기나 있는 걸까?

    마스터도 아니고 오러 유저인 제이슨이 골렘들을 무한정 부술 수는 없었다. 코어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기간트를 가동하는 데는 오러의 소모가 필수적이었으니까. 벌써 3할의 오러를 쓴 상황인데 골렘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으니 이러다가는 이곳에 뼈를 묻게 생겼다.

    콰앙!

    바이슨에 탑승한 채로 달리고 있었기에 어지간한 트랩은 무시하고 달렸다. 마법 트랩 중 기간트를 파손시킬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그 정도 수준까지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높이만 10미터에 달하는 높은 통로의 교차로에서 제이슨은 사방을 막아선 골렘들을 볼 수 있었다. 모두 여덟 기의 골렘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또 소리가 들려온다.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골렘들이 있다는 말.

    제이슨은 숨을 깊이 골랐다. 방향이라도 안다면 어떻게든 뚫고 나갈 텐데 복잡한 미로와 같은 통로를 다니다 보니 출입구와 너무 멀어졌다.

    사방을 돌아보고 있는데 정면의 골렘 두 기 뒤로 7미터에 달하는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골렘과는 다른 거대한 체구의 골렘이 나타나자 제이슨은 미소를 지었다. 저만한 덩치의 골렘을 작동하려면 그 코어의 출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 가치가 엄청나게 뛰는 것은 물론이고, 그 방향에서 나타났다는 것은 던전 중앙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제이슨은 고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달렸다. 두 기의 골렘이 어깨를 맞대고 창을 들었다. 이런 통로에서는 위협적인 무기지만 제이슨은 이미 숱한 전장에서 기간트 창병들의 벽을 부수고 돌진해본 경험이 많았다.

    돌격 대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적의 진형을 흐트러트리는 것.

    바이슨의 왼팔 팔뚝 사출구에서 강하게 압축된 공기가 쏘아져 날아갔다. 두 골렘 사이로 날아간 압축된 공기가 폭발했다. 파괴력보다는 충격을 주어 진형을 무너트리는데 사용하는 에어 봄버가 폭발하는 순간 제이슨은 그 자리에 도달해 양손검을 휘둘렀다.

    두 번의 궤적이 그린 검격 안에 있던 골렘 두 기의 코어가 연달아 폭발했다. 코어를 회수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코어의 폭발이 만들어낸 힘을 이용해 제이슨은 단숨에 7미터짜리 골렘의 코앞까지 돌진하며 양손검을 찔러넣었다.

    7미터짜리 골렘이 검을 들어 올려 양손검을 받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면 등 뒤의 폭발까지 이용해 달려온 바이슨의 충격량이었다.

    쿵!

    검이 밀리고 골렘까지 뒤로 넘어갔다. 제이슨은 그렇게 넘어진 골렘의 위를 선점하고는 얼굴을 왼손으로 잡고 다시 한방 에어 봄버를 날렸다.

    꽈앙!

    지근거리에서 사용할 경우 사출구가 박살 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골렘의 머리가 충격에 바닥에 처박혔을 때 양손검을 가슴 중앙에 꽂아 넣고는 그 상처에 손을 집어넣고 뜯어냈다.

    가슴이 벌어지며 코어가 눈에 들어왔다. 골렘의 코어를 잡아 뜯은 제이슨은 바이슨을 역소환해야 했다. 짧은 전투였지만, 오러가 바닥이 났다.

    제이슨은 골렘의 코어를 챙기고 뒤를 돌아보았다. 두 기의 골렘이 폭발하며 일으킨 충격으로 통로가 무너져 내린 상태. 다른 골렘들이 뒤를 쫓아오려면 시간이 조금 있었다.

    제이슨은 7미터짜리 골렘이 나온 통로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에 뭐가 있을지 잔뜩 기대를 품고서.

    그렇게 달린 제이슨은 통로의 끝을 막고 선 문을 볼 수 있었다. 고대 마법 술식이 사슬처럼 엮여 있는 거대한 문. 척 보기에도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법한 분위기였다. 게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골렘이 무너진 통로를 뚫고 온 것이 분명했다.

    제이슨은 이곳까지 오면서 회복한 오러를 느끼고는 결정을 내렸다. 자신이 마법 술식을 풀어서 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니 부술 수밖에 없었다.

    “뭐가 있는지 보자.”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기를. 아니면 이만한 노력의 대가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제이슨은 바이슨을 소환했다. 양손검을 들어 올린 제이슨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금은 뒤를 돌아볼 때가 아니다. 여력을 남겨놓고 부술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해 보이는 문이 아니었다. 제이슨이 오러를 컨트롤러에 밀어 넣자 높이 들어 올린 양손검에 아지랑이처럼 오러가 맺히기 시작했다.

    제이슨도 말년에서야 얻었던 것. 기간트를 탄 채 오러 블레이드를 쓸 수 있는 것은 마스터의 전유물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제이슨이 만든 것은 그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그 위력은 확실히 남달랐다.

    양손검이 벼락처럼 떨어지며 문을 내리쳤다.

    콰카카카칵!

    문에 새겨진 마법 술식이 박살 나면서 커다란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이슨은 탈진할 것 같은 상황에 다시 바이슨이 역소환되는 것을 느꼈다. 바닥에 떨어진 제이슨이 무릎에 손을 얹고 천천히 일어났다.

    “후우. 대체 뭐기에 이렇게 꼭꼭 숨겨 놓았나 한번 보자.”

    뒤를 쫓는 골렘들을 상대할 방법은 없는 상황. 훔칠 수 있다면 들고 도망칠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선 제이슨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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