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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580화 (580/657)
  • < --  [용의 분노. 역린(逆鱗)]  -- >한편 브루나이 국왕은 지은 죄 때문에 매우 고민하고 있었다. 거액의 뇌물을 장소희에게 건네주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안심할 수 없었다. ‘아직도 태공은 화가 풀린 것 같지 않아.’국왕은 애틀랜타 호로 사람을 보내 태공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살필 필요가 있었다. 화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면 뇌물이 너무 적다는 뜻이다. 고심하던 국왕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신혼인 큰 공주에게 말했다. “공주, 네가 한 번 애틀랜타 호로 찾아가 봐라.”“제가 왜 거길 가죠?”“태공이 무척 기분이 나쁜 것 같으니 네가 가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오면 된다.”“어머, 저는 결혼했는데 찾아가야 소용없죠.”“그래도 나를 생각해서 가 봐라.”“싫어요. 제가 거길 왜 가요? 전에 보내 달라고 할 때는 거절하시더니.”회1/11 쪽

    분위기로 봐서 뭔가 태공과 부왕의 사이가 크게 잘못된 상황이다.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큰 딸인 공주는 아주 쉽게 부왕의 요청을 냉정하게 거절해 버렸다. 더구나 신혼 초라 아직 힘 못 쓰는 남편도 아니니 뭐로 봐도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내 남편도 한국의 금산에서 인삼밭을 가진 분이라 힘이 엄청 좋은데.’힘 좋은 남자가 진짜로 아쉽던 결혼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입장이 전혀 다르다. 이제 와서 이런 부왕의 미묘한 배려가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자신이 가봐야 득이 없다고 판단했다. “저는 남편에게 밥을 해주려면 다른 곳을 못가요.”“네가 무슨 밥을 해줘? 시녀들이 다하는구먼.”“누가 그런 밥을 말하나요. 밥이 지어야 하는 밥을 말하는 거죠.” 이렇게 응수하며 큰 딸이 거절하자 국왕은 매우 난감해졌다. 그렇다고 뭐를 잘 모르는 어린 공주를 보내서 애틀랜타 호의 분위기를 정탐하게 할 수 없었다. 브루나이 국왕은 결국 둘째 부인인 왕비로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둘째 부인에게 다정스럽게 권했다.“당신이 애틀랜타 호로 가보시오.”“알았어요. 제가 가보죠. 대신 나중에 이상한 소리나 저에게 하지 말아요.”2/11 쪽

    “알았소. 어떻게 하던 분위기만 정확하게 파악하고 오시오.”“그러죠.”예의상 빈손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나마 태공이 좋아하는 고급 호피 가죽을 커다란 상자에 가들 담아 보내고 있었다.“반드시 전달해요.”“알았어요.”  셋째 부인에게 사랑을 빼앗긴 둘째부인이야 어떤 사건이 애틀랜타 호에서 자신에게 벌어져도 손해가 절대로 아니라고 판단했다. 쉽게 답하고 공항으로 가서 타이베이로 떠났다. 신이 나서 곱게 차려 입고 진한 향수 몸에 뿌리고 떠나는 둘째부인을 보며 브루나이 국왕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이거야 원 왜 저렇게 신나서 가는 거야?’막상 둘째 부인을 애틀랜타 호로 보내놓고 보니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브루나이 국왕은 전에야 그렇지 않으나 매우 소심한 남자로 변하고 있었다. 워낙 강한 상대가 주변에 있다가 보니 주눅이 들어서 그랬다.따지고 보면 모든 사단이 일러난 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하렘으로 가서 셋째나 만나야겠군.’3/11 쪽“한국의 국립 박물관도 이제 세계 4대 박물관이 될 수 있겠습니다.”“아직은 부족하죠.”“규모로는 세계에서 최고로 크지 않습니까?”“그야 그렇지만 유물이 너무 부족해요.”타이베이의 고궁박물원은 런던의 대영 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그런 명성도 차츰 변하고 있었다.베네룩스의 타이거 왕립박물관, 한국의 국립박물관, 타이베이의 고궁박물관, 런던의 대영 박물관이 4대 박물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앞으로 좋은 일들이 많아지면 유물도 많아지겠지요.”“그러길 바라야죠.”베네룩스는 왕립박물관과 타이거 왕립박물관을 통합해 규모를 대폭 늘렸다. 피닉스 여왕과 태공이 수집한 유물들이 많아져 전시공간을 대폭 늘렸다.한국의 용산에 있는 국립박물관의 경우 프랑스에서 많은 유물들이 돌아오고 일본으로 갔던 유물들이 거대해전 이후 돌아오자 규모가 커졌다. 또한 천인교에서 보관 중이던 유물들도 나라에 기증하게 되자 더욱 큰 규모로 변한 것이다. 5/11 쪽“넷!”에이트가 크게 답하고 나서 우리에 가두어 놓았던 진돗개를 갑판 위에 풀어 놓았다. 그동안 우리에 가두어 놓고 무슨 짓을 했는지 진돗개는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었다.캐캥! 휙! 다다다. 풍덩!높은 갑판에서 겁 없이 뛰어내린 진돗개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허우적거리며 정신없이 육지를 향해 도망치고 있었다. 드디어 200미터 떨어진 백사장에 도착한 진돗개가 몸을 부르르 떨며 크게 짓고 있었다.컹! 컹!   아마도 이제는 살았다 싶은 기분인 모양이다. 진돗개가 짓자 주변에 네 마리의 암캐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던 최태욱은 에이트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브루나이를 잡아!”“넷!”명령을 받은 에이트는 세이커 매 네 마리를 하늘 높이 날리고 있었다.“브루나이 잡아!” 7/11 쪽그러나 제왕이 하는 행동은 그냥 시도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사소한 행동도 대부분 정치적이고 의도적이다. 뭔가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행동이다.  개 다섯 마리가 처참하게 죽고 나자 최태욱은 다시 지시했다.“모조리 불로 끄실러와.”“넷!”에이트는 구명정을 타고 빠르게 해변으로 가서 죽은 개를 불로 끄스르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은 급하게 부두에 있는 슈퍼로 가서 소주를 사고 있었다.“이슬이 주세요.”“몇 병요?”“다섯 짝 주세요.”잠시 뒤 애틀랜타 호에서는 졸지에 개고기를 안주삼아 참이슬을 먹는 소주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본시 아랍권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고 유럽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브루나이 왕비는 이런 모습에 기겁하고 말았다.덜덜덜. 오돌오돌.9/11 쪽기회에 브루나이 국왕에게 자신이 매우 화가 났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왕비는 구경이고 뭐고 하고 싶은 생각이 달아나 서둘러 애틀랜타 호를 떠나고 있었다.그녀가 돌아가고 나자 브루나이 의회에서는 아랍국이라고 표 나는 법 조항을 긴급히 개정하기로 결정했다.‘왕비가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개고기를 먹는 상황은 법을 개정하라는 뜻이야.’물론 뇌물도 더 보내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피닉스 여왕의 피닉스 재단으로 거액의 기부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이거야 말로 피닉스 여왕이 지닌 합법적인 뇌물 창구라 뒤탈은 전혀 없는 큰 구멍이다.11/11 쪽‘왕비가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개고기를 먹는 상황은 법을 개정하라는 뜻이야.’물론 뇌물도 더 보내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피닉스 여왕의 피닉스 재단으로 거액의 기부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이거야 말로 피닉스 여왕이 지닌 합법적인 뇌물 창구라 뒤탈은 전혀 없는 큰 구멍이다.11/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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