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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575화 (575/657)
  • < --  [되고. 안 되고]  -- >애틀랜타 호가 정박 중에 있는 곳은 타이완 섬의 중부 남동쪽이다. 이곳은 화연(花蓮) 항구로 대만의 동해 함대사령부가 있는 곳이다.새해 첫날 해맞이 행사가 끝나고 아침 식사를 끝내고 나서 집무실에서 책을 보는 중에 에이트가 슬며시 들어와 보고했다.“태공, 공주님께서 설산을 먼저 가고 싶다고 해서 그쪽부터 등반할 생각입니다.”“누가 같이 가나?”“대부분의 경호원들이 같이 갑니다.”“알았어. 잘 다녀오도록 해. 혹시 모르니 통신장비 잘 챙기고 세이커 매를 데려 가.”“알겠습니다. 경호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산이 가파르니 안전사고나 발생하지 않도록 특히 조심하고.”“넷!”해발 3886미터인 설산은 대만 최고봉인 옥산보다 약간 낮지만 대만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대만은 땅은 좁으나 3000회1/11 쪽

    미터가 넘은 고산이 250개가 넘었다. 동남쪽을 가로지르며 산맥에는 높은 산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반도처럼 동쪽 바다는 수심이 아주 깊었다. 선원들에게 휴가를 주기 위해 애틀랜타 호는 해군기지로 사용하는 부두에 정박해 있었다. 온천관광을 겸하기 때문에 바칼 공주는 대형 관광버스에 올라 경호원들과 떠나고 있었다. 최태욱은 등산 장비를 챙겨주며 바칼에게 말했다.“등산은 특히 내려 올 때 조심해.”“알았어요. 조심하죠.”바칼 공주 일행을 배웅한 최태욱은 트레블과 같이 대만의 동해사령부에 들렸다. 특별히 사령부에 들린 이유는 사령부 밖에 많은 일본인들이 새해 첫날부터 몰려왔기 때문이다.와글와글.다들 허름한 옷을 입고 찾아왔다. 사령부 정문의 위병에게 뭔가 자꾸만 요구하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허름한 옷을 입고 몰려와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것 같았다.‘일본이 추락하긴 했군. 자존심 버리고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저런 짓도 하고.’수감 중인 어민의 가족들이 몰려와 계속 요구하는 모습을 보며 최태욱은 사령부로 들어가게 되었다. 덩치가 다소 우람해 보이는 동해 사령관이 매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2/11 쪽

    “태공, 어서 오세요. 불편한 점은 없나요?”“덕분에 아주 편합니다. 그런데 왜 사령부의 밖에 일본인들이 보이죠? 다들 허름한 옷을 입고 있던데요.”“태공, 저들은 조어도에서 체포된 일본 어부들의 가족입니다.”“실제로 가족들입니까?”“그렇습니다, 조어도에서 체포된 어부들은 모두 이곳 사령부 감옥에서 수감 중이라 찾아왔습니다. 재판 전에 변호사와 같이 면화를 온 것입니다.”“대만에서는 월경했다고 군사법정에서 재판할 생각이군요.”“그렇습니다. 그래야 1심으로 재판을 끝내게 됩니다. 조기석방을 원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와 그렇게 하기로 합의되었습니다.”재판의 관할권에도 의미가 깊었다. 민간인이라 당연히 민간법정에서 검찰에 의해 기소되어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이들을 모두 군사재판정에서 판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일본정부에서 합의해줬다고요?”“그렇습니다. 조어도를 우리 영토로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3/11 쪽“예.”조어도는 그동안 중국, 대만,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던 곳으로 5개의 작은 섬과 3개의 산호초로 이루어져 있었다. 중국에서는 조어대군도, 일본에서는 센카쿠열도로 부르며, 국제적으로는 그동안 센카쿠섬이라고 부르다가 이제는 거의 조어도로 통칭되고 있었다.“드디어 조어도 분쟁이 끝나가는군요.”“그렇습니다.”“오랜 분쟁이 끝나서 천만다행입니다.” “태공께서 적극적으로 우리나라를 지원해 준 덕분이죠. 사실 조어도 분쟁은 청일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분쟁이 있던 곳입니다. 그동안 일본이 해군력을 내세워 억지로 위세를 부리던 곳이죠.”“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분쟁이 생긴 거죠?”“태공, 분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태평양 전쟁 이후에 우리나라 어부와 일본 어부들 사이에 고기잡이 문제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다 1971년 이후에는 중국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서서 3파전으로 번진 겁니다. 일본에서 등대를 설치했지만 그것은 이미 우리 해군의 함포 사격으로 부서졌습니다.”등대까지 일부러 포격해서 부순다는 것은 그 역시 깊은 의미가 있었다. 대만은 이제 일본인들이 조어도로 들어오면 무력을 사용한다는 경고였다. 그리고 그 후에 조어도로 조업하러 온 일본어민들을 무더기로 체포해 버린 것이다.5/11 쪽염려한 점도 있습니다.”최태욱은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 사령관과 헤어졌다. 일본 어민들은 졸지에 조어도로 조업을 나갔다가 대만 해군에게 나포되었다. 졸지에 군대의 감옥으로 들어오게 되자 처음에는 황당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군사재판을 받게 되자 어민들은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 정부에서 군사재판을 받도록 대만에게 합의해 주자 더욱 다급해져 버렸다.부대를 나서며 최태욱은 일본인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그동안 잘 잡아먹었으니 토해 내놓아야 될 거야.’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지만 자신이 직접 나설 일은 아니라 트레블에게 지시했다.“우리 시내나 구경하죠.”“넷!”거리의 모습은 무척 활기차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대만사람들은 최태욱을 만나면 가볍게 인사했다. 대만 언론에서 타이거 태공이 지내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과한 행동은 삼가달라고 방송했다. 그래서 시민들은 태공에 대해 가까이 다가와 아는 척하기를 자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간혹 최태욱에게 다가온 청소년들이 사인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7/11 쪽“홍콩의 자금이 중국으로 많이 유입되겠죠?”“그렇게 될 겁니다. 유럽은 중국으로 투자하는 것이 현재로는 제일 좋다고 판단하니까요.”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루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고 불리는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다. 그런 홍콩이 오랜 영국 통치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주권이 넘어가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홍콩의 총독 관저에서 영국과 중국 대표가 만나 서명하고 있었다.“좋습니다. 올 6월에 우리가 주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죠.”“우리 중국은 내년에 주권을 행사하기로 하죠.”오랜 홍콩 반환 협상이 조용히 타결되고 있었다.중국은 홍콩의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 금융제도에 대해서도 그 존속을 인정하여 홍콩 달러가 홍콩의 유일한 법정 통화로서 계속 유통하게 되었다. 1998년 6월 30일 영국의 홍콩주권은 종료되고, 1999년 7월 1일 중국에 주권이 이양하기로 최종 합의되었다. 최태욱이 평한 그대로 아시아 국가들은 서로 국경선을 마주하고 심한 갈등을 불러오고 있었다. 제일먼저 어디서 터지냐만 세계인들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어디가 먼저 군사적인 행동을 벌일지 모르겠군.”10/11 쪽“이번에는 한판 크게 벌어져야 돈 버는데.”“터지기는 어디서고 반드시 터질 거야. 워낙 살기가 힘들어 심리적으로 이판사판이잖아.” 11/11 쪽“이번에는 한판 크게 벌어져야 돈 버는데.”“터지기는 어디서고 반드시 터질 거야. 워낙 살기가 힘들어 심리적으로 이판사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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