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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564화 (564/657)

< --  [타이거 벨트라인]  -- >리덩후이 총통은 계속해서 최태욱이 운영하는 SG 그룹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수입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태공, 창원에서 생산하는 펜티엄 투 CPU 쿼터를 풀어 주시기 바랍니다.”“아직도 CPU 판매에 쿼터가 적용되고 있나요?”“그렇습니다. 펜티엄은 완전히 풀렸지만 펜티엄 투 CPU에 대한 쿼터가 아직은 풀린 상태가 아닙니다.”쿼터란 일반적으로 무역이나 외환거래에 있어서 총량 또는 총액을 분할하여 배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무역거래에 있어서는 주로 수입할당제를 의미하는데, 수입하는 상품을 업자별로 또는 국가별로 할당하는 제도이며, 그 종류는 자율할당과 협정할당이 있다.SG 필립스 전자회사는 펜티엄 투 CPU를 개발하고 다른 전자회사로 공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나자 쿼터제를 적용해 일본이나 대만 그리고 한국의 전자회사에 판매하고 있었다.회1/14 쪽등록일 : 13.03.14 10:44조회 : 1965/1972추천 : 82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5203

리덩후이 총통이 요구하는 것은 SG필립스 전자와 미국의 인텔이 공동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펜티엄 투 CPU의 수입할당제인 쿼터를 완전히 풀어 달라는 뜻이다.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총통이 사정했다.“태공, 지금 공급되는 수량은 국내 수요를 겨우 충당하는 정도입니다. 신형 컴퓨터를 수출해야 먹고 사는 처지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너무 애처로워 보이는 눈빛이라 최태욱은 쉽게 대답해 주었다.“알았어요. 아마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신형 컴퓨터를 판매해 볼 생각이라 그런 것 같군요. 바로 연락해서 펜티엄 투 CPU에 타이완의 쿼터제는 완전히 철폐하도록 조치하죠.”리덩후이는 최태욱이 아주 순순히 쿼터를 풀어준다고 하자 신이 나서 다시 요구했다.“SG 필립스 전자 회사에서 개발한 신형 핸드폰의 면허생산을 하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왜요? 완제품을 사서 사용하다 보니 돈이 많이 들던 가요?”  2/14 쪽

“컴퓨터나 마찬가지죠. 국내 수요도 충당하고 핸드폰도 수출을 해보려고요.”“좋습니다. 원하는 대로 해주도록 회사로 연락하죠.”최태욱이 대만에 대해 호의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아주 오래전 왕치영이 측근으로 자신의 성장을 도왔다는 점이 제일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일찍 태인권법을 대만으로 보급했다. 그래서 태인권법은 대만에서는 제일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연마하는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았다.홍콩출신 배우인 성룡도 태인권법으로 영화에 출연해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중국의 권법들보다 태인권법이 더 널리 보급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만은 국기와 같이 태인권법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었다.리덩후이는 최태욱이 순순히 자신이 요구하는 것은 들어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물론 요구는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뭘 그저 공짜로 달라는 것은 아니다. 수출입 품목들 중에서 조금은 불리한 규제가 없도록 배려해 달라는 것이다.브루나이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게 해달라고 했다. 또한 3/14 쪽

호주의 SG광업에서 철광석을 원만하게 수입하거나 라오스에서 생산되는 주석을 수월하게 구입하게 해달라는 식이다.최태욱은 총통의 요구에 계속 쉽게 승낙해 주었다.“좋아요.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총통께서 해달라는 조건은 모두 해드리죠. 필요한 부분에 대한 목록을 별도로 작성해 트레블 비서실장에게 넘겨주세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모두 원하는 대로 해드리죠.”“감사합니다. 태공.”시원스럽게 모두 풀어주겠다고 하자 사실상 정상회담은 끝나게 되었다. 그러자 최태욱은 그저 지나가는 투로 한마디 던지고 있었다.“총통께서는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이 안 드세요?”“예? 그게 무슨?”“아니? 저에게 뭘 요구하시려면 그래도 뭘 주겠다고 해야지요. 이렇게 일방적으로 자기 욕심만 차리느라 달라고만 하면 되나요. 저에게도 뭘 줘야죠.” 4/14 쪽

그러자 리덩후이 총리는 아차 싶었다. 본시 타이거 태공은 절대로 남의 것을 공짜로 탐하지 않는다. 하지만 또한 공짜로 뭘 남에게 주는 경우가 없다는 것은 세계인들은 모두 다 안다.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고 주고받은 상호교환인 1대 1의 윈윈 협력 방식이다.‘내가 너무 일방적이었네. 그런데 뭘 주지?’태공에게 무엇이고 주긴 줘야 하는데 막상 주려니 줄 것이 없었다. 돈이며 기술이며 또한 무력이며 모두 가지고 있으니 주려고 해도 적당한 것이 없었다. ‘휴우! 줄 것이라고는 여자뿐이군.’그러나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대만은 왕국이 아니니 브루나이 왕국처럼 미녀인 예쁜 어린 공주를 준다고 해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미스 대만 정도 미녀를 침실에 밀어 넣어준다고 해서 좋은 결과 거두기도 어렵다.‘눈이 너무 높아서 그것도 힘들어.’ 5/14 쪽

타이거 태공에게는 이미 그런 정도의 미녀인 아내가 4명이나 있다. 주변에서 지내는 시녀들도 그런 미모의 수준은 되었다. 줄 것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 리덩후이는 급하게 되묻는 수밖에 없었다.“태공, 대만에서 가지고 싶은 것이 있나요. 뭐든 원하시면 드리겠습니다.”막상 이렇게 답하자 최택욱은 뭐라고 쉽게 응수하지 못했다. 막상 말이야 꺼냈지만 대만에서 욕심나서 차지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었다. ‘쩝! 막상 준다니 달라고 할 것이 없군.’그러니 말은 꺼내고 다시 주어 담기도 뭐해 불쑥 토했다.“배도 고픈데 사람을 불렀으면 밥은 줘야죠. 그리고 타이완은 좁은 땅덩이에 사람만 많아서 달라고 할 것이 별로 없네요. 목숨 말고는.”“아! 그 말씀이군요.”식사야 당연히 최고 요리로 준비를 했으니 당연히 제공하는 것이고 목숨을 거론하자 리덩후이 총리는 속으로 신이 났다.6/14 쪽

‘그래, 연맹에 가입은 못해도 목숨은 줄 수 있어.’여전히 미국과 친하게는 지내지만 미국은 대통령이 바뀌면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 온전하게 믿을 나라가 못된다. 그러니 종신제인 베네룩스의 태공으로 보나 또는 카리브 국왕 위치인 타이거 태공에게 완전히 목숨을 의탁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원하시면 목숨을 드려야죠.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뭔가 또 다른 요구를 하기 위해 이런다고 판단한 최태욱은 아무 응수도 안하고 침묵했다. 두 사람은 정상 회담을 끝내고 나서 식당으로 가서 식사하게 되었다. 음식 문화에 관해 대만은 아주 다양한 나라다. 일본, 중국, 그리고 네덜란드 풍습도 가미되고 미국식도 뒤엉켜서 각종 요리가 많았다. 섬나라라 그런지 어류를 이용한 찜 요리가 아주 푸짐했다.각종 요리를 푸짐하게 차려 놓고 중국 전통 옷인 차파오를 입은 미녀들이 생글거리며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슈이텐서 안보보좌관이 옆에 서서 조심스럽게 앞에 놓인 요리에 먼저 손을 대고 있었다. 은젓가락과 은수저로 가볍게 터치를 해가며 요리들을 점검하고 또 항상 따라 다니는 진돗개에게 던져 주고 있었다.7/14 쪽

컹! 컹!벽 쪽에서 에이트 경호실장과 나란히 서있던 진돗개는 낮게 짖으며 우선 냄새로 확인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듯이 날름 먹고 있었다. 독이 없는지 일종에 시음(試飮)하는 행동이다. 시음을 해보는 과정에는 세이커 매와 앵무새도 동원되고 있었다.“먹어!”최태욱은 슈이텐서 실장의 행동이 어색하지 않도록 같이 행동했다. 은젓가락을 들어 음식들을 집어 애완동물들에게 먼저 던져 주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먼저 주방으로 가서 확인하고 같이 음식을 날라다 놨지만 최종적으로 독에 대해 점검하고 있었다.이런 모습을 보며 리덩후이가 부드럽게 말했다.“태공께서는 애완동물을 무척 좋아하는 군요.”“그렇습니다. 가족들과 항상 떨어져 지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애완동물에 애착이 많아서요. 이렇게 항상 데리고 다닙니다.”8/14 쪽

중국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독한 고량주다. 알코올분 60% 전후, 알데히드 에스테르, 디아세틸 등 초유성분이 풍부하고 독특한 향기를 갖는다.최태욱은 생선요리를 먹다가 기름으로 튀겨 놓은 새끼 돼지를 먹으니 속이 느글거렸다. 생긴 것도 그렇고 너무 기름기가 많아서 그렇다. 최태욱이 슬며시 옆에 있는 고량주에 눈길을 돌렸다. 그러자 고량주는 시음을 못해본 슈이덴서가 작은 잔에 얼른 따라 훌러덩 넘겼다.“크아~!”얼마나 독한 고량주인지 슈이덴서는 금방 입에서 뜨거운 열을 토해냈다. 이내 얼굴이 벌게지고 입을 후후 거리고 가슴을 두 손으로 치고 있었다.“후~아! 독하네요. 태공, 이건 술이 아니고 독입니다.”“그래요? 독이라면 먹어야죠.”최태욱은 이렇게 말하며 독한 고량주를 다소 큰 겁에 따라 단숨에 마시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슈이텐서를 비롯한 총통이나 차파오를 입은 여자들이 다들 놀라고 있었다.9/14 쪽

‘어마, 저렇게 독한 고량주를 대접으로 먹다니.’다들 놀라 바라보았다. 저렇게 먹으면 보통사람을 몸이 상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태욱은 태연하게 생선찜을 입가심으로 먹으며 슬며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려한 무늬의 붉은 차파오를 입은 여자들은 모두 하나 같이 여배우 급에 해당하는 미모들이다. ‘일부러 미녀들만 데리고 왔군.’나름 대접을 잘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중국의 전통 옷인 붉은 차파오는 몸에 딱 맞는 형태다. 치마에 옆트임을 주어 실용성과 여성미를 강조했다. 옷깃은 흔히 차이니즈칼라라고 불리는 스탠드칼라이며, 치마와 소매의 길이도 다양하다. 면으로 만든 실용적인 것에서부터 비단에 여러 가지 자수를 놓아 화려하게 만든 것까지 다양하다. ‘유난히 깊이 파인 옷을 입었군.’뭔가 의도적으로 도발을 유도해보려는 과감한 몸짓을 보이는 여자도 있었다. 그러나 최태욱은 별로 감응이 없었다. 항상 보던 시녀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10/14 쪽

식성 좋은 최태욱이 중국 음식을 아주 잘 먹는 것을 본 리덩후이 총통이 입을 열었다.“태공, 중국 음식 좋아하시면 중국 여자를 한 명 데리고 다니시오. 물론 요리를 전공하고 여러 나라 언어를 잘하는 통역사 역할도 가능한 여비서로요.”“아닙니다. 저는 그냥 자장면이나 짬뽕 정도를 만드는 요리사면 족해요. 그런 정도의 솜씨를 가진 요리사는 이미 애틀랜타 호에 있어요.”식사를 끝낸 최태욱은 총통과 같이 군부대도 방문해 사열과 분열도 하고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되었다. 공식적인 일정이 모두 끝나고 나자 최태욱은 다소 한가하게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관광하고 있었다.타이완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상의 해상중계지에 위치하며 북쪽으로는 한국과 일본, 남쪽으로는 홍콩과 필리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브루나이에서 시작된 타이거 벨트라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최태욱은 북쪽으로 도착하자 바다를 바라보며 트레블에게 물었다.“실장님, 대만에서는 조어도까지만 인공어초 작업을 했죠.”11/14 쪽

“그렇습니다. 나머지 구간은 모두 한국에서 연결했습니다. 물론 상륙함이 도와주어 설치했지만 인공어초는 모두 한국인들이 자금을 내서 만든 것입니다.”“지금도 하나요?”“아뇨, 인공어초 작업은 이미 끝난 것으로 압니다.”타이완의 북쪽 바다와 동쪽 바다에는 많은 어선들이 한창 조업 중이다. 모두 넓은 바다에 인공어초 시설을 해둔 지역들을 중심으로 어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타이거 태공이 고심해서 시작한 인공어초사업이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중간에 다 잡아먹으면 안 되는데요.”“어획 쿼터제가 있어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대만도 인공어초 사업도 계속하지만 치어 방류사업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최태욱은 섬의 북쪽에서 천천히 남쪽 끝까지 중앙산맥이 이어지고 있는 산맥을 수송 헬기에 올라 돌아보고 있었다. 산맥의 최고봉은 옥산(玉山)으로 높이는 3.950m이다.12/14 쪽

“동쪽은 경사가 가파른 것으로 보아 지형이 한국과 비슷하군요.”“그렇습니다.”타이완의 동부해안 지역은 녹색의 거대한 산맥이 코발트색의 태평양 연안까지 뻗어 있다. 반면 서부해안 지역은 타이완해협까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넓은 평야지다. 한국과 비슷한 형태로 타이완의 농작물은 거의 모두 이 서쪽의 평야지대에서 생산된다. 이윽고 남쪽 끝에 도착하자 대형인 인공어초들이 줄지어 해안에 모아져 있었다.“남쪽은 아직 끝나지 않았군.”“수심이 깊어 여기는 대형으로 만들어 투하하는 모양 같습니다.”바다에는 폐선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낡은 군함도 있고 또한 어선이나 상선들도 보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최태욱은 호기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13/14 쪽

“폐선도 인공 어초로 활용할 모양이군요.”“그렇습니다. 대만은 본토에서 물러나며 많은 구형 함정을 가져와 아직도 사용하다가 이번에 인공어초 작업에 투입해 버리는 모양입니다.”“유해 물질이야 잘 제거하고 투하는 하는지 모르겠군요.”“그야 환경 단체들이 나서고 있으니 염려 안 해도 될 겁니다.”바다에서 식량을 증산하려고 시작한 타이거벨트라인 사업은 이제 확연하게 성공한 것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14/14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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