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562화 (562/657)
  • < --  [명분과 실리]  -- >최태욱이 양국의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건의 전모는 단순하며 또한 복잡했다. 경제가 너무 어려워진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의 부잣집에 가정부로 많이 오게 되었다.한국은 이제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변하고 있고 경제사정이 너무 좋았다. 여전히 자녀 교육에는 극성스러울 정도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었다.최태욱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시선으로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트레블 비서실장에게 물었다.“실장님은 한국에서 벌어진 필리핀출신 가정부들의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너무 부자가 되고 또 너무 가난해서 벌어진 사건이죠. 한국은 너무 갑자기 부자가 되자 졸부들이 많아져서 그렇습니다. 사회가 조금씩 병들어가는 증거이고요.”  최태욱은 듣고 싶은 평이 아니라 다시 구체적으로 말했다.회1/14 쪽등록일 : 13.03.13 19:49조회 : 762/763추천 : 46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5171

    “필리핀 가정부의 인건비가 싸기는 한 모양입니다. 어지간한 부잣집은 필리핀출신인 가정부를 대부분 한명씩은 채용한다니.”“그렇다고 봐야죠. 필리핀은 한국과 인건비가 너무 차이가 나니까요. 아마 20퍼센트 정도면 채용이 가능할 겁니다. 그러니 많이 채용한다고 봐야죠.”“그 사건으로 한국에서는 부자들이 몰매를 맞았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갑자기 부자로 변했다고 해서 다들 그렇지는 않아요. 그 사건만 생각하면 한국의 남자들도 잘못이 많지만 필리핀 정부도 잘못이 많다고 봅니다.”“그래요?”“필리핀 정부는 자국의 여성들이 보내오는 외화에만 너무 눈이 어두워 편하게 생각해서 벌어진 사건 같아요. 양쪽 모두 잘못이 많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필리핀의 대학출신 여성들을 가정부로 채용한 이유는 필리핀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영어를 지도시키기 위해서 필리핀의 대학교 출신 여성을 가정부로 채용했다. 또한 겸해서 영어 개인 교습 교사로 이용해 소위 싼 인건비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생각이2/14 쪽

    다.‘잘한다고 시도한 일이 이상하게 됐어.’문제는 대학교 출신인 필리핀 여성들이 주인과 불륜관계를 저지르거나 또는 강간당했다고 고소하는 사건들이 많아졌다. 더구나 심한 경우는 고등학생인 아들과 주인인 아비가 필리핀 가정교사를 번갈아 강간하거나 또는 합의에 의한 교제가 있어 큰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최태욱은 근래 들어 자주 발생하는 사건을 두고 말했다.“강간이라고 하더니 나중에 화간으로 아비와 자식과 동시에 연애질한 필리핀 여자도 있다고 하던데. 기도 안찹니다. 기독교 국가라면서 어찌 그런 일을······.”“필리핀 여성도 돈에 미쳐서 그런 거죠.”“사기 결혼도 많다고 하던데요.”“그렇겠죠. 돈에 눈이 멀면 못하는 짓이 없죠.”세상은 좋은 사람도 있고 도둑인 연놈도 있다. 그리고 남의 약점을 노리고 3/14 쪽

    일부러 틈을 보여 함정으로 빠트리는 부류들도 있었다. 일부의 경우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에서도 개입해 필리핀 출신인 가정부 사건들은 상당히 복잡했다.그런 일이야 세상에는 늘 있는 사건들이라 최태욱은 그때까지도 그런 가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의 사건으로 필리핀에 대해 더욱 나쁜 잠정을 지니게 되었다.‘필리핀은 도와줄 필요가 없어.’최태욱이 필리핀을 좋지 않게 생각하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젊은 나이에 강간범으로 고소를 당함과 동시에 많은 합의금을 주고 풀려난 한국 청년이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고 너무 억울하다고 하며 필리핀까지 찾아왔다. 자신의 부자에 대해 강간범으로 고소한 여자를 조사하던 한국 청년은 놀라운 사실을 밝혔다.여자의 아비는 마약장이에 어미는 매음굴의 포주다. 그들 부부는 친딸은 물론 매음굴로 들어온 젊은 여자들을 한국으로 보내 가정부로 일하게 했다. 주인이나 아들에게 기회를 봐서 아편이나 혹은 필로폰 등 마약을 몰래 먹이고 정사를 벌였다. 4/14 쪽

    그렇게 계획된 정사를 벌이고 병원으로 가서 검사하고 강간당했다고 한국 경찰에 고소했다. 졸지에 개망신 당하게 생긴 부자는 많은 돈을 주고 합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필리핀 여성은 고묘한 방법으로 많은 돈을 갈취하고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너무 억울하게 당했다고 판단한 청년은 필리핀까지 따라와 추적에 나섰다. 그리고 자기를 고소해 돈을 갈취한 여자가 필리핀으로 찾아오는 한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꽃뱀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을 오랜 추적 끝에 모조리 밝힌 것이다.최태욱은 그 사건을 생각해 입을 열었다.“필리핀 경찰도 너무 한심해요. 그런 식으로 사건을 쉽게 처리하다니.”“너무 쉽게 생각한 거죠. 잘사는 남의 나라 사람 돈을 먹고 도망쳤다고 잘한 일이라는 정서가 필리핀 경찰에게 있어서 그렇습니다.”“그러니 한심한 나라죠. 더구나 마약 사범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고.”문제는 그 청년이 필리핀 경찰에 여자를 구속해 달라고 요구하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저지른 사건과 필리핀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니 상관하지 말라고 했다.5/14 쪽

    트레블은 그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으니 다시 응수하고 있었다.“태공, 한국청년도 집요하기 하더군요. 그 사건을 필리핀 대통령에게 탄원했다고 하더군요.”“하긴 필리핀까지 찾아와 추적한 이유는 있죠. 부모는 그 사건으로 인해 이혼하고 아비는 자살했으니 복수하고 싶었겠죠.”“필리핀 대통령의 대응 방식이 너무 안일해요. 경찰과 똑 같이 답변을 보냈으니 결국 청년이 신문에 폭로해 버려 사건이 더욱 확대되었어요. 지금 그래서 필리핀이나 한국이나 소란스럽지요.”최태욱은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문뜩 한국에 있는 남동생도 혹시 필리핀 여성을 가정부로 채용하고 있는지 궁금했다.‘한번 알아보는 것이 좋겠어.’최태욱은 위성통신을 통해 에이트가 들고 다니는 핸드폰으로 한국으로 전화했다.“택수냐? 형이다. 너 혹시 필리핀 여대생을 가정부로 부리냐?”6/14 쪽

    “형!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세요. 아버님이 어떤 분인데 귀한 손자를 외국 여자에게 맡겨요. 저 그런 소리했다가 아버님께 맞아 죽는 줄 알았어요.”아직도 아버님은 건강하다는 증거라 어머니에 대해 물었다.“알았어. 다행이다. 어머님은 건강하시고.”“예, 산삼을 드셔서 그런지 건강하세요.”“아무튼 조심해라. 세상이 너무 험악해지고 있으니까.”“예, 형님도 조심해요. 형님을 노리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 저는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형수님들도 그것을 자주 걱정하시더라고요.”핸드폰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자 아내들이 한국의 본가로 전화를 자주하는 것 같았다. 물론 자신에게도 너무 자주 전화를 하자 최태욱은 아예 핸드폰을 에이트에게 맡기고 있었다.“알았어. 슈퍼 옥수수 종자나 많이 생산해 놔! 브루나이 왕국도 슈퍼옥수수를 재배할 농토가 대폭 늘어나게 생겼으니까.”7/14 쪽

    “그래요. 잘 됐네요. 언제 종자는 보내야 하는데요.”“내년 봄부터 보내면 될 거다.”동생과 통화를 끝낸 최태욱은 다시 한국의 SG 그룹 전성효 회장에게 전화했다.“회장님, 어려운 부탁을 하려고 전화했습니다.”“태공, 뭡니까? 지시만 내리세요. 즉시 시행하겠습니다.”자주하는 전화가 아니니 매우 중대한 지시라고 판단해 다부지게 답하고 있었다. 그러자 최태욱은 그저 스치듯이 입을 이어가고 있었다.“SG 그룹 산하의 모든 회사로 연락해 필리핀 여성을 가정부로 채용하거나 개인 교습 교사로 채용하는 직원들에 대해 실태를 파악하세요. 그리고 만약 그런 직원이 있으면 당장 중단하도록 권고해 봐요. 먼저 사보로 공지를 하고요. 신문에 난 사건과 비슷한 사례가 발각되면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경고하고요.”8/14 쪽

    “전 직원을 대상으로요?”“그렇습니다. 특히 필리핀 출신 노동자를 채용하는 회사의 경우 실태 조사를 잘 해야 합니다.”“알겠습니다. 하지만 기술 연수 받으러 온 필리핀 노동자도 있는데요?”“기왕에 회사에서 정식으로 채용한 사람은 그대로 두세요. 그러나 앞으로 되도록이면 필리핀 사람은 기업에서 채용하지 마세요. 월남 출신들도 있고 다른 나라도 있으니까요. 직원들이 혹시 가정부나 개인교습 교사로 채용할 경우 말레이시아 출신도 영어 잘하니 그런 사람 채용하는 것은 불문율로 놔두고요.”“알겠습니다. 당장 회사 홈페이지에 회사의 방침을 공지하겠습니다.”어차피 한국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필리핀 대통령의 행동이다. 최태욱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SG 그룹을 통해 적절하게 조치한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서 나오는 지시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 국민들의 지금의 정서다. 최태욱은 이런 지시를 내리고 며칠 더 해저 탐사 작업을 하다가 아무것도 발견나지 못하자 장기보 선장에게 지시했다.9/14 쪽

    “이제 떠나죠. 아무래도 필리핀은 나와는 별로 인연이 없나 봅니다. 대만으로나 가서 찾아보도록 합시다.”“알겠습니다.  필리핀 해역에서 더 찾아볼 곳은 많았으나 별로 기분 좋지도 않고 운도 없다고 판단해 필리핀을 완전히 떠나고 있었다.  최태욱이 필리핀 해역을 떠나 대만으로 향하는 그 시간 한국에서는 필리핀 여성들이 공항에서 대규모로 출국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와글와글.뭔가 불만들이 많아 아는 사람끼리 만나면 투덜거리고 있었다.“나는 항공기 삯도 벌지 못하고 떠나는 거야.”“그런데 어떻게 출국하고?”“별수 없이 인도네시아 여자라고 거짓말 해. 재수 좋아 동침한 남자가 돈10/14 쪽

    을 줘서.”SG 그룹의 방침이 사보나 홈페이지로 공지되자 다른 기업에서도 따라서 움직였다. 한국으로 와서 유흥업소에서 일해 돈을 벌려고 왔다가 졸지에 한국을 떠나게 되었다. 필리핀 출신 여성들은 다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업소 사장에게 하소연을 토했다.“사장님, 저는 한국으로 들어온 지 한 달도 안됐는데 돌아가라면 어쩌죠.”“그거야 우리가 너를 불러온 것이 아니니 우리야 네 사정이야 모르지. 아무튼 SG 그룹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필리핀 여성이 근무하는 식당이나 또는 유흥업소에 출입하지 않는다니 우리로도 어쩔 수 없어.”“저는 사장님이 하라는 대로 했잖아요.”“그거야 나도 잘 알지만 다른 회사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필리핀 출신들이 군무하는 업소는 출입을 안 해. 나도 사업을 망치기 싫으니 어쩔 수 없어.”SG 그룹의 기본 방침이 다른 기업으로까지 퍼지자 파장은 아주 크게 번졌다. 공항에는 매일 같이 필리핀 출신들이 떠나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었다.11/14 쪽

    한국에서 이렇게 집단적으로 행동하자 전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다른 나라도 따라서 행동했다. 일본이나 대만도 필리핀 여성들의 채용을 거부하고 있었다. “필리핀은 어차피 우리 일본을 배척하는 기운이 강하니 차라리 잘 된 거야.”“당연하지. 아무튼 SG 그룹에서 하는 그대로 따라하면 그래도 망하지는 않는다고.”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라는 것이 없었다. 그저 선두 그룹인 SG 그룹에서 방침을 세워서 필리핀을 배척하자 덩달아 행동했다. 무슨 큰 이유라도 있다고 판단해 줄줄이 한국을 따라서 필리핀을 배척하는 풍토가 생기고 있었다.“필리핀은 회생할 가능성이 없는 나라라고 태공께서 판단한 거야.”“그렇겠지. 들리는 이야기로는 미국의 힐러리 대통령에게도 완전히 찍혔다고 하더군.”“그 소리 나도 들었어.”12/14 쪽

    “여러 번 미국대통령이 라이스 특사를 보내 협조하자고 했는데 거절했으니 문제가 된 거지.”“여자들이 앙심을 품으면 더 무섭다고.”여러 사람이 한 사람 바보 만들기 쉽다. 필리핀은 졸지에 너무 안일하게 대하다가 결국 최악의 상황으로 치다루고 있었다.그나마 외국에서 송금해 오는 외환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필리핀은 외국에서 취업한 사람들이 귀국하게 되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사라졌다. 그리고 결국 국제통화기금에서도 지원을 받지 못하자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모라토리엄을 필리핀 정부에서 발표하자 타이거 태공이 옳았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보라고, 결국 필리핀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잖아.”명분을 찾던 필리핀은 결국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해 버리고 말았다. 13/14 쪽

    “아시아에서는 처음이지?”“그렇다고 봐야지.”사람들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필리핀이 처음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나라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나라는 있었다. 그들은 그 이후 무역거래에서 단 한 푼어치의 물건을 외상으로 구입할 능력이 없었다. 완전히 신용이 전혀 없는 불량 국가로 전락해 있었다.외국에서는 그 나라를 조지 오웰의 작품 속에 있는 ‘동물농장’이라고 칭한다.   14/14 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