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548화 (548/657)
  • < --  [하노이 협정]  -- >[하노이 협정]비밀은 지켜질 수 없는 약속이다. 영원히 지켜진다면 그것은 이미 비밀이라고 볼 수없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러나 비밀이라는 단어가 지켜진다고 믿고 있었다. 쿤사를 빼내 주기로 약속한 최태욱은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움직이면 다른 사람의 눈에 노출될 위험성이 많았다. 주변에 있는 경호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심 끝에 베네룩스로 연락해 믿고 맡길 수 있는 대원을 불러오기로 했다.‘그라면 믿을 수 있어.’호텔을 떠난 최태욱은 공항으로 가서 전용비행기의 통신실에서 암호전문을 보냈다. 자신이 세운 구출계획서를 외교행랑으로 중앙정보부로 보냈다. 그곳으로 보낸다고 해서 계획서를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이곳으로 올 팀에게 문서만 전달하게 된다. 쿤사의 구출작전에 대해 명령을 내린 최태욱은 하노이로 가는 일정을 최대한 미룰 필요성이 있었다.‘여기서 시간 좀 끌어야 되겠어.’회1/13 쪽 등록일 : 13.03.10 12:24조회 : 2085/2092추천 : 71평점 :선호작품 : 5126(비허용)

    딱히 시간을 끌만한 명분 있는 건이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최태욱은 즉시 엔티모터스 공장으로 향했다. 피닉스 여왕의 부탁으로 베트남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주선했지만 아직 살펴보지 않았다.방탄리무진을 타고 가면서 최태욱은 에이트에게 물었다.“에이트, 너 오토바이 타냐?”“예, 탑니다.”“나는 오토바이는 타보지 않아서 탈 수 있을지 모르겠네.”“왜요? 오토바이를 타보고 싶어서요?”“베트남은 오토바이를 못타면 바보라니 배워 보고 싶어서.”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오토바이가 완전히 국민들 사이에 생활필수품이다. 가족 수대로 오토바이가 있을 정도로 널리 보급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전거 역시 마찬가지다. 기온이 높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 자동차보다 2륜차 보급이 많은 이유다.회2/13 쪽

    호치민시 외곽에 자리한 엔티모터스로 가게 되었다. 오는 도중에 연락하자 정문에는 엔더슨 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엔더슨 사장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최태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답례하고 커다란 공장의 건물 벽에 쓰여 있는 스즈키 회사의 로고를 보며 슬며시 물었다.“사장님, 여기는 일본의 스즈키 모터스에서 운영하던 공장인가요?”“그렇습니다. 베트남 정부와 스즈키 모터스와 합자해 운영하던 공장을 인수했습니다. 아직 공장의 도색을 새로 하지 못해 남아 있는 겁니다.”“그렇군요. 보기가 별로 좋지 않으니 빨리 도색해서 지워야 되겠네요.”“넷!”재무구조가 튼튼하다는 스즈키 모터스가 베트남 공장을 매각할 정도로 일본기업들은 자금 압박으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최태욱은 엔더슨 사장에게 물었다.“생산 공장은 여기뿐인가요?”회3/13 쪽

    “아닙니다. 하이풍에도 공장이 있어 거기서 생산하는 오토바이는 중국으로 수출합니다.”최태욱은 시간을 소모할 요량으로 왔기 때문에 공장의 생산시설을 아주 천천히 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사무실로 들어가 경영 상태에 대해 자세하게 묻고 오토바이를 배운다고 하며 공장의 마당에서 연습하고 있었다. 단 몇 시간만 시간을 소모해 배우면 충분할 오토바이를 지루할 정도로 오래 배우고 있었다. 오토바이의 부품 하나하나까지 물어보고 있었다.그런 모습을 보며 에이트가 너무 이상해 중얼거렸다.“모터사이클 선수를 하시려나? 완전히 끝장을 보시려고 하네.”     밤이 깊어지도록 오토바이를 연습하자 엔더슨 사장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태공, 언제까지 연습하시려고요?”“잘 탈 때까지 배워 볼 생각입니다. 내가 덩치가 크니 작은 오토바이는 어울리지 않고 대형을 타는 것이 좋아 보이네요. 그런데 그런 오토바이는 없군요.”“아, 바이크를 원하시는 군요.”회4/13 쪽

    “그렇습니다. 경주용이나 대형오토바이인 바이크를 잘 타는 정도로 배워보려고 합니다.”잘 탄다는 정도가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엔더슨 사장은 별수 없이 사장실 옆에 야전침대를 가져다 놓고 임시 숙소를 만들고 부산을 떨게 되었다.“미안합니다. 대신 내가 무료로 광고를 찍어 드리죠.”“무료라니요. 그렇게 할 수는 없지요. 태공께서 광고를 찍어 주신다니 최고 성능을 지닌 오토바이 몇 대를 드리겠습니다.”“좋아요. 그렇게 하죠.” 최태욱은 오토바이를 배우고 광고까지 찍어 준다고 하여 오토바이 생산 공장에서 떠최태욱은 오토바이를 배우고 광고까지 찍어 준다고 하여 오토바이 생산 공장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가 호치민 시에서 계속 머무는 동안 통킹만에 있는 탄 호아 항구에 애틀랜타 호가 정박해 있었다. 그리고 애틀랜타 호를 중심으로 대형 함정들이 포진해 있었다.해가 떨어지기 직전의 초저녁·······.두두두두.회5/13 쪽

    요란하게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 두 대의 수송헬기들이 갑판으로 착륙하고 있었다. 헬기에서는 건장한 청년들이 내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나이 많은 사람도 간간히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움직이는 동작은 건강한 청년들 보다 더욱 민첩했다.다다다다.잘 훈련된 모습으로 헬기에서 내리자 신속하게 격납고로 내려가고 있었다. 격납고에 마련된 임시 거처이자 상황실에서 20명의 대원들이 작전 계획을 하달 받고 있었다.이동하는 동안 계획을 대원들에게 부분적으로 설명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전체에 대해서는 처음 듣고 있었다. 설명을 듣던 대원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만약 우릴 속인 상황이면 어쩌죠?”“그야 전투를 벌여야지. 그때는 무조건 후퇴를 하니 그렇게 알고. 별도의 명령이 없더라도 작전지역을 벗어나 라오스 국경으로 넘어 오면 돼. 늦게 되면 구축함에서 날리는 크루즈미사일의 소이탄으로 인해 타 죽으니 최대한 신속하게 철수해.”“알겠습니다.”설명이 모두 끝나자 대원들은 마지막으로 무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일부는 소음 저격 회6/13 쪽

    소총으로 무장하고 일부는 중화기로 무장한 상태다. 이윽고 작전 시간이 되자 수탈타가 장기보 선장과 같이 대원들에게 다가와 말했다.“이분이 접촉할 장소로 안내할 거니 그렇게 아세요.”“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만나죠.”“무훈을 빕니다.”준비를 모두 끝낸 대원들은 격납고에서 나와 수송헬기를 타고 서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세 대의 수송헬기가 떠나고 나자 잠시 뒤에 코브라 공격헬기 2대로 빠르게 이륙해 수송헬기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어둠을 뚫고 서쪽으로 향하던 수송헬기들은 라오스 국경 안으로 들어갔다. 베트남과 어둠을 뚫고 서쪽으로 향하던 수송헬기들은 라오스 국경 안으로 들어갔다. 베트남과 국경에 위치한 샘느아 시 외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주유할 곳을 거의 다 왔군.”수송헬기들은 재급유를 받을 SG 광업회사 소속의 주석광산에 도착했다. 그러자 이곳으로 이미 와있던 애틀랜타 선원들이 바쁘게 드럼통에 들어 있는 항공유를 수송헬기에 주유하고 있었다. 회7/13 쪽

    여분으로 드럼통 두 개씩을 실어주며 말했다.“목적지에 도착하면 바로 넣으세요.”“알겠소.”주유를 끝낸 수송헬기 3대는 다시 이륙해 빠르게 골드트라이앵글 지역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약속한 장소는 약간 떨어진 북쪽의 중국 국경 근처다. 수송헬기가 떠나고 나자 이어서 공격헬기 2대가 도착해 주유하고 있었다.“우린 여기서 기다리면 되나?”“중국과 너무 가까워 공격헬기가 가면 오히려 경계하니 대기해야 합니다.”“알았어.”주유하는 동안 조종사들은 애틀랜타 호로 보고하고 있었다. “둥지에 도착, 아직 이상 없음.”“상황이 변할 때까지 지금부터 교신금지.”8/13 쪽

    “넷!”한편 조직에서 이탈해 탈출할 생각인 쿤사는 밤이 깊은 시간 저택에서 살며시 빠져나왔다.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창고에서 20마리의 노새에 짐을 싣고 있었다.“서둘러!”“늦으면 너희들도 죽으니 빨리 해.”쿤사는 그동안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려니 속이 쓰렸다. 그리고 비록 배신하려고 항상 틈을 노리는 부하들이지만 그들의 미래가 염려되었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이들의 목숨을 어찌 변할지 모른다.‘소이탄으로 공격한다고 했는데. 여긴 완전히 파괴되겠어.’부하들의 목숨이 사라질 위기지만 우선 자기 목숨이 더욱 소중했다. 젊어서는 유능한 지휘관으로 두려움 없이 제일 앞장서서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 체력이 떨어지자 이제 그런 호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늙으면 추하다더니 이제 목숨만 유지해 보려고 타이거 태공에게 투항하러 떠나는 것이다. 9/13 쪽

    ‘타이거 태공이 어찌 하실지 모르겠군.’노새에 실린 것은 그동안 준비한 금괴뿐 아니라 생아편도 많았다. 생아편이야 더 가지고 갈수 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부하들이 의심할 여지도 있어 이런 정도만 가지고 떠날 생각이다.‘그동안 피닉스은행의 뉴욕지점에 저축한 돈도 있으니 이런 정도면 충분해.’쿤사는 그동안 벌어들인 마약 대금을 예금주의 비밀이 잘 보장된다는 피닉스 은행 뉴욕지점에 타인 명의로 예탁해 두고 있었다. 모두 심복인 수탈타 변호사가 관리하고 있었다. 수탈타는 비록 친자식은 아니나 그 이상으로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사는 그런 사이다.‘평생 걸려서 겨우 수탈타 한명만 남게 된 거야.’준비가 끝나자 쿤사는 노새를 끌고 이동하고 있었다. 평범하게 마약을 운반하는 농부와 같은 모습이다. 창고를 떠나면서 쿤사는 약간 높은 언덕에서 멀리 보이는 저택과 마약 공장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 작은 불빛이 보이고 있었다. 여전히 미련이 많이 남은 곳으로 이곳은 어머니의 부족인 샨들이 사는 곳이다. ‘최소한 샨 부족은 살아남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10/13 쪽

    쿤사는 미얀마 정부에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펼친다는 위장된 정보를 흘렸다. 샨 부족인 마을 사람들을 최대한 떠나도록 했다. 모두 중국 국경으로 넘어가 거래하라고 많은 필로폰이나 아편을 주어 떠나보냈다. 한때 1만 명이나 무장한 부하를 거느린 조직이었으나 자신이 늙어 버리자 부하들은 패가 여럿으로 갈라져 있었다.“다 부질 없는 짓이었어.”터덜거리는 걸음으로 부하 두 명과 같이 산길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어둠이 깊은 밀림으로 이동하는 쿤사는 그저 평범한 노인에 불과했다. 오직 믿을 수 있는 것은 이제 수탈타와 태공의 구두약속뿐이다.이윽고 중국 국경선 근처에 도착한 쿤사는 같이 온 부하 두 명에게 생아편을 실은 노새를 넘겨주며 말했다.“이것으로 어디 적당한 곳으로 가서 정착해.”“네, 샨 부족을 살리는데 사용하겠습니다.”“그거야 자네들이 나중에 결정할 일이고. 그동안 못난 나를 따라 다니느라 고생 많았네.”11/13 쪽

    경호원으로 데리고 있던 두 부하는 외가 쪽 친척인 조카들이다. 자신이 조직을 버리고 사라진 것은 이들과 수탈타만 아는 비밀이다. 조카들이 10마리의 노새를 끌고 중국 국경 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혼자 남은 쿤사는 빠르게 라오스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숲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언제 근처에서 활동하는 반군 게릴라의 습격을 받을지 몰라 긴장된 상태로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었다.       첨벙첨벙.밀림으로 우거진 곳의 작은 개울을 지나는 쿤사는 더욱 긴장해 귀를 기울이고 걷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라오스 영토라 국경 수비대가 있을지 몰라 초조하고 두려웠다.까악! 까악! 푸드득. 푸드득.인적이 드문 곳에 노새 10마리가 나타나자 숲에 있던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크게 울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 만나자고 했는데.’드디어 약속한 장소로 도착한 쿤사는 초조해서 담배를 꺼내 태우고 있었다. 12/13 쪽

    “휴우!”적이 있다면 야간의 담뱃불은 아주 치명적으로 노출하는 행위다. 하지만 자신과 만나기로 한 수탈타와 빨리 접속하려면 이런 방법이 최선이다. 쿤사는 초조하기도 하고 혹시 수탈타가 자길 발견하지 못할까 염려되어 계속해서 줄담배를 태우고 있었다.덜덜덜. 후들후들.혼자라는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인해 담배를 잡은 손가락이 저절로 떨리고 있었다. 손이 떨리면서 몸에서도 오한이 나고 있었다. 손목에 찬 금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자신이 조금 일찍 도착한 것이다.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기만 했다.      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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