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537화 (537/657)

< --  [문화와 예술]  -- >다음날 아침 나른한 몸을 일으키던 앙뚜랑은 벌거벗은 몸으로 크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어마! 내 옷!”어젯밤 자신을 황홀경으로 보내주던 사내는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의 겉옷이나 속옷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악어가죽인 귀한 핸드백도 사라지자 앙뚜랑은 비명을 질렀다.“까악! 도둑이야.”인터폰으로 호텔의 카운터를 불러 상황을 설명했다.“같이 들어왔던 남자가 내 옷까지 모조리 가지고 갔어요. 혹시 그 사람 나가는 것 보지 못했나요?”“모릅니다. 빨리 숙박비나 지불하시오.”  호텔의 지배인은 벌거벗은 몸매를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오히려 호텔 숙 회1/13 쪽 등록일 : 13.03.07 11:30조회 : 1960/1965추천 : 76평점 :선호작품 : 5072(비허용)

박비를 내놓기 싫어서 수작을 부린다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뭐예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다른 손님을 받아야 하니 빨리 비워주시오.” “이러고 나가라고요?”앙뚜랑은 신경질적으로 그게 소리를 질러 보지만 소용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동료인 데이먼드도 비슷하게 벌거벗겨졌다는 것을 알았다.“어머, 데이먼드. 여기에 있었군요. 그런데 옷은?”“나도 털렸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데이먼드는 여자와 들어 왔다가 옷까지 모두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원들도 모조리 비슷한 상황이었다. 어젯밤 다른 나이트클럽으로 갔던 연구원들도 모두 같은 호텔에서 투숙하고 있었다. 이곳 캄포트 호텔의 시설이 제일 좋기 때문에 여기로 와서 잠자다 털린 것이다. “데이먼드, 어떻게 하죠? 대사관으로 연락하기도 그렇고요.”회2/13 쪽

“애틀랜타 호로 연락해 봅시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 같아요.”“태공이 도와주려나요?”“그분이라면 도와준다고 봅니다.”캄보디아 인과 불륜을 저지른 처치로 대사관으로 연락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캄보디아는 대사관은 없고 태국대사관에서 관장하니 그들이 와서 돕기는 너무 먼 거리에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겨우 가운 하나씩 얻어 입고 호텔에서 애틀랜타의 장기보 선장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애틀랜타의 태공 집무실에서는 최태욱이 장지보 선장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너무 늦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다가 장기보의 보고를 받은 최태욱은 어이연구원들이 너무 늦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다가 장기보의 보고를 받은 최태욱은 어이가 없었다. 기도 안 차게 20명이나 홀라당 벌거벗고 호텔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니 한심했다.“연구원들이 벌거벗고 있을 정도로 모조리 떨렸단 말입니까?”“예, 캄보디아 여자나 남자와 동침하던 연구원도 털리고 동료와 같이 잠자던 사람도 벗어놓은 옷을 몽땅 잃어 버렸다고 합니다. 지갑이며 핸드백도 모두 사라지고요. 지 회3/13 쪽

금 숙박비 지불 때문에 호텔에 잡혀 있다고 합니다.”“그래서요? 경찰에 신고는 했어요?”“예, 지금 모두 호텔에서 경찰들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한 두 명이 당한 것이 아니라 20명이 몽땅 당했다니 기가 막혔다. 소행을 봐서는 모른 척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찌 되었건 애틀랜타 호 소속으로 파견된 연구원들이다. 최태욱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선장님, 제가 보기에 아무래도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에서 벌인 사건 같습니다. 그리고 경찰도 한 패 같고요. 그러니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경찰도 개입했다고요?”“그렇습니다. 이런 작은 도시에 그만한 세력을 이룬 조직이라면 경찰의 비호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죠. 아무튼 수법은 제비족이나 꽃뱀들이 벌이는 아주 초보단계의 간단한 수법입니다. 그러니 호텔이나 나이트클럽도 범죄 조직원이라고 봐야 해요.”최태욱의 이런 판단에 장기보 선장은 그제야 감을 잡고 이내 답했다.회4/13 쪽

“그렇군요. 그렇다면 벌거벗은 몸을 모조리 사진기로 촬영했을 수 있겠네요.”범죄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라 이렇게 답하고 있었다. 그러자 최태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그렇죠.”“그것이 언론으로 공개되면 큰 망신이 아닙니까? 그것을 무기로 협박하면 큰일입니다.”  “그러니 빨리 카메라부터 회수해야 합니다. 외신들이나 캄보디아의 언론에서 알기 전에 연구원들은 데리고 와야 하고요. 모든 경호원을 데리고 가세요. 트레블은 이런 황당한 일에는 경험이 없어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니 선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세황당한 일에는 경험이 없어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니 선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세요.”“알겠습니다.”이어서 최태욱은 경찰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 수송헬기는 물론 공격헬기도 가지고 가라고 지시했다. 사용하지는 않지만 무력을 보여야 경찰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기 때문이다.회5/13 쪽

최태욱은 장기보 선장에게 이런 지시를 내리고 나서 슈이텐서를 따로 불러 지시했다.“호텔 사장이나 지배인을 추궁하세요. 일단 숙박업소에서 도적이 들어 물건들이 털렸으니 절도죄의 공범으로 고소한다고 협박해 보세요.”“알겠습니다.”최태욱은 이런 지시를 내리고 나서 이번에는 에이트를 불러 지시했다.“모든 세이커 매를 호텔 근처로 모두 보내.”“넷!”아무래도 호텔 근처에 있는 범죄 조직원들이 벌인 사건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공중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있는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범죄 조직이라면 캄보디아는 마약 거래가 많으니 마약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서 추가로 지시했다.“경호원들과 같이 탐색견을 모두 끌고 가고.”“그러면 잊어버린 옷이나 지갑을 찾겠군요.”회6/13 쪽

“붉은 환을 먹었으니 향내가 더 강하니 쉽게 탐색견이 흔적을 찾을 거야.”경호원들은 바쁘게 연구원들의 숙소로 가서 평소입고 다니던 옷들을 챙겨 애틀랜타 호를 떠났다. 늦을수록 향기가 사라지니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장기보 선장 일행은 캄포트 호텔에 도착했다. 연구원들은 모조리 거의 벌거벗고 침대시트로 몸을 가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던 에이트가 한사람씩 호명하며 옷을 넘겨주었다.“자, 한사람씩 옷을 받아요.”“예.”연구원들이 옷을 입고 나자 탐색견을 데리고 있는 경호원이 냄새를 맡게 했다. 경호원들은 탐색견들과 같이 빠르게 냄새를 추적해 이동하고 있었다. 모두 춤을 추었기 때문에 향이 강한 붉은 환의 약효가 땀을 통해 밖으로 분출되어 추적은 쉬웠다.킁! 킁!20명에게 옷을 다 나누어 주기도 전에 벌써 사라진 옷을 찾은 탐색견도 있었다. 호텔 회7/13 쪽

의 주방에 감추고 있던 양복을 찾은 것이다.“호텔이 완전히 도둑놈 소굴이군.”“저는 청소하다가. 옷이 흘려 있어서.”“뭐요? 손님이 있는데 청소하다가 옷을 주었다고 변명하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군.”주방만 아니고 지배인이 사용하는 캐비닛에서도 연구원들의 옷들이 나오고 있었다. 여자 옷을 감추어 둔 모습을 보며 에이트가 호통 쳤다.“당신 변태야? 여자 옷을 챙기다니?”“아내와 여동생에게 주려고.”“놀고 있군. 도적질한 옷으로 가족을 입히면 나중에 잘 될 것 같은가?”20마리의 우수한 탐색견이 20명의 냄새를 따라 추적하자 별일이 다 드러나고 있었다. 경찰서장의 집무실에서 사라진 악어가죽인 지갑이 나오고 또는 그의 집에서 여자 옷이 발견되기도 했다.회8/13 쪽

20마리의 우수한 탐색견을 동원하다가 보니 옷은 빠르게 찾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덤으로 범죄조직에서 숨겨놓았던 마약들도 많이 발견하고 있었다. 무장헬기도 동원된 상태라 캄보디아 경할로는 그저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모두 가두세요.”“알았소.”경찰들은 평소 뇌물도 받고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들을 가두는 수밖에 없었다. 경찰들은 하나 같이 별로 기분 좋은 표정들은 아니었다. 고위층이 부정부패가 심하다던 캄보디아는 하부관리들도 모두 심하게 부패한 엉망진창인 나라다.이번에 벌어진 캄포트 호텔의 절도사건을 보고 받은 프놈펜에서 법부장관이 직접 찾아왔다. 경찰서에서 서장을 보며 호통치고 있었다.“당장에 유치장으로 알라서 기어 들어가시오. 나라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경찰서장이라는 사람이 도둑놈이 가져다주는 옷이나 뇌물로 받고.”“죄송합니다.”“죄송하면 끝나는 거요? 더구나 범죄 조직에게 정기적으로 상납도 받고.”회9/13 쪽

법무장관이 급하게 여기로 찾아온 것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위인 지방검사도 연루되어 빨리 수습할 필요성이 있었다. 자칫 확대되면 자신의 자리도 위태롭게 생겼다.‘처먹으려면 나처럼 표가 안 나게 먹어야지. 바보 같이.’법무장관은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사위인 지방검사가 챙긴 옷가지는 없던 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법무장관이 지방검사를 보며 한숨을 토하며 말했다.“자네, 정말 정신이 없군. 아무리 내 딸이 옷을 탐해도 그렇지. 도둑질한 옷을 넘겨주다니.”“아버님, 그게 아닙니다. 사실은 그 옷은 아내가 호텔에서 잃어버린 옷입니다.”“뭐라? 그럼 내 딸이 외국 놈과 바람을 피웠다는 건가?”“예, 호텔 주인이 저에게 보낸 옷은 프놈펜에 있는 장모님께 보냈습니다. 장관 부인들인 친구 분들과 나누어 입으라고 세벌을 보냈습니다.”“뭐야? 세벌을 보내?”회10/13 쪽

이런 말에 법무장관은 기절하듯이 놀라고 말았다. 진짜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었던 것이다. 서둘러 전화해 아내가 받아 놓은 옷을 재빨리 이곳으로 돌려보내게 해 은폐할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치사하게 도둑질한 헌옷을 받은 구질구질한 옷 로비 사건이 터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사건이 모두 조용히 끝난 것은 아니다. 졸지에 감옥으로 들어가게 된 경찰서장이나 지역에서 활동하던 범죄 조직원들이 오히려 뇌물을 준 사실을 가지고 버티고 있었다.“내 돈을 안 먹은 장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너 정말 죽고 싶어서 그래?”“나만 죽을 수 없소.”범죄인들은 항상 그렇지만 뇌물을 그냥 주는 법이 없었다. 언젠가 이런 때를 대비해 비밀장부에 기록해 놓고 있으니 문제가 간단치 않았다. 고위급 장관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모두 마약을 밀매해서 번 돈으로 뇌물을 바친 것이다. 법무장관은 안 되겠다 싶어 경찰서장과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자네, 가벼운 벌로 방면하는 조치를 할 것이니 골치 아픈 저 놈들을 자네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나?”회11/13 쪽

“예, 모두 독약을 먹여서라도 깔끔하게 처리하죠.”제일 좋은 방법이야 하수인에 불과한 놈들을 모조리 죽이는 길이 제일 빨랐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나라처럼 범죄 조직과 같이 정치인들까지 줄줄이 감옥 가게 생기면 제일 우두머리를 자살했다고 위장해 몰래 처치해서 사건을 은폐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에이트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장기보가 무력의 위세를 앞세워 경찰을 압박해 빠른 시간에 범인들은 속속 체포되었다. 그리고 최태욱이 지목한 카메라는 사진현상소에 보관되어 있던 것을 찾을 수 있었다.다행이 카메라는 물론 필름을 포함해 인화된 사진까지 회수할 수 있었다. “선장님, 필름과 사진을 회수했으니 이제 철수하죠. 나머지는 캄보디아에서 처리하게요.”“알았어. 그럼 우린 그만 돌아가자고.”캄포트 호텔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이틀 만에 깔끔하게 처리하고 장기보 선장 일행은 애틀랜타 호로 돌아오게 되었다. 벌거벗은 사진을 회수해 최태욱에게 넘기자 웃으며 답했다.회12/13 쪽

“사진들이 모두 멋지게 찍혀 예술은 예술입니다. 조금 가치가 떨어져서 그렇지.”“그렇군요. 태공께서 예측한 그대로 예술 사진을 잘 찍었네요.”최태욱 데이먼드와 앙뚜랑을 불러 적나라한 자세로 찍힌 나체인 예술사진들을 돌려주며 말했다.“예술 사진들은 모두 회수하고 필름은 회수하지 못했어요. 다들 기념으로 찍은 모양 같으니 본인들이 잘 보관하세요. 아쉽게도 범인들이 필름은 이미 폐기해 버렸다고 하네요.”“감사합니다. 저희들을 구해주어서.”고맙다고 인사하면서도 데이먼드와 앙뚜랑은 표정이 별로 밝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필름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것은 타이거 태공의 수중에 들어있다는 정도를 눈치 채지 못할 바보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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