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529화 (529/657)

< --  [트라이앵글]  -- >사람이란 죽음에 이르는 공포를 실제로 경험하면 변한다. 그동안 굳게 믿고 있던 사상이나 어떤 의지가 힘없이 허물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테러공격을 가하다 총격으로 인해 부상당해 죽음의 순간에서 겨우 살아난 세 명의 전사들은 의지가 허물어졌다.애틀랜타 호의 장기보 선장은 세 명이 깨어나자 쉽게 그들과 친해졌다. 사람 좋게 생긴 선장이라 마음을 풀어 놓았다. 그러자 장기보는 생존자들에게 슬며시 제안했다.“베트남 정부로 인계되면 당신들은 죽은 목숨이요. 살아야 하지 않겠소?”“제발 살 방법을 말해 주시오. 이대로 죽기는 너무 억울해요.”삶을 포기하면 모를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어떤 비굴함도 감수할 각오가 생겼다. 생존자를 만나 설득을 시작한 장기보는 천천히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내가 태공과 만나 설득했어요. 그러니 나에게 사건의 전모를 모조리 털어놓고 다른 나라로 조용히 떠나는 것은 어떻소? 태공께서 얼마든지 그렇게 해줄 용의가 있다고 했소.”“그게 정말입니까?”회1/13 쪽 등록일 : 13.03.05 13:06조회 : 2331/2338추천 : 96평점 :선호작품 : 5072(비허용)

“그렇소. 미국도 좋고 어디고 다 되니 당신들이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겠소.”“어디고 보내 준단 말이죠?”“그렇소. 물론 정착할 집이며 직장 그리고 자금도 준다고 했소.” 베네룩스 왕국에 속한 여러 왕국이 있으니 얼마든지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미 의지를 상실한 세 명은 모두 자신들의 정체를 순순히 자백하고 있었다.“모두 말하겠습니다.”“그럼, 정확한 내용만 말해 보시오. 공연히 거짓을 말해야 금방 들통이 나니 소소한 내용이라도 확실한 내용만 진술하시오. 그저 추측으로 말하지 말고.”“예. 직접 목격하거나 직접행한 일만 말씀드리죠.”단체로 회유해 자백 받는 것이 아니다. 한 명씩 따로 만나 회유와 더불어 자백을 받게 되었다. 그래야 서로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별도로 조사하거나 추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2/13 쪽

“선장님, 우린 인도차이나 사회주의 해방 전선 소속인 전사들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트라이앵글 지역의 마약조직과 연결되어 있고요.”“그럼 직접 연결된 국제적인 조직은 어디요. 베트남 정부도 이미 그런 정도는 조사를 끝낸 상황이라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지 않겠소? 그래야 앞으로 살길이 열리는 것이고.”“사소한 내용도 중요한가요?”“그렇소.”사소한 정보도 때로는 중요한 정보로 판명되는 수가 있었다. 그러니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멀리 망명을 가더라도 정착할 자금의 지원 액수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들은 각기 떠나고 싶은 곳이 달랐다. 카리브, 브루나이, 지부티로 나뉘었다. 카리브로 가려는 사람은 종교가 불교로 한국어를 조금하기 때문이다. 브루나이는 말레이시아 어를 어느 정도 하고 너무 먼 나라로 떠나서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해서다. 지부티의 경우 의외로 아랍어를 잘하고 이슬람 종교를 믿고 있어 원하는 곳이 서로 달랐다.회3/13 쪽

“우리는 하부조직의 전사라 많은 것은 모릅니다. 다만 우리 조직과 협조하는 곳은 북한에서 온 요원이나 또는 대사관 직원들이 관계가 있다는 것은 압니다.”“어떤 식으로 연결되는 거요?”“북한에서 생산한 마약을 즉 필로폰이나 아편을 트라이앵글 지역과 연결된 베트남의 마약 조직에서 거래한다는 것은 압니다.”“다른 것은 없소?”“북한에서 거액의 위조지폐와 무기를 화물선으로 가져와 마약 조직으로 넘길 때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때 도와주던 경찰 서장도 알고요.”“뭐요. 현직 서장이 연루되었다고요?”“그뿐이 아니죠. 관련된 사람은 아주 많습니다. 저는 전사지만 때로는 보스의 경호원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알겠소. 그럼 과거에서 살던 모든 기억을 말해 보시오. 사소한 내용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으니.”회4/13 쪽

세 생존자는 기억이 나는 그대로 잡다한 내용을 줄줄이 자백하고 있었다. 정보란 이런 사소한 첩보가 모아져서 쓸모가 있는 정보로 변하는 것이다. 애틀랜타 호에서 진술한 내용은 영상 자료로 모조리 베네룩스 중앙정보부로 보내져 다른 자료와 합쳐져 분석되고 있었다.과거에 찍어 두었던 위성사진이 이제 마약이나 불법 무기 거래 현장을 찍은 증거로 변하고 있었다.“어째 북한 대사가 부두에 자주 가서 이상하더라니 그런 일이 있었어.”“북한에서 오리발을 내밀지 못하겠군.”“당연하지. 증거가 하나둘 나오고 있으니까.”     생존자들은 하부 조직원이지만 오래 조직원으로 속해 있다가 보니 의외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들이 속한 조직은 ‘인도차이나 사회주의 해방 전선’이다. 그들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극좌인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정치집단이었다. 그리고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마약과 인신매매나 매춘을 자행하는 범죄조직인 셈이다.“중국의 삼합회도 연결됩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조직이고. 그리고 필리핀을 사회주의로 혁명하겠다는 정치조직과도 연결되고요.”회5/13 쪽

“알겠소. 그들과 만났던 당시 인물들을 자세하게 말해 보시오.”“예, 이렇게 생긴 사람이 책임자입니다.”국제적으로 연결된 마약 조직이다가 보니 관계된 조직도 많고 연루된 나라도 많았다. 더구나 멀리 일본의 야쿠자도 연루되어 있었다.    하부 조직원의 진술이라 정확한 진술이다. 하지만 전체적이 윤곽을 파악하는 정도다. 이번에 테러를 저지른 사건의 정확한 흐름은 파악되지 않고 있었다. 대형 범죄사건이 늘 그렇듯이 거액이 오가는 마약 조직은 반드시 검찰, 경찰, 군인, 정치인, 기업인들이 연루되어 있었다. 베트남 정부에서는 생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치인, 기업인들이 연루되어 있었다. 베트남 정부에서는 생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호치민 시에서 활동하던 마약 조직은 물론 연루된 비호세력까지 일제히 검거하게 되었다.호치민 시는 이로 인해 술렁이고 있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현직 경찰서장이 마약조직의 하수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알게 되자 시민들은 술렁였다.“아니? 경찰서장도 마약 거래 조직원으로 구속되다니 우린 어떤 놈을 믿고 살아야 하는 거야.”회6/13 쪽

“그런 정도면 다행이지. 하노이 정권에는 장관도 연루되어 사퇴했잖아.”“이거야 원 나라가 온통 부패한 관리로 가득하군.”테러사건을 계기로 하노이 정권은 대대적인 사정업무를 시작했다. 때로는 정치적으로 반대파인 정적 제거에 이용하며 사정의 칼을 휘두르자 베트남은 심한 폭풍이 불고 있었다. 개혁개방을 반대하던 극좌에 속하던 정치세력들이 모조리 제거되고 있었다.  북한 대사의 경우 최태욱이 거주하는 소재를 정확히 파악해 주는 대신 북한산 마약 거래를 약속 받았다. 그로 인해 베트남 정부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대사를 검거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북한과 단교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없소. 그동안 많은 불법 무기를 마약 조직에게 제공한 혐의도 있으니 조용히 철수하시오.”“증거도 없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당신이나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각종 범죄에 연루된 증거를 꼭 보고 싶다면 당신들이 지닌 면책특권을 포기해야 할 거요. 그래도 좋다면 얼마든지 보여주죠. 증인이나 증거도 있고 마약이나 위조지폐를 거래할 때 같이 있던 목격자도 있으니까요.”“우리는 당신들과 오랜 맹방이 아니요?”회7/13 쪽

“그런 신뢰를 저버린 것은 당신들이요. 그동안 사이좋게 지냈던 과거를 생각해서 조용히 처리하려는 거요. 그러니 소란피우지 말고 철수하시오.”북한과 접속하던 조직원이나 고위 관료들이 검거되고 있으니 억지로 버텨야 소용이 없었다. 그로 인해 북한 대사관은 소리도 없이 철수하고 말았다. 언론에 발표하지 않고 폐쇄를 선언하거나 어떤 정치적인 반발도 없이 조용히 떠나버린 것이다. 단교 조치라는 발표까지는 않고 모든 거래나 교류는 중단해 버린 것이다.이렇게 되자 북한으로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그나마 무기와 마약을 보내고 벌어들이던 자금줄이 사라졌다. 베트남과 무역 거래를 못하게 됐으니 이제 식량을 사갈 곳이 사라진 것이다. 북한은 더욱 식량사정이 악화되고 있었다.북한을 다녀온 유럽의 기자가 호치민 시의 노상 카페에서 동료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북한을 다녀온 유럽의 기자가 호치민 시의 노상 카페에서 동료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북한은 또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하더군.”“정말이야?”“정말인지야 내가 직접 북한을 다니며 목격하지는 못했지. 하지만 북한 전역에서 그런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어. 군인들이 민간인들을 습격하는 일이야 다반사로 일어 회8/13 쪽

나고.”  “애들이 고생하겠군.”“가보면 진짜 처참하다고.”이런 대화를 나누며 기자들은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그런 것을 알 것인데. 태공이 너무 한다고 생각이 들더라고.”“그게 왜 태공 탓인가? 국민들을 굶겨 죽이는 정권 잡은 놈들의 잘못이지. 자신이야 잘 처먹어서 디룩 디룩 살이 올라 있으니 국민들이야 굶어 죽어도 상관없다고 하는 놈들이 잘못이지.”놈들이 잘못이지.”“그야 그렇지만 태공이라면 조금 도와 줄 수도 있지 않나?”“다 이유가 있으니 그렇지. 소문에 이번 테러 사건에 북한 대사가 연루되었다는 소리도 있다고.”“그렇다면 나도 도와줄 마음이 사라지겠군.”회9/13 쪽

최태욱은 자신의 암살 시도에 북한 대사가 연루되자 분노했다. 그리고 그의 분노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에게 파급되고 있었다.    몽골이나 또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슬며시 북한 지역으로 보내던 식량도 중단되었다. 그러자 북한은 전과는 상상하기 어려운 처참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중국에서 거대한 태풍과 더불어 대규모 홍수가 일어났다. 강남지역의 곡창지대에서 흉년이 연이어 3년간 지속되자 북한으로 조금 보내주던 식량도 중단했다. 너무 참혹한 삶이라고 해서 국제 적십자사에서 조금 식량을 보내 주기는 한다. 하지만 베네룩스 왕국이 쏙 빠진 구호식량 지원은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드넓은 평야에는 많은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커다란 슈퍼옥수수가 자라고 있었다. 새로 경지 정리한 논에서는 대형 트랙터가 수확하고 있었다.드르르륵. 드르륵.미국의 넓은 평야지대를 돌아다니던 건물과 같은 크기인 초대형 트랙터들이 빠르게 수확하고 있었다. 수확한 논은 이내 파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직영 농장의 경우 대형 기계화 영농이라 수확과 동시에 파종하니 3모작은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모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자란 튼튼한 모를 자동으로 심는 모습에 직영농장 주변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베트남인들은 때로는 허망했다.회10/13 쪽

“남들은 저렇게 농사를 지어서 사는데. 우린 아직도 손으로 모내기를 하고 있으니 경쟁이 될 수가 없어.”“너무 그동안 헛살았다는 생각이 드는군.”     재력의 차이가 정말 실감나고 있었다. 그러나 베트남 농민들은 전에 비해 희망이 생기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일반 농가에도 농기계를 싸게 살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라이따이한 시 외곽의 초옥으로 베네룩스에서 지내던 에이트가 찾아왔다. 트럭에 뭔가 싣고 오자 최태욱이 에이트의 인사를 받으며 궁금해서 물었다.“에이트, 무슨 짐이 그렇게 많아?”“별것 아닙니다. 한국에서 개발한 신형 방탄복과 무기 그리고 애완동물들입니다.”“뭐? 여기로 왜 애완동물을 데리고 와?”“다 쓸모가 있으니까 그렇죠.”회11/13 쪽

에이트는 많은 군견이자 탐색견 12마리 그리고 앵무새와 고양이를 가지고 왔다. 또한 잘 훈련된 세이커 매도 4마리를 가져왔다. 최고로 우수한 진돗개 2마리는 항상 최태욱의 주변에서 지내도록 조치했다. 군견이자 탐색견 10마리는 외곽지역을 돌며 순찰하게 조치했다.“에이트, 앵무새는 뭐냐?”“앵무새는 가스 누출이나 기타 보초 역할을 합니다. 사람이 나타나면 말을 하게 됩니다.”“아, 문지기 역할을 하는군. 고양이는?”“고양이는 탐색견이나 진돗개가 다니지 못하는 지붕이나 나무 또는 좁은 곳을 돌아다니며 화약들을 찾을 것이고요.”다니며 화약들을 찾을 것이고요.”“고양이도 그런 능력이 있나?”“예, 그러니 특별한 능력을 지닌 고양이를 훈련한 것이죠. 태공께서도 이미 아시지만 세이커 매는 하늘에서 돌아다닐 것이고요. 경호원들은 특별한 방탄복을 입어 상관없고 다른 사람이 접근하면 저에게 알리게 됩니다.”회12/13 쪽

근접 경호원이 10명이고 외곽 경호원이 20명으로 조직이 짜져 있었다. 외곽 경호원들이 탐색견 10마리와 같이 다니니 사실 경호대의 위력은 전과는 비할 수 없이 높아졌다.경호조직을 모두 에이트에게 인계한 트레블은 이제 비서실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태공, 트라이앵글 지역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죠? 마약조직들이 사주해 벌인 사건은 확실합니다.”“그야 그렇지만 그 지역을 어찌 처리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베트남 정부에서 어찌 나올지도 모르고요. 그런 군사적인 문제는 슈이렌서 안보보좌관이 오면 상의하는 것이 좋죠.”최태욱은 화가 난다고 해서 전처럼 자신이 직접 보복할 수는 없었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 손을 빌어 보복할 생각으로 이렇게 답하고 있었다.사람 손을 빌어 보복할 생각으로 이렇게 답하고 있었다.회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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