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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511화 (511/657)

< --  [해상왕국 백제의 담로]  -- >아직 밖이 어두운 새벽에 일찍 일어난 최태욱이 갑판 위로 올라오자 트레블은 인사를 했다.“태공, 나오셨군요.”“새해를 항상 스텐 성에서 맞이하려고 했는데 타국에서 해맞이를 하게 되는 군요.”“다들 이해하겠죠.”“올해는 가족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군요.”간단하지만 많은 의미가 담긴 짧은 대화다. 이제 슬하에 자식이 둘이나 있으니 누가 뭐라고 해도 최태욱의 집은 안트베르펜의 스텐 성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태욱은 여전히 떠돌이 생활이 익숙하고 뭔가를 찾아 끝없이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장기보 선장이 다가와 조용히 보고했다.“태공, 좋은 성과가 있었습니다.”회1/13 쪽등록일 : 13.02.28 00:01조회 : 2423/2434추천 : 85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그래요? 침몰한 상선의 선체를 발견했나요?”“그건 아닙니다. 왕실 기록에 남아 있던 침몰한 해적선 잔해를 발견했습니다. 서로 대포를 쏘다가 침몰했다니 해적선의 잔해를 발견한 주변에서 침몰했을 것이니 상선도 근처에서 발견하게 될 겁니다.”“다행이군요. 먼저 침몰당한 해적선 잔해를 발견했다니.”“아마 상선의 잔해도 쉽게 찾게 될 겁니다.”“그렇게 되어야 되죠.”새해가 되고 있으니 덕담 삼아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최태욱이 찾고 있는 침몰한 네덜란드의 상선은 인도네시아에 있었던 동인도회사 소속이었다. 한반도에서 1593년에 일어나 1598년으로 끝난 임진왜란과도 관계가 있었다.임진왜란 이후에 일본은 조선에서 많은 문화재를 약탈해 갔다. 그런 조선의 문화재를 동인도 회사소속인 상선이 구입해 나가사키를 출발해 귀국하다가 근처에서 활동 중이던 영국 출신 해적과 교전을 벌였다. 그리고 영국의 해적선이 먼저 침몰되고 네덜란드 상선도 나중에 근처 해역에서 침몰했다.2/13 쪽

“아주 중요한 문화재가 발견될 수 있습니다.”“그렇겠죠. 그 당시 일본이 가져간 문화재가 엄청납니다.”해적과 교전 후에 암초에 걸려 침몰했으나 살아남아 육지로 상륙한 네덜란드 선원들은 원주민들에게 모조리 죽었다. 포로로 잡혀 있다가 탈출한 한 명만 동인도 회사가 있는 자카르타로 돌아왔다. 그가 상선의 침몰 사실을 기록으로 정확하게 남기게 되어 그동안 왕실 문서보관소에서 보관 중이었다.네덜란드는 바다를 통해 일찍 동양으로 진출해 일본과 교역하게 되자 1602년에 동인도회사를 세웠다. 네덜란드 정부는 원주민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주어 요새를 짓고 군대를 지닐 수 있었다. 네덜란드 정부에게 충성을 맹세한 관리들이 행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 등이 그것이다. 1619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자카르타를 거점으로 자바와 그 주변 섬들을 정복하고, 특산품을 직접 재배하거나 현지인으로부터 강제 매입하여 무역을 독점했었다.최태욱은 동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선장님, 침몰한 상선은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선박이니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3/13 쪽

“잘 알고 있습니다. 꼭 찾도록 하겠습니다.”최태욱이 오래 전에 침몰한 네덜란드 상선을 주목하는 이유는 상선에는 한국의 조선중기 이전에 존재한 문화재가 가득 실려 있다는 기록 때문이다. 상선의 침몰 기록이 담긴 문서는 그동안 소홀하게 생각하다가 최태욱이 피닉스 여왕과 결혼하게 되자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 오래된 문서 기록들을 정리하다 발견했다.“기록에 의하면 해적선을 침몰시키고 서쪽으로 급하게 이동하다가 암초에 걸려 침몰했다니 그쪽을 계속 찾아보면 되겠네요.”“태공, 오늘부터 서쪽을 중점적으로 찾아볼 생각입니다. 아마 조금은 깊은 바다라고 생각됩니다. 해안으로 수영을 오래해서 당도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틀림없이 해안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을 겁니다.”“그렇군요.”이런 대화를 나누던 중에 동쪽에서 서서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넓은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던 선장이나 선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었다.일부 선원들은 베네룩스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한국 국적을 지닌 선원들이 많았다.4/13 쪽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애국가를 부르는 선원들의 모습은 매우 진지해 보였다. 이들은 최태욱이 쌍동선인 애틀랜타 호를 왜 건조해서 해전유물 탐사에 나선 것인지 이미 다들 알고 있었다. 비록 몸은 이미 다른 나라의 여왕에 남편인 태공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조국에 대한 애착심 강해 선조들의 유물을 찾으려는 애국심의 발로로 시작된 것을 잘 알고 있었다.‘반드시 찾아야 해.’다른 곳에서의 침몰한 선박들의 인양하던 작업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작업을 하게 되니 다들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었다.    드디어 1996년 1월 1일인 새해가 밝아왔다. 최태욱은 병자년을 맞이하자 한해를 나름대로 예상하고 있었다.“올해는 쥐의 해니 지혜로운 사람이 태어나게 생겼군. 세상은 너무 혼란하며 어지러워 병든 곳이 많아지겠어. 그러니 항상 몸조심하며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최선이야.”최태욱의 말에 장기보 선장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5/13 쪽

“공주님들께서 혹시 좋은 소식이 있을지 모르겠군요.”“그런가요?”흔히 쥐띠는 양기가 많아 부지런하고 예감이 날카로우며 재치가 있고 민첩하고 한다. 성질이 한번 폭발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으므로 쥐띠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자제력과 수양이다. 사실 최태욱이 토해내는 이런 말들이야 그저 해보는 소리다. 어찌 생각하면 한해를 맞이하며 어떤 각오로 보낼 것인지 다짐하는 말에 불과했다.태세란 본시 음력을 기준 한다. 하지만 양력으로 계산된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며 최태욱은 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의식과 같이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최태욱은 선원들에게 덕담을 했다.“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니 열심히 작업에 임해 주기 바랍니다.”“넷!”6/13 쪽

최태욱은 갑판을 떠나 집무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브루나이 국왕과 협의한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계획서를 살피고 있었다.계획서에는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같이 있는 산호섬 주변에 인공어초를 대규모로 설치하기로 되어 있었다.“어디서 인공어초를 만들어 나르지?”제일 가까운 곳은 필리핀의 팔라완 섬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시멘트공장도 없고 제철소도 없으니 자기가 생각하는 슬래그를 이용한 어초를 만들 수 없었다. 철골시멘트 구조물로 인공어초를 만들기보다 어초설치 효과가 좋은 슬래그로 제작하길 원하고 있었다.“말레이시아나 베트남에서 제작해 나르는 수밖에 없겠어.”두 나라 모두 철광석 생산량이 많아 작은 제철소를 가동하고 있었다. 크지는 않지만 인공어초를 생산할 슬래그가 나오고 있으니 두 나라에서 구입하기로 했다.“인건비도 싸니 아무래도 베트남이 더 좋겠군.”현지로 가서 슬래그가 생산되는 수량을 확인해야 한다. 일단 베트남을 최우선으로 인공어초 생산 및 수입 대상국으로 결정하고 있었다.  7/13 쪽

이런 생각을 하며 계획서를 검토하던 최태욱은 식사시간이 되자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최태욱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선원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들던 최태욱이 약간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웬 돼지고기죠?”“호랑이 사냥을 떠난 경호원들이 보낸 멧돼지 고기입니다.”“오라, 멧돼지를 잡아먹은 호랑이를 추적하다 보니 덤으로 잡은 모양이군요.”“그렇습니다. 떼 지어 살던 멧돼지를 20마리나 잡았다고 해서 수송헬기로 가져왔습니다. 보급품도 전달해 주기 위해 가는 길에요.”“호랑이는 잡았고요?”“넷! 백색 호랑이는 두 마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모두 지시하신 그대로 브루나이 왕궁으로 보냈고요. 달아난 나머지 4마리는 아직 추적 중이고요. 짐작하신 그대로 누군가 고의적으로 백색 호랑이를 보르네오 섬으로 보낸 것 같습니다. 일반 벵골 호랑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8/13 쪽

“그렇군요. 그럼 백색 벵골 호랑이를 판매한 상인들의 뒤를 조사해보면 누가 이런 짓을 사주한 것인지 정확하게 알겠군요.”이런 대화를 나누며 배식을 받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항상 생선 통조림이나 쇠고기 통조림을 먹다가 멧돼지 고기를 먹게 되자 별미라고 느껴지고 있었다. 최태욱은 문뜩 유럽에서 멧돼지 고기나 멧돼지교잡종을 이용한 외식산업에 대해 궁금했다.“에이트가 유럽에서 잘 하고 있나 모르겠군요.”“태공, 너무 잘 운영된다고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러니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작년 가을의 연어 축제 때에는 멧돼지 고기를 급하게 수입해서 팔게 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답니다.”“그렇군요. 연어 축제에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왔던 모양이군요.”이슬람을 믿는 왕국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기 때문에 브루나이에는 돼지고기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 아쉬워하던 판에 경호원들이 그것을 알고 멧돼지를 사냥9/13 쪽

해 수송헬기로 보낸 것이다.애틀랜타 호에는 이슬람 종교를 믿는 선원이 없으니 비밀이야 지켜질 것이고 설사 들통이 나더라도 크게 나무랄 만한 사람이야 없었다.그러나 이슬람 종교를 믿은 브루나이 사람들이 애틀랜타 호로 방문해 보게 되면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당부했다.“빨리 먹고 모두 깔끔하게 치워 버려요.”“넷!”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최태욱은 수송헬기를 타고 애틀랜타 호를 떠나고 있었다. 남사군도에는 이미 브루나이 왕국의 해군 함정이 가있기 때문에 그 곳을 직접 방문해볼 생각이다.두두두두.수송헬기에 올라 북동쪽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가는 도중에 한국에서 파병되어 이곳에서 초계활동을 하고 있는 이지스 구축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최태욱이 이지스 함을 자세하게 내려다보자 트레블이 설명했다.“태공, 저기까지가 브루나이 왕국의 영해로 확정된 곳입니다. 구축함이 계속해서 동10/13 쪽

진하는 것으로 보아 한국해군은 아마 당분간 남사군도 근처의 공해로 이동해 조계활동을 시작할 모양입니다.”“한국 해군에도 작전 명령이 하달된 모양이군요.”최태욱은 남사군도 지역을 헬기로 상공에서 돌아보고 나서 돌아가게 되었다. 해수면에서 별로 높지 않은 산호초 섬들이라 대풍 피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 건축해야 되는 지형이었다.“철골시멘트로 빠르게 지어야 되겠군요.”“저도 그렇게 판단됩니다.”최태욱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을 건설회사에게 지시해 상륙함에 철골 구조물을 한국에서 제작해 보내기로 했다. 현지에서 용접하거나 제작하기 보다는 조립식으로 만들어 설치하기로 했다.뭔가 구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최태욱은 산호섬에 건설하는 기지를 선박들의 대피소와 더불어 급유를 해주는 해상기지로 발표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군사적인 시설이라고 하면 중국이 제일 먼저 달려들거니 아무래도 민간 시설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군요.”11/13 쪽

최태욱의 이런 결정에 트레블은 고개를 저으며 반대했다.“태공, 남사군도 문제는 너무 중국을 의식해 온건한 방법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제 생각에는 그런 온건한 방법보다는 아예 섬의 이름도 모두 브루나이 국왕의 이름을 따서 지어버리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일본의 대마도와 같이 강하게 밀어 붙이지 않으면 차지하기 곤란합니다.”“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요? 내 나라 영토가 되는 것도 아닌데요.”최태욱이 남사군도에 대해 강하게 밀어 붙이는 전략이 아닌 온건한 방법을 사용하려는 이유는 자신이 차지하거나 한국이나 베네룩스가 차지할 영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개발해서 이득만 챙기면 되는 남의 나라 영토라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다.하긴 온건한 방법으로 순순하게 진행될 수 없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한 곳이다. 이곳을 브루나이 왕국 영토로 확정되면 주변의 해역 모두가 브루나이 영해로 포함되어 조업권이나 대륙붕 개발들을 모두 할 수 있으니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었다.최태욱은 브루나이 국왕의 의지가 어떤지 확실하게 알고 대처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만약 이곳이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형태의 담로 건설에 적합한 토지라면 전혀 다르12/13 쪽

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득을 보자고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나야 아직도 미래의 지식으로 돈 벌 구멍은 아직도 많아.’물론 개인적인 치부를 생각한다면 이런 사업을 벌이지 않아도 충분했다. 하지만 베네룩스나 한국을 생각하면 돈이야 계속해서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이곳저곳에 꼭 필요한 거점을 미리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새해 첫날 최태욱은 수송헬기를 타고 남사군도를 돌아보고 애틀랜타 호로 돌아오게 되었다. 일이 공교롭게 되느라 이런 행보는 미국 언론사에서 제일 먼저 알게 되었다. 애틀랜타 호에서 하고 있는 해저유물 탐사작업을 취재하러 왔다가 그가 남사군도를 다녀온 것을 알았던 것이다.그의 이런 행보는 언론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로 널리 퍼져나가고 말았다. 그러자 남사군도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조용히 행동하던 미국 백악관에서 급하게 필리핀의 마닐라로 특사를 보내고 있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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