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494화 (494/657)

< --  [아프리카의 뿔]  -- >지부티에는 프랑스 군대도 오래 전부터 주둔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트레블에게 그에 대해 물었다.“실장, 프랑스 군대는 해군은 없나요?”“예, 전에는 있었으나 한국과 베네룩스에서 파병하자 철군했습니다. 함정을 운용하려면 국방비가 상당히 소요되니 철군한 것 같습니다.”“다들 틈만 보이면 철군하는군요.”“그렇습니다.”프랑스 해군의 철군은 트레블의 판단과 같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베네룩스 왕국의 발전은 주변국인 프랑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자본주의에서 부의 집중은 마치 블랙홀과 같은 효력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래서 베네룩스와 인접한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인접한 국가라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두 나라는 물론 유럽 국가 전체는 베네룩스 왕국으로 많은 재화가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회1/13 쪽등록일 : 13.02.19 16:25조회 : 2722/2734추천 : 106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트레블이 프랑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추가로 설명했다.“태공, 프랑스나 독일은 우리 왕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적자를 계속 보고 있습니다. 연간 50억불까지 적자가 나고 있습니다.”“그래요. 나는 그런 점은 미처 몰랐군요.”“더구나 국경선이 허술해 밀수와 비슷한 형태인 개인들이 승용차를 이용해 물건을 사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보따리 무역까지 합치면 그 폭은 100억불에 이른다고 할 정도입니다.”무역 적자폭이 그런 정도면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독일과 프랑스 정부에서 불만들이 많겠군요.”“그거야 밖으로 표시를 내지는 못하죠. 우리나라가 의도적으로 두 나라의 물건을 사지 않아서 생기는 무역 적자는 아니니까요.” “그래도 불만은 많을 겁니다. 앞으로 그런 적자 폭을 줄이는데 힘을 써야 된다고 봅니다.”2/13 쪽

이런 무역 격차는 나중에 큰 불만으로 이어져 결국 전쟁 상황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니 그런 불균형을 어느 정도는 해소시켜야 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이제 주변국도 살펴야 되겠어.’ 베네룩스왕국이 주변국에 비해 생필품 가격이 약간 싸다가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더구나 교육시설이나 의료기관, 금융기관들이 발전하다 보니 주변 국가에 영향을 주었다.유럽의 부유층들이 살기가 좋은 베네룩스로 완전히 이주하거나 또는 별장을 지어놓고 베네룩스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에 더해 법인세가 다소 낮게 책정된 영향도 매우 컸다. 특히 유럽의 유수한 대기업들이 본사를 베네룩스로 이전해 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베네룩스 주변국은 크게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재력이 베네룩스 왕국으로 소리 소문도 없이 슬그머니 흡수되어 버리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베네룩스의 피닉 화는 이제 유럽에서는 공용되는 화폐이자 세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외환으로 변했다. 그 대신 일본의 엔화가 퇴조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베네룩스의 이런 독주로 인해 원 역사에 있는 유럽공동 화폐인 유로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3/13 쪽

지부티는 외국군의 주둔비나 또는 그들이 사용하는 재원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외국군의 주둔지 주변에는 어디고 마찬가지지만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었다.낮은 추녀인 벽돌집으로 이어지는 홍등가는 한국의 판자촌과 비슷했다. ‘집의 모양만 조금 다르지 사람 사는 모습의 거의 비슷하군.’최태욱은 경호원들과 같이 유흥업소와 같이 있는 홍등가를 거닐고 있었다. 거리에는 검은 피부의 여자들이 껌을 씹으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검은 피부에 빨간 옷차림이 유별나 보이고 빨간 립스틱은 아주 이질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최태욱이 그런 여자들을 살피며 다니자 당황한 트레블이 급하게 물었다. “태공, 하필이면 왜 이런 곳을?”“그저 사는 모습이 어떤 가 살펴보기 위해서죠. 우리나라 병사들도 이곳에 주둔하니 최소한 병사들이 자주 찾기 쉬운 곳을 봐두는 것이 좋죠.”“우리 병사들은 이런 곳에 절대로 드나들지 않을 겁니다.”“그래요? 그게 어디 통제한다고 그대로 된답니까? 육욕이란 본시 본능으로 생기는 현상인데요.”4/13 쪽

최태욱은 이렇게 말은 하지만 사실은 과거 한국이 한국전쟁이후에 처했던 처참했던 상황이 떠올라 홍등가를 살펴보는 것이다.‘하나도 틀리지 않은 닮은꼴이야.’ 어찌 보면 한국도 이런 나라와 하등에 다를 바가 없었다. 이렇게 처참했던 나라가 오늘 날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될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은 기적일 수밖에 없었다.원역사로 판단해도 그렇고 현재 나타나는 경제 발전을 봐도 모두 그렇다. 혹자는 운이 좋다거나 또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체제 우월성을 내세우기 위해 발전시켜줬다고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이야 호사가들이나 학자들이 해보는 연구에 불과했다. 어찌 되었건 한국은 북한과 대치해 살아남기 위해 전 국민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일벌레처럼 일만 죽어라 해서 거둔 결실이야.’비굴하고 추한 역사도 역사고 조상님들의 삶에 대한 생생한 발자취다. 그러니 최태욱은 과거에 어려운 시절 내 누이들이 몸을 팔아 학비를 조달하고 음식을 먹고 성장했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었다. 5/13 쪽

물론 다소 과하게 생각하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어쩌면 너무 큰 부를 이루고 보니 자꾸 흐트러지려는 정신을 바르게 하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우린 그렇게 힘들게 해서 세계를 향해 우뚝 일어났어. 언젠가는 잘살 날이 있다는 희망으로 모진 세월을 견딘 거야.’이런 처참한 생각을 한다고 어떤 사람들은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태욱은 두 번의 인생을 살면서 한국의 발전을 다른 사람과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지부티의 홍등가를 천천히 돌아보던 최태욱은 이제 살기가 힘든 남의 나라를 도와야하는 위치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었다.‘그래, 어떤 국익에 의해서가 아니고 그냥 측은지심으로 도와야 하는 진짜 불쌍한 사람들도 너무 많아.’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홍등가를 천천히 거닐며 살폈다. 마른 체구인 흑인여자가 혹시 잠자리를 하려고 지나가는 낮 손님인가 하고 흐릿하고 몽롱한 시선으로 최태욱이나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걸어가던 최태욱은 그 자리에 서서 흑인 여자들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6/13 쪽

홍등가 주변을 살피던 최태욱은 젊고 곱상하게 생긴 혼혈로 보이는 흑인 여자가 동생으로 보이는 꼬마에게 돈을 주는 것을 목격했다.다다다다.돈을 받은 꼬마가 급하게 어디론가 달려가자 최태욱은 지시했다.“실장, 꼬마를 따라가서 돈으로 뭐하는지 살펴봐요!”“넷!”트레블은 홍등가 옆에 있는 시장으로 달려가는 꼬마를 급하게 따라 가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 돌아온 트레블이 눈이 벌게져서 보고했다.“태공, 꼬마는 받은 돈으로 공책을 한 권 사고 빵을 사더니 소화제인지 뭔지 모르는 싸구려 약을 사서 집으로 가더군요. 집에는 병든 어미가 있고요.”“그래서 울었어요?”“예, 꼬마와 어미가 서로 빵을 더 먹으라고 권하는 것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저7/13 쪽

절로 나더군요.”“꼬마가 분명이 공책부터 먼저 샀단 말이죠?”“예. 꼬마가 공부를 무척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더군요.”“알았어요. 그거면 충분해요.”최태욱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처참한 환경에서도 배우고 싶어 하는 꼬마의 행동이 무척 마음에 든 것이다.‘잘하면 지부티도 지금보다는 잘 살 수 있어.’어디고 바른 정신을 가지고 살 의지를 가진 사람은 존재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그런 품성을 지닌 애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물론 교육을 통해 그런 품성을 육성하기도 한다. 아무튼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려는 사람들은 있었다.그러나 설사 그렇더라도 나라의 지도자가 올바르게 행동해야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다.8/13 쪽

‘그런 꼬마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를 해야 되는데 그것이 걱정이군.’최태욱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지도자란 반드시 남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가난한 나라의 경우 더욱 그렇다. 남다른 시각을 가진 지도자는 때로 스스로의 운명을 거스르거나 비틀어 버리는 과감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다른 미래를 바라본 사람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야.’자신도 어쩌면 평범할 수 없는 인생을 살도록 운명이 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꼬마의 행동으로 인해 지부티에 대한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한 최태욱은 트레블에게 지시했다.“실장, 피닉스 복지 재단으로 연락해서 지부티에 기술학교를 운영할 자금을 보내라고 해요.”“알겠습니다.”“그리고 식량 지원도 별도로 구상해 놓으라고 하고요.”“잘 알겠습니다. 입고 있는 옷들도 문제가 많으니 헌옷들도 모아보도록 연락해보겠9/13 쪽

습니다.”다른 교육도 좋지만 우선은 취업이 제일 쉬운 기술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최태욱은 지부티 시 외곽에 있는 학교를 기술학교로 변경시켜 육성시킬 구상을 하고 있었다.“우선 제일 흔한 자동차 정비와 용접기술 그리고 건축의 기능사나 중장비 기술자 위주로 양성하도록 계획을 수립해 봐요.”“알겠습니다.”그런 거야 컴퓨터에 저장된 기본적인 자료만 추려서 정리해도 되고 문제는 자금이다. 최태욱은 자금을 내놓을 능력이 있으니 쉽게 이런 결정을 하고 있었다.“졸업 후 취업하는 문제는 SG 그룹에서 책임지는 형태로 계획하면 됩니다.”“알겠습니다.”애틀랜타 호로 돌아오며 최태욱은 계속해서 기술학교 운영 방식에 대해 트레블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국으로 보내 취업을 시키려면 한국어도 익혀야 한다. 교과목도 정해야 되니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10/13 쪽

“배가 고픈 나라니 학교에서 하루에 한 끼 식사는 책임지도록 해보죠.”“그게 좋겠네요.” 애틀랜타 호로 돌아오자 사우디 왕자가 여러 명의 미녀들과 같이 호화요트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최태욱이 한숨을 내쉬었다.“겨우 한다는 짓이 저런 짓이나 하는 놈들을 내가 돕고 있었다니 한심하군요.”“그래도 왕자들이 있으니 기부금도 잘 들어오고 그러죠.”“하긴. 내 요트도 빌려 타고 갔으니 이따 돌아오면 돈 좀 우려내야겠어요.”최태욱은 애틀랜터 호로 돌아와 지부티 대통령에게 전화를 넣고 기술학교 육성을 위한 지원에 대해 말했다. 나라를 통치하는 꼬라지가 돈으로 넘겨주거나 혹은 운영권을 넘겨도 잘 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자신이 기술학교를 직영하는 조건으로 육성책을 전달했다.‘공짜라니 환장하고 받아들이기는 하는군.’11/13 쪽

이런 결정을 하는 동안 어느새 공연시간이 다가와 최태욱은 집무실에서 나와 갑판에서 공연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삐리리릭! 삐리릭!다소 열정적이지만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묘한 음악소리와 함께 미녀들이 엉덩이를 비트는 아랍전통춤을 추거나 또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미녀들이 단체로 나와 춤을 추자 병사들이 환호하고 있었다.“획! 휙! 브라보!”공연 중간 중간에 프랑스와 미군들은 괴성을 지르며 너무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한국과 베네룩스 군인들은 그저 묵묵히 공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외국군에 비해 조금은 다르지만 너무 무감각한 표정들이라 이상했다.최태욱은 너무 이상해서 두 함장을 보며 슬며시 물었다.“함장, 왜 우리 병사들은 얼굴표정이 다들 경직되었죠?”“아, 그건 태공께서 홍등가를 너무 자세하게 돌아보는 바람에 그런 소식을 듣고 병사들이 다들 얼어서 그렇습니다. 아마 그런 곳에 가면 중죄로 다스린다는 것으로 알려진 모양입니다.”12/13 쪽

“그래요? 하긴 그런 병사가 없는 것이 좋지요. 아프리카는 특히 에이즈도 많은 곳이니 홍등가 출입이야 말려야 되지요. 그렇다고 저렇게 경직되어 있다니 너무 이상하군요.”“정훈 장교가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고 정신교육을 시켜서 그렇죠.”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함장은 최태욱에게 이렇게 답변하고 있었다. 조금은 타당성이 있는 설명이지만 분명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이상하군.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해군들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어떤 중대한 사건이 터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렇게 생각하자 최태욱은 아무래도 자신이 주선한 공연을 깨기 싫어서 보고를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나에게 이런 식으로 아부하거나 눈치를 보나?’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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