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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88화 (488/657)
  • < --  [종말론의 망령들]  -- >[종말론의 망령들]세상을 살다보면 아무리 선의로 시작한 일도 나중에는 이상하게 나쁜 쪽으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최태욱은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타국의 일에는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있었다.‘공연히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에 간섭하다가 보면 미국 정부처럼 요상하게 변한다고.’돈이라 벌기도 어렵지만 쓰는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도와줘서 나중에 좋은 쪽으로 결과를 거두는 사업에만 투자를 하기에도 버겁다. 최태욱은 귀족들을 만나 이런 지침을 내리고 스텐 성으로 향하게 되었다.스텐 성은 이제 주변을 정비해 대형 공원이 들어서 있었다. 처음에는 타이거 태공이 여왕과 별도로 지내는 생활공간으로 확정된 장소였다. 이제 해안을 매립해 부지도 넓히고 왕실 전용부두도 만들었다. 피닉스 여왕이 항상 기거하는 궁으로 변했다.도시의 중심에 있는 대궁전은 피닉스 여왕이 출퇴근하며 공무를 수행하는 근무지로 변했다. 여왕의 임신 사실이 알려져서 그런지 축하하거나 건강하길 바라는 화분들이 회1/13 쪽등록일 : 13.02.17 19:38조회 : 2928/2941추천 : 96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작은 쪽지와 함께 스텐 성으로 가는 길목에 많이 보이고 있었다.그런 모습을 보던 최태욱이 트레블에게 물었다.“여왕이 태몽으로 꽃밭을 꿈꾸었다고 발표해서 저러나?”“그렇습니다. 폐하께서 대학으로 가서 그런 말을 하셔서 이번에는 공주님 같다며 꽃처럼 예쁜 공주님 탄생을 기원해 화분들을 보내는 겁니다.”최태욱이 스텐 성으로 오자 입구에서 병정 차림인 다비흐 왕자와 풍덩한 임신복을 입은 피닉스 여왕이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임신한 사실을 알리는 통화를 할 때는 귀국한다는 이야기가 없었다. 갑자기 귀국하자 약간 놀라면서도 기뻤다.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피닉스 여왕에게 최태욱은 염려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몸은 어떻소?”“점점 몸이 무거워져 조금 힘들지만 공무를 대부분 대공주가 수행해 주고 있어 별로 어렵지는 않아요.”“다행이군요. 대공주는 대궁전에서 지내는 거요?”2/13 쪽

    “예, 그게 편하다고 해서 대공주는 대궁전에서 지내고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여기로 와서 다비흐와 놀아주며 같이 지내요.”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니 천만다행이다. 두 여자가 다투게 되면 사실 누구 편을 들기가 곤란한 처지라 항상 그런 문제에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최태욱은 여왕의 배가 약간 불러온 상태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염려했다.“앞으로 더 힘들어 질것이니 특히 조심하시오.”“알았어요.”아내와 가볍게 대화를 나눈 최태욱은 아들에게도 물었다.“다비흐, 축구는 잘 배우고 있냐?”“예, 작은 할아버지가 많이 알려 줬어요.”일단 가족을 만나고 나자 최태욱은 즉시 자신이 왕국으로 돌아와 시도하려고 구상했던 사업부터 챙기고 있었다. 그가 처음 돼지해라며 하려던 사업은 멧돼지 교잡종을 키워 특별한 고기를 생산하려는 것이다.그래서 그런 사업을 지시하기 위해 에이트를 집무실인 서재로 불렀다.3/13 쪽

    집무실에는 멧돼지 사육이나 교잡종 생산을 위한 서적들을 챙겨 놓았다. 그 외에 한국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각종 요리책도 있었다. 최태욱은 그런 책들을 보며 에이트와 소파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에이트, 멧돼지를 사육할 사람은 구했냐?”“넷! 한국에서 이미 그런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청년으로 구했습니다. 양돈 사업장도 구해 놓았습니다.”“유럽인들은 대부분 부드러운 고기를 좋아하는데 약간 질긴 멧돼지 고기에 대한 반응은 어떻고?”“유럽인들도 식성이 달라 멧돼지 고기가 다소 질기지만 독특한 맛이라고 멧돼지 고기를 좋아하는 미식가들도 많더군요. 대중성이야 조금 떨어지지만 고급 식당을 같이 운영하면 잘 될 것 같습니다. 시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됩니다.”“그래? 네가 조사해 보니 그렇단 말이지.”“예. 멧돼지 고기 요리로 시식 행사를 열고 시민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해서 알아냈4/13 쪽

    습니다.”“그렇다면 정확한 조사군.”“그렇습니다.”결국 그런 특별한 외식사업은 도심보다는 교외에서 식당을 운영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최태욱은 일단 왕실에서 소유한 농장 주변에 식당을 차리기로 하고 멧돼지 사육 농장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태공, 그러면 자금을 빌려줘서 이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게 할 생각이군요.”“그렇지. 몽골이나 한국에서 이주한 사람들 중에 살림의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모집해 봐.”“알겠습니다.”“무리하게 대상자를 모으지 않아도 되니 성공 가능이 높은 왕실 농장 근처에서 식장을 차리도록 준비해. 개업 자금은 내가 일정한 부분을 빌려주니 크게 염려하지 말고.”5/13 쪽

    “알겠습니다. 성실한 사람으로 잘 선정해 보겠습니다.”최태욱은 왕실 직영 농장에는 모두 연어 치어 방류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해서 설명했다.“올해부터는 연어가 돌아오게 되어 왕실 농장 근처에서는 가을에 연어 축제도 열리게 돼. 그러니 왕실 주변에 연어 요리 전문 식당도 같이 개설을 주선해 봐.”“알겠습니다. 다른 식당은 어떻게 하죠?”“식당도 밀집해야 장사가 되니 주변에 꿩고기나 한국의 오계나 또는 토종닭이나 또는 유황오리나 옻닭 요리도 특이한 음식이니 그런 식당 개설도 같이 구상해보고.”“알겠습니다.”     최태욱은 무작정 외식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다. 베네룩스 왕국이 아주 잘사는 나라지만 이주민들의 생활이 모두 넉넉하지는 않았다. 몽골이나 한국에서 자신을 의지해 이주한 사람들이 정착하도록 뒤에서 도와줄 생각으로 이런 외식 사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자신은 몽골과 한국에서 이주한 주민들 중에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자금만 빌려 줄 생각이다.베네룩스의 대도시 외곽을 중심으로 한국식의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외식 사업을 벌6/13 쪽

    이기로 결정했다. 최태욱은 추가해서 지시했다.“음식 단지에는 작은 숙박업소도 만들고 주유소도 만들어 운영하도록 해.”“알겠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다양한 음식점이 들어서도록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죠.”다음날 최태욱은 스텐 성으로 찾아온 아르페르 총리를 만나고 있었다. 치안에 대한 문제는 총리가 관할하기 때문에 간섭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최태욱은 조용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총리는 며칠 전에 벌어진 이탈리아의 마피아들이 저지른 폭탄테러 사건을 아시죠?”“넷! 이탈리아는 지금 그 때문에 소란스럽습니다.”“내가 보기에 이탈리아는 마피아란 범죄 조직이 너무 뿌리가 깊어 쉽게 소탕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 총리는 그런 범죄단체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한번 뿌리가 깊이 내린 범죄 조직은 나중에는 근절시키기 힘들다고 봅니다.”이렇게 말하고 나서 최태욱은 추가해서 말했다.7/13 쪽

    “범죄 조직이 종교나 또는 정치권과 연결되기가 아주 쉽습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커넥션이 이루어지면 경찰이나 검찰도 그때는 손쓰기 어렵고 사회 전체가 부조리가 만연하는 불안정한 구조로 변한다고 봅니다. 그러니 유흥업소 주변에서 암약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쓰도록 하세요.”“잘 알겠습니다.”두 사람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은 범죄조직 구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현행 형사소송법을 조금 강화하는 식으로 의견을 나누게 되었다. 범죄단체를 결성하면 가중 처벌한다는 새로운 법을 만들기로 했다. 전에도 그런 법이 있기는 했지만 다소 무거운 형량을 주는 식으로 보강하기로 결정되었다.“총기 허가도 사냥용이라고 해서 지금처럼 풀어주면 안되니 보강하고요. 불법 무기는 철저하게 단속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형 사건이 언제라도 터지는 위험은 안고 살게 됩니다.”“알겠습니다. 철저히 단속하도록 하겠습니다.”“신고하면 포상금을 많이 주는 형식으로 하면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대부분 불범 무기를 소지한 사람들이 범죄에 총기를 사용하거나 또는 우발적으로 범8/13 쪽

    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런 범죄를 예방할 필요성이 높았다. 공권력이 강화되면 조금은 시민들의 자유가 통제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문제도 많이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대화는 길어지고 있었다. 개인의 인권 보호야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너무 그것만을 지키려다 보면 의외로 공권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해 선량한 시민이 피해보는 사례가 생기게 된다. 그런 부작용을 막기 위한 필요한 형사 소송법도 논의하게 되었다.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은 좋지 않지만 질서 속에서 자유를 누리도록 적절하게 조정해보세요. 질서만 강조하다보면 자유가 억압되니 그런 점도 잘 참고하고요. 내가 보기에 베네룩스는 너무 자유가 많아 다소 요상한 형태로 변해진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알겠습니다.”최태욱은 신흥 종교 흔히 한국에서는 사이비 종교라고 부르는 종교 단체에 대해 강조했다.“어려운 일이지만 종교의 자유는 보장해 주어야 되니 사회에 피해를 주는 종교 단체는 반드시 근절해야 합니다. 그러니 현행법을 위반하는 종교 단체는 반드시 해체하는 법을 시행해 보세요.”9/13 쪽

    “종교 단체를 해체해요?”“그렇습니다. 이상한 종교 단체도 범죄 조직과 같아서 나중에 뿌리가 깊어지면 나중에는 손을 전혀 쓸 수 없다는 점을 잘 아셔야 합니다.”최태욱의 이런 말에 총리는 뭐라고 답하지 않았다. 그의 생각에는 종교의 자유를 다소라도 억압하는 법을 사용하다보면 주민들의 반발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태욱은 추가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제 21세기도 몇 년 남지 않았으니 종말론을 주장해 혹세무민하는 종교 단체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종교 조직만 조심해 내사하면 반드시 부조리가 나오니 잘 조사해 보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종말론을 주장하는 종교 단체는 이단으로 보고 있습니다.”“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종말론을 주장하는 종교단체는 문제점이 많을 확률이 높다고 보니 잘 조사해 보세요.”10/13 쪽

    “넷!”집단 자살이나 또는 집단적인 테러 행위를 벌이는 종교조직은 대부분 종말론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최태욱은 그에 대해 강조하고 있었다. 아르페르 총리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 최태욱은 스텐 성에서 아들과 같이 지내며 가끔 찾아오는 외부 인사들을 만나고 있었다.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서는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제시한 피해 금액을 놓고 재판을 하고 있었다. 일본의 오사카 대진의 여파로 오사카만 지역의 오염 피해 규모에 대한 재판이다. 수많은 세계 언론사 기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재판은 진행되었다.드디어 여러 번 재판이 진행되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결심 공판을 하게 된 재판장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었다.“피해 규모는 유엔환경계획의 보고서가 정확하다고 봅니다. 오사카만의 해상오염 피해 규모는 미국 달러로 환산한 1조불이 충분하게 넘어 간다고 봅니다. 그래서 일본정부에서는 1000억불의 환경 분담금을 내놓아야 하나 일본 정부에서 고의성이나 혹은 환경피해를 무시해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고 판단됩니다.”이런 판결문을 듣던 일본 대표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죽어나는 판국에 벌과금처럼 또다시 1천억불을 내놓게 생겼으니 기가 막혔다.11/13 쪽

    ‘완전히 죽어버리라고 등을 떠미는군.’우거지상으로 변한 일본 대표들은 바라보던 재판장이 다시 판결문을 이어나가며 읽었다.“전원 합의로 이루어진 최종 결심으로 오사카만 해양오염사건은 자연이 가져오는 지진에 의한 쓰나미로 생긴 불가항력인 해양오염사건임을 감안했습니다. 그래서 50퍼센트를 삭감해 500억불의 환경 분담금을 지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최종판결합니다. 유엔에서는 납부된 500억불의 환경 분담금에서 300억불을 오사카만의 해양생태계 회복을 위해 사용하기 바랍니다.”이렇게 판결을 내리자 일본의 대표들은 그나마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300억불은 오사카 만에서 사용하니 결국 벌과금은 200억불로 끝난 셈이다. 그러나 또다시 500억불을 만들어야 하니 난감했다.재판이 끝나고 나서 일본대표들은 모여서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 돈을 어떤 식으로 마련하죠?”“별수 없이 당초계획대로 베네룩스 왕국에게 매달리는 수밖에 없겠어요.”12/13 쪽

    또다시 고율의 국채들 500억불 발행해 유엔으로 납부해야 되니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이미 판결이 어떻게 나더라도 분담금은 베네룩스 왕국에서 빌릴 생각을 하고 왔기 때문에 이들은 바로 안트베르펜으로 이동했다.   일본 대표들은 베네룩스의 총리와 재무장관을 만나고 나서 중앙은행장인 페이트란을 만나고 있었다.“1000억불의 국채를 발행하니 우리가 사달라고요?”“그렇습니다. 환경 분담금도 내야하고 복구비용으로 그런 정도는 조달해야 겨우 시작이 가능합니다.”“계속해서 국채를 발행하면 나중에 어찌하려고?”“지금으로는 방법이 그 길 밖에 없습니다.”전에도 1000억불의 국채를 사주었기 때문에 은행장은 다른 담보물을 요구하고 있었다. “국채를 그냥 사주기는 곤란합니다. 그러니 뭔가 담보물을 제공해야 우리도 국채를 사줄 수 있으니 추가해서 뭔가 제시를 해줘야 합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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