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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82화 (482/657)

< --  [글로벌 경제]  -- >이런 현상이 벌어진 원인은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이다. 풋옵션으로도 많은 여유 자금들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세계경제에서 2위를 오랫동안 고수하던 일본 경제력은 막강해 아직 버티고 있었다. 일본은 국민들의 저축률도 높고 검소하고 절약하는 정신력도 강했다. 문제는 오사카와 고베 지역을 복구할 재원이 너무 부족했다. 더구나 오사카만의 기름 유출로 인한 방제 비용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게 생겨 그것이 또한 문제점으로 남아 있었다.보유하던 외국의 국채를 매각해 들여온 2천억불을 투입했지만 엔화의 하락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더구나 그런 돈이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복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가운데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2천억불을 투입한 처방은 그저 임시방편 정도로 끝나고 말았다. 총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재무장관에게 말했다.“장관, 아무래도 국채를 발행해야 될 것 같소.”“각하, 국채는 얼마나 발행하시려고요?”“최소한 3천억불은 발행해야 복구비용을 미련하지 않겠소?”회1/13 쪽등록일 : 13.02.15 00:05조회 : 3088/3104추천 : 91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그건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나중에 문제가 되니 2천억불 정도로 버티는 것이 좋습니다.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화폐를 더 찍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두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중단했다. 주변으로 기자들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2천억불의 국채를 발행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 과정도 필요했다. 또한 그런 국채를 국내나 외국을 대상으로 판매해야 하니 신중히 처리할 사안이다.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고베와 오사카 지역으로 얼마나 많은 복구비용을 들여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 기자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동경으로 떠나며 총리는 아까 나누던 국채 발행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장관, 내가 보기에는 복구하기 위해서는 5000억불은 최소한으로 들게 생겼어요.”“한 번에 복구하기는 힘이 듭니다. 천천히 우선순위를 정해 시작해야죠. 우선 도로나 뚫리게 복구하고 오사카만의 방제 작업이 최우선입니다. 악취가 너무 나서 이곳으로 오려는 선박들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항구부터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봅니다.”2/13 쪽

오사카와 고베는 너무 처참하게 변했다. 끔찍한 악몽인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되어버렸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사고가 난 이후 구조대가 도착하고 이어서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두 도시는 무너진 잔해만 가득한 폐허만 남아 있었다.폐허로 변한 육지도 끔찍하지만 바다 역시 마찬가지다. 오사카만은 수많은 해상자위대의 함정들이 들어와 대대적으로 방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해경들도 모두 동원해 방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사카 시의 해양경찰청 소속인 함장이 오염된 바다를 보며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 방제포가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기 때문이다.“방제포가 너무 부족해 한국에서 수입해 오고 있군.”함장의 말에 부함장이 응수했다.“함장님, 그래도 한국에 재고량이 많아 쉽게 수입해 오니 천만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으면 이나마 하고 있는 방제 작업도 못할 뻔 했습니다.”“다른 물품도 한국에서 많이 수입하고 있다지?”3/13 쪽

“당연하죠. 급하기도 하지만 물가가 한국이 생각보다 싸니 거기서 사와야죠.”방제포를 수거해 소각하는 문제도 매연 등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으니 머리가 아팠다. 너무 방대한 지역이 오염되었으니 매일같이 방제작업을 하고 있지만 실적은 아주 미미했다.“오사카만 전체가 오염된 상태라 특정한 지역에 오일펜스를 설치할 상황도 아니니 정말 큰일이야.”“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죽음의 바다로 변한 오사카만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까지 돌아다니니 그것도 제거해야 한다. 앞날이 정말 아득하기만 했다. 사람이 살만한 도시가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사를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그런 가운데 일찍 최태욱이 보낸 식량을 지원받아 재빠르게 삶의 터전을 복구한 재일교포들이다. 도시가 완전히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그들은 오사카의 많은 구역을 서서히 장악하고 있었다.“오사카의 항만 노동조합의 위원장은 우리가 해야 합니다.”4/13 쪽

“그렇소. 그래야 살아남습니다.”“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습니다.”“힘을 결집해야 됩니다.”한국 출신끼리 뭉치지 않으면 위험했다. 오래전에 있었던 도쿄에서 일어난 관동대지진 때 당했던 한인학살과 같은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자금을 모아 봅시다.”“좋아요. 우선 신용금고부터 인수해서 영업을 시작하죠.”자금이 많아야 되는 다른 금융기관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풍족하게 공급 받은 식량으로 차린 식당을 운영하며 생긴 돈으로 신용금고 하나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폐허로 변한 오사카 시에서 피해가 심한 해안에는 그나마 튼튼하게 지어진 온전한 건물도 남아 있었다. 이제 그저 이름만 남은 신용금고를 인수하고 건물을 매입했다.건물주는 이곳에서 살 희망이 없다면서 버리다시피 싼 가격에 건물을 매각하고 있었다.5/13 쪽

“이상하군요. 이런 곳에서 산다고 건물을 사려고 하다니.”“다른 곳으로 갈 처지가 아니니 죽으나 사나 버텨보려는 거죠.”“아무튼 잘 해보시오.”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하던 헐값인 20퍼센트 가격으로 10층인 대형건물을 인수하고 있었다. 이사장으로 선임된 허택수는 조합원들을 향해 절규하듯이 외치고 있었다.“위기가 기회입니다. 그러니 힘을 모아 살아갑시다.”“옳소! 그럽시다.”식량을 제일 먼저 보급 받아 다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 조금씩의 여유자금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빵장사도 하고 밥장사도 시작했다. 물론 쌀장사도 슬며시 했다. 그렇게 해서 모아진 돈으로 우선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돈들을 모두 모아 자금을 만들었다.재일 동포들만 조합원이 아니고 이들과 처음 합류한 일본인들도 조합원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조합의 이사장 실에 허름한 옷을 입은 노신사가 나타났다.6/13 쪽

“어떻게 오셨죠?”“여기가 구다라 신용금고요?”“예, 아직 급하게 설립해 간판을 제작하지 못했습니다.”    “여기다 예금하면 이자는 얼마나 줍니까?”“년 6퍼센트를 드립니다. 그리고 조합원으로 가입하시면 나중에 이익금을 배당금으로 나누어 드리고요.”“좋소. 그럼 믿고 1억불을 예금하고 조합비로 1억불을 투자하죠.”너무 큰 금액을 예탁하고 거기에 조합비로 1억불을 투자한다고 하니 허택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왜? 그런 큰돈을 맡기시려는지?”“구다라는 본래 백제(百濟)가 아닙니까? 상호가 무척 마음이 들어서요. 동경에 있는 건물을 매각해 가지고 온 돈이니 그렇게 아시오. 나는 본시 부여 서씨로 백제와는 특별히 인연이 있어 찾아 왔소.”7/13 쪽

자신의 이름이 서장수라고 하는 노신사는 2억불이 예금된 피닉스 은행의 동경지점에서 발행한 통장을 넘겨주었다. “나는 불모지로 변한 오사카에 투자하는 이유는 앞으로 이곳에 재일동포들이 모여 사는 백제 촌이 건설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내가 넣은 예탁금과 조합비로 부동산을 사보도록 하시오.”“알겠습니다. 잘 활용해 많은 이득금을 드리도록 하죠.”“나는 여기에 부동산중개소를 개설해볼 생각이오. 그러니 내 사무실을 자주 이용해 주시오.”“그렇게 하죠.”일본의 유수한 은행이나 또는 신용금고들이 모두 오사카에서 철수하고 있었다. 이곳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런 가운데 자본금이 많은 구다라(百濟)신용금고가 개점하자 사람들이 몰려와 예탁하고 있었다.이사장 실에서 밤이 깊은 시각에 심각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건설 회사를 다니다가 회사가 완전히 망해 알거지가 되어버린 오동호가 찾아왔다. 그는 오래전부터 허택8/13 쪽

수와 지인으로 지내는 사이다.“이사장님, 저에게 신용대출로 돈을 빌려 주세요. 반드시 성공해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굴삭기 20대와 덤프트럭 살 자금만 빌려주시면 되요.”“무슨 사업을 하려고 하나? 건설 회사를 하려고 하냐?”“예, 제가 아는 것은 건설 분야니 그것을 해봐야죠. 저는 재일교포들 중에 건축 기술자들을 모두 모아 건설 회사를 차려 볼 생각입니다, 그러니 한번만 믿어 주세요.”성실하고 기술도 좋은 녀석이지만 빈손이라 대출해 주기는 곤란했다. 그리고 너무 큰 금액을 신용으로 대출해 달라니 난감했다. “사실 구다라 금고의 이사장은 나지만 너도 알다시피 실제로는 서장수 어르신이 사주라고 보면 돼. 그러니 그 어르신이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가 말해 보라고.”“이사장님, 그분은 건설 회사를 운영해보라고 승낙했습니다.”“그래? 이상하군. 그런 말씀이 전혀 없었는데.”9/13 쪽

“사실은 제가 신체포기각서를 20장을 그분께 드리고 허락을 받았습니다.”기가 막힌 대답을 듣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뭐라? 실패하면 목숨을 준다고 약속해?”“예, 제가 그분께 가서 통사정하니 그런 조건이면 건설회사 설립하라고 허락했어요. 그래서 법정이사로 내정된 12명과 간부급 8명의 각서를 드렸어요.”어째 하는 행동이 야쿠자 출신들이 써먹는 방법과 비슷했다. 서장수 노인이 일본에서 2억불이라는 큰돈을 벌었다면 혹시 과거 그런 생활을 했는지 모른다.아무튼 이택수는 전화해 확인하자 서장수는 담보물이 있으니 대출해주라고 허락했다. 서장수가 구다라 금고의 운영 방식에 대해 간섭하지는 않았다. 다만 가끔 빈손으로 찾아와 신용으로 대출해 달라고 사정하는 사람에게 대출해주라고 이사장에게 청탁하는 경우는 있었다. 이렇게 해서 오동호는 구다라 건설 회사를 차리게 되었다. 그는 구다라 신용금고 주변의 폐허를 철거하는 사업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회사의 간부 직원들을 모아 놓고 당부했다.10/13 쪽

“우리는 이제 여기서 실패하면 모두 죽은 목숨이니 최선을 다합시다.”“예. 그래야죠.”“당분간 월급은 없고 모두 쌀로 지급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알았어요.” 폐허로 변한 오사카의 해변 쪽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오사카는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도시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복구사업은 너무도 지지부진했다.바다까지 심하게 오염된 오사카가 회복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는 허물어진 건물더미의 토지만 남아 싸구려로 판매하고 떠나는 두 사람이 버스에 올라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떠나는 것이 최선이야.”“당연하지. 여기서 산다는 사람이 미친 거야.”“그래도 무슨 미련이 있는지 토지를 매입하는 사람이 있어 천만 다행이야.”11/13 쪽

일본의 위기 상황으로 인해 한국 증시까지 악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국채를 2000억불 발행하는 방식으로 복구재원을 마련하자 한국은 의외로 빠르게 증시가 회복되고 있었다. 일본이 대지진으로 수출전선에 이상이 생겨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국의 수출실적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었다.여의도 증권시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일본으로 돼지고기도 수출하게 됐다고 하는군.”“라면이나 통조림들도 많이 사간다고 해.”“건설 중장비도 많이 사간다니 그런 업종의 전망이 좋을 거야.”이들은 자신들이 아는 정보를 주고받으며 투자할 주식 종목을 선택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의견은 일본으로 수출하는 식품 분야에 가능성이 많다고 투자를 결정하고 있었다.일본은 고베와 오사카 지역이 재해로 폐허가 되자 생필품 가격이 대폭 오르고 있었다. 그러니 신속하게 이웃나라인 한국에서 수입해 물가를 잡아 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12/13 쪽

이런 가운데 일본의 자위대 본부에서는 모종의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이대로 그들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지금 상황에 전쟁하자는 건가?”“아직 기회가 있을 때 더욱 강경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이대로 대마도가 한국 영토로 변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그건 너무 위험한 생각이야. 그러다 패하면 우린 완전히 망해. 지금은 절대로 때가 아니야.”대마도 주민들이 드디어 한국과 합치는 문제를 놓고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고 결정했다. 그러 인해 일본에서는 그 문제가 서서히 표면으로 부각되고 있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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