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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81화 (481/657)
  • < --  [글로벌 경제]  -- >장기보 선장이 약간 들뜬 표정으로 보고하고 있었다. 최태욱은 다소 싱겁다는 표정으로 물었다.“한 척인가요?”“아닙니다. 네 척이 같이 매몰되어 있습니다.”한 척이 발견됐다고 생각하다가 의외로 네 척의 고대 선박이 동시에 발견됐다고 답하자 최태욱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며 즉시 지시했다.“선장, 빨리 그리스 정부로 연락해요.”“태공, 그리스 정부에 연락하기 전에 미리 조금 발굴해서·······.”“그런 치사한 도굴범 같은 수단을 쓰지 않아도 해저유물은 거의 대부분을 우리 차지가 됩니다. 그러니 그런 염려는 안 해도 됩니다.”그리스 해역에서 탐사작업을 해 해저유물이 발견되면 그 소유권에 대한 복잡한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탐사하기 전에 그리스 정부와 계약했다. 해저를 탐사하회1/13 쪽등록일 : 13.02.14 18:06조회 : 3058/3073추천 : 92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는데 드는 소요자금은 최태욱이 부담하고 발견해 인양되는 유물에 대해서는 50대 50의 소유권으로 나누게 된다.인양에 드는 비용을 반씩 부담하는 경우는 그렇게 나누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인양비용을 최태욱이 전부 부담하는 경우는 25퍼센트만 그리스정부에서 차지하기로 계약했다. 그래서 일단 그리스 정부에 정식으로 통보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선장님, 그리스 정부에서 같이 투자할지 여부를 신속하게 알려 달라고 해요.”“알겠습니다.”“발견된 선박 상태는 양호한가요?”“지금 상태로는 그리 보입니다.”로봇 잠수정으로 탐사해 발견한 고대 배는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기원전의 선박으로 추측되었다. 수심이 50미터 정도의 바다 밑에 가라 앉아 있었다. 배의 많은 부분이 진흙이나 모래로 덮여 있어 아직까지 이곳을 조사하던 해저보물 사냥꾼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2/13 쪽

    두두두두.여러 대의 수송헬기가 애틀랜타 호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관심도 없더니 이제야 공돈 벌게 생겼으니 떼로 몰려오는군.”“그렇군요. 그리스 정부도 한심하군요. 이제야 관심을 보이다니요.”연락을 받은 그리스 정부에서는 문화부 장관과 더불어 잠수부를 비롯해 대학교수들이 수송헬기를 타고 애틀랜타 호로 몰려 왔다.다소 소란스럽게 떠들며 애틀랜타 호에 도착한 사람들을 보며 최태욱이 인사했다.“어서 오세요.”“발견된 장소가 어디지요?”“저쪽의 해안으로 발견된 지점은 수심이 깊지 않으니 귀국의 잠수부들이 직접 안으로 들어가 살펴도 됩니다.”최태욱의 말에 교수가 슬며시 나서며 물었다.3/13 쪽

    “잠수정에 승선해 살필 수는 없나요?”“그건 곤란합니다.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잠수정에서 지내기가 곤란해요.”“알겠습니다. 애틀랜타의 잠수정에서 수중 촬영한 비디오를 먼저 살펴보고 나중에 잠수부들에게 현장으로 들어가 보라고 하죠.”“그게 좋을 겁니다. 수중촬영을 잘 해놓았으니 비디오만 봐도 어떤 배인지 확인은 가능합니다. 아직 배의 화물칸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모르고요.”그리스 정부에서 굳이 잠수부를 보내 확인하려는 이유는 고대 배를 인양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들기 때문이다. 귀한 유물이 많으면 자신들도 투자해 50퍼센트를 차지할 생각이다. 그게 아니면 인양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고 25퍼센트의 지분을 챙길 생각이다. ‘속이 훤하게 다 보이는군.’최태욱은 그리스의 속을 이미 알기 때문에 수중촬영도 두 종류로 해놓았다. 유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선박의 모습과 많은 잡다한 유물이 있어 보이는 선박을 따로 촬영한 것이다. 단연히 유물이 없어 보이는 선박을 찍은 비디오만 보여 주었다.4/13 쪽

    이윽고 비디오를 자세하게 살핀 그리스 관리나 교수들은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저 그렇게 생긴 고대 배가 발견된 정도군요. 귀한 보물이 있겠다는 모습은 전혀 안 보이는 군요.”“지금으로야 그렇지만 인양비용을 내고 같이 조사해보면 다를 겁니다.”“잠수부를 내려 보내서 확인하고 결정하도록 하죠.”“그렇게 하시죠.”그리스 관리들과 교수들은 며칠 간 애틀랜타 호에 머물면서 자신들 나름대로 탐사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배가 매몰된 상태라 귀한 보물이 없다는 정도로 판단하게 되었다.그리스 관리나 학자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돈을 들여 인양을 해야 소용이 없어 보입니다. 지금으로는 귀한 보물이 나올 확률은 너무 적어 보이는 군요.”“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이오?”5/13 쪽

    “결정하기 정말 곤란합니다.”  그리스에서는 고대 선박의 발견으로 인해 소란이 일어났다. “고대의 배라면 무든 귀한 유물이 아닌가?”“그렇지만 돈이 들어야 인양하는 거지. 자네는 해저 유물 발굴이 돈 놓고 돈 먹은 도박하는 것과 같은 사업이라는 것을 모르나?”“하긴 그렇겠군.”국민들이나 정부 내에서도 해저 유물인 고대 선박의 발견으로 논란이 생겼다. 많은 자금을 들여 공동투자형식으로 인양작업을 하느냐 아니면 그저 25퍼센트의 지분만 차지하느냐를 두고 의견들이 갈리고 있었다.             “배가 4척이라니 그냥 앉아서 1척만 차지하면 되지 않소?”“무슨 소리입니까? 만약 보물이 많은 보물선이라면 두 눈 뜨고 우리나라의 재화를 남의 나라에서 가지고 가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6/13 쪽

    “지금으로는 가능성이 없지 않소?” “그렇지 않아요. 고대 선박이 인양되어 보존 처리되어 전시되면 관광사업도 활성화가 되지 않겠소? 긴 안목으로 생각해야 합니다.”이런 주장에 일부 그리스 인들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무슨 소리야? 고대 배가 4척이라니 한척만 받아서 전시하면 충분하지 굳이 많은 돈을 들여 두 척을 인양해 전시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어찌 그렇게 고대 유물을 단순한 금전이나 수로 가치를 판단한단 말이요.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귀한 문화재인 유물을 모조리 가지고 가도 좋다는 이야기입니까?”“돈이 너무 많이 드니 하는 말이 아니요?” 양쪽에서 서로 의견이 갈려 국회에서도 의원들끼리 논란이 생기고 있었다. 이들이 벌이는 논란의 핵심적인 이유야 인양작업에 생각보다 자금이 너무 많이 든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와 국회에서 투자여부를 두고 논란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이런 소식을 듣던 최태욱은 짜증이 나서 장기보 선장에게 지시했다.7/13 쪽

    “그리스 정부에게 애틀랜타 호가 하루에 얼마씩 경비를 소요해야 되는지 통보해 주시오. 저들은 바다에 정박해 놓았으니 경비가 전혀 소모되지 않는 줄 아는 모양이요.”“알겠습니다.”그리스 정부의 결정이 늦어지는 동안 로봇 잠수정은 다른 지역을 탐사하고 있었다. 이곳 해역은 방파제도 많아져 해저지형이 많이 변했다. 고대에는 거친 물살이 흐르던 해협이라 풍랑으로 침몰한 선박들이 많은 해역이다.“침몰한 배들은 변한 지형으로 인해 육지와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으니 해안을 중심으로 조사해 보시오.”“알겠습니다.”잠수부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4인까지 탑승이 가능한 로봇 잠수정은 며칠간 계속 수중에서 지내며 조사하기 때문에 이곳 해역을 완전히 탐색할 수 있었다.더구나 각종 첨단 전자장비로 조사하니 해저에 가라않은 선박들은 모조리 찾을 수 있었다.8/13 쪽

    “어디서 신안 유물처럼 도자기나 실려 있는 배를 발견하지 못하나?”“그런 보물선이 발견되면 태공께서는 큰돈을 벌게 생겼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리스 정부에서는 그냥 25퍼센트만 챙길 생각 같습니다. 아마 체면 때문에 결정을 미루는 정도라고 봅니다.”“그리스의 정치인들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군. 지금도 이미 계속 경비가 드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최태욱이 그리스 해역을 탐사하는 이유는 한국의 신안 지역에서 발견된 해저유물과 같이 교역하던 상선이 침몰해 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시간은 자꾸만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결국 그리스 정부는 25퍼센트만 챙기기로 정해 최태욱에게 알려 왔다.“태공, 그리스 정부에서 같이 인양하지 않겠다고 합니다.”“알았어요. 가서 정식으로 서류에 서명하고 본격적으로 유물들을 인양하도록 하세요.”“넷!”9/13 쪽

    최태욱은 그리스에서 다소 한가하게 해저유물 탐사 작업만 하고 있었다.  한편 오사키 대진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일본은 오사카 대지진의 복구 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다.쾅! 쾅! 드르륵 드르륵.초대형 중장비들이 수없이 동원되어 한창 도로 복구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건물들이 부서진 상태라 매우 위험했다. 철거해야 하는 건물이나 구조물들이 너무 많았다.오사카의 해변에 위치한 다소 넓은 공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매몰된 인명의 구조 활동을 하기 위해 투입된 한국과 카리브 주에서 왔던 구조대원들이 철수하기 위해 모였다.일본 총리가 구조대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정말 고맙소. 그대들이 구한 사람들을 대신해 감사드립니다.”“더 돕지 못하고 떠나서 미안합니다. 아직도 해상의 기름이 제거되지 않았는데.”10/13 쪽

    “아닙니다. 그 작업은 우리가 해야죠. 본격적으로 자위대가 투입되어 방제작업을 하게 될 겁니다.”600명의 대원과 100마리의 탐색견이 투입된 인명 구조 활동을 했다. 그로 인해 수천명이나 허물어진 건물 더미에서 매몰된 상태로 지내다가 구조되었다.워낙 방대한 지역을 정밀하게 조사하려다가 보니 일본 정부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빈자리를 한국과 카리브 주에서 파견 나온 구조대원들이 수색을 모조리 끝내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일본정부는 대형 중장비를 동원해 본격적으로 복구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해변에 모여 있던 구조대원들은 모두 트럭으로 올라타고 오사카 공항으로 가게 되었다. 그들이 모두 떠나고 나자 총리가 시커먼 기름띠로 가득한 해변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했다.“저걸 어떻게 모두 제거하나?”육지에서 벌어진 지진이나 쓰나미 피해는 바다 오염을 생각하면 사소한 재앙에 불과할 정도다. 바다로 유출된 수많은 기름과 쓰레기로 인해 오사카만은 완전히 죽음의 해역으로 변했다.바다가 썩어 악취가 나고 그로 인해 전염병의 위험도 많았다. 복구비용을 미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외국의 국채를 1200억불이나 회수해도 끝없이 추락하는 엔화를 11/13 쪽

    잡을 수 없었다.총리는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휴~우, 엔화 가치가 너무 하락해 국채 매각으로는 소용이 없어. 나머지도 매각해야지.”총리의 말에 재무장관이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각하,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국채도 모두 매각하시려고요?”“그렇소. 지금은 그 방법 이외에는 전혀 없지 않소?”엄청난 국채를 싸게 매각해 자금이 일본으로 들어 왔으나 그런 자금은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동경의 증권시장에서 풋옵션으로 투자된 자금들이 서서히 표면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국채를 팔아 챙겨온 외화를 모조리 빨아들여 사라지고 있었다.   “한국과 몽골에서 받아서 들어온 외화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더군.”“그렇습니다. 원화가 강세이고 엔화는 약세이다 보니 지금 외상대금을 받은 우리 일본의 기업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는 중이죠.”12/13 쪽

    살다보면 세상에는 참으로 이상한 사건도 많이 벌어진다. 절묘한 시기에 풋옵션으로 많은 투자가 있었다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투자의 귀재가 숨어 있나 이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다니. 신도 아니고. 너무 이상한 일이야.’누군가 일본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적절하게 풋옵션으로 투자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일이야 신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가능한 것은 아니다.그러니 총리는 그저 조상신이나 슬며시 원망하고 있었다.‘우릴 봐주는 많던 신들이 모두 사라진 모양이야.’오랜 기간 무역해서 벌어놓은 외화는 이미 모두 고갈된 상태다. 더구나 외국의 국채를 무려 1200억불이나 매각해 외화로 들여왔지만 그것도 안개처럼 녹아 없어졌다.“비서관, 대지진 이후 소리 없이 사라진 외화가 얼마나 되나?”“지금까지 2천억불이 표도 안 나게 사라진 상태입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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