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469화 (469/657)

< --  [강함과 부드러움]  -- >옆에 앉아 있던 테무르바칼이 너무 쉽게 응수했다.“당연하죠. 우리 몽골에서는 그런 못된 애는 집에서 쫓겨납니다.”이런 소리를 옆에서 퉁명스럽게 토하자 피닉스 여왕은 화가 나서 뭐라고 소리를 치려다가 멈추었다. 주변에 있는 귀족들이 다들 공감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런 귀족들의 모습을 보니 피닉스 여왕은 맥이 탁 풀려 버렸다. 더 이상 아들 문제로 대화를 나누다가는 자신의 모자(母子)만 이상한 꼴이 되게 생겼다.‘이것들이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말을 함부로 하네.’함부로 토하는 말에 마음속으로야 천불이 났다. 하지만 화를 누르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속으로 다부진 생각을 하고 있었다.‘너희들은 아이를 낳지 못하지만 나는 왕자를 낳은 몸이야. 두고 보라고······. 보란 듯이 둘째 아이도 낳아 보일 것이니.’애가 목적인지 밤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태공이 왕국에서 떠회1/13 쪽등록일 : 13.02.09 00:00조회 : 3147/3166추천 : 79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날 때까지 혼자서 독점할 생각이다.‘누가 뭐래도 여긴 내 왕국이라고.’사이좋게 지내자고 모인 여자들이지만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알게 모르게 서로의 입장이 너무 다르다 보니 이렇게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작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동안 잔디로 이루어진 정원에서는 황소 두 마리가 말뚝에 메어져 처량한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움머어어! 움머어어!사람이나 짐승이나 진짜로 죽음의 순간에는 본능적으로 위기감은 느끼게 된다. 더구나 도축장까지 가서 다른 소들이 죽은 피비린내를 감지한 늙은 황소들은 자기들도 이제 여기서 죽는 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그런지 늙은 황소는 커다란 눈이 벌게지고 입에서는 하얀 거품이 품어져 나오고 있었다. 죽음이 다가오자 두려움으로 인해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무술 고수인 최태욱은 이런 황소의 표정을 보고 감을 잡았다.2/13 쪽

‘트레블이 무슨 수작을 부리고 황소를 데리고 왔군.’태공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호실장인 트레블은 만약을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늙어 힘이 없는 황소를 상대로 뭔가 수작을 부린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고 그것을 이런 자리에서 추궁할 수도 없었다. 최태욱은 황소 앞으로 가서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긴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연히 태공이 객기를 부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옆 사람과 작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저게 가능하다는 거야?”“그야 모르지. 두고 보면 알겠지.”아무리 무술이 뛰어나도 자신들의 상식으로 보기에는 너무 무리한 시범을 보이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들 수군거리고 있었다.이때 황소 앞에 다가간 최태욱이 마지막으로 긴장된 상태로 양팔을 크게 벌렸다가 모으며 힘을 집중하고 있었다.  “호우웃! 호오옷!”3/13 쪽

몸의 기를 모두 손날로 집중해 호흡을 가다듬고 크게 기합을 질렀다.“이야얏!”  퍽!최태욱은 손날로 전력을 다해 빠른 속도로 황소의 뿔 사이인 정수리를 강하게 내치쳤다. 그러자 뭔가 쩍 갈라지는 느낌과 함께 황소의 정수리가 바수어지고 있었다.머리를 가격당한 황소는‘음머어!’하며 크게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휘청휘청 거리던 황소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쓰러져 버렸다.육중한 황소가 단 한 번의 손날로 인해 정수리가 갈라지며 비틀거리다가 죽어 버렸다. 이때 실패다 성공이라며 다소 술렁이던 장내는 이내 조용해지고 말았다. 태공의 무술이 대단한 줄은 알지만 황소의 머리를 단 한 번에 바수니 순간 너무 놀란 것이다.‘진짜 겁나는 분이야. 화가 나서 내 머리를 한 대 때리면 그냥 하늘나라로 가네.’아무리 폭군이라도 부하나 혹은 사람을 직접 때려죽이는 경우는 절대로 없었다. 하지만 그거야 이성적으로 느끼는 생각이다.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닌 파괴력을 보자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으로는 전신이 저절로 덜덜 떨려오고 있었다. 너무 놀라운 파괴력에 귀족들은 다들 얼굴이 파래지며 겁에 질려버렸다.4/13 쪽

다들 구경하다 말고 다리를 배배 꼬며 오금이 저려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이것은 어떤 이성이 시키는 행동이 아니다. 유약한 사람이던 아니면 강골이라는 장군인 귀족이던 저절로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 무서운 분이야.’이때 옆에 있던 황소가 겁에 질려서 그런지 뒷걸음을 치며 슬프게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움머어어! 퍽! 두 번째 황소 앞으로 다가간 최태욱은 이번에는 기합소리도 전혀 없이 발을 높이 들었다가 정수리를 향해 강하게 내리 찍었다. 느낌인지 모르지만 싸늘한 칼바람소리가 쉬익 하며 들린 것 같았다.쿵!둔중한 소리가 들리며 겁에 질려 뒷걸음치던 황소는 비틀거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땅으로 쓰러지고 말았다.손에 이어 발로 황소 두 마리를 때려잡자 구경하던 귀족들은 혼이 완전히 달아나 버5/13 쪽

렸다. 그저 자신들도 모르게 오한을 느끼고 있었다. 모두 두려움으로 인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이들이 떨리는 것은 요즈음 들어 조금은 태공에 대해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더욱 그렇다. 한번 오한이 들리자 멈추지 않았다. 이빨이 마주치며 다다닥 소리 나는 정도로 떨려오고 있었다.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공포감은 처음 느껴보는 사람도 많았다. 겨울철이고 바닷가 지역이라 춥기 때문에 두툼한 털외투를 입었다. 하지만 마치 광야에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서있는 정도로 추위를 심하게 느끼고 있었다.  만약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도 몸이 완전히 얼어버렸다. 무술이 뭔지를 잘 알기에 더욱 놀라고 있었다.‘파괴력이 엄청나군.’ 태공이 태인권법의 창시자로 무술이 무척 뛰어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파괴력을 지닌 것은 전혀 몰랐었다. 격파시범을 모두 끝낸 최태욱은 주위가 너무 조용하자 트레블에게 물었다.“왜 조용하죠? 내가 뭐 잘못한 것이라도 있나요?”6/13 쪽

“아닙니다. 너무 놀라운 파괴력이라·······.”“두어 번은 쳐야 죽을 줄 알았더니 너무 싱겁군요. 별것도 아닌 격파 시범으로 놀라다니······. 실장, 죽은 황소를 빨리 도축해서 귀족들에게 살코기를 한 덩어리씩 나누어 주라고 해요.”“넷!”  최태욱은 서둘러 사워 장으로 가서 사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시범을 보이던 넓은 잔디정원에는 의외로 도축업자만 돌아다니고 아무도 없었다. 너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최태욱이 물었다.“다들 어디로 갔지요?”“태공, 밖이 너무 춥다고 폐하께서 연회장으로 같이 가서 기다립니다.”최태욱은 피닉스 여왕이 귀족들과 같이 자리를 이동해 모여 있는 연회장으로 가고 있었다. 전에는 귀족들을 따로 불러 이런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다비흐 왕자의 폭행 사건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아니 사과한다는 의미로 초대한 것이다. 최태욱은 조용히 두려운 표정으로 눈치를 보는 귀족들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7/13 쪽

“내가 들으니 다비흐 왕자 때문에 귀족들이 여러 가지 말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아비 된 제가 교육을 잘못한 것 같으니 사과드리죠. 그리고 귀족들이 원하는 대로 앞으로 당분간 왕세자라는 호칭은 사용하지 않기로 하죠.”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아르페르 총리가 나서며 급하게 말리고 있었다.“태공, 그건 너무 가혹한 처벌입니다. 아직 어리신 왕자님인데.”“어리니까 왕세자라는 호칭이 적당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렇게 아시고 지난번 다비흐 왕자가 했던 행동은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이렇게 말한 최태욱은 피닉스 여왕에게 말했다.“가서 디비흐 왕자를 불러와요. 귀족들에게 절해 사과하라고 시키세요.”“예.” 물론 왕세자를 임명하는 문제는 분명 피닉스 여왕에게 그 권리가 있다. 그러나 아비로써 더구나 두톱 시스템인 왕국의 태왕으로 내리는 조치라 피닉스 여왕은 반박할 수 없었다.8/13 쪽

네브소냐가 조금 지나 다비흐 왕자를 데리고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이미 언질해서 그런지 다비흐는 귀족들을 향해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전에 제가 큰 실수를 했어요. 용서해 주세요.”이렇게 말하고 최태욱이 시킨 그대로 넙죽 엎드려 큰절을 했다. 엉겁결에 절을 받게 되자 귀족들은 자신들도 엎으려 절하고 있었다. 달리 자손도 없으니 디비흐 왕자가 잠시 징계를 받게 되어 왕자로 변한다고 해서 차차기 후계구도야 바뀔 변수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태공이 이렇게 할 정도로 신경을 쓰는 것을 보면 쉽게 다비흐 왕자님을 내 치려는 생각은 전혀 없는 거야.’  최태욱은 다비흐 왕자가 벌인 폭행사건은 이런 정도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손자가 심하게 다쳤다는 스테른 백작을 보며 말했다,“내가 특별히 캐나다에서 직접 잡은 엘크 사슴 녹각으로 보약을 지었어요. 몸을 튼튼하게 해주는 보약이니 너무 많이 먹이지만 말고 가끔 손자에게 먹여 보세요. 물론 한의사를 찾아가 이런 보약을 먹어도 되는지 진단을 받아 보시고요.”“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9/13 쪽

“그리고 백작님, 다비흐의 행동이 크게 잘못했지만 아직 어리고 또 애들은 싸우면서 정이 드는 법이니 그런 정도로 다소 편하게 이해하시고요.”“명심하겠습니다.”“백작님 가문은 군인출신들이 많으니 그 아이도 이번을 경험으로 삼아 운동을 열심히 해 튼튼한 몸을 만들어 나중에 훌륭한 군인이 되라고 하세요. 제가 항상 지켜보겠습니다.”최태욱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몸도 건강해야 하지만 자신의 몸을 보호할 정도로 격투기도 어려서부터 연마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한 최태욱은 자신이 직접 사인한 태인권법 수련서 여러 권을 넘겨주었다.“이것도 다친 손자에게 주세요. 태인권법을 부지런히 배우라고 하고요.”“감사합니다.”10/13 쪽

왕족으로는 사실 최대한 사과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보상하고 있는 것이다. 태공인 태인권법의 창시자로부터 직접 권법 수련서적을 하사 받는 일은 그야말로 큰 가문의 영광이다. 최태욱은 은근히 강함과 부드러움으로 귀족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렇게 다비흐 문제를 해결하고 나자 피닉스 여왕은 테무르바칼에게 공주 작위를 수여하게 되었다. 어차피 나중에 줄 필요 없이 귀족들이 모인 자리라 수여하게 된 것이다.이로 인해 베네룩스 왕국은 공동 집권자인 피닉스와 타이거 이외에 왕세제에 해당하는 레베이카 대공주, 장소희 공주, 테무르바칼 공주 그리고 유일한 후손인 다비흐 왕자가 왕족을 이루게 되었다.간단하게 다과로 파티를 끝내고 나서 귀족들은 스텐 성에서 떠나게 되었다. 이제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는 피닉스 여왕은 기절하듯이 놀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다비흐, 너 가서 회초리 만들어 가지고 와.”이 소리에 피닉스 여왕은 기절하듯이 놀라 물었다.“태공, 직접 때리시려고요?”11/13 쪽

“아니요. 다비흐도 나 말고 무서운 사람이 있어야 하니 스승인 에이트에게 맡길 거요.”자신이 항상 옆에서 돌볼 수 없다고 판단한 최태욱은 옆에 독선생을 달려 주기고 결정했다. 여러 나라 언어도 잘하여 무술도 뛰어난 에이트를 다비흐 옆에 둘 생각이다.다비흐에게 에이트를 소개하며 말했다. “다비흐, 이분이 앞으로 네 스승님이다. 이번에 너무 큰 잘못을 했으니 회초리 맞으며 잘 배워.”결국 에이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최태욱 옆을 떠나 다비흐 왕자의 개인교사이자 경호책임자로 임명되었다.에이트를 따로 만난 최태욱은 당부했다.“봐주지 말고 회초리로 쳐서 하루 정도 온전하게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벌을 줘!”“넷!”  “인성교육이 중요하니 내가 한문선생은 따로 구해서 보낼 거니 그저 같이 놀아 주는 정도면 돼.”12/13 쪽

“알겠습니다.”에이트에게 막중한 책임을 맡긴 이유는 용도 폐기될 위치이기 때문이다. 여러번 비밀작전을 펼친 그가 항상 주변에 같이 있다는 것은 문제될 수 있어 업무를 바꾸어 주는 것이다. 또한 에이트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잔재주가 많으니 어린 다비흐를 잘 데리고 놀아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피닉스 여왕은 실로 오랜 만에 넓은 침대가 좁은 듯이 마구 휘저으며 힘을 쓰고 있었다. “태공, 저도 때려줘요.”“알았어. 아들이 잘못하면 어미도 맞아야지.”“어맛! 진짜 엉덩이를 때리면 어떡해요. 아악!”여왕의 침실에서는 ‘철썩 철썩’ 하는 소리가 들리고 괴이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화려한 침실에서는 전과는 달리 요상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13/13 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