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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68화 (468/657)
  • < --  [강함과 부드러움]  -- >[강함과 부드러움]부모가 자식을 직접 훈육한다는 것이 사실 어렵다. 잘못해도 안쓰러움으로 임해 엄하게 다루기 힘들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마냥 사랑만 베푼다고 능사는 아니다.더구나 자신이 부모에게 매우 엄하게 교육을 받은 잔재가 남아 있는 최태욱은 아들을 매로써 일깨우기는 싫었다.‘아버지는 나에게 몽둥이를 자주 드셨어.’새로운 세상에 와서 처음 느낀 아버지라는 존재는 무섭게 몽둥이로 엉덩이를 마구 패던 기억밖에 없었다.‘후우! 골치가 아프군.’사람이란 화풀이나 또는 어떤 협박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피조물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무술 고수다 보니 아들에게 함부로 매를 들기도 어렵다. 회초리도 그에게는 무서운 무기로 변하는 살상력을 지닌다. 자칫 조금만 방심해 힘을 가해 치면 아주 치명적인 공격으로 변하는 수가 있으니 더욱 그렇다.회1/13 쪽등록일 : 13.02.08 18:36조회 : 3029/3044추천 : 78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옆에 서있는 트레블을 보며 한숨을 토했다.“어린놈이 벌써 사람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패서 완전히 떡을 만들다니·······. 나중에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는지 진짜 머리 아프네.”“어려서야 다 그렇게 자라는 거죠.”“무슨 소리에요.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사내애를 때려서 눈도 실명될 뻔하고 이빨도 네 개나 나가고 다리와 팔도 부러졌었다고 하던데요.”“그건 조금 과장된 보고입니다.”“과장하다니요. 실장은 지금 내 눈을 가리려고 해요. 나에게 전화를 한 사람이 있었어요. 사건이 커질 수 있다고 해서·······. 오늘 내가 다비흐의 버릇을 고쳐 봐야겠어요.”“어떻게?”“말로 안 되면 별 수 없이 매를 들어야죠.” 최태욱이 판단하기에 다비흐 왕세자의 행동은 너무 과했다. 단순한 화풀이 정도가 아2/13 쪽

    니고 잔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다비흐 성품이 폭력성과 잔인함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가벼운 훈계로 끝날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최태욱은 일단 아들에게 겁부터 줄 요량으로 부드럽게 말했다.“다비흐, 너 아빠 무술 실력을 보고 싶다고 했지?”“예, 가끔 비디오로 보기는 했지만 진짜로 보고 싶어요.”“알았어. 그럼 오늘 진짜 강한 무술이 뭔지 보여주지.”억지로 시범을 보라고 하면 그거야 완전히 자식에게 공포감만 심어줄 수 있었다. 그래서 부드러운 말로 자신의 무술을 보여주겠다고 꼬인 것이다.최태욱은 일단 다비흐에게 무술을 보여준다고 약속하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트레블에게 지시했다.“실장, 도축장이나 목장으로 가서 검은 황소를 가져와요.”“황소요?”3/13 쪽

    “뿔도 아주 크고 흉측하게 생긴 놈으로 골라서 두 마리를 가져와요. 오늘 내가 맨손으로 황소 머리를 바수는 격파 시범을 보이게.”“알겠습니다.”전에 최태욱은 맨손으로 벽돌이나 송판을 격파하듯이 황소 머리를 격파해 잡아 보고 싶다고 했었다. 오늘 아마도 그것을 진짜로 해볼 생각인 것으로 같았다.트레블이 급하게 스텐 성을 떠나고 있었다. 마침 스텐 성의 입구에서 뭔가 좋은 기사거리가 없나하고 서성이던 기자들이 급하게 다가와 물었다.“실장님, 급하게 어디를 가시나요? 태공은 아직도 성 안에 계신가요?”“그렇소. 지금 다비흐 왕자님과 같이 지내고 있어요.”“그렇군요. 표정이 매우 심각한데 무슨 일이 있나 했습니다.”트레블은 지금 마음이 매우 심란했다. 밖으로 잘 표현하지는 않지만 태공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보아 다비흐 왕세자가 저지른 폭행사건으로 인해 무척 화가 난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고금을 통해 위대한 군주란 아주 냉혹한 경우가 많았다. 후계자인 자손이 마음에 안 4/13 쪽

    들면 다른 후계자를 세우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무서운 일을 몰래 벌이기도 한다.태공은 적에 대해서 아주 냉혹하게 처리하지만 본시 성품이 잔인하지는 않다. 때로는 잔인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폭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냉철한 판단에 의해 그런 일을 벌인다.트레블은 태공이 다비흐 왕자의 행동 상당히 심하게 나쁜 쪽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트레블은 이후 벌어질 사태를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무심결에 기자들에게 토했다.“태공께서 오늘 다비흐 왕자님에게 무술 시범을 보인다고 합니다. 황소를 맨손으로 잡아 보인답니다.”“그래요? 우리도 구경할 수 있나요.”“아직 태공의 승낙이 없으니 장담하기 곤란하지만 혹시 모르니 촬영 준비하고 기다려요.”“그러죠.”트레블의 생각에는 언론사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야 설마하니 다비흐 왕세자에게 어5/13 쪽

    떤 심한 징계를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해 이렇게 말한 것이다. 트레블은 덩치는 크고 뿔도 험악하게 생겼지만 너무 늙어서 실제로 힘은 없는 황소를 고르려다 보니 힘이 들었다. 여러 도축장은 물론 목장들을 돌아 다녔다. 그리고 수소문해 왕실 농장 주변의 농가에서 나이가 너무 많아 뿔도 길고 험상하게 생긴 황소를 구하게 되었다.“체중은 얼마나?”“덩치로 보아서는 1톤은 나가야 하지만 허깨비라 800킬로그램 정도 나갑니다.”“알았소. 그럼 그런 놈으로 두 마리를 스텐 성으로 가져오시오. 그리고 도축장에서 제일 솜씨 좋은 기술자를 같이 보내도록 해요. 황소가 죽으면 그 자리서 해체해 살코기는 나누어 줄 것 같으니까.”“알겠습니다. 그럼 커다란 박스 카를 보내고 견인트럭도 같이 보내죠.”트레블을 도축장 사장과 이런 약속을 하고 스텐 성으로 들어와 태공에게 보고했다.“태공, 황소를 여기서 해체할 준비도 했습니다. 혹시 전처럼 살코기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까 해서요.”6/13 쪽

    “잘 아시는 군요. 오늘 소고기로 잔치할 생각입니다.”전에 캐나다에서 황소와 비슷한 크기의 대형 엘크사슴을 사냥하면 항상 주변의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던 행동 때문에 이렇게 짐작한 것이다.            “태공, 성문 밖에서 기자들이 기다립니다. 들어오라고 할 까요?”이런 물음에 최태욱은 잠시 생각했다. 이제 자신의 무술 실력을 외부에 잘 노출하고 있지 않지만 오늘은 드러내 보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태공이란 거창한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것은 축구 실력보다는 남보다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이루어진 성과다.자신의 능력이 너무 남보다 뛰어나자 올림픽에도 출전해봤지만 너무 싱거웠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무술 실력을 외부로 나타내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다. ‘회사들의 선전을 위해서도 한 번쯤 이런 시범을 보이는 것도 좋아.’상품을 광고하지 않고도 SG그룹의 제품들이 우수해 잘 팔린다고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가끔 스타들에게 거액을 주며 전속모델로 계약하고 있는 실정이다.7/13 쪽

    스포츠 스타가 광고에 출연하면 얼마나 큰 효과를 보는지 최태욱은 너무 잘 안다. 그래서 태공의 위치로 인해 광고 촬영은 할 처지는 아니라 이번 기회에 방송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알릴 필요성을 느꼈다.돈이란 벌어서 써야할 곳이야 너무 많았다. 혼자 잘 먹고 살 생각이라면 모르지만 남을 위해 쓴다면 돈은 항상 부족한 것이다.‘돈은 벌수 있으면 최대한 벌어야 해. 결국 아무리 뭐라고 달콤하게 말해도 소용없어. 배가고픈 사람에게는 돈으로 뭘 사서 도와주는 것이 현실적이니까.’잠시 이런 생각을 한 최태욱이 말했다. “방송국이나 신문사 기자들도 들어와 관람하고 그 대신 방송국에서 생중계 이외에 재방송 송신요금이나 녹화한 테이프는 내가 소유권을 모두 가진다고 하세요. 도축된 살코기를 나누어줄 귀족들도 불러오고요.”“알겠습니다.”최태욱은 돈을 안 벌려고 하면 모를까 벌려고 할 때는 빈틈없이 철저하게 돈을 챙기는 성품이다. 이번에 무술 시범을 보이고 재방송의 송신요금을 챙기거나 녹화테이프를 판매해 돈을 벌 생각이다.8/13 쪽

    움머어어! 움머어어!이윽고 커다란 황소 두 마리가 도착했다. 준비가 끝나자 검은 도복을 입은 최태욱이 먼저 테인권법 동작들의 시범이 있었다. 일종에 몸 풀기로 한참을 기본 동작부터 취하고 형에 대해 시범을 보였다.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연락을 받은 피닉스 여왕이 옆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태공, 화가 나신다고 이러시면·······.”“오늘 다비흐 왕자의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버릇을 완전히 고치겠어요. 어린놈이 그렇게 사람을 무지막지하게 패다니요.”이런 말이야 한국에서는 아비들이 화가 나면 흔하게 토하는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이런 기막힌 소리를 들은 피닉스 여왕은 거품 토하고 졸도하게 생길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태공, 제가 앞으로 잘 다독여 볼 거니 노여움을 푸세요.”9/13 쪽

    “당신이 너무 감싸니 성품이 그리 변하는 거요.”“죄송해요.”사실 언론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다비흐 왕세자의 행동은 왕당파 귀족들 사이에 말들이 많았다. 손자가 반병신이 되도록 주어 터져 병원으로 입원하자 그 귀족은 너무 억울해 주변 귀족들에게 하소연을 토했었다. 어리지만 너무 폭력적이라 왕세자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슬며시 불평했다.전에 왕세자와 놀라고 자신들의 손자를 스텐 성으로 보냈던 귀족들도 비슷하게 당한 억울함으로 인해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래서 왕당파 내에서는 다비흐 왕세자를 후계자로 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었다.    ‘다비흐의 다리를 분 질어 버린다니 후계자에서 완전히 배제해 버린다는 소리가 분명해.’이때 왕실 가족이 모두 모이자는 통보를 받은 장소희와 테무르바칼 그리고 레베이카 대공주가 모두 스텐 성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왕국으로 막 도착한 여자도 있지만 이미 도착해 다른 곳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태공이 무술 시범을 보인다고 하니 모두 구경하기 위해 모이게 된 것이다.10/13 쪽

    “태공!”“어서들 와요. 모두 잘 왔어요.”주변에 많은 귀족들도 있으니 그저 가볍게 단체로 인사하고 여자들은 연단에 마련된 푹신한 고급스러운 의자로 가서 앉아 있었다. 이때 피닉스 여왕과 네브소냐가 태공의 말을 두고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함부로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고 다비흐 왕세자의 다리를 분질러 버릇을 고친다니 정말 큰일이야.”“그렇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건 막아야죠.”두 여자는 계속해서 그런 사건을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떠들고 다닌 귀족도 원망하고 다비흐 왕자의 행동을 두둔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는 레베이카 대공주는 화들짝 놀라 물었다.“태공이 다비흐의 다리를 분질러서 버릇을 고친다고 했어요?”11/13 쪽

    “응, 그러니 걱정이지. 태공은 한번 하신다면 하시는 분이잖아.”“정말 큰일이군요.”동양에서는 아주 흔하게 자식을 훈육할 때 다리를 분질러버린다는 소리를 토한다. 또는 방에 가둔다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고 엉덩이를 팬다는 소리를 하거나 손버릇이 나쁘면 때로 손을 분질러 버린다는 소리도 서슴없이 말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그런 부모의 행동은 아동학대라고 해서 이웃에게서라도 고발당하니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를 토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피닉스와 네브소냐 그리고 레베이카는 계속해서 다비흐를 징벌해서 버릇을 고친다는 태공의 말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다.“그건 너무 심한 말이야.”“아이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자식이라고 생각도 않는 모양이야.”“설마요.” 12/13 쪽

    세 여자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동양에서 온 두 여자는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었다.“지금 사람 불러놓고 뭐하는 짓이야. 자기들만 숙덕거리고.”“그러네요. 우릴 무시하나 보네요.”  한 가족이라고 바쁜 사람 왕궁으로 굳이 부르더니 자신들끼리만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심사가 묘하게 틀어져 버렸다. 자신들은 관심이 없이 계속 아들인 왕세자 이야기만 토하고 있으니 다른 두 동양여자들은 기분이 별로다.그래서 성깔이 보통은 넘는 장소희가 심사가 뒤틀려서 불쑥 한마디를 토해 버렸다.“함부로 사람 패는 싹수 노랜 자식은 다리를 뚝 분질러 버릇을 단단히 고치는 거야 당연하죠.”      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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