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462화 (462/657)
  • < --  [테무르 파크]  -- >현대식으로 지어진 제팬 호텔의 슬롯머신 게임장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덜컹! 덜컹! 비리리릭! 좌르륵! 좌르륵!“야! 나왔다.” “에이, 이게 뭐야!”때로는 환호성도 터지고 때로는 신경질을 토하는 소리들이 들리고 있었다, 수백대의 슬롯머신이 가득한 게임장에는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환풍기 시설을 해놓았다고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니 모두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있었다.환한 조명이 켜져 있다고는 하지만 다소 음침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게임장으로 들어서던 피닉스 여왕은 다소  불쾌한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냥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는 장면만 보아왔지 실제로 이런 곳에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다.‘분위기가 음산하군.’화려해 보이지만 뭔가 어두운 냄새가 풀풀 풍기는 느낌이 들었다. 미리 경호원을 보내 안전을 점검시킨 네브소냐가 눈짓하자 경호실장이 급하게 보고했다.회1/14 쪽등록일 : 13.02.06 12:57조회 : 2980/2997추천 : 76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저쪽에 있는 골드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알았어!”경호실장의 안내를 받아 피닉스 여왕은 다소 구석에 별도로 설치되어 있는 골드 슬롯머신으로 다가가게 되었다. 조금 전에 보던 게임장보다는 조금은 공간도 넓고 쾌적한 환경의 게임장이다. 슬롯머신 40대가 모여 있으나 20대에는 이미 다른 고객들이 즐기고 있었다. 차림으로 보니 다들 재력가들로 보였다.“골드 슬롯머신?”“넷! 여기가 골드 토콘을 사용하는 슬롯머신입니다.”“그래?”보통은 한화로 기준해 100원짜리인 1브론즈 토콘을 사용하는 슬롯머신 기계이나 게임장은 구분되어 있었다. 1브론즈, 5브론즈, 10브론즈를 넣고 하는 기계가 있고 1골드 토콘을 넣고 하는 기계까지 있었다.동전을 수없이 투입하고 그저 잡아당기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다. 한화로 1만원짜리 2/14 쪽

    토콘으로 슬롯머신을 즐긴다면 그건 도박에 심하게 중독된 사람이거나 재력이 좋은 사람이 분명했다.슬롯머신 기계라면 당연히 일본제품이라고 생각했더니 의외로 한국의 SG 필립스 전자에서 출시한 제품이다.“한국에서 만들었군.”“그렇습니다. 몽골에 있는 3개의 호텔의 카지노의 슬롯머신은 모두 한국제품입니다.”“그렇군.”일본에서 출시한 슬롯머신의 경우 승률조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시한 슬롯머신의 경우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 승률이 일제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만큼 고객이 돈을 잃을 확률이 줄어드는 게임방식인 슬롯머신이다.제팬 호텔도 처음에는 일제 슬롯머신으로 설치해 영업했었다. 그러나 손님들이 모두 테무르 호텔의 카지노로 몰려가자 한국제품으로 변경해 영업하고 있었다.10골드 토콘을 1골드 토콘으로 바꾸어온 네브소냐가 물었다.“폐하, 어떤 기계에서.”3/14 쪽

    “다 해야지.”“예? 골드 슬롯머신을 모조리 하신다고요?”“그럼, 다해야지.”피닉스 여왕은 고객이 없는 20대의 골드 슬롯머신을 모두 사용한다고 했다. 그 소리에 네브소냐는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테무르바칼로 인한 스트레스를 여기서 풀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실장, 경호원들에게 토콘을 계속 넣으라고 해. 잡아당기기는 내가 하지.”“넷!”작은 투입구에 토콘을 넣는 것도 귀찮아 그런 잡일은 모두 경호원에게 시켰다. 피닉스 여왕은 이리 저리 돌아 다니며 그저 레버만 잡아당기고 있었다. 20대의 슬롯머신에서 계속 토콘을 넣고 레버를 잡아당기는 피닉스 여왕의 모습에 네브소냐는 기도 안차다는 표정을 지었다.‘즐기시는 것도 아니고 그냥 버리시네.’4/14 쪽

    수많은 토콘이 기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네브소냐는 속이 바싹 바싹 타들어 가고 있었다. 하루에 20억원을 날린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정도의 재력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 한다면 문제가 있고 또한 이런 사실을 국민들이 알면 반드시 크게 분노할 것이라 그게 걱정이다.일탈 행위를 전혀 안하던 피닉스 여왕의 이런 돌발적인 행동에 네브소냐는 속으로 생각했다.‘요즈음 무척 신경질 적으로 변하던데. 태공과 접하지 못해 성적인 스트레스가 쌓이시는 모양이야. 더구나 나이는 점점 들고 젊은 여자들과 비해지니 더욱 그렇겠지.’피닉스 여왕의 돌출행동이 이해되기는 한다. 하지만 토콘의 수가 주는 만큼 걱정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거액이 달아나고 있으니 네브소냐는 이제 와서 말리지도 못하고 속만 타들어가고 있었다.‘미치겠군. 내가 차라리 엉덩이 훌러덩 까고 가죽채찍으로 얻어맞고 그 대신 돈을 받는 것이 편한데.’ 네브소냐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유럽에서는 요즈음 새로운 속옷을 입는 유행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세에서 있었던 가죽 정조대가 모양의 팬티가 유행이다. 물론 가5/14 쪽

    죽으로 만든 속옷들이나 채찍도 성인용품 가게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모두 몽골의 소규모 피혁공장에서 만든 가죽제품들이다. 가죽으로 만든 제품들은 몸에 짝 달라붙는 오토바이 레이서용으로 처음 출시되고 있었다. 부츠와 가죽잠바 가죽바지는 한창 유행하는 폭주족들의 유니폼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었다. 가죽이 질기고 또 얇아 입으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특징을 지녔다. 불량 청소년이라고 칭해지던 젊은이들만 즐겨 입던 가죽 제품인 옷들이다. 이제는 일반 여성들까지 유행이라고 입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몽골로 이주한 사장은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다.   그런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처음에는 프랑스에서 찍은 성인용 섹스 영화 때문이다.제3제국을 꿈꾸던 독일의 나치당 SS친위대 고급 장교 부인이 놀아나던 내용이다. 남편의 부하인 친위대 젊은 장교들과 그룹섹스를 벌일 때 가죽 속옷을 입고 정사를 벌인 영화다. ‘SS' 성인영화가 유행한 이후 유럽에서는 변태적인 성행위가 은밀하게 유행하고 있었다. ‘SS’는 성인영화로 아주 유명했지만 비디오용으로 제작된 원판은 그야말로 적나라한 섹스비디오다. 혼자 사는 네브소냐는 요즈음 시리즈물인 비디오로 출시되는 SS 를 자주 시청하는 편이다.   6/14 쪽

    자신은 그런 비디오를 보며 혼자서 욕정을 달래며 견디는 중이다. 피닉스 여왕은 그러는 기미가 전혀 없더니 결국 이상한 쪽으로 성에 대한 욕구불만이 밖으로 표출되고 있었다.‘비디오를 보시라고 권할 걸.’그런 비디오야 혼자서 은밀하게 보니 외부에서 알 리가 없다. 그러니 정치적인 타격이야 없지만 지금 하는 도박은 분명 정치적인 타격을 가져올 염려가 많은 일탈행위다.잠시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미 보유한 1골드짜리 토콘이 1/3만 남았다. 이쯤 되자 네브소냐는 다소 신경질적으로 작지만 단오하게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자네들 더 빨리 투입해.”“넷!”어차피 피닉스 여왕이 다 버리고 떠날 모양이니 시간이라도 절약해 보려고 이런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받은 경호원들의 동전 투입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었다. 피닉스 여왕은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슬롯머신의 레버를 잡아당기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었다.7/14 쪽

    이제 조금만 더 투입하면 끝나간다고 생각할 무렵 요란한 팡파르가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빠라바방! 빠라바방! 빨라랑!쫘르륵! 쫘르륵! 쫘르륵! 쨍그랑! 쨍그랑!계속 토콘을 넣고 레버를 잡아당기던 슬롯머신들이 부르르 떨며 요동치고 있었다. 요란한 팡파르와 함께 기어이 수많은 토콘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서 슬롯머신 하던 사람들이 다들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와! 터졌다!”  “여기도 터졌다!”하나에서 터지기 시작하더니 20여대의 슬롯머신에서 거의 대부분 수많은 토콘을 마구 품어내고 있었다. 그저 화가 나서 토콘을 투입하고 레버를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기고 돌아다니던 피닉스 여왕은 팡파르 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팡파르 소리가 계속 울리자 처음 여왕으로 취임하던 그때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8/14 쪽

    아들이 탄생해 축하해주던 팡파르 소리와 비슷해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내가 미쳤지. 돈을 따고 잃고를 떠나서 다비흐의 장래를 생각해서도 이러면 안 되는데.’유럽의 많은 왕국들이 부모인 국왕들이 처신을 잘못해 왕좌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있었다. 뛰어난 자질을 타고난 자식들이 그저 필부로 살았던 역사도 많았다.베네룩스 왕국이 이제 강대국으로 변했다고 하지만 삼국 통합으로 깊은 내면에는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더구나 여왕인 자신이 먼 동양인인 태공과 결혼하고 그 결혼도 문제점이 많았다.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입헌군주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제 군주제인 정치 형태라 그로 인한 일부 국민들의 불만들도 있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자식의 앞길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피닉스 여왕은 팡파르 소리에 아들의 장래 생각이 나서 온전하게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지시했다.“실장, 우리 빨리 나가자.”“넷!”9/14 쪽

    피닉스 여왕은 돈에는 관심이 없으니 그저 혼자 놔둔 다비흐 왕자가 생각나 급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자 네브소냐가 급하게 말리며 말했다.“폐하, 먹은 것은 가지고 가야죠?”“먹다니? 아하! 토콘.”“예, 가지고 가셔서 카운터에서 10골드로 교환해야 됩니다. 그냥 놔두면 팁으로 버린 것이 됩니다.”“알았어, 모두 회수해.”네브소냐가 이렇게 말하지만 그런 염려는 없었다. 경호원들은 이미 여러 개의 커다란 그릇을 가져와 슬롯머신에서 토해낸 수많은 토콘들을 부지런히 주어 담고 있었다. 건장한 청년들인 경호원은 토콘의 무게로 인해 버거워했다.“너무 많아서 들기도 힘드네.”덜컹!  빠라바방! 빵! 빵!10/14 쪽

    경호원은 아직도 투입한 토콘의 잔량이 남아 아깝다고 생각했다. 무심결에 레버를 잡아당기고 뒤로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들리던 팡파르 소리보다 더 우렁찬 소리와 함께 슬롯머신이 미친 듯이 토콘을 토하기 때문이다.“대박이다! 와!”이런 소리에 슬롯머신 영업장을 관리하던 노무라 상무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 들리던 팡파르 소리로 추측해도 돈을 많이 잃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에 터진 규모는 그보다 더 큰 규모로 터졌으니 이제 슬롯머신 영업장은 완전히 털린 것이다.‘완전히 망하게 생겼군.’오사카에 본부가 있는 야쿠자 조직원으로 필리핀으로 가서 카지노를 운영했었다. 그러나 마닐라의 화재사고로 필리핀으로 갔던 조직이 완전히 와해되어 몽골로 와서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보스가 보낸 냉혹한 해결사의 시퍼런 회칼이 눈앞에 흐릿하게 어른거리고 있었다.   토콘을 환전해 주는 카운터의 여직원이 큰 소리로 부르고 있었다.“상무님, 현금이 모자랍니다.”11/14 쪽

    “알았어. 내가 저쪽 매장으로 가서 가져오지.”이렇게 답한 노무라는 룰렛이나 바카라를 즐기는 카지노 쪽으로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고 있었다. 그러나 옆의 매장으로 가서 현금을 가지러간 노무라 상무는 한참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기다리기가 지루한 네브소냐는 카운터의 여직원에게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다.“지금 뭐하는 거야? 빨리 달러로 가져오라니까.”“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달러를 가지러간 노무라 상무를 기다리던 여직원은 급하게 옆 매장으로 갔다. 현금인 달러 뭉치를 두 개의 큰 여행용 가방에 넣어서 가져와 정산했다.“미국 달러로 500만불이고 10골드 토콘으로 5만개 나머지는 1골드로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원금에 해당하는 10골드인 토콘 2만개를 제하고도 대략 한화로 약 60억원을 챙긴 것이다. 미국달러대 한화는 대략 600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수북하게 남아 있는 1골드 12/14 쪽

    토콘은 모두 수수료로 정산하고 또는 경호원과 네브소냐가 팁으로 매장의 종업원에게 나누어주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 자신들도 두둑하게 챙겼다.돈을 버리려고 슬롯머신 매장을 찾아 왔다가 의외로 큰 행운으로 인해 많은 돈을 차지했다. 피닉스 여왕은 이런 사실에 자신의 행동을 생각하며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도박이 무섭긴 정말 무서워. 내가 오늘 너무 재수 좋아 땄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한 돈을 하루에 잃을 수 있는 거야. 두 번 다시 올 곳이 아니야.’똑 같은 현상이 벌어지면 다른 사람이야 더 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피닉스 여왕은 이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매장에서 떠나는 피닉스 여왕 일행을 보며 여종업원이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여왕이 무슨 슬롯머신을 저렇게 잘해. 완전히 슬롯머신 여왕이군.”더구나 돈을 털어내고 나자 뒤도 안돌아 보고 무거운 현금으로 환전하고 떠나버리니 더욱 그렇다. 어떤 도박이던 돈을 땄을 때 손을 탈탈 털고 떠나야 된다는 평범한 진리는 세상의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욕심인 것이다. 그러나 피닉스 여왕은 아주 냉철하게 카지노를 떠나고 있으니 여직원은 기가 막힐 수13/14 쪽

    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여직원은 사라져 버린 노무라 상무를 떠올리고 있었다.‘상무님은 도대체 어디로 가신거야? 그 사이 설사라도 났나?’14/14 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