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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61화 (461/657)
  • < --  [테무르 파크]  -- >어느 조직이고 기념으로 뭘 만들 때는 상징성을 내세우게 되어 있다. 이미 세계 제일이라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SG 그룹이다. 그런 대그룹에서 발행하는 기념주화라면 당연히 뚜렷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비록 정식으로 어떤 국가적인 차원으로 기념주화라고 명명해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10만 골드의 토콘은 거의 비슷한 의미나 효능을 지녔다. 그러니 그냥 넘길 일은 절대로 아니다. 태공이 모르는 사이에 발행했다면 여럿을 제거할 필요가 있는 일이다. 이런 지시를 태공이 내렸다면 그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분이 젊은 여자에게 혼이 완전히 나갔어.”토콘에는 최태욱의 옆얼굴이 찍혀 있었다. 반쯤 가려졌지만 나란히 몽골 공주라는 테무르바칼의 어린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태공은 거대한 기업으로 변한 SG 그룹의 오너라는 위치도 있지만 분명히 베네룩스 왕국의 여왕인 자신의 남편이자 공동통치자인 국가 지도자다.그런 사회적인 위치가 아니더라도 부부사이에는 장차 모든 것을 물려받을 후계자인 아들까지 있는 처지다. 그러니 비록 토콘에 불과하다고는 하나 태공의 옆에는 분명히 자신의 얼굴이 들어가야 정확한 것이다. 그러니 피닉스 여왕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회1/13 쪽등록일 : 13.02.06 00:00조회 : 3067/3084추천 : 71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큰 충격을 받았다. ‘이를 어쩌지.’화가 난 상태로 보면 이런 짓을 벌인 관계자는 물론 겁 없이 구는 테무르바칼을 철저히 밟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체면이 뭔지 그저 속으로만 화를 내고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너무 분하다는 생각이 들자 몸은 저절로 벌벌 떨리고 있었다.토콘에는 SG 그룹 자회사인 SG제련소 몽골 공장이라는 생산 공장과 테무르 문화재단이 공동으로 발행한 표시가 적혀 있었다. 이런 것을 보자 어쩌면 남편이 아직 모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건방진 것들이 태공의 허락도 없이 이런 토콘을 발행한 것이 틀림없어.’이렇게 생각한 피닉스 여왕은 카드를 이용해 토콘을 사고 있었다.“10골드 토콘 2만개 주세요.”“2만개요?”“좋은 일 한다니 도와주고 싶군요.”2/13 쪽

    10만원 가치인 토콘을 2만개라고 해야 20억원에 불과했다. 피닉스 여왕의 재력으로야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돈이다. 어차피 바칼의 기를 죽일 요량으로 몽골로 왔으니 조금 과하게 사는 것이다. 그러자 공항의 지점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테무르 문화재단의 관계자가 급하게 다가와 인사했다.“폐하,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문화재단으로 후원을 많이 해주셔서.”“아닙니다. 좋은 일하시니 적극 협조해야죠.”바칼을 만나서 혼내줄 생각이다. 하지만 토콘 발행의 명분이야 고비사막에 나무를 심는 기금은 만든다니 여왕이라는 체면에 후하게 사주는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아예 보기 싫은 토콘을 모조리 회수해 폐기 처분할 조금은 음흉한 속심도 있었다. 일단 카드로 결제하고 난 피닉스 여왕은 공항을 떠나 테무르 호텔로 가게 되었다. 네브소냐는 자신의 돈으로 2개를 따로 사서 주머니를 챙기고 있었다. 가지고 가서 자세하게 살펴볼 요량이다.피닉스 여왕 일행은 테무르 호텔의 특실에 머물게 되었다. 급하게 연락을 받은 테무르바칼이 호텔의 특실로 찾아왔다. 돈의 위력이 나타나는 것이고 또한 자신의 위치가 아직은 우위에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었다.“폐하, 어인 일로 갑자기?”3/13 쪽

    “다비흐 왕세자가 여기로 와서 몽골 말을 타보고 싶다고 해서.”“아, 그렇군요. 잘 오셨어요. 요즈음은 따뜻해서 초원에서 말을 탈만 해요.”“고비사막에서 먼지가 날려 한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니 나도 식목행사를 적극적으로 도와야죠.”이런 말의 진짜 뜻은 몽골 인이 왜 한국 사람인 태공에게 피해를 주느냐는 간접적인 표현이다. 부드럽게 몇 마디를 나누고 바칼은 슬며시 말했다.“폐하가 오셨으니 공연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죠. 폐하께서 내일 일정이 비었으면 내일 오전 10시부터 공연하도록 지시하죠. 오후가 더 따뜻하니 그때 왕자님은 말을 타면 됩니다.”“그러면 좋죠. 어서 가 봐요.”“예.”바칼은 나이가 비록 어리지만 몸매야 아주 성숙한 모습이다. 이제 점점 외형적으로 늙어가는 자신과 비하면 동안인 태공과 더 잘 어울리는 너무 젊고 싱싱한 모습이다. 4/13 쪽

    그러니 나오는 것이 한숨뿐이다.‘이제 나는 틀렸어. 다비흐 왕자만 믿는 수밖에 없어.’자신도 평범한 여자의 얼굴에 비하면 30대 중반인 나이로 보이니 동안에 속한다. 그러나 태공이 20살 언저리로 보이는 동안이다가 보니 문제가 생겼다. 앞으로 세월이 지날수록 실제 나이차이인 9살보다 더 차이나는 모습으로 변하게 생겼으니 큰일이다.이런 식으로 몇 년을 더 지나면 어미와 아들이라고 남들이 혹평할 정도로 차이가 나게 생겼다.‘후우! 이제 나는 퇴출 대상이야.’이런 생각까지 떠오르자 뿔이 나고 화가 났다. 한숨을 속으로 토하며 라이벌이 된 여자인 바칼과의 상견례는 싱겁게 끝냈다. 어려도 너무 어리자 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래저래 기가 막힐 뿐이다. 아무리 어린 여자를 좋아해도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었다.‘점점 어린 아이를 좋아하다니·······. 이런 식으로 살다가 보면 나중에는 유치원생과 결혼한다고 하겠어.’  5/13 쪽

    40살이 넘는 여왕의 체면에 이제 20살이 되려면 한참을 지나야 되게 생긴 어린 여자애를 잡고 나무라기도 뭐했다. 그러니 직접적으로 심문하기는 모양새가 너무 좋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던 피닉스 여왕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네브소냐에게 지시했다.“실장, 토콘 문제는 실장이 알아서 처리해요.”“제가요?”“그래요, 그대가 알아서 처리해요.”이런 지시에 네브소냐는 이제 자신은 정말 큰일 났다고 판단했다. 공연히 자신이 남의 가정사에 함부로 끼어들었다가 나중에 태공이 어찌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시를 받고 움직이지 않으면 피닉스 여왕에게 혼날 것이니 이거야 말로 진퇴양난이다.‘폐하께서도 수를 쓰시는군.’아까 공항에서 분노하며 벌벌 떨던 행동으로 보아서는 크게 사단이 난다고 판단했다. 그때는 바칼을 만나기만 하면 따귀라도 후려칠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여왕은 꾹 참고 조용히 돌려보냈다. 그러더니 고민 끝에 슬며시 자신에게 난감한 문제를 떠넘기니 6/13 쪽

    피닉스 여왕도 태공이 화낼까 겁나는 것이 틀림없었다.‘직접 처리하시지. 이런 곤란한 문제를 왜 나에게 떠넘기시는 거야.’피닉스 여왕도 태공의 생각이 어떤지 모르니 꽁지를 내리는 상황이다. 비서실장 주제에 함부로 나섰다가 나중에 바칼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미치겠네.’그래서 네브소냐는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왕세자님.”“왜요?”장난감 기관총을 들고 전쟁놀이한다고 이리저리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다비흐 왕세자를 부른 네브소냐는 반짝이는 토콘을 꺼내 보여주며 슬며시 물었다.“왕세자님, 여기 동전의 그림을 보세요. 아바마마의 얼굴이 있네요.”“어어, 그러네. 그런데 옆에 있는 여자는 누구지? 어마마마는 아닌데.”7/13 쪽

    “저도 잘 모르겠는데. 누구죠? 왕세자님은 혹시 아세요?”자세하게 토콘을 바라보던 다비흐가 너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혹시 누나가 아냐?”“누나요?”“응, 어마마마나 공주이모는 분명 아니고 내가 보기에 누나 같은데.”다비흐 왕세자는 요즈음 조금 이상한 것을 바라보면 호기심을 표하는 나이다. 그러니 아버지와 같이 동전에 양각된 여자의 정체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다비흐 왕자가 호기심을 보이자 네브소냐는 추가해서 말했다.“폐하께서도 잘 모른다니 아바마마는 아실지 모르겠군요.”“그러네, 그럼 내가 한번 물어 봐야지.”“왕자님, 제가 태공께 전화해서 바꿔 드릴까요?”8/13 쪽

    “응! 바꿔줘!”네브소냐는 전화해서 다비흐 왕자에게 수화기를 넘겨주며 말했다.“인사부터 잘 하시고. 물어 보세요.”다비흐가 전화기를 붙들고 시키는 대로 인사하고 나서 물었다.“아바마마, 동전에 있는 누나가 누구죠? 저도 누나가 있나요?”“무슨 소리야? 동전에 있는 누나라니?”최태욱의 이런 응수를 듣자 다비흐 왕세자는 토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또한 주변에서 아무도 동전에 있는 여자가 모른다고 호들갑스럽게 떠들며 설명했다. 뭐라고 대답한 것인지 다비흐는 통화를 끝내고 말했다.“왜? 그런 것은 가지고 와서 나 혼나게 해.”“왕세자님, 태공께서 화를 내던가요?”“응! 나보고 알 것 없다고 화내시는 거야.”9/13 쪽

    “아! 그렇군요.”혼났다고 말하던 다비흐는 이내 그것을 잊어버리고 다시 총싸움 놀이로 정신이 없었다. 이때 전화기에서 벨이 울렸다. 네브소냐가 받자 최태욱이 물었다.“실장님, 다비흐가 이상한 소리를 하던데 무슨 일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봐요.”“예, 공항에서······.”슬며시 공항 환전소에서 10골드 짜리 토콘을 사다가 보니 다비흐 왕세자가 이상한 여자와 같이 있다고 해 호기심으로 전화했다고 설명하게 되었다.“이제야 무슨 소리인지 알겠군요. 그 토콘은 내가 발행하라고 했으니 그렇게 아세요. 그게 조금 불편해 보이면 베네룩스 왕국에서는 정식으로 금화로 기념주화를 발행하세요. 대공주나 다비흐 얼굴까지 들어간 금화를 만들던 둘만 들어간 금화나 지폐를 만들던 마음대로 정하라고 해요.”“알겠습니다.”10/13 쪽

    네브소냐는 이런 통화를 끝내고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분명히 테무르바칼이 승낙을 받지 않고 토콘을 발행한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최태욱은 그런 사실에 대해 즉각 자신이 허락한 일이라고 테무르바칼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두둔한 것이다.‘그래, 일은 이렇게 된 거야.’궁중의 일이란 사실 이런 사건들이 수시로 벌어질 수 있었다. 비록 최태욱이 국왕의 신분은 아니나 실질적으로 국왕의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다. 그러니 토콘의 일은 이런 정도로 조용히 묵인해 주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네브소냐는 일단 최태욱이 테무르바칼 공주에게 저울추가 심하게 기울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피닉스 여왕에게 다가가 보고했다.“폐하, 토콘은 태공께서 이미 허락해 제조한 것이랍니다. 그리고 베네룩스 왕국도 필요하면 금화로 기념주화를 만들던 화폐를 새로 찍던 하시라는군요.”“그래요? 태공이 이미 승낙한 일이라면 그 문제는 그냥 넘기기로 하죠. 베네룩스 왕국은 앞으로 화폐를 새로 도안하고 기념주화를 금화로 발행하는 것이 좋겠네요.”피닉스 여왕은 설사 이렇게 마음을 정리했다고 해도 완전히 화가 풀린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나자 토콘 2만개를 보내오자 네브소냐에게 물었다.11/13 쪽

    “우리 카지노나 가서 놀다가 오죠.”토콘은 카지노에서도 사용해도 되니 가서 몽땅 집어 던지고 올 생각이다. 그러자 네브소냐가 급하게 만류했다.“폐하, 카지노로 가시다니요.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더구나 폐하께서는 쉬운 카드도 잘 하시지 못하면서.”화가 나서 화풀이 대상으로 돈을 소모하려는 것 같으니 급하게 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피닉스 여왕은 진짜 화가 치밀어 지시했다.“여기에 일본인들도 와서 운영하는 카지노도 있다니 그곳에 있는 슬롯머신이나 하러 가죠.”남편이 오너로 있는 카지노에서 돈을 잃어 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슬롯머신이야 그냥 토콘을 넣고 잡아당기기만 하니 신경을 전혀 쓸 필요도 없이 쉽게 돈을 날리는 성인오락이다. 그러자 네브소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모시고 가죠.”피닉스 여왕은 젊은 여자와 놀아나는 남편에게 반항하고 싶었다. 하루에 돈 좀 버릴 12/13 쪽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어차피 기부하기 위해 사준 토콘이니 모조리 소모해 버릴 생각이다.네브소냐는 경호실장에게 지시를 내렸다.“실장, 험악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경호할 준비하고 미리 가봐.”“넷!”네브소냐는 이런 지시를 하고 나서 피닉스 여왕에게 간편한 옷을 챙겨 입게 했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호텔에 있는 슬롯머신을 즐기는 게임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또 다시 이상하고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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