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450화 (450/657)
  • < --  [어둠의 집행자]  -- >작은 욱일승천기가 여러 개 일식집의 출입구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일본의 군국주의의 상징인 깃발이 나부끼는 것으로 보아 예사 식당으로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일본의 침략을 경험한 필리핀에서 이런 식으로 깃발을 걸고 당당하게 영업하니 독특해 보이고 있었다. 야마토(大和).야마토는 일본인들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단어다. 오래전 일본이라는 국호가 생기기 전에 있었던 정권의 이름이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 당시 유명한 해군병기장이 있던 지명이다. 또한 야마토는 일본이 자랑하다가 황당하게 침몰당한 세계에서 최고로 형편없는 전함의 이름이다. 막강한 화력을 지녔지만 해전에서 별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크기만 하던 전함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힘없이 침몰당한 야마토 전함에 미련이 많았다. 그래서 야마토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는 것은 일본인 중에서도 특히 극우와 군국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의미가 있었다. 여전히 반성을 모르는 많은 일본인들은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옛날에 자신들이 남회1/13 쪽등록일 : 13.02.02 00:40조회 : 3231/3247추천 : 86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의 나라를 침범한 사실을 영광으로 알고 있었다. 일왕을 여전히 신격화하는 일본인들이다. 강한 군대를 보유한 군국주의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으로 우주전함 야마토라는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었다. 그들은 내심을 감추고 슬며시 일본의 청소년들에게 군국주의가 좋다는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고 있었다.   야마토라는 일식집은 불과 몇 개월 전에 생겼다. 하지만 특이한 형태인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영업 방법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와글와글.일식집의 넓은 홀이나 다다미방에는 일본 관광객들이 가득 모여 요란한 소리를 내며 회와 술을 먹고 있었다. 나이 많은 손님은 술에 취해 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아마도 태평양 전쟁이 참전한 경험이 있어 그때를 회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도 아쉽다고 이길 수 있는 전쟁인데.”“자네만 그런가? 나도 마찬가지야.”“조금만 더 강했으면 미국을 이길 수 있었어.”2/13 쪽

    회집의 분위기는 마치 옛날 태평양 전쟁 당시 자신들이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그리는 형국이 연출되고 있었다. 가끔 군가를 비롯한 태평양 전쟁 당시 유행하던 음악도 들리고 있었다.다들 합창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런 방식의 영업이 필리핀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놀랄 뿐이다. 아무래도 일본인들의 재력을 무시하지 못해 벌어지는 것 같았다.야마토 횟집의 후원에 있는 별관········. 뭔지는 모르지만 다소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별관으로 하나 둘 들어가고 있었다. 손님들은 팔에 흉측한 문신이 있는 모습도 보이고 완전히 박박 밀어버린 중머리도 있었다.험악한 인상을 지닌 청년들이 많았다.본채와 조금 떨어져 있는 별관에는 일본 극우단체 회장이자 오사카의 야쿠자조직 두목인 아베가 부하들과 같이 있었다. 그는 필리핀에서 조직을 확대하고 있던 중에 단합대회를 열고 있었다.“모두 다 모였나?”“옛! 필리핀으로 와 있던 조직원은 모두 모였습니다.”3/13 쪽

    “그럼, 시작하지.”회식을 시작할 무렵에 별관으로 60대로 보이는 노인들이 도착했다. 여러 명이 동시에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아베 회장은 우리를 무시하는 거요? 먼저 시작하려고 하다니 섭섭합니다.”“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소 늦게 회식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회식은 다시 시작되었다. 여러 개의 미닫이문으로 연결된 다다미방에는 여자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30여명의 건장한 남자들만 커다란 다다미방에 앉아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나이가 많지만 건장하게 생긴 노인이 호기를 부리고 있었다.“자! 건배하도록 합시다. 오늘 내가 모두 사도록 하지.”“감사합니다, 회장님.”4/13 쪽

    조용하던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에 새로 푸짐한 회들이 술과 함께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엄숙하던 분위기가 조금 흐트러지며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서로 잔을 권하거나 때로는 대화를 작은 소리로 나누고 있었다.“중국 삼합회는 별것 아니야. 필리핀 놈들은 너무 기가 약해서 우리가 회칼만 꺼내도 다들 겁이 나서 도망치기 바쁘고.”“그러니. 매번 식민지로 살지. 불쌍한 녀석들.”별관으로 많은 손님들이 들어와 고급 회를 시켜서 먹는 동안. 여주인인 아즈라는 장사가 너무 잘 되자 신이 나서 주방을 향해 외쳤다.“주방장, 별관으로 서비스를 더 보내 드려.”“넷!”이런 대답을 한 주방장은 빠르게 주방에서 나왔다. 해산물이 있는 수조로 가고 있었다. 홀에는 전시용 수조가 있지만 주방의 뒤에는 판매하기 위한 커다란 수조가 별도로 있었다.  5/13 쪽

    두리번두리번.주방에서 나오자 주변을 빠르게 살피고 있었다. 주방장은 입고 있는 아얀 가운을 재빨리 벗고 있었다. 수조로 향하던 발걸음을 빠르게 옮겨 별관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별관으로 통하는 파이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힐긋 힐긋.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모습으로 보아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파이프를 만지던 주방장은 급하게 후원의 구석으로 가서 뭔가 확인하고 있었다. 주방장은 별관을 보며 비릿하고 음산한 미소를 띠었다. 뭔가 조작하고 나서 급하게 후문을 통해 횟집을 떠나고 있었다.부아아앙! 회집 뒤에서 갑자기 빠르게 모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요란한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오토바이 소리가 완전히 사라짐과 동시에 별관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렸다.6/13 쪽

    쾅! 과과광! 쾅!엄청난 폭음과 함께 목조 건물인 별관이 폭파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연달아 다른 폭음들이 들리고 있었다. 주방과 연결된 가스관이 터진 것이다. 그러나 사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바로 근처에 있던 난방용 등유를 가득 넣어둔 대형 기름통까지 터지고 있었다. 펑! 펑!  화르륵. 화르륵.“으아악!” “악!” “으아악!”목조인 별관은 가스 폭발과 동시에 큰 화염에 휩싸이고 있었다. 별관에 있던 사람들은 폭발에 이은 대형 화재로 인해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고 있었다.“저런 사람들이 타죽고 있어!”“불길이 너무 거세어 아무도 나오지 못하나봐.”“다다미방이라 생각보다 복잡해서 그럴 거야.”목조 건물은 너무 빠르게 뜨거운 화염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별관에 있던 많7/13 쪽

    은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고 불에 타죽고 있었다. 유황불에 사람이 타죽는 지옥도 같은 처참한 모습이다. 계속해서 마지막 숨이 남은 사람들의 처절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으악! 악! 으아아아악!” 에에에엥. 에엥.급하게 달려온 소방차들이 미처 손을 써 보기도 전에 야마토 일식집의 별관에서 시작된 폭발과 화재로 인해 모두 잿더미로 변하고 있었다. 소방관이나 경찰들은 그저 뜨거운 화염에 쌓인 건물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불구경을 온 주변에 사는 어린 애들에게 소리치고 있었다.“이놈들아 위험하니 저리가! 너도 일본인들처럼 타죽기 싫으면 더 떨어져!”“아저씨, 사람도 죽었어요?”“그래, 사람이 죽고 있으니 너희들은 멀리 떨어져.”사람이 불에 타 죽고 있다니 어린 아이들은 겁에 질려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8/13 쪽

    거대하게 타오르는 뜨거운 불길은 계속 하늘높이 오르고 있었다. 기름까지 유출된 상황이라 물로 불을 끌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저 주변의 건물로 번지는 것만 예방하느라 소방관들은 정신이 없었다.웅성웅성.많은 일본관광객들은 불에 타고 있는 건물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다행한 것은 폭발음으로 인해 본관의 홀이니 다다미방에 있던 손님들은 모두 피신이 가능했다. 그러나 본관 건물을 비롯한 야마토 일식집의 모든 건물은 완전히 불에 타고 말았다. 손님들과 겨우 거리로 대피한 아즈라는 대로에 주저앉아 통곡하고 있었다.“엉! 엉! 나는 이제 완전히 망했어.”대로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는 여주인을 사람들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필리핀 사람들은 아주 고소하다는 표정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저 여자는 별짓 다해서 돈 벌더니 잘 망했어.”9/13 쪽

    “천벌을 받은 거야. 일본 놈들 앞잡이 노릇을 했으니까.”여주인은 항상 일본식의 전통 옷인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인인가 했더니 울면서 토해내는 말은 영어다. 그러자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일본 관광객이 슬며시 물었다.“당신 어느 나라 출신이오.”“저요. 미국이죠. 그건 왜 물어요.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 이상해요?”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일본교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불타 망한 사람을 잡고 또 묻기도 이상했다. 황당한 표정을 보이던 일본 관광객들은 불에 활활 타고 있는 야마토 식당을 바라보고 있었다.어째 과거 불에 타서 침몰한 야마토 전함의 처참한 모습이 연상되고 있었다. 출입문에 걸려 힘없이 나부끼고 있는 욱일승천 기를 바라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후우. 야마토 전함이 침몰하던 것 같아 보이네.”“나도 그때 생각이 나는군.”10/13 쪽

    이런 대화를 나누던 일본인들은 먹은 음식 값은 주고 떠나야 한다는 듯이 주인 여자에게 다들 돈을 건네주고 있었다.“힘내시고 잘 사시오.”“고마워요.”    탈것이 모두 타버려서 그런지 불길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다 타버린 불씨가 다시 살아날 염려가 있다는 듯이 소방호스로 물을 품어대고 있었다.완전히 불이 꺼지고 나자 경찰들이 울고 있는 여주인에게 다가와 물었다.“별관에 몇 명이나 손님이 있었소?”울음을 멈추고 여주인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답하고 있었다.“처음에 30명을 단체로 손님은 받고 나중에 4명이 그리로 들어갔어요.”“종업원들은 몇 명이나?”“종업원들은 마침 다들 주방에서 일해서······. 주방장도 그쪽 별관 근처에 있었으니 아11/13 쪽

    마 불에 타서 죽었을 겁니다.”  “그거 확실한 거요?”“그럼요. 주방장이 바쁜 영업시간에 다른 곳으로 갈 이유가 전혀 없잖아요. 아마 해산물을 가지러 수조 쪽으로 갔다가 당한 것 같아요.”경찰관들이나 소방관들은 이제 불에 타버린 시체들만 수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워낙 불이 거셌던 바람에 뼈도 남지 않고 타버렸으니 신원확인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망자의 신분확인이 거의 불가능한 재들이 많았다.“재만 남아서 신분 확인이 진짜 어렵겠군.”“뭐가 남아 있어야 확인하지. 여행사를 통해 명단을 구해서 발표하는 수밖에 없어.”다음날 필리핀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 등 세계의 많은 언론에서는 야마토 식당의 화재사건에 대해 일제히 보도했다.“마닐라의 야마토 식당 화재! 일본인 관광객 34명 주방장 1명이 사망!” 화재 원인은 가스폭발과 기름유출 사고로 정리되고 있었다. 화재로 숨진 사람들 중에 12/13 쪽

    일부는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어 다소 소란스러웠다.“해양자위대 출신인 예비역 해군제독도 죽고 저명한 역사학자도 같이 죽었어. 오사카의 야쿠자 두목인 아베도 죽었고.”“왜 야쿠자와 같이 타죽어? 너무 이상하군.”“그동안 은밀하게 거래가 있었던 모양이지.”13/13 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