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대국의 위상] -- >[강대국의 위상]울란바토르를 떠난 최태욱은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에 도착하게 되었다. 흔히 미녀의 도시라고 부르는 키예프는 다른 지역보다 체형이 조금 다른 신체를 지닌 지역이다.특별히 이곳의 여자들이 미모에서 우월하다고 느끼는 점은 하체가 상체에 비해 길기 때문에 그런 소리들을 하는 것 같았다. 입국 수속을 항공기로 와서 해주게 되자 공항 여직원들의 늘씬한 모습으로 보아도 유달리 다리가 길어 보였다. ‘동서양 민족들이 만나 혼혈이 많아 이런 모양이군.’우성유전자를 받은 여자들의 미모가 뛰어나지만 혼혈의 특성상 열성유전자를 지닌 여성들은 다리도 짧아 마치 오크녀라고 불릴 정도로 흉하게 보이기도 했다. ‘여긴 미모도 천당과 지옥 같이 너무 차이가 나는군.’키예프 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끝낸 최태욱은 항공기에서 내리기 전에 바칼에게 물었다.회1/13 쪽등록일 : 13.01.30 00:28조회 : 3311/3326추천 : 93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바칼, 왜 여기를 고집스럽게 온다고 한 거냐?”“제 증조할머니 고향이 키예프라 한번 와보고 싶어서죠.”“아, 그랬구나.”바칼의 미모가 조금 다르고 몽골 인들과는 다른 체형을 지닌 이유에 대해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곳은 아내가 가까운 곳에 있는 유럽이다. 물론 거리와는 상관없이 이미 자신과 바칼이 은밀한 관계로 변했다는 정보는 알 것이지만 최소한의 체면은 유지시켜줘야 한다.“바칼, 너는 에이트와 따로 다녀라.”“알았어요. 그렇게 하죠.”자신의 입장을 알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바칼은 순순하게 따로 다니라는 말에 순종하고 있었다. 그녀를 먼저 에이트와 두 청년을 딸려 항공기에서 내려 보내고 나자 최태욱은 그제야 집무실로 트레블을 불렀다.“트레블, 알아보라는 것은 어떻게 됐나?”2/13 쪽
“태공, 항공모함 두 척은 이미 베네룩스에서 사갔습니다.”“뭐라? 누가 사갔다고?”“이미 고철로 베네룩스의 필립스 조선소에서 사갔다고 합니다.”원 역사에는 한국이 고철로 사서 해체하다가 결국 중국으로 넘어간 항공모함 두 척이 벌써 필립스 조선소에서 사갔다니 놀라고 있었다. 이미 해군력을 강화하기 위해 항공모함 건조를 구상하고 있는 베네룩스 정부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조치다. “어떻게 활용한다고?”“그야 모르죠. 그냥 해체하는 모양 같습니다. 그래서 정보에 의하면 인건비가 싼 필리핀의 수빅 조선소에서 해체를 해서 고철은 한국으로 보낼 것 같습니다.”“알았어.”최태욱이 구소련에서 사용하거나 또는 건조 중인 항공모함이 욕심나서 묻는 것은 아니다. 다만 원 역사처럼 중국에게 넘어가 중국의 해군력 강화에 사용될 염려가 있어 관심을 두는 것이다.3/13 쪽
일단은 피닉스 조선소에서 구입해 고철로 완전히 해체해 버린다니 그 문제는 이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일단 중국 놈들이 사갈 염려는 없으니 됐어.’ 최태욱은 전생의 기억 때문에 여전히 중국을 상당히 견제하고 있었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중국이 경제적이나 군사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막아볼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우크라이나에 와서 직접 알아보려던 항공모함 2척의 처리가 끝나 있다는 것을 알자 다른 일에 관심을 두었다. 우크라이나는 본시 토질이 아주 좋은 흑토지역이라 유럽의 곡창지대다.주로 농산물로 밀을 재배하는 이곳에서는 구소련시절부터 중공업이 매우 발달된 곳이다. 철강제품이 많이 생산되어 동구권 유럽 국가들에게 공급했었다. 그러나 동구권 국가들의 경제가 몰락해 버리자 철강제품의 수출이 부진해 전과 같지 않았다. 이웃한 발칸 반도가 민족 분쟁에 휘말려 끝없는 전쟁 상황으로 변했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인 우크라이나는 아직은 그런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역시 경제가 몰락해 주민들의 불만이 아주 많은 곳이다.4/13 쪽
“트레블, 우선 겨울 밀을 재배하는 농장으로 가보자.”“넷!”이제 초겨울에 접어들어 사실 가봐야 별로 볼 것도 없겠지만 달리 할 일이 없으니 밀 농장을 보고 가능하면 이곳에서 밀이나 사갈 생각이다. 카리브나 혹은 미국에서 공급하는 밀이 충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육로를 통해 베네룩스 왕국으로 밀을 운반하면 가격에서 비슷했다. 트레블이 공항을 빠져나와 도시의 외곽을 통해 농장지대를 잠시 돌아보았다. 별로 특이할 것은 없고 항상 보던 농장들이나 다름이 없었다.“땅이 기름져서 그런지 밀알이 굵게 생겼군.”“그렇습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밀은 질이 좋다고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하지만 공산권 시절부터 생산성이 떨어져 전에 명성과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이야 태공께서 운영하시는 미국의 아칸소 밀을 최고 품질로 알아줍니다.”“그래? 나는 밀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 않아서 몰랐는데 그런 평가를 받는단 말이지?”5/13 쪽
“넷! 유기질 비료를 많이 살포해 밀을 재배해 그런 모양입니다.”트레블의 말에 최태욱은 빙그레 웃으며 답해 주었다.“그건 조금 다른 평가로 보는데. 우크라이나 밀의 명성이 떨어진 이유나 생산성에서 문제가 된 것은 여기서 가까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사고 때문 같은데.”“물론 그런 문제도 있지만 땅이 좋다고 해서 비료를 살포하지 않고 너무 양분을 빼먹으니 질이 떨어진 점도 많다고 하더군요.”“그런가? 흑토 지역인데.”“아무리 토질이 좋아도 계속 양분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법이죠.”최태욱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인이라 밀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밀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인들은 밀의 질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모두 자신들의 건강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곡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유럽인들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나는 질이 낮은 쌀이나 한국에서 나는 양질의 쌀과 전혀 구분하려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이 최태욱은 밀이면 다 같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6/13 쪽
있었다. 두 사람은 밀 농장을 돌아보며 주로 곡물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트레블은 최태욱의 경호 실장으로 지내며 자주 말 상대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만 있으면 많은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태욱이 방문할 예정인 나라에 대해서도 사전에 많은 자료들을 검토하는 방법으로 보좌하고 있었다. “트레블이 보기에 여기서 밀을 수입해가도 된다고 보나?”“아마 베네룩스 국민들은 방사능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그럼, 여기서 사갈만한 물건은 별로 없군.”“그렇습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여자들 말고는 없다고 봅니다.”“오라, 트레블은 우크라이나 여자들이 멋져 보이는 모양이군.”“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베네룩스에서 특별히 필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없어서 하는 말입니다.”이제 연말이 다 되어가는 시기라 올해 경제상황이 대체적으로 산출되어 나오고 있었다. 한국이나 베네룩스 그리고 카리브 주는 엄청난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었다.7/13 쪽
한국은 20퍼센트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었다. 베네룩스 왕국도 15퍼센트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펜티엄 컴퓨터의 출시로 가전제품의 시장에서 SG필립 전자 회사의 점유율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이런 정도면 이제 차츰 안착을 시도할 때가 다가오는군.’무조건 고도성장만 추구하다가는 나중에 경기 불황이 오면 국민들이 견디지 못하니 성장률을 차츰 낮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다. 매워 민감한 문제라 조심스럽게 조절할 필요성이 있었다.유럽의 전자 시장은 이제 베네룩스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거의 장악한 상태라고 볼 정도로 팔리고 있었다. 그와 동반해서 다른 공산품의 수출실적도 대폭 늘어났다. 그로인해 베네룩스 왕국이나 한국은 엄청난 부를 축척하고 있었다.겨울 밀을 재배하는 농장을 돌아보고 나서 다시 키예프 시내로 접어들 무렵. 트레블은 최태욱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태공, 여기 소피아 사원이나 박물관이 아주 유명한데 한번 가보시죠.”“그럴까?”8/13 쪽
트레블의 권에 의해 최태욱은 소피아 사원을 비롯한 국립박물관을 관광하게 되었다. 비공식적으로 입국했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아직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입국한 사실은 널리 알려지고 있었다.우크라이나 정부 관료들이 계속해서 이곳의 베네룩스 대사를 통해 트레블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다. 여러 번 연락이 오더니 드디어 농산장관이 찾아왔다.“무슨 일이죠?”“태공,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밀을 구입해 주세요. 태공이 구입하시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밀도 안전하다고 해 쉽게 팔리게 될 겁니다.”“그런 목적이 있다면 제가 사드리기 곤란합니다. 방사능 피해가 심한 지역의 밀을 제가 사간다면 베네룩스 왕국의 국민들이 상당히 불만이 많을 겁니다.”사실 큰 문제점은 이미 없지만 여전히 방사능 오염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가난한 나라가 아닌 베네룩스는 유달리 그런 문제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더구나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저의가 있으니 더욱 조심스러웠다.9/13 쪽
최태욱은 잠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안정성이야 어느 정도 보장되는 밀이라 구입을 해서 다른 지역으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제가 사서 다른 곳으로 보내 줄 수는 있어요. 그러니 공연히 내가 여기서 밀을 샀다는 소문을 내서 이득을 보실 생각을 하지는 마시고 거래하시려면 하세요.” SG필립스 전자에서 우크라이나로 많은 전자제품을 수출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들의 부탁을 완전히 거절하기는 힘들어 이런 제안을 하고 있었다. “태공, 밀은 어디로 보내시려고요?”“조금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튀니지, 알제리, 리비아가 여전히 식량이 부족해 구입을 원해 보내줄 생각입니다.”“알겠습니다. 그렇게라도 팔아주신다면 저희야 숨통이 터지겠군요.”그들 나라들이 최태욱에게 곡물을 주문하는 이유는 그가 세계 곡물 시장에서 가장 큰손이기 때문이다. 최태욱을 통하면 국제 시세보다 가끔 조금 싸게 식량을 사주기도 하니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10/13 쪽
“얼마나 되죠?”“100만톤 정도가 남아돕니다.”“알았어요. 모두 제가 인수하도록 하죠. 그렇게 되면 창고에 보관해야 하는 비용이 절감되겠군요.”“그렇습니다. 자금도 돌아가니 조금은 숨통이 트이게 생겼습니다.”우크라이나가 밀이 남아도는 이유는 주변국인 발칸 반도에서 전쟁으로 인해 밀을 판매하기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발칸 반도가 민족 분쟁으로 끔찍한 전쟁에 휘말려 버렸다. 그곳은 농사를 거의 중단한 지역도 많아져 식량사정이 급하기는 하지만 대금을 받을 길이 없어 그대로 창고에 쌓아 놓은 밀들이 많았다.밀을 단번에 100만톤을 구입하는 계약을 성사시킨 최태욱은 일부는 벌크 선으로 북아프리카로 운송하게 하고 일부는 몽골로 보내기로 했다. 몽골이야 어차피 뭐를 보내더라도 항구가 없는 내륙국가라 항공기나 육로로 수송하는 수밖에 없었다.전용항공기로 돌아와 기내에서 이런 지시를 하게 되자 트레블이 물었다.“테공, 요청하지도 않는 몽골로 무작정 식량을 보내면 되나요?”11/13 쪽
“올겨울이 유난히 춥다니 몽골에는 식량이 더 필요해요. 그리고 몽골로 식량을 많이 보내게 되면 자연히 북쪽의 시베리아 쪽으로도 여유 있는 식량은 팔려 나갈 것이고요.”“그렇군요.”최태욱은 바칼이 할머니의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 그녀를 다시 몽골로 보내며 말했다.“바칼, 너는 몽골로 돌아가서 왕궁을 지어놓으면 그곳에서 조용히 지내. 공연히 요란스럽게 살지 말고.”“알았어요.”“아직 잘 모르겠지만 회사 업무도 하나씩 배우고. 부하 직원들을 부려도 뭘 알고 부려야 하는 거니까.”“예.”최태욱은 자신이 생각한 사업에 대해 말해 주었다.12/13 쪽
“내가 한국의 식품 회사로 전화해줄 것이니 몽골로 돌아가서 만두 만드는 법을 잘 정리해. 손으로 만드는 만두로는 사업성이 없으니 식품회사 직원과 같이 공장 만두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법을 같이 연구해봐.”“알았어요. 그럼 몽골에서 먼저 시도해 보고 성공하면 한국으로 가서 확대하면 되겠네요.”“그렇지 그렇게 천천히 해보는 거야.”“알았어요.”최태욱이 굳이 이런 사업에 대해 조언을 하고 권하는 이유는 바칼이 자신에게 너무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할 일이 없으면 자신에게만 너무 집중하게 될 염려가 많아 정신을 조금은 다른 쪽으로 쏠리도록 슬며시 유도하는 것이다.‘돈이야 안 벌어도 되지만 내가 편하려면 할 수 없어.’속을 알면 모두 기겁할 일이지만 어찌 되었건 최태욱은 때로는 자신만을 생각해 아주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13/13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