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436화 (436/657)

< --  [오랜 전통과 국익]  -- >늘어져서 잠자던 최태욱이 약간 머리가 띵하니 아파와 눈을 떴다. 어제 마신 마유주 때문인지 속이 매우 거북했다. 미식거리는 속 때문에 투덜거렸다.“어휴! 말 오줌이라 그런지 속이 거북하네.”마유주는 말의 젖으로 만든 술이라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막걸리와 비슷한 맛이라 몽골 인들은 흔히 한국의 농민들이 일하며 막걸리를 마셔 갈증이나 허기를 달래던 것처럼 즐겨 마시고 있었다.언제 들어와 가져다 놓은 것인지 침대 옆에는 작은 주전자가 보였다. 항상 에이트가 최태욱이 갈증 나면 마시라는 홍삼차다. 작은 주전자를 들고 잔에 따라 홍삼차를 마시자 거북하던 속이 시원하게 풀리고 있었다.홍삼차를 마시고 난 최태욱은 침상에서 일어나 천천히 옷을 입었다. 그가 옷을 다 입고 나서야 같이 누워 있던 테무르바칼이 조심스럽게 눈을 뜨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피곤할 거니 더 자라!”회1/13 쪽등록일 : 13.01.29 15:58조회 : 3064/3080추천 : 81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진한 화장인 얼굴에 눈물 자국이 보이자 최태욱은 흘리듯이 말을 던지고 게르 밖으로 나왔다. 이제 와서 옆에 앉아 달래거나 또는 여자의 신분을 묻는다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최태욱이 두툼한 털외투를 걸치고 게르 밖으로 나오자 문 옆에서 서있던 일프이르가 급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태공, 일어나셨군요.”“그래, 일프! 너 밤에 보초를 서냐?”“넷! 투이와 마지막 불침번을 섭니다.”“그렇군.”이제는 경호실 소속으로 바뀌자 트레블이 두 청년에게 제일 편하다 싶은 마지막 불침번으로 배당을 하는 것 같았다. 아직 어리지만 그렇다고 이런 정도 임무도 수행 못할 정도로 어리지는 않았다.2/13 쪽

“일프리르! 가서 에이트를 불러와!”“넷!”명령을 받은 일프리르는 게르를 떠나 200미터 정도 떨어진 게르 쪽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게르 안으로 뛰어 들어간 일프리르는 에이트와 같이 급하게 뛰어서 돌아오고 있었다.그런 모습을 보며 최태욱은 게르와 50미터 떨어져 있는 커다란 모닥불을 피우던 자리로 가서 불이 꺼진 모닥불 재들을 헤쳐 불씨를 찾았다. 불씨를 찾자 작은 나무를 모아 놓고 입김을 불어 작은 모닥불을 피우고 옆에 앉았다.“태공, 부르셨습니까?”“잘 잤나?”“넷!”“나는 너 때문에 혼란스러워서 잠을 편하게 자지 못했다. 그러니 할 말이 있으면 해 봐.”3/13 쪽

그저 지나가는 소리로 던지지만 여자를 게르 안으로 들여보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무라는 것도 아니고 여자를 왜 굳이 보냈느냐는 물음이다. “태공, 사실은 문화관광부 장관께서 저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태공에게 테무르바칼을 소개시켜 달라고요. 그래서 그동안 태공께서 적적하게 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몽골에서는 귀한 손님에게는 여자를 대접해 주는 오랜 전통도 있어 그렇게 했습니다.”“무슨 소리인지 알겠군. 하지만 이것으로 끝내기 곤란하니까 그렇지. 여자의 신분은 뭐냐? 내 느낌이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여자로 보이는데.”“태공, 사실 여부야 제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테무르바칼은 이제 사라진 대칸의 후손인 몽골공주라고 합니다. 태어난 곳이 바이칼 호수 근처라 이름이 바칼이고요.”“뭐라? 그게 정말이냐?”  “예, 문화관광부 장관님이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자신과 잠자리를 한 여자가 몽골제국의 마지막 후손이라고 보는 몽골공주라는 소리에 최태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자의 신분이 그렇다면 그저 단순히 여자를 게르4/13 쪽

로 넣어줘서 객고나 풀라는 의미는 아니었다.‘뭐를 노리고 몽골 정부에서 이런 일을 벌인 거지?’정치적이나 아니면 어떤 경제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정략적인 행동일 수 있었다.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남의 농간에 자신이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그러나 그것을 밖으로 표출해야 그것이 더 이상할 뿐이다. 그래서 최태욱은 천천히 다시 물었다.“내가 여자에게 해줘야 하는 뭐가 있다고 하더냐?”“아뇨? 그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에이트의 표정을 보니 여자에 대해 더 이상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에이트에게 약간 언성을 높여 지시했다.“에이트, 이번은 내가 그냥 넘어가마. 하지만 앞으로 또다시 이런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경우 너는 혼날 줄 알고 조심해.”“알겠습니다.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은 없을 겁니다.”5/13 쪽

최태욱이 이런 말을 하는 동안 트레블도 옆으로 와서 모두 듣고 그도 답했다.“태공, 앞으로 이런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조심하세요. 공연히 일을 벌려 큰 사단을 만들지 마시고요. 다른 여자들이 오늘 일을 알게 되면 그대도 좋은 소리 듣기 어려운 이상한 행동이 아닙니까?”“알겠습니다.”  이미 여자를 취한 처지로 더 이상 나무랄 수는 없었다. 다소 기분이 찜찜해도 이런 정도로 끝내야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자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남아 있었다.‘끙! 잠시 좋기는 했지만 뒤처리가 머리 아프군.’돈을 받고 몸을 팔려고 게르로 들어온 여자가 아닌 것 같으니 이후 문제를 생각하자 머리가 쑤셔오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라도 처리는 해야 된다.‘문화관광부 장관을 만나 물어볼까?’6/13 쪽

잠시 이렇게 생각해 봤지만 그것은 먹잇감을 노리는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드미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여자에게 물어보자니 그 또한 이상했다.잠시 생각하던 최태욱은 전통 어쩌고 떠들던 에이트의 말이 떠올라 그에게 물었다.“너, 혹시 전에 왕족, 즉 공주가 결혼할 때 가축을 얼마나 받았는지 알아서 바로 보고 해.”“알겠습니다.”사실 다른 방법도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로는 가진 것이라고 돈이 전부니 돈으로 해결해 버릴 생각이다. 손님에게 여자를 대접하는 풍습이 있는 몽골이니 옆에 따라다닌다고 고집을 부릴 것 같지는 않았다. 더구나 오래전 이야기지만 몽골에는 초야권도 존재한 풍습이 있었으니 최태욱은 자신이 편한 쪽으로 생각했다.세상사란 돌발적인 변수는 항상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몽골에 와서 새로운 여자를 만들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전에는 여자가 생기면 무덤덤한 가운데 기분이 약간은 좋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찜찜하고 거북하기만 했다. 아마 남의 농간에 놀아난 기분이 들어서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았다.‘기분이 영 아니군.’7/13 쪽

최태욱은 여자가 있는 게르 안으로 들어갈 기분이 아니라 일프이르에게 지시했다.“일프이르. 가서 어제 먹다 남은 만두가 있으면 가져오고 고기 몇 첨을 여기로 가져와. 너희들도 먹어야 하니 같이 가져오고”“넷!”잠시 시간이 흐르자 일프이르와 투이말란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와 구운 양고기를 급하게 가져왔다. 최태욱은 모닥불 옆에 앉아 만두와 고기를 먹으며 두 청년에게 조용히 자신의 지침을 말했다.“앞으로 둘은 명심해. 내가 잠자고 있는 침실에는 내 허락 없이는 절대로 아무도 들어오면 안 된다. 그 사람이 설사 내 아내더라도. 무슨 말인지 아냐? 그런 때는 반드시 나에게 먼저 말하고 내 승낙을 받은 뒤에 행동해야 돼.”“예, 명심하겠습니다.”아주 기본 상식에 관한 사안인데 어제는 분명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테무르바칼이 자신의 옆에 계속 앉아 있다가 따라서 게르로 들어왔다. 그러니 조금은 상황이 미묘하지만 어찌 되었건 철저해야할 경호의 기본 수칙은 힘없이 무너진 것이다.8/13 쪽

두 청년에게 이렇게 말하고 나서 최태욱은 트레블에게도 지시했다.“이제 와서 지난 일을 굳이 나무라고 싶지는 않지만 어제 경호 실장은 경호의 기본 수칙을 어기는 큰 실수를 했다는 것만 명심하세요. 만약 여자가 암살을 생각했다면 나는 분명히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이상한 일들이 없도록 해요.”“넷!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실수가 없도록 하겠습니다.”이번 일은 처음 벌어진 사건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적들이 그런 틈을 노릴 수 있다. 설사 위해를 가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더라도 문제점은 많았다. 그저 호의적으로 미녀를 접하게 시도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복잡해지니 단단히 주지시키고 있었다.아침 식사를 끝내고 나자 최태욱 여전히 모닥불 옆에서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몽골 공주의 결혼식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으니 에이트가 오길 기다린 것이다.‘대충 알라보고 오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진짜 공주인지도 확인이 어렵다고 하면서·····.’무료하게 모닥불만 바라보며 기다리는 중에 드디어 에이트가 급하게 돌아왔다. 그는 9/13 쪽

최태욱의 옆으로 다가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보고하고 있었다.“문화관광부 장관의 말에 테무르바칼은 대칸의 마지막 직계 자손이라고 합니다. 오래전에 바이칼 호수로 떠난 대칸의 유일한 손녀가 확실하다고 했습니다.”“그래서. 그러니 공주 대접을 해달라는 거냐?”“아뇨. 대통령께서 태공에게 최대한 호의를 베풀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화관광부 장관은 마지막 대칸의 후손이라는 점을 아마도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활용할 생각이 있었고요.”“아, 대략 알겠군. 그냥 정식 공주로는 대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어디 적당한 곳에 관광지처럼 허름한 왕궁을 건립해 관광 사업을 하자는 뜻이군.”“그렇습니다. 아마 바칼 공주님은 그런 사업을 위해 왕궁 건립에 소요되는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해 태공에게 접근한 것 같고요. 아마 그렇게 되면 공주님은 상징적인 의미로라도 공주로 대접을 받으며 흐트러진 왕족들을 모아 그곳에서 사실 생각 같고요.”“무슨 생각인지 충분히 알겠군.”10/13 쪽

자세한 내용을 보고 받은 최태욱은 오래전에 죽은 안나타이거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도 그리스 공주로 떠돌다가 카리브에 자신만의 왕궁을 세워 정착할 생각을 했었다. 끝내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평범하게 살기는 어려웠던 망한 왕국의 공주라는 삶이 어떻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망한 나라의 공주나 왕자가 다 옛날의 영광을 가슴에 품고 인생을 살지는 않는다. 조금씩 체념하며 보통사람의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내면적으로 권력욕구가 많던 또는 스스로 평범한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어떤 식으로라도 특별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있었다.   ‘보통사람에 비해 매우 뛰어난 여자이거나 아니면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성품이라 약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자로군.’ 최태욱은 잠시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어차피 내년 봄에 SG 미디어에서 칭기즈칸 영화 촬영의 필요로 몽골 초원에 대형 게르인 세트장 건립도 계획하고 있었다. 중국처럼 성벽을 쌓고 호화로운 궁전 생활을 하던 몽골 전통은 아니다. 그러니 세트장 건립하는 정도의 자금만 있다면 충분히 전통 왕궁을 지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런 정도로 만족할지 모르지만 그건 해주고 떠나야 되겠군.’이미 쌀이 익어 밥이 되어 버린 처지로 그냥 모른 척 하기는 곤란해 이렇게 결정하고 11/13 쪽

있었다. 더구나 사회주의 체제이던 몽골이라 넓은 초원은 모두 국유지라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최태욱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그제야 케르 안으로 들어갔다. 게르 안으로 들어가 바칼을 바라본 최태욱은 기겁하고 놀라고 있었다.‘헉! 너무 어리다!’이제는 진한 화장을 완전히 지우고 거의 맨얼굴을 대하고 보니 자신이 예상하던 나이보다 상당히 어려 보이고 있었다.‘끙! 맹랑하군. 어린 여자가.’이렇게 생각한 최태욱은 끔찍한 생각이 들어 애써 이런 쪽으로 생각했다.‘저 애도 나처럼 아마 나이가 유달리 어려 보이는 동안이라 저런 거야.’차라리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속이 편해 단정해 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바칼에게 즉시 물었다.“바칼, 네가 살고 싶은 곳으로 가자.”12/13 쪽

“지금요? 저 말을 타기가 조금········.”하긴 몸이 온전하지 못하니 말을 타고 가기는 불편한 상황이다. 최태욱은 이내 다시 말했다.“지프를 타고 가지.”“예. 제가 살고 싶은 곳은 별로 멀지 않아요.”최태욱은 바칼을 데리고 지프에 올라 그녀가 살고 싶다고 하는 초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울란바토르에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라 자신들이 지내던 장소에서 별로 멀지는 않았다.남쪽으로는 아주 드넓은 초지가 있고 북쪽에는 다소 높은 바위산이 있는 비탈진 곳이다. 주위보다 다소 높은 초원으로 아주 평탄한 부지가 5만평이 보이고 있었다.“태공, 여기에요.”“알았어.”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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