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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34화 (434/657)
  • < --  [오랜 전통과 국익]  -- >사람이 귀한 오지인 몽골에서는 양자나 또는 누군가 버린 아이인 업둥이를 아주 귀하게 여겼다. 만약 집안에 업둥이라도 생기면 크게 잔치를 벌이게 된다. 업둥이가 들어와 잔치를 벌이면 마을사람들은 다들 축하해 주고 부러워했다. “집안이 업둥이 때문에 더욱 번창한다고.”“당연하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후하게 베풀고 잘해줘야 업둥이가 들어오는 거야.” 비록 전쟁에서는 잔악한 모습을 보이지만 항복한 적에게는 자리를 보존해 수하로 삼는 풍토가 많았다. 몽골 인에게는 큰 그림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많았다. 유목민으로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칭기즈 칸 후손들이 인구가 많은 중국 대륙을 통치한 방법도 이런 포용력이 있기에 가능했다.휘이릭! 휘리릭!차가운 바람이 초지 위 빠르게 가르며 드물게 보이는 낙엽들을 휘날리고 있었다.드넓은 초원은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고 주위가 써늘해지고 있었다. 서서히 겨울이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몸이 저절로 움츠러드는 추운 계절이다. 중앙에는 커다란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주변에도 작은 모닥불을 피워 놓고 에이트회1/13 쪽등록일 : 13.01.29 00:00조회 : 3106/3125추천 : 79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와 두 청년의 지인이나 가족들끼리 모여 앉아 있었다. 모여든 사람들은 잔치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이런 큰 잔치는 태어나서 처음이야.”“당연하지. 태공은 소문에 의하면 세계에서 제일 부자라는 소리도 있잖은가? 더구나 태공은 부자나라의 국왕이니 당연히 크게 잔치를 여는 거지.”“에이트가 결국 좋은 분을 만나 크게 출세했어.”“본래 똑똑하고 재주도 여러 가지로 많았잖아. 그러니 왕의 측근으로 변한 거지.”몽골 사람들은 최태욱은 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상 절대군주제와 같이 통치되는 카리브 주만 계산해도 이미 인구수에서 몽골과 비슷하다. 더구나 삼국을 통합한 나라인 베네룩스 왕국의 피닉스 여왕에 남편이라 때로는 그를 황제로 칭하는 경우도 있었다.“일프이르와 투이말란은 앞으로 크게 출세할 거야.”“당연하지. 에이트가 추천했으니 앞으로 아주 중요한 일을 하게 될 거고.”2/13 쪽

    이제 떠나게 되는 두 청년은 울란바토르의 고아원에서 지내다가 마치 업둥이처럼 이곳 마을에 사는 에이트의 친척으로 변했다. 비록 같이 계속 살지는 않았지만 수시로 이곳 마을로 와서 각종 무술이나 또는 말 타기를 배웠다. 그래서 다들 두 청년의 장도를 축하해 주고 있었다.“항상 몸 건강이 지내고.”“넷! 어르신들도 편안히 지내세요.”잔치에 참석한 주변에서 마을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나 울란바토르에서 찾아온 두 청년들의 지인들은 모두 축하해 주고 있었다.“고향을 떠나더라도 태공에게 충성하고 잘 살게.”“감사합니다. 그동안 저를 보살펴줘서.”“이렇게 크게 잔치를 열어주고 떠나니 우리에게 더 없는 영광이야.”유목민들의 특성상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 또한 떠나는 사람도 말리지 않았다. 때가 되면 다시 만나게 된다는 강한 믿음이 있어 더욱 그렇다.3/13 쪽

    이윽고 전통무용을 전공한 많은 남녀들이 대형 모닥불 주위에서 전통춤을 추고 있었다. 화려한 전통복장을 입은 무희들이 춤을 추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고 있었다.전통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던 최태욱이 옆에 있는 에이트에게 슬며시 물었다.“에이트, 네가 말한 사람은 누구냐?”“나중에 독무를 추게 될 겁니다.”“독무를 춘다고? 그럼 혹시 여자라는 거야?”“예, 그분이 꼭 태공을 만나고 싶다고 해 그분이 추는 전통무용도 보시고 얼굴부터 직접 보시라고 이런 자리를 마련했어요.”“그래? 여자라니 조금 이상하군. 단장이 여자인 가무단인가?”최태욱은 아직도 전통무용을 공연하는 단체의 수장이 여자라고 판단했다. 단장인 여자가 만나자고 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4/13 쪽

    “다들 편하게 마음먹고 마시게.”“넷!”어찌된 일인지 모르지만 오늘 따라 몽골의 경찰들이 이곳으로 몰려왔다. 잔치를 벌이는 주변의 질서를 유지해 준다고 보초를 서고 있었다. 최태욱은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해 경호원들에게 술을 마시라고 권했다.“경찰들도 있으니 공연히 긴장하지 말고 마셔요. 도수도 약한 술이니 취하지 않아요.”“그래도 술은 술입니다.”경호를 책임지는 트레블 입장에서는 낮선 사람이 제일 겁났다. 요인 암살사건이 늘 그러하듯이 주변에서 경계를 서던 경찰이나 경호원이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경찰이라고 믿으면 안 된다고. 여긴 먼 타국이야.’자국의 경찰도 경계해야 하는 입장이니 외국 경찰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최태욱이 워낙 술을 권하기 때문에 일부 경호원들이 최태욱의 주변에서 조금씩 술을 받아먹고 있었다.5/13 쪽

    처음에는 단순히 그동안 자신에게 호의를 보낸 몽골 사람들에게 잔치를 해주고 떠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몽골 인들은 두 청년을 높은 사람이 영원히 데리고 가는 정도로 인식하자 생각을 달리하고 있었다.‘그동안 두 아이들을 키워준 부답은 내가 해주고 떠나야 도리인 분위기군.’잔치로 충분하다고 했지만 개중에는 어떤 기대를 하는 사람도 보이고 있었다. 몽골은 본시 노예 제도가 없지만 아무튼 그런 전통은 유목민 사이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에이트, 두 아이는 네 친척인 양자로 입적했다고 했지?”“예!”“그럼, 양자로 받아들인 그 친척을 이리로 불러와. 내가 돈 좀 주고 떠나게.”“알겠습니다.”막상 이렇게 지시하고 보니 얼마를 줘야 적당한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에이트에게 슬며시 물었다.“에이트, 이런 경우 얼마를 줘야 하지?”6/13 쪽

    “태공, 돈을 주려면 사실은 저 애들을 양성한 저에게 줘야죠. 그러니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정이나 주시고 싶으면 말 두 필씩만 양부모에게 사주시면 됩니다.”에이트가 이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나자 최태욱은 즉시 트레블에게 지시했다.“트레블, 가서 말 40필을 지금 당장 사와.”“넷!”몽골 인에게는 현금보다 현물인 가축을 사준다는 것이 더 의미가 깊어 이런 지시를 내렸다. 또한 현지에서 몽골말의 가격이 너무 싸니 말을 두필 사주는 정도로 어째 개운하지 않았다.‘하긴 내 명령을 따르는 비밀리에 특공작전을 수행하거나 또는 나를 경호하다 죽을 수도 있으니 목숨 가격은 주고 떠나야지.’꼭 어떤 보상 차원은 아니다. 편한 데로 이렇게 생각하고 최태욱은 두 청년을 양자로 맞이한 부부에게 몽골말 20필을 이별 선물로 주게 되었다.“그동안 키워줘서 고맙습니다.”7/13 쪽

    너무 과한 선물을 받은 노부부는 너무 기뻐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슬하에 자식이 없어 양자로 받아들인 두 아들로 인해 죽을 말년에 업둥이 들어온 것 같이 운수 대통한 것이다.최태욱은 이어서 에이트에게도 말했다.“에이트, 너도 그동안 고생했고 두 아이를 지도하느라 고생했으니 20필을 받아.”“저도요?”“그래, 돈을 주려면 너를 줘야 한다며? 그러니 말을 받아.”“태공, 그건 그냥 해본 소리인데요.”“그래서 너도 주는 거야. 옛 말에 그냥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이 진짜 마음속에 들어있는 진심이라니 너도 말을 받아야 내가 편해.”“알겠습니다.”몽골로 와서 거대한 금광도 날름해버린 최태욱의 입장에서야 모두 푼돈에 불과했다. 8/13 쪽

    이런 조치를 하면서 전통무용을 보는 도중에 봉산탈춤과 비슷해 보이는 가면 쓴 전통 무용도 구경하고 있었다.‘한국 전통과 너무 비슷한 풍습이 많아.’하긴 한국의 전통복장인 옷차림도 몽골에서 유래된 종류가 많았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모닥불 옆에서 춤을 추는 무희들이 자꾸 바뀌고 있었다. 옷차림도 바뀌며 새로운 춤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팀이 바뀔 때 마다 무희들에게는 약간의 현금을 주고 있었다. 그가 주는 약간의 현금인 200만원은 그들에게는 거액이었다.‘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횡재하는 때도 있어야지.’자신도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삶을 살며 운수대통한 입장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으로 다소 후하게 베풀고 있었다. 더구나 몽골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게 되었다. 몽골을 떠나기 전에 후하게 베풀고 떠나야 회사 직원들이 편하다고 판단했다.이윽고 사람들이 마유주를 마시고 다들 취기가 오를 무렵에 에이트가 작게 외쳤다.“태공, 저분입니다.”9/13 쪽

    에이트가 경어를 쓰자 최태욱은 모닥불 옆에 나타난 여자를 바라보았다. 분명 경어를 사용해 나이가 많은 여자로 봤는데 화장을 진하게 해서 그런지 아주 어려보이고 있었다.‘이상하네. 에이트가 여자들에게 경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데.’     지금까지 나온 무희들은 키가 160센티미터 정도다. 머리에는 커다란 화관을 쓰고 있고 여자의 키도 170센티가 넘어 보이고 있었다. 독무를 추는 여자는 옷차림부터 지금까지 보던 모양과는 전혀 다르게 아주 화려했다. 옷은 마치 한국의 전통 혼례복에 가까울 정도로 화려하고 복잡했다. 음악소리도 점점 장중하게 들리고 있었다. 다소 느리면서도 야릇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전통 춤이다. 회교 국가들의 전통춤이 가미된 것처럼 묘한 허리 놀림도 있었다.‘묘한 전통 춤이군.’   하긴 몽골이야 서쪽으로 초원을 달리면 도달하는 곳이 아랍국들이다. 그러니 아랍권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춤은 모닥불 옆에서 추었다. 자신의 얼굴이나 몸매나 춤사위를 최태욱이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추고 있었다.‘어째 춤추는 모습이 아주 요사해 보이는군.’10/13 쪽

    지금까지 무희들은 어떤 가식적인 웃음을 품어 내고 있었다. 독무를 추는 무희는 다분히 의도적인 유혹적인 웃음을 최태욱에게 흘리고 있었다. 이윽고 음악소리의 템포가 빨라지면서 여자의 몸짓도 점차 격렬해 지고 있었다.한참 춤을 추던 여자는 드디어 춤을 끝내고 나자 다른 무희들과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사뿐하게 무릎으로 앉아 인사를 끝내고 최태욱이 돈을 주자 받아서 챙기고 나서 옆에 살포시 앉았다.‘어라! 뭐하는 짓이지?’마치 품에 안기기라도 하듯이 비스듬히 최태욱의 몸에 기대어 앉고 있었다. 더구나 자신에게 받은 200만원을 에이트에게 넘겨주며 말했다.“이 돈으로 축하하러 모인 초대한 분들에게 양이나 한 마리씩 사서 주세요.”“넷!”정식으로 초대해서 모인 사람들은 20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덤으로 주변에서 음식을 먹으러 찾아온 사람들이나 경찰들이다. 그래서 최태욱이 거처인 게르 주변의 대형 모닥불 근처인 진치 판에는 5백명이 모여 있었다.혼자 추는 독무대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계속 팀별로 200만원씩 주11/13 쪽

    던 처지라 줬더니 대충 사람들에게 모조리 양을 사서 나누어 주라니 최태욱은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돈이 너무 적다는 거야?’다소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자신의 뒤를 이어 나온 20여명의 무희들이 추는 전통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전통춤이 모두 끝나자 곡마단에서 나와 유연한 몸을 이용한 각종 기예를 선보이고 있었다. 연체동물 같이 유연하게 허리를 감아 몸을 구부리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다.‘어린 나이부터 고생을 많이 했겠어.’  곡마단은 접시돌리기도 하고 공도 돌리고 있었다. 때로는 외발 자전거를 타고 줄넘기하는 모습도 선보이고 있었다. 공연이 길어지고 시간은 점점 밤이 깊어 가도록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펑! 펑! 펑!이때 주변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렸다. 하늘에서 화려한 폭죽이 요란하게 터지고 있었다. 어둡던 주변은 일시적으로 환해지고 있었다.12/13 쪽

    파바박! 팟! 파바박!마유주에 약간 취해 다소 졸린 눈으로 앉아 있던 트레블이 너무 놀라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들고 크게 외쳤다.“뭐야?”“실장님, 폭죽입니다.”“뭐? 웬 폭죽이 여기서 터지고 그래. 사전에 우리에게 연락도 안하고 몽골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너무 놀라서 허둥대고 있었다. 마유주로 인해 보기보다는 조금 취한 것 같았다. 맥주 마시고는 취하지 않지만 막걸리 먹고 취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밤이 깊어지자 최태욱은 숙소인 게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마유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취기가 약간 오르고 있었다. 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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