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계약의 허점] -- >안기부장의 말에 최태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경제력이 좋아져 전보다 우수한 무기가 있다고 조금 자만하는 것 같군.’전쟁이란 방심을 하는 순간 벌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최태욱은 이런 때 일수록 정신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북한에서 더욱 심하게 대남공작을 해올 것 같은데 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북한에서 남침을 직접 시도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합니다.”“땅굴이 계속 발견되고 있는데 남침을 시도하지 않다니요?”“그건 그냥 허세라고 판단합니다. 북한은 이미 한국을 노릴 만한 여력이 없습니다.”안기부장 판단대로 현제 경제력이나 주변상황으로 보아 정상적인 방법으로 북한이 남침하기는 곤란한 상황으로 변하고 있었다.물론 전쟁이라는 것이 이성적인 어떤 판단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보통 전쟁을 이성적인 판단력의 행위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그렇회1/13 쪽등록일 : 13.01.27 02:37조회 : 3252/3270추천 : 91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게 판단하기 때문에 안기부장도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다소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최태욱은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북한은 어려울수록 더욱 핵 개발에 몰두한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중점적으로 그쪽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편이 좋다고 판단합니다.”“참고하죠.”말하는 느낌으로 보아 아무래도 안기부장은 북한을 다소 느슨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안보를 책임지는 수장으로 너무 안일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주변국과 평화적인 사이인 베네룩스나 덴마크 왕국도 독일 통일을 두고 안보가 걱정되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전에 침략 당한 교훈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매번 무장공비를 보내거나 국지전인 해전도 벌인 사이임에도 이렇게 말하자 최태욱은 조금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칫 방심하다가 북한에서 핵을 개발해 버리는 큰 화를 부르는 중대한 문제야. 그런 사안을 정도로 너무 핵 문제를 안일하게 판단하는 인물로 보이는군.’2/13 쪽
북한 정권에 대해 다소 유연성을 가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안보를 담당하는 수장으로는 적임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인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도 임명했다면 이진수 대통령의 진짜 생각이 어떤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웠다.‘설마, 북한문제도 단순히 외교나 유화정택으로 풀 수 있다고 쉽게 판단하는 건가?’기회가 있으면 이진수 대통령을 만나 그가 가지고 있는 대북자세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히 전혀 생각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믿고 행동할 수 없었다.‘더 이상 북한 문제를 내가 개입할 필요는 없겠어.’안기부장을 만난 최태욱은 그와 북한 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게 되었다.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는 테러 행위에 대한 정보를 알고 나서 안전기획부를 떠나게 되었다. 리무진에 오른 최태욱은 즉시 지시했다.“베니룩스 대사관으로 가지.”“넷!”3/13 쪽
최태욱 일행은 용산에 새로 건립한 베네룩스 대사관으로 가게 되었다. 저택에도 암호로 전문을 보낼 수 있지만 새로 취임한 주한 대사를 만나기 위해서다.대형 건물로 새로 지어진 주한 베네룩스 대사관은 주변에 많은 나라들의 대사관과 같이 있었다. 전에는 대사관의 규모를 소규모로 운영하던 나라들이 이제 규모를 늘리는 경향이 많아 이곳으로 이전한 것이다.한국의 국제적인 경제력이나 정치적 그리고 군사적으로 위상이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많은 나라에서 한국에 대해 비중을 두고 있었다. 최태욱 일행이 대사관으로 도착하자 주한 대사인 페트리안이 현관으로 나와 인사했다.“태공, 어서 오세요.”“처음 만나는 군요.”“넷! 찾아가서 인사해야 하지만 너무 급한 일들이 많아서. 죄송합니다.”“아닙니다.”4/13 쪽
페트리안 주한베네룩스 대사는 육군 준장출신이다. 전에 스페인과 영국에서 대사관에서 근무하다가 이번에 새로 한국 대사로 오게 되었다.왕당파로 상당히 매파에 속하고 가문에 본시 군과 인연이 깊은 사람들이 많아 군부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벨기에 출신 귀족이다. 벨기에 출신이다 보니 네덜란드의 여왕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동안 조금은 권력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가 차츰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었다.베네룩스에서는 주한 베네룩스 대사는 외무장관이나 총리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로 평가하고 있었다.페트리안은 주한 대사로 발령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았다. 도착과 동시에 업무인계로 바쁘기도 했지만 주한 베네룩스 해군 사병이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켜 그 수습으로 무척 바빴다.대사의 집무실로 들어온 최태욱은 제주도에서 벌어진 그 사건에 대해 보고를 들을 생각이었다.“대사님, 제주도에서 벌어진 그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가 됐어요?”“처음에는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던 여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5/13 쪽
“언론보도가 사실이군요.”“넷! 여자가 진술을 번복해 단순한 폭행 사건으로 처리되어 오늘 집행유예로 끝났습니다.”강간사건이 단순 폭행사건으로 끝났다니 의외로 사건이 너무 축소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재차 물었다.“대사님, 병사가 지금까지 검찰에서 주장한 것이 모두 사실이라는 겁니까?”“그렇습니다. 서로 합의하에 모텔로 들어가 즐기고 나중에 여자가 돈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병사가 욕을 해 싸움이 벌어졌다고 하더군요. 그와 중에 병사가 여자의 따귀한대를 쳤고요. 그래서 얻어맞은 여자가 그 병사에게 강간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해서 사건이 커진 것이죠.”“그것이 확실한가요?”“넷! 대사관에서도 특별히 직원들을 제주도로 보내 자체적으로 조사해 모텔 주인이나 기타 싸움을 구경하던 증인들을 모두 만나 봤습니다.”“말썽을 일으킨 병사는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6/13 쪽
“예, 그 병사는 감봉 처분을 당하고 근신 중입니다.”많은 베네룩스 병사들이 주둔하는 제주도이다 보니 가끔 단순한 폭력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처음으로 병사가 강간사건을 일으켰다. 사건의 파장이 커질 수도 있어 상당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그런 이유로 최태욱은 직접 대사를 만나 묻는 것이다. 이미 언론보도에도 병사의 증언에 비중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다른 압력이 작용해 사건이 변질되지는 않았나? 걱정해 확인하고 있었다.“그런 사건이 또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사령관께 대사님이 단단히 말씀을 하세요.”“알겠습니다.”최태욱은 페트리안 대사 대사관에서 처리하는 몇 가지 업무를 보고 받거나 또는 질문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트레블은 안전기획부에서 가져온 자료를 중앙정보부, 카리브의 정보국, 그리고 필리핀 대사관으로 보냈다.홍콩에서 벌어진 장소희의 테러 사건을 배후를 캐고 있는 양국철과 정보기관으로 조사하라고 자료를 보낸 것이다.트레블이 통신실에서 돌아와 대사가 없는 것을 알고 보고했다.7/13 쪽
“태공, 자료를 모두 보냈습니다. 필리핀 대사관으로 연락하니 양국철 과장은 이미 대략 자료에 해당하는 정보를 알고 있었습니다.”“안전기획부에서 정보를 받아서요?”“아닙니다. 별도로 필리핀 조직을 추적하다가 일본인이 개입된 사실까지는 알아냈다고 합니다.”별도로 조사해서 그런 정도로 드러났다면 안기부에서 우연히 입수한 정보가 사실일 확률이 더 높아졌다. 조금 더 확인을 해야 하겠지만 이제는 배후가 드러났으니 필리핀 조직은 제거해 버려도 상관없었다.최태욱은 이렇게 판단하고 나서 즉시 지시했다.“일본의 행위가 확실하면 필리핀 조직은 그 즉시 처리하라고 안 과장에게 연락해요.”“알겠습니다. 일본은 어떻게 하죠?”“그건 별도로 지시할 것이니 기다리라고 하세요.”8/13 쪽
“넷!”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리하라는 지시는 아니다. 하지만 처리하라고 명령을 받았으니 테러를 사주한 필리핀 조직은 안국철이 이끄는 특수작전 요원들에 의해 철저하게 제거될 것은 확실했다.이 세계에서의 제거란 완전히 소멸을 말하는 것이다. 사건에 연루된 범인들은 어떤 형태로든 목숨이야 부지하기 어렵게 된다. 특수작전 팀이 직접 처리할지 똑 같은 방법으로 필리핀의 다른 조직을 매수해 보복하는 수도 있다. 폭력조직끼리 전쟁을 벌이게 해서 사라지게 할지는 안국철이 현지에서 판단할 것이다. ‘나에게 도전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철저하게 알려 줘야 해.’최태욱은 자신은 바로 한국을 떠날 생각이다. 그래서 잠시 나가서 업무를 처리하고 돌아온 페트리안 대사에게 한국의 안기부장을 만나고 나서 느낀 점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페트리안 대사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당부했다.“안기부장은 내가 보기에 부적절한 인물을 그곳에 앉게 했어요.”“태공께서는 한국의 안기부장이 북한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판단한다는 거죠?”9/13 쪽
“그렇습니다. 그러니 대사께서 적당한 기회에 한국 대통령을 만나 보세요. 그 사람을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중요한 자리에 임명한 것인지 확인해 보세요.”“알겠습니다. 제가 알아보죠.”“안기부장의 처신을 두고 자칫 내 뜻을 잘못 전달하면 한국 국방을 위해 베네룩스 왕국에서 조금 도와줬다고 내정을 간섭하려고 한다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행동하세요.”“예,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그리고 뭔가 중요한 정보를 얻으며 대통령을 만나세요.”“넷!”군인 출신이고 매파에 속해 너무 안보 문제에만 신경을 쓸까 염려해 당부했다.“한국과 문화 교류에 신경을 많이 쓰도록 하세요.”“알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의 도자기를 베네룩스에서 장기 임대형식으로 받아 본국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한국은 전시 공간이 부족해 전시하지 못하는 유물들이 많10/13 쪽
더군요. 그래서 그런 것을 보내 달리고 할 생각입니다.”“그렇군요. 아마 그런 유물을 베네룩스에서 전시하는 것도 의미가 깊을 겁니다.”신안 해저 유물을 비롯해 서해 지역에서 계속 많은 국보급 유물들이 발굴되니 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최태욱도 해저유물에 관심이 많아 지금 특수한 해저유물 탐사선을 건조하고 있는 중이다.최태욱은 대사관을 떠나 저택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저택에는 최태욱에 의해 구해져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임광문이 기다리고 있었다.“박사님, 떠날 준비는 끝내어요?”“넷! 태공, 이미 광맥 조사 장비는 울란바토르로 보냈습니다.” 최태욱은 전에 고향을 같이 데리고 간다고 약속한 에이트를 보며 물었다.“에이트, 네 고향으로 보낼 선물이 뭐가 제일 좋은지 네가 정해 봐.”“제가요?”11/13 쪽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했으니 내가 그 보답으로 뭘 해주고 싶어서 그런다.”이렇게 말하자 에이트가 조심스럽게 답했다.“태공, 제 모교에 컴퓨터를 보내 주세요. 굳이 신형이 아니어도 됩니다. 구형인 486도 충분하니 20대만 보내주세요.”“알았어. 구형인 486 컴퓨터는 김포 매장으로 가서 100대를 구입해 와라. 신형 50대는 내가 따로 준비하라고 지시할 거니.”“넷!”바라던 컴퓨터를 너무 많이 보내준다는 말에 에이트를 정신없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최태욱은 SG 필립스 전자로 전화해 펜티엄 컴퓨터를 100대 김포공항으로 보내라고 연락하게 되었다.200대의 컴퓨터가 준비되는 동안 덴마크에서 두 연락관인 장교들이 도착했다. 그녀들까지 합류하자 최태욱은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즉시 울란바토르로 떠나고 있었다.‘휴, 이제야 정상적으로 한국을 떠나게 되는군.’12/13 쪽
당초에는 중국을 경유해 몽골로 가려고 했으나 중국은 나중에 방문하기로 하고 몽골로 직접 가기로 한 것이다. 에이트를 보며 최태욱이 말해 주었다.“일단 컴퓨터 150대는 네가 어디로 줄지를 정해. 나머지는 혹시 몽골에 세우게 되는 회사가 있으면 그곳에서 사용하려고 가지고 자는 것이니 그렇게 알고.”“알겠습니다.”최태욱이 이웃한 중국을 거치지 않고 몽골을 먼저 가는 이유는 오래전에 에이트와 약속 때문이다. 그 약속부터 지킬 생각인 것이다. 최태욱이 북쪽으로 향하는 그 시각. 멀리 남쪽에서는 그의 명령으로 인해 필리핀의 마닐라 시가 큰 사건에 휘말리고 있었다.============================ 작품 후기 ============================컴터 실력이 부족하니 별일 다 생기는 군요.완전히 이틀이나 허접한 실력으로 복구해보려다가 포기하고 초보인 복사를 하느라 죽을 고생함.13/13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