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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25화 (425/657)
  • < --  [계약의 허점]  -- >방위청 장관의 물음에 조선소의 기술상무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그렇습니다. 장관님. 저희가 인수한 이지스 시스템 성능도 한국에서 사용한 것보다 약간 떨어져 보이고 부피만 거의 50퍼센트가 큽니다.”이런 대답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장관이 다시 물었다.“그 시스템은 최신형이 아닌가? 내가 알기로는 베네룩스 해군의 기동함대도 모두 그 이지스 시스템으로 함선을 건조한 것으로 아는데.”“그렇지 않다는 정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뭐요? 그게 정말이요?”방위청 장관은 기절하듯이 놀라고 있었다. 일본의 해상자위대에서는 분명히 최신형으로 알고 미국에서 6기의 이지스 시스템을 구입했다. 이미 고베에 있는 미쓰비시 중공업을 비롯한 여러 조선소에서 공고 급이라고 칭하게 된 함정은 80퍼센트 이상 건조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신형 함정인 이지스 구회1/13 쪽등록일 : 13.01.24 17:43조회 : 3328/3347추천 : 81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축함에 장착한 무기들이 대부분 구형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자 다들 혼이 나간 상태다.방위청 장관은 풀이 죽어 있는 해상자위대 사령관을 보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거요?”“장관님, 미국 정부가 우릴 철저하게 속인 겁니다.”미국이 속였다고 변명을 하자 장관은 다시 질책하고 있었다.“사령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미국 정부가 우릴 속이다니요? 그 시스템을 팔기가 거북하다고 주장하는 미국 정부에게 해상자위대 지휘관들이 구입하자고 나에게 통사정해서 결국 시스템을 겨우 사지 않았소?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다니 이상하군.”일본 자위대는 한국의 해군에게 철저히 당했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베네룩스 해군에게 거대해협에서 패한 이후로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절치부심했다. 그래서 다소 무리해 이지스 시스템으로 장착된 신형구축함 건조에 들어갔다. 그것도 한번에 6척을 건조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그런데 정작 거의 다 만들어 놓고 보니 그 함정이 구형 장비라고 주장하니 미칠 노릇이다.2/13 쪽

    장관은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사령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요?”“장관님, 이번에 거제도에서 진수한 이지스 순양함이나 이지스 구축함의 제원들은 보니 우리 공고 급 구축함과는 분명 다른 성능인 함정으로 밝혀졌습니다.”“한국이나 베네룩스에서 그것을 언론으로 공개했다는 거요?”여전히 외부에서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신형함정이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묻고 있었다. 이런 물음에 기술 상무가 급하게 답해 주었다.“장관님, 그들이 언론으로 공개해서 알게 된 것은 아닙니다. 한국주재 언론사 기자들이 거제도 조선소의 진수식에 참석해 찍어온 사진을 검토해 보아 알게 됐습니다. 분명히 우리 함정에 장착한 이지스 시스템은 구형이 확실합니다. 이번에 건조된 함정의 이지스 시스템은 성능도 약간 다른 것 같고 크기는 우리보다 소형입니다.”“그렇다면 짐작만 그렇게 한다는 거요?”“현재로는 그렇습니다.”3/13 쪽

    확증되지 않은 첩보를 가지고 공연히 말을 만든다고 판단한 장관은 호통 쳤다.“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지 마시오. 그런 말을 하려면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와서 해야지 겨우 사진 몇 장으로 성능이 좋다고 주장하면 누가 인정하겠소.”“죄송합니다. 워낙 중대한 사안이라.”“아무튼 정확한 정보를 알아낸 후에 보고하시오.”“넷!”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에 조선소 상무가 나서며 슬며시 입을 열었다.“장관님, 이전에 진수된 모든 함정은 베네룩스 해군이 인수해 유럽으로 가지고 간답니다. 아직 한국군에게는 인도되지 않는다고 합니다.”한국 해군을 완전히 제압할 생각으로 해상자위대 전력을 보강중이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장관은 노하던 얼굴이 펴지면서 답해 주고 있었다.“그건 다행한 일이요. 하지만 언젠가 한국해군도 신형함정들을 보유하게 될 것이 아4/13 쪽

    닙니까?”“장관님, 그야 그렇지만 한국은 아직 그런 신형함정을 쉽게 소유할 재력은 없습니다. 그러니 너무 그런 문제를 놓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이지스 구축함 6대만 건조해 실전 배치되면 이제는 다시 대마도 해역을 찾을 구실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로 대마도는 이제 일본 땅이 아니라고 정해졌다. 한국의 땅을 일본 정부에서 실효적으로 임시 거주하고 있는 형태로 변했다.그로인해 대마도는 인구가 급격히 줄고 더구나 어민들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정부에서 조업하지 못한 보상을 해주자 서둘러 보상금을 가지고 혼슈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해버렸다.더구나 대마도와 이키 섬 사이가 공해로 변해 러시아를 비롯한 중국 상선들은 동해로 진입하려면 그 항로를 통과하고 있었다. 물론 러시아의 해군 함정들인 잠수함이나 구축함도 그쪽 항로를 통해 지나다니고 있었다.졸지에 전에는 자신들의 영해로 주장하던 해역이 이런 상황으로 처하자 많은 일본인들은 국토가 유린되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었다.“쓸모도 없는 해상자위대 놈 들이 공연히 일을 벌여서 그래.”5/13 쪽

    “그 놈들인 함정만 만들어 달라고 하지 정신 상태가 썩어서 그래.” 적극인 한국을 비난하기보다 자국의 해상자위대를 나무라고 있었다. 필요도 없이 해군력 양성을 위해 아까운 돈만 버린다고 일본 국민들은 비난하는 실정이다.일본의 해상자위대는 막강한 해군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어떻게 해서라도 한국 해군과 설욕전을 해볼 생각으로 잔뜩 벼르고 있었다.  장관은 다른 문제에 대해 물었다.“함정들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신형으로 바꾸고 있소?”“넷! 바꾸어 놓고는 있지만 일본어로 만든 소프트웨어가 시원치 않아 속도만 빨리진 효과만 있습니다.”한국은 신형인 펜티엄 컴퓨터를 출시하며 이미 한글윈도우93과 한글93 오피스를 출시해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아직 신형 컴퓨터 사양을 충분히 활용할 응용프로그램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었다.6/13 쪽

    예상으로는 1년 이상 뒤에나 개발되게 생겼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더구나 한글93 오피스가 일본어판으로 출시되어 수입되고 있으니 더욱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장관은 사무실에서 나와 다시 한 번 마무리 공사 중인 이지스 구축함을 살펴보며 해상자위대 사령관에게 지시했다.“최대한 빨리 전력화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시오.”“넷!”“나는 헬기를 타고 한국 정부에서 이어도에 세운다는 해양과학기지를 가볼 생각이오.”“예? 장관님 거기를 합부로 가시어 접근하면 주변에서 초계 활동 중에 있는 한국 해군 함정으로부터 경고 사격을 당합니다.”“뭐요? 언제부터 그런다는 거요?”“어제부터 그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7/13 쪽

    장관은 사령관의 이런 말에 너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보고를 자신에게 하지 않았냐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왜 보고를 하지 않은 거요?”“경고 사격을 당한 어선과 함정이 우리가 아니라 그렇습니다. 중국의 어선과 해군 함정이 이어도의 해양과학기지 근처로 갔다가 벌어진 사건입니다.”한국이 베네룩스와 혈맹으로 맺어지더니 이제는 중국에도 겁 없이 함부로 덤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장관은 기도 안차다는 듯이 말했다.“그렇다면 우리가 접근하면 경고사격 정도가 아닐 수 있다는 거요?”“그렇습니다. 한국 해군은 전과는 전혀 다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전과 달리 대륙붕 개발에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그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구경삼아 가보려던 장관은 포기하고 말았다. 재수 없으면 한국 해군 함정이 쏘는 총알에 타고 다니는 수송헬기가 추락당할 위험성이 많다고 판단했다. 은근히 겁이 나서 이내 꽁지를 내리고 말했다. 8/13 쪽

    “나도 공무로 바쁘니 나중에 가보지.”“잘 판단하셨습니다.”장관이 떠나고 나자 해상 자위대의 사령관이 상무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제주도의 남해항에서 훈련 중인 함정들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겠소?”“없습니다. 아직은 외부인의 접근을 엄하게 하니 그저 멀리서 사진 촬영만 가능 합니다.”“155미리 함포에 대해서도 모르겠소?”“아직은 어렵습니다.”자신들은 함포를 127밀리로 장착하고 구경장을 54에서 62로 늘려 표준포탄 사용 시에도 40킬로미터가 넘어간다. 그리고 사거리연장 포탄을 사용하면 100킬로미터 이상을 날아가니 최신형이다.9/13 쪽

    그런데 한국에서 건조하는 함선에는 모두 155밀리 함포를 장착하고 있고 그에 대한 매뉴얼은 아직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구경만 크고 성능은 별게 아닐 거야.”“저도 그렇게 생각됩니다. 한국은 본시 허세가 심한 나라니 구경만 크게 만들어 과시하려는 겁니다.”“그렇겠지. 더 좋은 함포를 생산한다면 떠들고 난리도 아닐 거야.”“그렇습니다.”전에 리비아에서 벌어진 전쟁을 분석해 보면 베네룩스 함대의 함포는 약간 허접했다. 그저 155밀리로 구경만 크고 127밀리와 거의 비슷한 화력이나 사거리라는 성능만 보였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일본에서는 구경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소홀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약간 의문은 들지만 이 역시 아는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보다 정확한 정보가 수집되었다면 일본은 자신들이 의심하던 그대로 미국 정부에서 자신들을 속였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자만심으로 그저 흘려버리고 말았다.10/13 쪽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미국이 일본을 속인 것은 아니다. 일본으로 판매할 때는 최신형 시스템이 확실했다. 다만 새로운 이지스 시스템을 한국과 합자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만 비밀로 한 것에 불과했다.미국 정부에서는 자신들이 장착하려고 생산한 구형 이지스 시스템을 재빨리 일본에 팔아넘기고 신형 구축함 건조를 중단해 버렸다.그렇게 한 이유는 신형 시스템이 소형이고 가볍기 때문이다. 또한 더욱 성능이 뛰어난 이지스 시스템이 개발되면 그것을 새로 건조할 함정에 장착할 요량이었다. 미국은 잠시 해군의 신형함정 건조를 멈추어 국방비를 절감해 그 돈으로 복지나 또는 정보통신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고 있었다.해상자위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육상 자위대는 한국과 일전을 고려해 90 전차를 양산해 보급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자체 개발해 생산하는 90 전차의 경우 모든 부품의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성능에 비해 거액이 소요되는 장비다. 전에는 워낙 고가라 연간 50대 정도만 생산해 무장하던 전차를 100대 규모로 늘리고 있었다.“대마도로 가서 전투를 벌이려면 전차도 필요해.”“당연하지 육상 전력으로는 전차가 제일 중요하다고.”  11/13 쪽

    일본의 고베는 국가전자단지로 결정되어 수많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었다. 반도체 생산회사의 거의 대부분이 이곳으로 와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다.무역 규제가 풀린 일본은 또다시 전자 산업에서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고베의 전자회사를 다니는 회사원들이 노상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아직은 한국 보다 우리나라의 제품들이 우수해.”“당연하지. 한국이야 우리가 생산한 정밀기계를 도입해 겨우 복제품처럼 만들어 팔고 있잖아.”더구나 엔화가 많이 떨어져 있고 한국의 한화는 높아져 있으니 가격 경쟁에서 유리했다. 동남아나 미국에서 인기가 줄어들었지만 중국과의 교역이 충분히 그것을 상쇄시켜주고 있었다.“자네 다음에 중국으로 출장 가나?”“가야지, 가서 물건을 팔아야지.”“아무튼 고생하라고. 거긴 한국처럼 룸살롱이 없으니 외국으로 출장 가는 재미가 별로 없을 거야.”12/13 쪽

    “무슨 소리야. 잘 찾아보면 내가 즐길 곳은 얼마든지 있다고. 그리고 귀국할 때는 홍콩을 통해 돌아오니 기회는 얼마든지 있지.”주가도 다시 오르고 있으니 조금만 힘을 내면 전성기가 다시 찾아오게 된다고 다들 무역이 잘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경기만 완전히 회복되면 한국은 한 번에 무너진다고.”“그때 한국에서 우리에게 사정하는 꼴이 기대되는군.”일본인들이 보기에 한국은 허세만 많고 절약 정신도 별로 없다. 돈만 생기면 큰 아파트로 이사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형편이 안 되도 우선 놀러 다니기 위해 자가용을 사려고 덤비는 소비성만 강한 국민들이다.일본의 대다수 국민들은 이미 한국 국민들이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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