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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11화 (411/657)
  • < --  [윈도우93과 펜티엄컴퓨터]  -- >김포의 문수산 남쪽에 자리한 포내리에 있는 러브호텔 공사장········.강화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야산자락의 밭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시골이라 그런지 부지는 1만여평에 달하고 아주 넓었다.  연말이 되어 다들 쉬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공사하는 안기식 사장은 마음이 매우 우울했다. 반드시 나와야 하는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그렇다.  그는 지하수 개발업자인 배도환 사장에게 당부하고 있었다.“지하수를 꼭 나오게 해야 하네.”“염려 마세요. 여기를 파면 반드시 지하수가 나옵니다.”“이번에 또 실패하면 나는 자네에게 돈을 줄 수 없어. 그런 줄 알아.”“형님도 또 그런 소리를 하시네. 걱정하지 마세요.”배도환이 호언장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기식은 영 미덥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믿지를 못하는 이유는 근처에서 두 번이나 지하 100미터까지 파들어 갔으나 지하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회1/13 쪽등록일 : 13.01.20 12:26조회 : 3350/3367추천 : 75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후배라고 밀어 주려고 맡긴 내가 잘못이지.’주변에 지하수가 나온다는 배도환 장담으로 인해 건물주와 지하수를 개발해 주는 조건으로 공사를 수주했다. 하지만 지하수가 나오지 않으니 자꾸만 공사비가 더들어가니 적자나게 생겼다. ‘잘못하다가는 부도나게 생겼어.’돈 벌자고 시작한 러브호텔 공사가 자칫하면 힘들게 버티는 건설 회사를 물 말아 먹게 생긴 막장 공사로 변할 수 있었다.드르륵 드르륵.요란한 기계음이 울리며 쇠파이프를 땅속에 깊이 박고 있었다. 벌써 오랫동안 파 들어가 이미 100미터를 넘어서고 있었다. 초조하기는 안기식이나 배도환은 마찬가지다.이때 군용 지프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한국군과 베네룩스 군인들이 지하수를 개발하고 있는 곳에 도착해 배도환에게 물었다.2/13 쪽

    “얼마나 깊이 들어간 거요?”“그건 왜 물어요?”“이곳은 아무리 파도 지하수가 없어요. 우리가 전자장비로 이미 지하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곳이요.”“뭐요?”베네룩스 해병사단의 공병대대장인 하인드가 배도환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우린 지금 북한이 남쪽으로 파들어 오는 땅굴을 탐사하는 중입니다. 그러니 지금 파 들어간 시추공을 우리에게 넘겨주시오. 대신 공사비는 드리겠소.”  “전처럼 돈을 준다고요?”“예, 웃돈이야 주지 못하지만 실비는 되니 넘겨주세요.”배도환과 하인드 중령은 이미 잘 아는 사이다. 얼마 전에 근처의 고막리에서 지하수를 개발하다가 실패한 시추공도 하인드가 공사대금을 주고 인수해 잘 알고 있었다.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안기식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배도환을 나무3/13 쪽

    라고 있었다.“너, 어디에 지하수가 나오는지 알고 그 사업을 하는 거냐?”“알죠.”“안다는 놈이 10개를 시추하면 겨우 하나를 발견하는 정도야?”배도환은 사실 땅속에 있는 지하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다. 다만 무작정 깊이만 파들어 가면 지하수가 나온다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무모하게 지하수를 개발하는 이유는 첫 번째 지하수 개발에서 거의 온천에 해당하는 지하수를 우연히 개발했기 때문이다.‘지하수 개벌은 운칠기삼이라고.’본시 노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사업도 기분에 따라 하고 있었다.   배도환 사장은 지하수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좋은 기술이야 없었다. 하지만 땅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기술은 탁월했다. 처음사업에서 벌게 된 돈으로 나름 첨단 장비를 구입했다.지하 깊숙하게 구멍을 뚫기만 하면 지하수가 터진다는 것을 진리로 알고 있다. 운만 4/13 쪽

    믿고 너무 많이 시추를 하다가 보니 굴착하는 기술력이야 많이 늘었다.하인드가 제시한 금액을 받고 난 배도환은 실망해 멀리사라지는 안기식을 보고 나서 물었다.“하인드, 진짜 여기에 지하수가 없어요?”“예, 없어요. 제가 우선 땅굴 탐사부터 하고 나서 정확한 위치 알려줄 거니 조금 기다려 보세요. 그리고 아까 그 사장에게 건축하고 있는 러브호텔을 형편이 되면 인수하라고 권해보세요.”“러브 호텔을 인수해요?”“예, 사장님이 인수하면 더 좋고요.”하인드의 이런 말에 배도환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공사비를 받아야 부도를 면하게 생긴 건축업자에게 아예 건물을 인수하라니 황당했다.“뭐? 여기에 온천이라도 있나요?”“그게 아니고 내가 보기에 여기의 러브호텔이 잘 운영될 가능성이 있어서 그럽니다.”5/13 쪽

    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에 군용트럭이 도착해 많은 첨단 지층 탐사 장비를 내리고 있었다. 시초공 안에 전자 장비를 넣으며 하인드가 다시 권했다.“배 사장님, 지하수 개발보다는 우리와 같이 땅굴이나 찾으러 다니죠. 그러면 최소한 생업에는 지장이 없게 공사비는 받을 수 있으니 그게 좋을 겁니다.”“정말 계속 파기만 하면 되는 거요?”“예.”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에 시추공에 전자기기를 설치하고 나서 컴퓨터의 모니터를 살피던 장교가 외쳤다.“대대장님, 확실합니다.”“정말인가?”“넷! 정말입니다. 더 정확한 위치를 알려면 중간에 시추공을 하나 더 뚫어 봐야 합니다.”“알았어. 그럼 하나 더 뚫어보자고.”6/13 쪽

    하인드는 배도환에게 말했다.“어떻소? 우리와 계약하겠소?”“하죠.”이날 이후 포내리와 고막리 사이에서 배도환은 산자락 옆에서 시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물론 파 들어가는 장소야 하인드가 지목한 곳에서 하고 있었다.단단한 암반으로 된 땅을 파 들어가려니 힘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돈 많은 베네룩스 해병대와 계약하고 공사하게 되니 기분이야 좋았다.‘이거야, 내가 원하는 사업이라고 그냥 뚫기만 하면 돈을 버니 할만 하지.’  작업만 하면 돈이 생기자 배도환은 연말이고 연초를 어찌 보내는지 모르고 작업에 열중이었다.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숙소인 사무실에서 지내며 시추작업만 몰두하게 되었다. 그러는 과정에 배도환은 선배인 안기식과 다툼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 중이던 러브호텔은 배도환이 인수하게 되었다. 7/13 쪽

    하인드 중령이 같이 땅굴 탐사작업을 부담 없이 하지는 의미로 많은 돈을 빌려주었다, 또한 농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인수한 것이다. 배도환은 하인드가 왜 러브호텔을 인수하라고 한지 이제는 잘 안다. 이곳에서 북한이 파들어 오는 땅굴이라도 발견되면 안보교육장으로 활용되고 그리되면 자연히 건축 중인 러브호텔도 잘 운영될 것이라는 예측이다.‘땅굴만 발견하면 대박이야.’드르륵 드르륵.배도환을 기술자들을 독려하며 크게 외치고 있었다.“빨리 파! 여기서 잘해서 성공하면 다음에는 진짜로 남해로 가서 유전을 개발하러 가자고.”배도환의 사업 스타일은 유달리 허풍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니 평범한 지하수가 나오면 온천개발을 했다고 떠든다. 온천이라도 터지면 유전을 개발했다고 떠드는 위인이다.오늘도 무작정 깊이 파 들어가고 있던 배도환은 갑자기 시추공이 급속하게 땅속으로 들어가자 놀랐다.8/13 쪽

    “동굴인 모양입니다.”지하 70미터 지점에서 갑자기 동굴이 있는 것처럼 시추공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지하에 동굴이 존재하고 그곳에 있던 더운 공기가 밖으로 품어져 나오는 현상이다.와글 와글.시추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연락은 받은 하인드 중령과 장하준 사단장이 찾아왔다. 이어서 한국과 미국의 장군들도 급하게 도착했다. 드디어 소문으로만 떠돌던 땅굴의 정확한 위치가 발견된 것이다.“참모총장님, 북한에서 파내려오는 땅굴이 확실합니다.”“나도 그렇게 판단되는 군. 소문이 사실이었어.”땅굴을 파고 한국 쪽으로 넘어온다는 것은 중대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탐사 기록을 잘 남겨야 하니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탐사전자 장비로 조사한 것은 토대로 한국에서도 터널을 만들기로 결정했다.9/13 쪽

    “김포 주민들이 그동안 지하에서 이상한 소리도 나고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고 하더니 땅굴을 파면서 내는 작업하는 소리였던 모양이야.”“아무리 지하 깊은 곳에서 나는 미세한 흔들림이라지만 작은 흔들림에도 예민한 사람이 있거든.”“무당이라 그런지 귀신 같이 알고 있었어.”특히 지하에서 괴상한 소리가 난다고 하던 사람들은 약간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다. 또는 문수산 자락에서 박수무당이 그런 소리를 자주 했었다. 김포 지역에서 땅굴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한국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또 땅굴이야?”“아직도 그 짓을 하는 모양이군.”한국은 또다시 북한의 남침 야욕이 드러나자 전보다 안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었다. 그로인해 안전기획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고정 간첩이나 혹은 일본을 경유해 들어오는 조총련을 이용한 공작 활동이 심해진다고 판단해서다. 북한과 일본 정부가 밀착되고 있다는 정황이 자꾸 나타나기 때문이다.10/13 쪽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서해 항구 옆의 황금평에서 지내던 최태욱에게도 자세하게 알려졌다.서산의 간척지는 현대그룹에서 하게 된 서산 간척지와 혼동이 된다고 해서 황금평 간척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근처에 황금산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칭하게 되었다.넗은 간척지에는 겨울임에도 많은 소들이 방목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방목하는 소들은 모두 한우를 개량하고 있는 우수한 소들만 키우고 있었다.황금산 서쪽에는 방조제를 이용한 서해항이 건설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김포에 주둔하던 한국의 해병 1시단이 주둔하고 서해함대 사령부도 위치해 있었다.이웃한 대산의 석유화학 단지가 있어 이제 서해항 주변에는 커다란 도시가 형성되고 있었다. 아직은 서산시에 속한 행정 구역이나 일부에서는 이곳은 서해 시로 나누자는 움직임이 있었다.간척지의 일부 지역은 이미 작물들을 심는 농지로 변했지만 아직 많은 토지가 그저 갈대로 가득한 곳이 많았다. 최태욱은 트레블로부터 김포에서 땅굴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듣고 별로 놀라지 않았다.“공병대대장이 결국 해냈군요.”11/13 쪽

    “태공, 한국정부에서 하인드 대대장에게 훈장을 수여한다고 합니다.”“그렇겠죠. 나는 나중에 터널이 완공되면 가볼 것이니 장하준 사단장에게 그렇게 알려요. 다음은 어디를 찾는다고 하던가요?”“파주 지역에 이상한 징후 가 많다고 그쪽으로 가서 탐사할 모양입니다.”최태욱은 이런 보고를 받고 나서 별다른 지시는 하지 않고 한창 영화를 촬영하는 갈대 숲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갈대숲으로 이루어진 넓은 지역에 허름한 초가가 있고 주변에는 무술을 수련하는 연무장 시설이 되어 있었다. 최태욱이 SG 미디어의 사업이 부진하다고 해서 질책했다. SG 미디어에서는 급하게 ‘태인권’ 이란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세트장을 만든 것이다.최태욱은 초가에서 촬영에 열중하는 신성필 감독을 보며 물었다.“신 사장님, 잘 됩니까?”“예, 그럭저럭 진행이 된다고 봅니다.”“그런데 주연배우가 남자 배우와 키가 비슷해서 조금 그렇군요.”12/13 쪽

    “그렇지 않아요. 요즈음은 여자들이 오히려 남자 주연보다 커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통상 여자의 키가 남자보다 작아야 된다는 고정관념은 이미 사라지고 있었다. 그저 남자에게 보호를 받는 여자의 모습은 식상하고 또한 여권이 신장되다 보니 영화계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홍콩 영화에서 여주인공들의 액션물이 성공을 거두자 한국도 그 영향을 받고 있었다. 주연배우는 최수종과 김혜수로 두 사람 모두 태권도를 잘하고 태인권법도 유단자들이라 선택된 것이다. 한창 결투 장면을 촬영하고 쉬고 있는 최수종에게 다가간 최태욱이 슬며시 물었다.“하희라씨는 요즈음 집에서 애나 키우고 살림만 하나요?”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김혜수가 입을 떡 벌리고 기도 안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미혼인 여배우에게 이렇게 말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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