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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10화 (410/657)
  • < --  [윈도우93과 펜티엄컴퓨터]  -- >구름 위로 오른다는 등운암에서 밤을 보낸 최태욱 일행은 새벽이 되자 연천봉으로 올랐다. 연천봉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자 트레블이 경호에 신경이 쓰여서 그런지 물었다.“태공, 산에 사람들이 많네요.”“여기는 오래된 전설들이 있어서 매년 해맞이를 하러 오는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야. 그리고 토속종교인들의 성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고.”“그렇군요.”계룡산의 연천봉은 하늘과 이어진 봉우리라는 뜻을 지녔다. 전설에 따르면 이성계가 계룡산 연천봉에 올라 제단을 차려 놓고, 이곳에 왕도가 서고 모든 일이 잘 되도록 천지신명께 엄숙히 기도를 드린 곳이라고 한다. 꿈에 신선을 만났는데 신선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도록 명하였다 한다.그래서 생긴 이름이 연천봉 아래의 신도안이다. 새로운 도읍지라는 뜻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와글와글.회1/13 쪽등록일 : 13.01.20 00:01조회 : 3457/3476추천 : 80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많은 사람들이 손에 뭔가 들고 몰려와 제사상을 차려놓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 보였다. 경건한 모습으로 빌고 있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연천봉에 모여 있는 사람들 중에는 토속신앙을 믿는 무당들도 보였다. 알록달록한 화려해 보이는 무복을 입고 연신 두 손을 비비며 치성을 드리고 있었다. 또는 산악회 회원들이 모여 산행을 아무런 사고 없이 다닐 수 있도록 비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자 최태욱은 그들과 약간 떨어진 곳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가 좋았지만 연천봉 아래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구름처럼 발아래 형성되고 있었다.그래서 그런지 연천봉은 지상과는 별도의 세계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와! 와!”최태욱이 산 아래로 잠시 눈길을 주는 동안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었다. 고개를 들고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 드디어 구름 같은 진한 안개 사이를 뚫고 커다란 붉은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아주 느린 속도로 떠오르는 환한 해를 맞이하는 최태욱은 가슴이 벅차오르고 있었다. 어제 박연화를 보고나서 답답하던 가슴이 2/13 쪽

    펑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이제 지난 과거는 잊고 새로운 미래를 생각할 때다.‘그래, 잊어야 하는 사이라면 잊어야지.’세상을 살면서 많은 인연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 자신과 길게 인연이 이어진 사람도 있고 쉽게 헤어진 인연들도 있었다. 그러니 박연화도 편하게 생각하면 자신과 인연의 한계가 있어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고 마음을 먹었다.지금에 와서 달리 어떤 대책이 있거나 그녀의 마음을 돌릴 기분도 아니다. 사람이란 이렇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남자들은 그걸 잘 모르고 여자들은 태생적으로 그것은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여자들은 어떤 인연이 생기면 항상 명분이나 연결고리를 지니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둥근 해가 점점 하늘 높이 오르자 구름 같았던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계룡산 아래의 넓은 대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드디어 1993년 1월 1일 새해 아침을 맞이한 것이다. ‘올해는 별 탈 없이 지내야 하는데.’전에는 새해가 되면 새로운 일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조금은 안정적으로 살아야겠다3/13 쪽

    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가족이 생기다 보니 가족을 생각해서 약간 변한 것이다.   흐릿하지만 차량들이 움직이고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모습들이 보였다. 마치 없었던 새로운 신세계가 갑자기 나타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개벽을 생각했는지 모른다.하늘과 연결된 연천봉에서 맞이하는 새해의 해맞이라 그런지 최태욱은 전과 같이 한해에 대해 평하고 있었다.“계유년의 계룡산이니 세상은 닭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벼슬에 벼슬을 더 하겠군.”최태욱의 말에 경호원들은 모두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지?’옆에서 이런 소리를 들은 트레블이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한국어를 잘한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말까지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최태욱은 연천봉을 떠나 하산해 신원사로 향하고 있었다.최태욱은 자신도 모르게 박연화가 먼저 내려간 산길로 향하고 있었다. 본래는 금잔디 고개를 통해 갑사로 내려가려다 마음을 바꾼 것이다. 4/13 쪽

    어쩌면 혹시 내려가서 그녀를 만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내가 아직도 미련이 있기는 하군.’이런 생각을 하고 신원사로 내려오자 주변을 자신도 슬며시 살피고 있었다. 그녀는 쉽게 마음을 정리했는지 모르지만 최태욱은 준비도 없이 헤어진 상태라 아지 마음이 완전히 정리가 덜된 것이다.두리번거리던 최태욱은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자 그제야 체념하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완전히 떠났군.’최태욱이 누군가 찾는 모습을 보이자 트레블이 급하게 말했다.“태공, 수소문을 해볼까요?”“아뇨. 그만 강경으로 갑시다.”“넷!”5/13 쪽

    최태욱은 신원사를 떠나면서 생각했다. ‘연천봉에서 만난 인연이나 결국 연천봉에서 끝났군.’최태욱이 계룡산에서 강경으로 돌아오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SG그룹의 전성효 회장을 비롯한 회사의 사장들이 찾아왔다. 최태욱은 그들을 모두 사랑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만나고 있었다.“무슨 일로 모두 같이 왔죠?”“태공께 새해 인사도 드리고 앞으로 회사의 운영에 대한 지침도 받으려고 찾아 왔습니다.”“그래요?”최태욱은 잠시 생각에 잠기가 먼저 SG필립스 전자의 전병훈 사장에게 지시했다.“펜티엄CPU는 국내 전자회사로는 1월 말부터 공급하세요. 그리고 일본이나 기타 나라들의 주문은 제품 생산이 여유가 있으면 그 후에 공급하도록 하고요.”“알겠습니다.”6/13 쪽

    국내의 전자업계를 먼저 보호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렸다. 일본의 경우는 차후에 공급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인텔에서도 생산하니 자신이 공급을 안 한다고 해서 구입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최태욱은 SG 미디어를 직접 챙길 생각이라 그에 대해 말했다.“내가 전에 선발해 연습생으로 양성하라는 가수들은 모두 준비가 됐나요?”“넷! 30명을 선발해 중간에 탈락하고 지금은 남자 3명과 여자 7명이 남았습니다.”“그래요? 그럼 남자와 여자 팀으로 그룹은 둘로 만들면 되겠네요. 올해 그 애들을 데뷔시키도록 하세요.”“넷!”먼저 가수들에 대해 지시하고 나자 최태욱은 출판 분야에 대해 지시했다.“윈도우93이나 한글93에 대한 사용설명서 책은 되도록 빨리 출판에 서점으로 보내도록 하세요. 아직도 그런 서적이 부족해 학생들이 배우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7/13 쪽

    “넷! 속히 발간해 공급하겠습니다.”기본적인 기능이야 안내서에 있지만 실재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그것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지명도가 높은 인물을 택해 별도로 책을 출간해 판매하라는 지시다.        최태욱은 미디어 회사를 직접 챙길 생각이라 전성효에게 지시했다.“나는 앞으로 당분간 서울 목동에서 지낼 것이니 자주 만나게 될 겁니다. 오늘은 이런 정도로 끝내지요.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번에 중국과 몽골을 가볼 생각이니 그렇게 아시고요.”“알겠습니다.”최태욱은 회사 사장들과 떡국으로 점심을 먹고 헤어지게 되었다. 그들이 떠나고 나자 최태욱은 서둘러 떠날 준비를 했다. 강경에서 지내는 동안 그리던 그림이며 기타 사업에 필요한 내용들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며칠이 지나 그것이 모두 끝나자 최태욱은 가족들과 헤어져 서산의 황금평 간척지로 향했다.최태욱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창원 공단에서는 신형 컴퓨터로 인해 큰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장의 정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와글와글.8/13 쪽

    본래 목소리가 조금 소란스러운 경상도 사람들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자 매우 소란스러웠다. 수위장은 사람들이 몰려와 정문을 막고 서있자 너무 이상해서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죠?”“우리는 경남지역의 컴퓨터 학원장들이요. SG 필립스에서 출시한 스타게이트 2 컴퓨터를 우선 경남지역의 학원에 충분히 공급하고 외부로 반출하라고 항의하러 찾아 왔소.”“예, 저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아직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는 거요?”“예,”경남지역 컴퓨터학원 협회의 협회장이라는 사람을 수위실에서 만나 수위장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우선 차부터 마시고 천천히 설명해 보세요.”9/13 쪽

    “회사에서 전혀 모른다니 설명하죠. 스타게이트 2의 공급량이 너무 적어 지금 밖에서는 프리미엄이 2-30만원씩 붙어 부산에서 밀수품처럼 일본으로 팔리고 있어요.”“예? 그게 정말입니까?”협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경남이나 혹은 부산에 있는 판매장에서 스타게이트2 컴퓨터를 부산항의 연락선을 통해 일본으로 유통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일본으로 신형 컴퓨터가 공급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일본의 소비자들이 직접 부산으로 와서 뒷거래로 웃돈을 주고 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학원들은 현금을 가지고도 물건을 살 수가 없고 또 판매장에서 우리에게도 웃돈을 내라고 하니 그것을 막아 달라고 찾아온 겁니다.”“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달라는 겁니까?”“우리 협회에서 필요한 수량을 직접 인수해 가게 해달라는 겁니다.”이들이 찾아온 것은 결국 공장직거래를 통해 학원의 컴퓨터도 신형으로 교체하고 학원생들에게도 조금의 이익을 남기고 판매할 길을 열어달라는 이야기다. 자칫하면 유통 구조 자체가 이상하게 변할 염려가 많아 수위장은 급하게 답해 주었10/13 쪽

    다.“그런 문제는 제가 결정하기 어렵군요. 그리고 제가 판매를 책인지는 담당도 아니고요. 아무튼 즉시 판매부장님께 연락해 보죠.”“빨리 조치를 해주시오.”수위장이 사무실로 급하게 연락하게 되었다. 전화를 받은 판매부장이 급하게 수위실로 와서 회장을 만나게 되었다. 회장으로부터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해 모두 설명을 듣게 되었다.판매부장은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쉽게 처리하기 곤란한 문제가 벌어졌군요. 판매장에서 그런 식으로 웃돈을 받고 판매한다니 증거가 확실해야 우리가 공급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그럼 우리에게 웃돈을 주고 사라는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컴퓨터학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도록 우리 회사에서 베려해 주기는 곤란합니다. 음성적으로 한다면 모를까 이미 이렇게 되어 널리 알려졌으니 세무서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어요.”11/13 쪽

    설명을 듣게 된 협회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럼, 우리에게 어떻게 해준다는 겁니까?”“컴퓨터학원협회에서 주문한 양은 다량의 공동 구매 형식이니 회사에서 약간 낮은 가격으로 필요하다고 주문하는 수량을 한 번에 넘겨주도록 하죠.”협회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100퍼센트 들어주기는 어렵다. 현재로는 이런 방법이 최선이었다. SG 필립스전자회사는 신형컴퓨터가 필요한 다른 회사나 기관들이 일정한 수량 이상을 구매할 경우는 소비자 가격에서 약 10퍼센트 내린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었다.이런 결정을 하자 소식은 금방 퍼져나가게 되었다. 그러자 다른 시도지역의 협회들도 공동구매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졸지에 매출이 줄러들게 된 해당지역 전자제품 판매장의 사장들이 SG 필립스 전자회사의 신형컴퓨터를 판매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생겼다.판매장들은 모두 다른 전자회사의 대리점들이라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사태가 전국에서 벌어지자 전병훈 사장은 드디어 다른 조치를 내리고 있었다. 판매부장에게 나중에 시작하려던 AS센터 개설 계획을 당겨서 말했다. 12/13 쪽

    “전국으로 모집광고를 내세요. 광고를 내보내기 전에 먼저 학원장들에게 통보하도록 하세요. AS센터를 겸한 판매장을 별도로 개설한다고 하고요.”“알겠습니다.”신형컴퓨터의 인기를 잘 아는 학원장들은 대부분 재빠르게 학원근처에 AS센터인 판매장을 개설하겠다고 신청하게 되었다. 판매장은 SG필립스 전자회사에서 판매하는 컴퓨터, 인쇄기, 부속 부품을 취급하고 있었다. 또한 통신기기인 무선전화기, 호출기, 카폰, 보안시스템이 비치 되도록 했다.다른 전자제품과 달리 컴퓨터는 학원을 다며 조금 배우고 나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식으로 AS센터를 겸한 판매장을 전국에 개설하게 된 것이다.이렇게 되어 그동안 밀월 관계를 유지하던 다른 전자회사들과 약간 틈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로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되고 말았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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