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409화 (409/657)

< --  [윈도우93과 펜티엄컴퓨터]  -- >펜티엄CPU를 생산하는 SG 필립스 전자회사의 공장은 창원이 아닌 함안군의 함안면의 농공단지 내에 있었다. 10만평 규모의 공장이라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이곳 함안공장에서는 CPU와 메인보드를 생산하고 있었다. 의령군의 공장에서는 그래픽 카드와 사운드카드를 만들고 창령군의 공장에서는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와 CD룸을 만들고 있었다. 기타 부품은 모두 창원공단에 있는 본사에서 생산하고 있었다.전병훈 사장은 최태욱의 지시로 펜티엄CPU 국내 판매 때문에 함안 공장으로 찾아와서 이장호 상무를 만나고 있었다. 이장호는 상무급인 공장장이다. 공장의 시설을 돌아보며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살피고 나서 사무실로 돌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이 상무, 태공께서 내년부터 다른 전자회사에도 펜티엄CPU를 판매하라는 지신데 그게 가능하겠나?”“주문량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가능할 겁니다.”“최대한 생산량을 늘리도록 해보게.”회1/13 쪽등록일 : 13.01.19 13:26조회 : 3473/3491추천 : 81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넷!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제 공장 규모도 커지고 있으니 자네는 앞으로 전무급으로 올리니 그렇게 알고.”“감사합니다.”최태욱은 독점적인 위치로 신형컴퓨터 시장을 장악하려는 생각은 버렸다. 독점을 유지하면 당분간 돈이야 벌겠지만 한국 전체의 전자 산업에 별로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다른 컴퓨터 생산 회사들에게도 CPU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미국의 인텔에서도 마찬가지로 미국 내의 공급은 내년 초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우선 인텔이나 SG 필립스 전자는 국내의 전자회사부터 공급하고 추후에 해외로 수출하기로 정했다. 전병훈은 시설을 계속 늘리는 중이라 함안 공장에서 일한 근로자 수급이 걱정되어 이장호 상무에게 물었다.“공장에서 일할 근로자들 확보는 어렵지 않나?”“함안군에서 조달이 힘들어 일단 창원에서 사는 사람을 채용해 별로 어려움은 없습니다. 기술자야 전국에서 공개모집으로 모았으니 그쪽은 걱정이 아닙니다. 단순 노동2/13 쪽

자 쪽이 약간 차질이 있습니다.”대형 공장을 운영하다보니 필요한 사람은 각 분야에 많았다. 직원들이 느니 식당도 늘려야 하고 청소부나 경비들도 늘어나게 되어 나누는 대화다.“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직원들은 되도록 함안군으로 주소를 옮겨야 되는데 그렇게 하고 있나?”“예, 강제로야 옮기라는 것은 어렵지만 직원들 스스로 함안으로 주소를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안에 살면 출퇴근이 쉽고 회사에서 연립주택을 집단으로 짓고 유아원과 유치원은 건립하기로 했으니까요.”정부의 중소도시 육성책에 의해 군단위에 있는 농공단지에서 공장을 가동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었다. 지역 주민을 채용하면 조금의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있었다.수많은 전자제품 중에 컴퓨터 분야의 신제품 한 종류가 잘 팔린다고 해서 당장에 나라 전체가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형 컴퓨터의 판매로 인해 한국은 상당히 변화가 사회각계 각층에서 벌어지고 있었다.제일 예민한 분야는 기존에 컴퓨터 학원을 운영하던 사업자들이 변할 수밖에 없었다. 다방에서 만난 학원 원장들이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3/13 쪽

“신형컴퓨터로 완전히 교체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겠군.”“별 수 없이 새로 컴퓨터를 구입해야 되겠어.”“사려고 해도 현금을 줘야 사니 문제지.”“할부 판매는 안한다니 자금 때문에 죽을 맛이야.”신형컴퓨터가 품귀현상이 벌어져 현금이 있어야 구입이 가능했다. 그러니 소자본으로 컴퓨터 학원을 운영하던 사업자들은 상당히 부담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연말에 불어 닥친 신형컴퓨터 출시로 인해 한국의 많은 업종에서 이제 변화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특히 출판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빠르게 반응하고 있었다.“복잡한 디자인은하는 인쇄소는 전처럼 맥킨토시 컴퓨터를 사용할지 모르지만 단순한 출판은 신형 컴퓨터의 한글93 오피스를 조금만 손보아 프로그램을 추가하면 편집이 충분하겠어.”“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4/13 쪽

“앞으로 작가들도 컴퓨터로 한글프로그램을 이용해 쓰게 될 것 같아.”     “그렇게 되면 책 제작 원가가 많이 내려가겠군.”“그렇겠지.”원고지에 글을 쓰던 방법이 변하고 있었다. 이제는 컴퓨터를 이용해 작품 활동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 하고 있었다. 작가들은 아주 유명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들 신형 펜티엄 노트북을 구입하고 있었다. SG필립스 전자에서는 펜티엄노트북도 동시에 출시하고 있었다.한편 강경에서 지내며 주변 관광을 하며 지내던 레베이카 공주는 베네룩스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녀는 연말에는 베네룩스에서 수행해야 할 공식적인 업무가 너무 많아 떠나게 된 것이다.“오빠, 제가 돌아가서 폐하를 도와야 해요.”“알았어. 나는 당분간 여기서 지낼 것이니 그렇게 알아.”“예.”5/13 쪽

한국은 행정부의 모든 기관들은 이제 신형컴퓨터를 사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있었다. 교육부 장관은 간부회의에서 지시하고 있었다. “모든 교사들이나 교육행정공무원은 의무적으로 컴퓨터운용능력 2급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세요.”“모두 말입니까?”“그렇소. 나부터 자격증을 취득할 생각이니 알아서 간부들도 취득하세요.”먼저 교육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다른 부처 장관들도 비슷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청와대의 각료회의에서 이진수 대통령이 이미 이런 식으로 장관들에게 지시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나이 많은 장관들이 모여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이제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면 장관도 그만 둬야 할 거야.”“분위기로 봐서는 분명 다음번 개각에는 그런 점을 참조할 것 같아.”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게 생겼다. 일찍 자판 두드리는 연습이라도 해둔 장관들이나 고위관료들은 별로 어렵지 않게 신형컴퓨터에 적응하고 있었6/13 쪽

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소위 그저 전자기기만 보면 경기를 일어나는 소위 ‘전자 치’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앞날이 아득하기만 했다.이미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컵맹이라는 신조아가 따라다니는 풍토로 변하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야 앞으로 살날이 많으니 당연히 컴퓨터를 배우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은 변화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이거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꼭 배워야 하나?”“자네, 요즈음 평균 수명이 늘어 난 것 모르나. 앞으로 20년 이상은 더 살아야 하니 모르면 말년에 아들이나 손자들에게 바보 취급 받는다고.”“세상 참 살기 어렵게 변하네.”뭔가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늙어도 신이 나서 컴퓨터를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평생 글이나 책과는 남인 사람들은 그저 한숨만 쉬거나 아예 포기하고 화투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화투를 치면 치매는 안 걸린다네.”“암, 화투 치려면 얼마나 머리를 써야 하는데.”7/13 쪽

어느 사회건 건설적인 방법으로 생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있는 법이다. 새로운 컴퓨터를 출시해 한국 사회에 전과 다른 풍토를 만들어 버린 최태욱은 강경을 떠나고 있었다. 한해 마지막 날에 경호원들과 같이 계룡산의 연천봉으로 가고 있었다.신원사의 옆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최태욱은 트레블에게 물었다.“밤에 눈은 온다고 안했죠?”“넷! 내일 날씨가 아주 좋다니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관측위성이 보낸 사진을 활용한 기상대의 일기예보라 전보다는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었다. 전에는 미국에서 제공하던 정보를 받아 예측했으나 조금 변한 것이다.가파른 눈길을 올라 연천봉에 도착하자 전에는 없었던 신원사의 말사인 등운암이란 암자가 건축되어 있었다. 완전히 철거를 했다가 다시 신축한 암자다.최태욱은 자신과 인연이 깊었던 암자라 천천히 돌아보고 있었다. 지난날을 회상하며 건물들을 살피던 최태욱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헉!”8/13 쪽

너무 놀라 숨이라도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파리하게 머리를 박박 밀어버린 스님을 보고 놀란 것이다. 아주 큰 망치로 한 대 두들겨 맞은 기분이다.‘이럴 수가?’자신과 그토록 오래 연인으로 지내던 박연화가 그 동안 잠시 교류가 없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곳 암자에서 박박머리인 스님이 되어 만나게 되자 매우 놀랐다.가슴이 답답해지고 순간 현기증이 일어날 지경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최태욱은 멍한 상태로 박연화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입 안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그러자 박연화가 슬며시 다가와 먼저 입을 열었다.“태공을 여기서 만나는 군요.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갑고 고맙군요.”전에는 자신을 만나면 항상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여자다. 하지만 지금 자신에게 차분하게 말을 걸고 있는 박연화는 달랐다. 그저 아무런 욕심과 열정이 없는 무색무취의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언제?”9/13 쪽

“6개월 됐어요.”최태욱은 그동안 너무 박연화에 무심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박동훈 교주와의 인연들을 떠올리며 참담한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이 여자에게는 그렇게 박절하게 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내가 너무 무심했어.’그렇다고 이제 와서 모든 것을 되돌리기도 이상했다. 모두 버린 모습인 박연화에게 왜 갑자기 자신과 상의 한 마디 없이 불문으로 들어 왔느냐고 묻기도 어색할 뿐이었다.   최태욱이 너무 황당한 기분이 들어 요사채의 마루에 걸터앉아 한숨을 토했다.“후우! 미안해요.”최태욱이 한숨을 토하며 미안하다고 말하자 박연화가 빙그레 웃으며 응수했다.“마음 쓰지 마세요. 우린 서로 인연이 아니었으나 제가 과하게 욕심을 부린 것에 불과해요. 그러니 그저 좋았던 시절의 기억만 하시고 이후로 연화는 잊어 주세요. 저는 법명이 무상입니다.”10/13 쪽

최태욱은 박연화가 무상이라고 법명을 지었다고 듣게 되자 그녀가 왜 불문에 들어왔는지 확실하게 알았다. 그녀는 자신이 국왕의 위치에 오르자 나름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스스로 옆에서 떠난 것이다. 그리고 그런 허무한 심정을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고 판단해 무상(無常)이라고 법명을 지은 것이 분명했다. 최태욱은 등에 작은 바랑을 메고 있는 박연화를 보며 물었다.“여기서 떠나는 거요?”“예, 저는 여기 암자에서 지내지 않아요. 제가 자주 거주하며 지내는 절은 따로 있고요. 그리고 조계종도 아니고 태고종입니다. 여길 잠시 들리러 왔는데 만나게 됐어요.”이렇게 말한 박연화는 합장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서둘러 암자를 떠나고 있었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뒤를 건장한 남자 스님 두 명이 커다란 바랑을 메고 급하게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아무리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최태욱을 만나자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그래서 박연화는 발걸음을 빨리해 하산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건장하고 부리부리한 남자스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11/13 쪽

“무상스님, 저분을 전부터 잘 아세요?”“왜? 그걸 네가 알아서 뭐하려고?”“조금 이상해서요.”“저분을 모르는 한국 사람도 있던가? 너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미암사로 가서 네가 할 일이나 실수하지 말고 잘해.”“넷! 미암사로 주지를 만나 꼭 돈을 받아 내겠습니다.”“돈을 받으면 무량사 입구에 있는 무량 여관으로 와. 나는 부여 조왕사에 들려 외산으로 가서 며칠 정도 거기서 지낼 생각이니.”“알겠습니다.”“무슨 특별한 일이 있으면 카폰으로 반드시 연락하고.”“넷!”이런 대화를 나누고 박연화는 두 스님과 같이 계룡산에서 내려와 신원사 주차장에 있12/13 쪽

는 고급스러운 리무진에 올라 떠나고 있었다.한편 최태욱은 너무 놀라운 사실을 접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자신과 지낸 깊은 인연으로 보아 박연화가 이렇게 불문으로 들어가 버린 사실은 너무나 의외였다.  ‘내가 그렇게 서운하게 했나?’홀대한 잘못이야 잘 알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러니 최태욱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박연화가 사라진 등산로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그런 최태욱을 바라보며 트레블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태공은 여자를 사귀는 것도 너무 독특해········. 어떻게 비구니 스님과 사귀는 거지?’트레블은 전혀 다른 시각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고 있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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