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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406화 (406/657)
  • < --  [차도살인지계]  -- >최태욱 일행은 병풍바위 지점에 도착했다. 절벽이라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눈길이다. 최태욱은 레베이카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위험한데 같이 가지.”“아뇨. 저 혼자 가는 것이 편해요.”등산길에서 손을 잡고 가면 심리적으로 조금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안전을 생각한다면 혼자서 가는 것이 원칙이다. 눈 내린 한라산의 설경은 무척 아름다웠다.병풍바위를 지나며 바라보는 영실기암은 괴이한 모습들이 많았다. 레베이카는 마치 사람의 형상을 한 바위들을 즐비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오빠, 저긴 뭐죠?”“오백나한 상이라고 부르는 곳이야.”“나한은 뭐죠?”회1/13 쪽등록일 : 13.01.18 12:44조회 : 3419/3434추천 : 76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나한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용어야, 불자로 수행을 완성하고 사람들로부터 공양과 존경을 받을 값어치가 있는 성자를 말하지.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인과 비슷한 의미라고 보면 돼.”“어머, 그렇군요. 한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불교문화가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산이나 바위에 불교식의 명칭들이 아주 많더군요.”“당연하지. 천년이나 불교문화가 사람들 생활 속으로 스며들었으니 그렇다고 봐야지.”절벽에 난 등산로는 매우 위태해 보이지만 제주도청에서 등산로를 잘 정비해 놓아서 그런지 안전했다. 일행은 별로 힘들지 않게 병풍바위 지역을 통과했다. 허리정도에 달하는 작은 나무들이 넓은 지역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모습에 레베이카는 물었다.“작은 나무가 아주 많군요.”“그건 철쭉이라고 이른 봄에 빨갛게 꽃이 피는 나무야. 이쪽에는 철쭉이 많고 동쪽의 성판악 지역에는 진달래가 많지. 모양이 비슷하지만 다른 종류고.”레베이카는 넓은 지역에 야생 상태의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핀다는 말에 조금 아쉬워2/13 쪽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름답게 꽃이 필 때 오면 정말 보기 좋겠다고 생각했다.“나중에 봄에 다시 와봐야겠네요.”“축제도 있으니 오면 볼만할 거야.” 일행은 철쭉 군락 지역의 노루샘터에 도착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노루가 자주 찾아와 물을 먹는다고 해서 노루샘물이라고 한다.물맛은 아주 시원했다. 한겨울이지만 약수라 그런지 조금 따뜻한 느낌이 들고 물은 얼지 않았다. 이때 통신을 담당하는 경호원이 급하게 트레불에게 보고했다. “실장님, 윗세오름대피소에 하이드린 제독께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합니다.”“그래, 사령관께서 웬일로 여기를 왔지?”하이드린은 해군중장으로 주한 베네룩스 총사령관이다. 그는 4만톤급 상륙함이 서해항에서 제주도 남해항으로 이동해 임시 모항으로 사용하자 잠시 이곳에 와있었다. 남해항은 해군기지로 민간의 초대형선박도 입출항이 가능한 거대한 항구로 변해 있3/13 쪽

    었다. 트레블이 최태욱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았어요. 무슨 일인지 만나면 알겠죠.”최태욱 일행은 서둘러 윗세오름대피소로 가게 되었다. 대피소 옆에는 시호크 헬기가 있었다. 휴게소와는 달리 대피소에는 평상시에는 아무도 거주하는 사람이 없었다.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만난 하이드린은 다소 급하게 보고했다.“태공, 일본이 드디어 핵무장을 계획하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플루토늄을 1톤이나 구매해 가지고 오고 있습니다. 지금 오키나와 근처에 도착해 있습니다.”“그것 때문에 나를 찾아 왔어요?”“예, 아직 일본에 화물선이 도착하지 않았으니 상륙함을 오키나와 근처로 보내 저지해야합니다. 원자력 발전시설에 사용한다고 하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합니다. 실제로는 핵무장을 염두에 두고 플루토늄을 확보해 두려는 수작입니다. 여차하면 언제고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일본은 지난번에 거대해전으로 한국에게 굴욕을 당한 사건도 있었다. 일본의 이런 행보는 노골적으로 핵무장을 전제로 핵무기 원료를 확보해 두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4/13 쪽

    다. 하지만 이미 미국이나 강대국들이 발전용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승인을 했다. 한국이나 또는 베네룩스로는 말릴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최태욱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지시했다.“너무 그 문제를 가지고 유난스럽게 소란을 피울 것은 없어요. 공연히 소란 피워봐야 베네룩스나 한국이 보유한 플루토늄도 문제를 삼을 수 있으니까요.”“알겠습니다.”사실 핵무기란 가지고 있으면 든든할지 모르지만 전쟁이 터지면 사용하지 못하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만약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 나라는 당연히 핵공격으로 멸망을 길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무기는 그냥 자폭수단에 불과한 허세만 만족시켜주는 요상한 무기다.미국은 핵무기의 위력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남의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저지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물론 그런 의지가 모두 통하지는 않아 이미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미국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던 더 이상의 핵무기 확산을 막으려는 강한정책을 채택하고 있었다.최태욱은 플루토늄 문제는 나중에 힐러리 대통령을 만나서 협의할 사안으로 판단했5/13 쪽

    다. 그래서 다른 문제에 대해 슬며시 물었다.“이어도에 건설하는 해양과학기지의 시설 공사는 잘 되어 가던가요?”“넷! 상륙함으로 건설 자재를 날라다 주며 직접 가보니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더군요.”이어도는 제주도의 끝에 있는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킬로미터에 위치한 수중 암초로 제주도의 어민들은 파랑도라고도 부르고 있다. 일본의 나가사키현 도리시마에서 서쪽으로 276킬로미터 중국의 퉁다오 동북쪽으로 24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평균 수심 50미터 길이는 남북으로 1800미터 동서로 1400미터 정도의 크기로 4개의 봉우리를 가진 수중 암초다.한국은 남해 지역에 있는 대륙붕을 중시해 이어도에 원 역사보다 10년은 먼저 해양기지를 건설하고 있었다. 독도의 해양기지야 이미 오래전에 건설해 놓은 상태다.앞으로 영토 분쟁이 벌어지면 선점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또한 최첨단 관측 장비를 통해 해양, 기상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해경의 수색 및 구난 기지로도 활용할 예정이다.“중국이나 일본의 순시선들은 보지 못했나요?”6/13 쪽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보이지 않고 중국은 가끔 군함이 근처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더군요.” 이어도의 최고봉이 수중 4.6미터 아래로 잠겨 있어 풍랑이 거세져 10미터 이상의 파도가 치지 않는 이상 육안으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어도가 육안으로 보이면 반드시 폭풍이 불고 그로 인해 많은 어민들이 죽게 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제주도 전설에서는 이어도가 어부들이 죽으면 가게 되는 환상의 섬 즉 상상 속의 섬으로 자주 등장한다.최태욱은 하이드린 사령관에게 지시했다.“해군기지에서 휴가나 외출하는 병사들의 기강을 확실하게 하세요. 병사 한 명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 전체가 크게 문제가 되니까요.”“알겠습니다. 정신교육 단단히 하고 내보내고 있습니다.”“젊은 병사들이 많다보니 때로는 우발적인 사고가 날 경우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사고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이 아주 중요합니다. 은폐나 축소를 하려고 시도하면 그것이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르니 그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없도록 철저하게 휘하 장병들을 관리하세요.”7/13 쪽

    “넷!”제주도가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베네룩스의 경우 서해에서 활동하다가 남해항까지 이동해 이곳에서 병사들에게 휴가나 외출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아 당부하고 있었다.최태욱은 상륙함이 평상시에 하는 업무가 궁금해 물었다.“요즈음은 다비흐 호는 뭐하며 지내죠?”“마라도와 가파도 주변 해역에 인공수초 작업을 돕고 있습니다. 해난 구조 활동도 많이 하고요. 그래서 제주도 주민들은 아주 좋아하고 있습니다.”“인공어초는 어디서 가져오고요?”“가끔 광양에서 가져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철근콘크리트로 남해항에서 제작해 설치하고 있습니다. 너무 운송비가 많이 들어 아마 그렇게 조치하는 것 같습니다.”한국 정부에서는 인공어초 사업을 벌여 효과가 좋아지자 동해, 서해, 다도해, 남해에 대대적으로 인공어초 시설을 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또한 추자도의 어류연구소에서 인공부화로 기른 치어들을 방류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로인해 한국의 해역에는 전보다 어획량이 대폭 늘어나는 추세로 변하고 있었다.8/13 쪽

    하이드린 사령관은 이어서 다른 건의를 하고 있었다.“태공, 장하준 사단장이 김포와 파주 지역에서 발파 작업하는 소음이 가끔 들린다며 북한에서 땅굴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것 같다고 땅굴 탐사 작업을 해봤으면 합니다. 공병대가 요즈음 특별히 대민 봉사활동 이외에 하는 일이 없다며 해보겠다고 합니다.”“그래요? 아직도 북한에서 땅굴에 미련이 많은 모양이군요.”“그런 것 같습니다. 여러 개를 파서 하나만 들키지 않고 병력을 내려 보내면 효과가 크기 때문에 여전히 한다고 판단됩니다.”“알았어요. 공병대 장비를 그쪽으로 활용하도록 하세요.”“넷!”하이드린 사령관은 최태욱에게 인사를 하고 헬기를 타고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최태욱은 그가 떠나고 나자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땅굴을 팔 힘으로 매년 당하는 홍수나 대비해 제방 보수나 할 일이지. 아직도 그 짓을 여전히 하니 모두 제 정신은 아니야.”9/13 쪽

    “태공, 사람이란 한 번 그렇게 이상한 쪽으로 머리가 돌아가면 다른 생각은 못하는 법입니다.”“어떻게 그런 놈을 지도자라고 추앙하는지 너무 이상해.”“그러니 세뇌교육이 무서운 거죠.”아무리 한국이 미국의 배려로 급성장하고 운이 따라 주었다고 하지만 외국을 상대로 물건 팔아서 돈을 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나라보다 제품도 좋아야 하고 가격도 싸야 한다. 또한 바이어들을 상대로 별짓 다해 구슬리고 제품 선전도 잘해야 판매가 가능하다.외국을 상대로 돈 벌기가 그렇게 쉬우면 수많은 지구촌의 국가들 중에 가난한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최태욱은 북한의 형태가 너무 한심해 보여 중얼거렸다.“그 놈들은 진짜 모자란 놈들이야. 장사해서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놈들은 한민족이면 다 아는 흔한 속담도 모르나? 장사하기가 얼마나 힘들면 장사꾼 똥은 너무 타서 똥개도 안 먹을 정도라고 하던 조상들이 평하던 평범한 진리를 도통 몰라.”최태욱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북경에서 한국 관료를 만난 북한 관료들이 돈을 공짜로 보내달라고 한다니 너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10/13 쪽

    돈 벌기가 힘든 줄 아는 사람은 돈이 있어도 쓰기를 두려워한다. 돈이란 벌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저절로 벌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을 힘들게 노력해서 벌어보지 못한 사람은 부자를 보면 저절로 돈이 생기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제일 편하게 번다는 부동산 투기도 얼마나 부지런히 싸돌아다니고 정보 수집해야 하는지 모르니 진짜 멍청이가 세상에는 너무 많아.”최태욱은 아주 평범한 사고력으로 살고 있었다.‘세상은 저절로 이룬 것은 절대로 없어. 어떤 이룸이던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희생이 따르는 거야.’  개인의 삶도 이러한데 하물며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로 그저 돈 나와라 뚝딱하는 망치나 두드리려는 행태를 북한에서 보이니 최태욱은 한심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일부 정치인들은 한국 발전이 그저 아무나 지도자를 했어도 이런 정도는 이루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건 닭대가리도 못되는 바보들이 하는 주장이다. 그들도 국회의원 한 자리 차지하기에도 얼마나 힘든지 잘 아니 알기야 하겠지만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애써 부정하는 것이다.11/13 쪽

    ‘그런 놈들이 아직도 한국에는 너무 많아. 제 것은 당연히 자기 것이고 남의 것도 자기가 차지해야 한다는 놈들이 너무 많아.’가난한 집안이 부자로 변하려면 가족들 중에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고 누군가의 피눈물도 있다. 그리고 밤을 낮 삼아 죽게 돈 벌기 위해 노력한 가족들의 눈물어린 결실인 것이다.‘돈 버는 일은 한 번 도 안한 놈들이 공짜로 남이 이룬 것 날름 하려고 더 지랄해.’최태욱은 이런 생각을 하며 평탄하던 길이 경사가 급해지는 한라산 정상으로 향해 급하게 오르고 있었다. 주변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가고 있었다.일행은 한라산 정상으로 올라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백록담을 바라보았다. 최태욱은 한국은 참으로 기이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쪽에는 이런 백두산이 있고 남쪽에는 한라산이 있다. 서로 형태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산이 있다고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하이드린 사령관의 보고를 듣게 되어 그런지 최태욱은 백록담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동쪽의 일본을 향해 바라보았다. 일본(日本)······.  해가 뜨는 동쪽에 있는 일본은 명칭부터가 한반도에서 유래된 나라다. 한반도에서 바12/13 쪽

    라보고 태양이 뜨는 곳이라고 칭하기 때문이다. 백제 왕국의 담로를 태로 해서 태어나고 다시 담로를 발전시켜 오늘의 일본이 되었다. 일본은 풍요로는 자연환경을 지닌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나라를 오늘에 경제 대국으로 만든 저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일본은 분명 지난번의 패전을 설욕하려고 들 거야.’이미 일본은 그러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것을 잘 아니 최태욱은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은 그에 대비해 가장 치졸한 술수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자멸로 가는 길을 유도하다니. 나도 어지간하군.’사람을 살리는 일을 못하고 죽이는 술수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무거운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위정자들이 벌이는 행태들은 떠올리자 쉽게 무거웠던 마음은 사라지고 있었다. ‘죽게 만든 공장들 홀라당 타버려야 정신을 차릴 거야.’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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