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401화 (401/657)

< --  [밀당의 효과]  -- >최태욱이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호주로 떠날 무렵 어느새 풍요로운 가을이 되었다.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리연 전쟁이 끝남에 따라 세상은 다시 평화가 찾아 왔다.“이제 당분간 평화롭게 지내겠군.”“불행 중 다행이야. 전쟁이 빨리 끝나서.” 세계인들은 자칫 길어질 수도 있던 전쟁이 빨리 끝나자 다들 좋아하고 있었다. 물론 지구촌 한쪽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인해 평화가 찾아왔다고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세계경제는 원유가의 가격변동으로 많이 좌우하기 때문에 중동으로 칭해지는 아랍 산유국들이 조용해지면서 석유가격이 안정되었다는 의미다.호주의 시드니에 도착한 최태욱은 특이한 지형인 빅하퍼 시로 이동했다. 해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 일부러 방조제를 쌓은 것처럼 길게 산호초로 이어진 특이한 지형이라 이곳을 찾아왔다.그동안 리비아 사막에서 전투를 수행하느라 고생한 경호원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다. 한적한 방갈로를 몇 채 빌려 해변에서 한가하게 쉬고 있었다. 트레블 경호 실장은 모든 경호원들을 모아놓고 단단히 지시했다.회1/14 쪽등록일 : 13.01.17 00:00조회 : 3508/3527추천 : 80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항상 무기는 근처에 비치하고 3교대로 근무해. 태공께서 쉬라고 했다고 너무 풀어지면 곤란해.”실장의 이런 말에 팀장 격인 빈센트와 에이트가 동시에 힘차게 답했다.“넷! 잘 알겠습니다.”신분이 경호원들이라 온전하게 모두 편하게 쉬기는 힘들었다. 최소한의 경호가 가능한 7명 정도는 항상 경계근무해야 된다. 최태욱은 오랜만에 편하게 쉬라고 해도 이런 조치를 내리는 트레블에게 물었다.“실장,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넷! 사고야 항상 대비해야 합니다.”이런 대화를 나누고 최태욱은 세이커 매를 이용해 가끔 해변에서 갈매기를 사냥하고 있었다. 그저 세이커 매의 먹이를 주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편하게 쉬고 있는 해변에는 동양인으로 보이는 나이 많은 노인이 보였다. 너무 한가해 끄덕끄덕 졸면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었다. 최태욱은 졸고 있는 노인에게 슬며시 다가가 말했다.2/14 쪽

“아저씨, 아이스크림 30개주세요.”“예? 30개요?”졸다가 놀라 급하게 답변해 그런지 한국어로 답했다. 노인이 한국출신으로 보여 호기심으로 물어본 것이다. 트레블을 시켜 30개의 아이스크림을 경호원들에게 넘겨주게 했다. 최태욱은 노인의 옆에 모래밭에 슬며시 앉아 조심스럽게 물었다.“아저씨는 언제 호주로 이민을 오셨어요?”“나야 오래됐지.”“언제인데요?”“벌써 여기로 온지 40년이 됐어. 6· 25 끝나고 왔으니까.”최태욱의 물음에 노인은 마치 오래전 일들을 회상하듯이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노인의 표정은 매우 착잡해 보이고 있었다. 뭔가 깊은 사연이 있어 보였다. 그러자 최태욱은 조심스럽게 물었다.3/14 쪽

“왜요? 한국을 떠나서 그런 가요?”“그렇다네, 나는 사실 살 가치도 없는 비겁자라네.”갑자기 이렇게 서두를 꺼낸 노인은 최태욱을 잘 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나는 태공의 아버님을 잘 아네.”“예? 제 아버님을 아세요?”“알지, 비록 내 고향은 전주지만 일정 때 강경상고를 다녀 자네 아버님을 잘 알아. 아버님은 운동도 잘하고 멋지게 생겨 남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다들 알지. 나야 평범한 학생이라 아버님은 나를 잘 모르겠지만.”이렇게 말문을 연 노인은 자신의 살아온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노인은 6· 25 전쟁 당시 의용군에 끌려가 낙동강 전선에서 전쟁포로로 잡혔다고 했다.“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나는 내 스스로 공산당이 너무 좋아 의용군이 되었네. 쉽게 말하면 공산주의를 추종했다는 거야.”4/14 쪽

“그래요?” 노인은 이렇게 고백하면서 매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계속 과거의 행적에 대해 천천히 이어가고 있었다. 노인은 포로가 되고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있다가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 시 한국에 남지 않고 호주로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나는 북쪽도 가서 살기도 싫었다네. 남쪽에서 살면 공산주의를 추종한 전력 때문에 앞으로 살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았지. 가족들을 모두 버리고 외국으로 도망을 친 거야.”“그야 그때는 그런 분들도 많았죠. 앞을 장담 못하던 그런 때가 아닙니까?”노인의 이야기는 주로 좌익과 우익이 다투던 해방 이후의 시절에 자신이 경험들을 말하고 있었다. 노인은 북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생각으로 분노했다.“김일성은 자신이 나라를 위해 살았다고 주장하지만 그저 권력을 탐하는 필부에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가족이나 측근만 배불리기 급급하던 놈이라고. 세상에 어떤 권력자가 자기 국민을 굶겨서 죽인단 말인가? 그런 짓을 하니 내가 보기에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   한때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추종하던 노인은 북한의 아사상태로 인해 상당한 반감5/14 쪽

이 생긴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한국은 부자로 무기가 좋다고 방심하면 안 돼. 월남이 패망한 교훈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는 거야. 공산당이나 사회주의가 무서운 것은 정신교육을 잘해서 국민들을 세뇌를 아주 잘한다는 점이야. 그리고 경제력이나 군사력으로 경쟁하기는 틀렸으니 그쪽에 전력을 다할 것이고.”“그렇군요.” “그러니 앞으로 자네는 조국인 한국을 위한다면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신경을 써야 될 거야. 사상 교육이란 마치 종교와 같아서 한번 빠져들면 절대로 쉽게 헤어나기 힘들다는 점이야. 사람이란 자신이 젊어서 믿던 사상을 쉽게 버리고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서기 보통의 경우는 아주 힘들거든. 나도 여전히 사회주의를 좋게 생각하는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네. 공산사회주의가 사실은 가난하고 세상을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을 쉽게 혹하게 만드는 점들이 있거든. 사실 나중에 알고 보면 모조리 거짓에 불과하지만.”“그렇군요.” “내가 알기로는 북한은 잘살게 변한 한국에 대해 항상 배부른 돼지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쉽게 말해 잡아먹기 아주 수월한 멍청한 돼지라고 생각한다는 6/14 쪽

거야.”“그렇군요.”   최태욱은 노인을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노인은 한때 열정을 다해 나라를 위해 힘을 쓰고 싶었던 정신이 있었다. 노인은 자신이 살아온 지난 시절을 말하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최태욱은 노인과 계속 대화를 나누며 호주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한편 가을이 되자 유럽은 베네룩스의 헤이그에서 열리는 재판에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리연 전쟁의 시발점인 킬로급 잠수함 두 척의 승무원들에 대한 재판이었다. 연합군은 포로로 잡힌 승무원들을 모두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판결을 받도록 합의했다.어느 한 나라에서 주관해 재판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유엔 관할로 국제적인 분쟁에 대해 판결하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재판하는 것이 제일 공정하다고 판단했다.이런 현상을 본 세계인들은 이렇게 평하고 있었다.“국제 사법재판소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는 것 같군.”7/14 쪽

“그렇지. 이번에도 전에 한일 간에 벌어진 거대해전의 경우와 같이 공정하게 재판하면 권위는 더 높아 질 거야. 그리고 앞으로 재판소에서 다루게 되는 국제 분쟁도 많아질 것이고.”“당연히 그렇게 변하겠지.”승무원들에 대해 전범이냐 아니면 상부의 명령에 따른 단순한 동조자냐를 놓고 재판은 진행되었다. 잠수함 승무원들은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의 명령으로 숨어 있던 잠수함 두 척은 물위로 부상해 항복했다. 그들은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잠수함을 넘기고 항공기를 이용해 이곳으로 이송되었다.재판장은 다른 판사들과 같이 심의해 승무원들을 전범으로 판결하지 못했다. 단순히 상부의 명령에 따라 수행한 군인들이라고 결론을 지어 전쟁포로로 판결을 내렸다. “이미 이들에게 부당한 공격명령을 내린 리비아의 정보부장은 사고로 사망한 상황입니다. 더 이상 죽은 사람으로 인한 전범 재판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리연 전쟁의 책임은 알하마르에게 있으니 그를 전범으로 기록하고 끝내야 합니다. 전쟁포로인 잠수함 승무원들은 모두 덴마크 왕국으로 인도해 인도적으로 대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8/14 쪽

이런 판결이 나자 승무원들은 이제 살았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전쟁포로라면 리비아 정부에서 전쟁배상금만 넘기면 본국으로 송환되어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이어서 재판장은 전쟁 배상금의 판결로 이어지고 있었다. 재판장은 리비아가 연합국에게 20억불의 배상금을 줘야하고 그중에 5억불은 네덜란드의 해운회사에 넘겨야 한다고 판결했다.나머지 15억불에 대해서는 3개연합국이 협의에 의해 나누어 가지라는 판결이었다. 재판이 끝나자 헤이그에 있는 외무부에서 이를 놓고 3국의 외무장관들이 모여 협의하고 있었다.스테판 외무장관이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전비를 어디가 더 많이 사용했던 역할은 비슷하다고 판단되니 각기 5억불씩 나누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좋아요. 우리는 불만 없습니다.”덴마크 외무장관이야 당연히 쉽게 동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외무장관인 찰스턴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스테판은 슬며시 타이거 태공이 조치한 9/14 쪽

잠수함 판매에 대해 거론했다.“우리는 평화를 위해 잠수함을 팔아 다시 리비아로 식량을 사서 보냈습니다. 그러니 미국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더 이상 리비아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원하는 비밀기지의 시설들을 완전히 폭파한 것으로 만족하시죠.”“그래도 우리는 전비를 너무 많이 소비했소.”“그야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 과하게 우리와 협의 없이 한 독자적인 행동입니다. 전술이나 전략상으로 실효성이 전혀 없는 공중 폭격을 무리하게 해서 그런 거죠. 그런 공중 공격이야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절대로 아닙니다.”미국 정부는 아무리 자국군의 구식 무기를 소모하는 용도로 이번 전쟁에 참전했다. 하지만 전비를 엄청 많이 소모해서 더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덴마크가 동조하고 나서자 결국 스테판의 의견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좋소. 제안에 동의합니다.”당장 돈이 없는 리비아로는 배상금을 쉽게 지불하기 어렵다. 하지만 베네룩스는 년510/14 쪽

퍼센트 이자로 리비아에게 20억불을 자금을 빌려주는 국채를 사들이고 정산하도록 조치했다.자국의 은행들에 돈이 흘러넘치도록 많아지니 쉽게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패전했지만 카다피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고 여전히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자신을 벼랑으로 몰다가 자금을 빌려줘 쉽게 배상금을 우선 해결하게 해주자 카다피 대통령은 스테판 장관을 만나자 굽실 거리고 있었다.“우리나라 원유도 팔아주시오.”“왜? 잘 안 사간다고 하나요?”“유럽에서 사간다고 하지만 선주들이 오기를 꺼려해서요.”“알았어요. 태공께 말씀을 드려 카리브의 해운회사를 보내 그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 드리죠.”“고맙소.”최태욱이 비록 전쟁을 했지만 재빨리 당근에 해당하는 식량지원을 해주자 카다피는 위기를 벗어나고 있었다. 또한 연이은 호의적인 조치로 원한은 잊기로 마음속으로 다11/14 쪽

짐하고 있었다.‘진즉에 태공과 친하게 지냈어야 했어.’최태욱은 적당히 밀당하는 방법으로 리비아 문제를 해결했다. 자신의 목적은 순조롭게 이루고 저격사건은 반정부 세력이 게릴라들의 소행으로 기록되고 끝나게 되었다. 물론 짐작으로는 타이거 태공의 개인적인 복수극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떤 증거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다.이란-이라크 전쟁은 승자가 없이 끝났다. 서방세계에 호전적이던 리비아와의 전쟁도 끝났다. 그러나 유럽은 여전히 불안한 지역이 많았다. 중동지역 대신에 유럽의 화약고로 변한 발칸반도가 연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었다.‘어휴. 세상이 단 한 번도 조용할 때가 없군.’수많은 나라가 있고 또한 수많은 인종들이 사는 지구촌이다. 여전히 국제적으로 무력을 동원한 분쟁은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있었다. 또한 소련이 해체되고 나자 발칸반도와 더불어 카스피 해 지역이 또 다른 분쟁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두 욕망의 샘이라고 부르는 원유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한편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는 전쟁 배상금으로 받게 된 5억불의 사용처를 두고 논12/14 쪽

쟁이 오가고 있었다. 국방장관은 의원들을 상대로 강하게 주장했다.“우리도 최소한 3만톤급 상륙함 한 대를 보유해야 합니다. 그러니 전쟁배상금은 그 용도로 사용해야 된다고 봅니다.”“그 돈으로 상륙함을 건조하지 못하지 않소?”“그야 그렇지만 몇 차례 분할 지급도 가능하니 구입할 돈은 된다고 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런 정도의 해군력은 있어야 합니다.”덴마크도 이번에 터진 상선 격침사건으로 인해 이제는 해군력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국방장관의 주장은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통과하게 되었다.아울러 건조를 의뢰할 곳으로 한국 조선소가 지목되었다.“현재 가격이 제일 싸고 외상으로 구입도 가능하니 그곳이 좋겠습니다.”“좋소. 그렇게 합시다.”이로 인해 한국은 현재 보유하지도 못하는 3만톤급의 상륙함 건조를 대우조선소에서 하게 되었다. 그러자 한국의 이진수 대통령도 똑 같은 3만톤급 상륙함을 건조하기로 13/14 쪽

결정했다.이런 발표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이 극동지역에서 터지고 있었다. 다른 나라는 별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한국이나 일본은 아주 큰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14/14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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