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92화 (392/657)

< --  [복수의 방법들]  -- >무력을 동원해 남을 공격할 때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명분이 필요하다. 특히 나라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에서는 더욱 그렇다. 덴마크 왕국은 리비아를 공격할 생각으로 유럽 국가들이나 유엔가입국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하지만 이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국제원유가가 올라 고생하던 나라들은 다들 고개를 저으며 반대하고 있었다.“외교적으로 해결을 해보시오. 비록 귀국의 상선이 침몰 당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으니 외교적으로 배상금만 받고 좋게 해결하세요.”“서로 그간의 정리를 생각해서 한 번만 도와주시오. 항공모함을 동원해 공중지원만 해주시면 됩니다.”“사정은 아나 우리 항공모함은 수리해야 됩니다. 당장 전투를 벌일 형편이 안 됩니다.”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항공모함을 보유한 이탈리아는 이런 식으로 거절하고 있었다. 영국도 마찬가지고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미국은 많은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완전히 모른척하고 있었다. 미국도 오랜 만에 찾아온  평화를 깨트리고 싶지 않았다. 회1/13 쪽등록일 : 13.01.14 08:17조회 : 3528/3546추천 : 92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아이아코카 대통령은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으니 망설였다. 힐러리 장관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와 평화를 주장하고 있어 더욱이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덴마크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부국이지만 군사력이 약한 소국이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덴마크 국민들은 매우 실망하고 말았다.“기가 막히는군. 돈은 필요하면 항상 저자세로 빌려달라면서 막상 우리가 군사적으로 어려울 때 도와 달라니 거절하고.”“이러니 강한 군대가 필요한 거요.”“우리도 항공모함을 보유해야 되지 않나?”이런 사태에 직면하자 덴마크 국민들은 허접한 항공모함이라도 보유하고 싶었다. 강한 군대를 보유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무리 부국이라지만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더구나 당장 필요한 항공모함이라 아득한 꿈에 불과했다.덴마크 왕국은 세계를 상대로 유엔에서 벌인 로비에서도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유엔에서도 리비아에 대한 제재조치를 반대하고 있었다. 졸지에 믿었던 프랑스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2/13 쪽

“프랑스에서는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거부권까지 사용하다니.”“우방국이라더니 배신을 하는군.”이제 믿을 나라라고는 군사동맹국인 베네룩스 왕국뿐이다. 그러나 베네룩스 왕국의 아르페르 총리도 덴마크의 군사적인 행동에 대해 반대하고 있었다.“태공을 그런 식으로 합부로 대하더니 이제 와서 별로 명분도 없는 전쟁을 같이 하자니 우리 정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그건 이미 정보부장을 경질하고 사과까지 하고 끝난 일이 아닙니까?”“그게 어디 그냥 그런 정도의 사과로 끝날 일입니까? 사퇴한 정보부장이 우리 여왕폐하를 모독하는 기자회견을 한 사실을 그대는 정녕 모른다는 거요?”이미 지난 사건을 가지고 거절하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덴마크 국방장관은 고개를 숙이며 사정하고 있었다.“그 일은 잘못됐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야 개인적인 잘못이 아닙니까?”“무슨 소리요? 그 자리에 전직 국방장관들도 같이 있었다고 하던데.”3/13 쪽

덴마크의 전 정보부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자 뿔이 나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피닉스 여왕이 동양남자에게 미쳐 유럽 왕실을 모독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덴마크 정부에서는 그런 황당한 발언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개인적인 사견이라 감옥으로 보내기 곤란하고 베네룩스 왕국에서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야 조치가 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니 베네룩스 왕국은 그 사건을 두고 이렇게 응수하는 것이다. 덴마크는 비슷한 경제력을 지닌 네덜란드가 3국 통합을 이루어 강대국으로 변하자 은근히 시기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상류층이나 정치지도자 그리고 군부의 원로들 사이에게 타이거 대공에 대해 묘한 질투심들이 도사리고 있었다.가까운 이웃이 잘되면 항상 이렇게 시기와 질투가 도사리는 것이다.그러나 덴마크의 젊은 신진 세력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대부분 타이거 태공을 아주 뛰어난 선지자로 인식하고 추앙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젊은 영관장교들은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일부러 안트베르펜의 스텐 성으로 찾아와 타이거 태공을 면담하고 있었다.“태공, 비록 유엔이나 유럽 국가들이 자신들의 작은 이익을 위해 우릴 돕길 거절했지4/13 쪽

만 태공은 저의들을 도와줄 것으로 믿고 부탁드리러 왔습니다.”“그대들의 마음은 충분히 아나 나도 함부로 나설 수 없지 않소?”“노여움을 푸시고 도와주세요.”“나는 그런 지난 일로 돕기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요. 국제적으로 이미 명분이 사라진 사건이라 함부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거요.”최태욱이 이렇게 응수하는 이유는 실질적으로 리비아에 개인적인 복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사심으로 함부로 전쟁을 벌이기가 망설여지고 있었다. 덴마크의 장교들이 계속해서 머물며 조르자 최태욱은 결국 승낙하게 되었다.“이렇게 하죠. 일단 리비아가 여전히 자신들 소행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니 우리도 같은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겠소.”“같은 방법이라면?”“지중해로 제3기동함대의 일부를 보내서 사건을 저지른 잠수함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리비아 해안을 적당히 봉쇄 조치를 하자는 거요.”5/13 쪽

“알겠습니다.”“만약 리비아 정부가 저지른 사건이라고 확실한 증거나 나오면 리비아 영토에 대해 한시적으로 보복하는 정도로 끝냅시다.”최태욱은 유엔에서 리비아의 공격을 찬성하는 결의를 하면 나서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이런 방법으로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두 여자가 죽은 사건의 복수도 리비아 전체를 상대하는 방법이 아니다. 폭탄테러 사건의 연루자나 그 조직만 제거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덴마크 왕국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 그래도 현실이 이러하니 타이거 태공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사실 그런 정도라면 보복인 군사작전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타이거 태공이 적당한 선에서 결정했으니 따르도록 합시다.”“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이런 군자적인 행동을 하기로 덴마크 의회에서 결정했다. 최태욱은 즉시 제3기동함대인 북해함대의 이지스 구축함과 코르베드 함정을 지중해로 파병하게 되었다.  연합함대는 4만톤급 상륙함, 이지스 구축함 2척, 코르베드 4척 보급함 2척, 소해함 26/13 쪽

척으로 구성되었다. 전쟁에는 반드시 보급기지가 중요했다.최태욱은 이미 거절당한 이탈리아 대신에 그리스를 선택했다. 그래서 그리스 대사를 만나 부탁했다.“크레타 섬의 공항과 항구를 이용하기로 해주시오.”“제가 결정할 사안은 아닙니다. 본국으로 연락해 나중에 통보해 드리죠.”“급하니 서둘러 주세요.”그리스 정부는 베네룩스 왕국에서 많은 자금을 빌려 쓰는 처지라 거절하기 곤란했다. 더구나 타이거 태공이 직접 나서서 부탁하니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크레타 섬의 헤라클리온 항구에 연합함대가 도착하자 그리스 정부에서 사용허가를 승인해주었다. 그러자 최태욱은 베네룩스를 떠나 크레타 섬으로 오게 되었다.최태욱은 연합함대의 사령관으로 결정된 덴마크의 헤밀러 제독과 작전회의를 시작했다.“여기 크레타 섬 주변부터 숨어버린 잠수함을 찾아봅시다.”“잠수함을 찾아요?”7/13 쪽

“그렇소.”리비아 정부는 세계 여론이 전쟁을 반대하자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베네룩스와 덴마크의 연합해군이 지중해로 들어오게 되자 급하게 잠수함 두 척을 숨기게 되었다.이미 관측 위성사진 판독으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최태욱은 일단 사라진 두 척의 킬로급 잠수함의 사냥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최태욱은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령관과 함장들에게 설명했다.“전쟁을 벌일 명분이 너무 약하다면 지금부터 우리는 필요한 명분을 스스로 만들면 됩니다. 그러니 사라진 잠수함을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알겠습니다.”“그들은 자폭하기 전에는 숨을 곳은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지루하더라도 계속 잠수함을 찾아야 합니다. 잠수함을 나포하기만 한다면 명분은 확실하게 생기니 한번 해봅시다.”“명령대로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사실 나라 간에 전쟁을 벌 일 때 대내외적인 명분이 필요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8/13 쪽

모두 승자가 하는 변명에 불과했다. 아무리 옳아도 패자의 명분은 사라지고 승리자의 명분만 남게 되는 것이 전쟁이다.훗날 역사가들은 다른 평가를 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당대에는 승리자의 주장이 역사서에도 기록되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합동군의 모든 함정들이 대형을 이루고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커다란 그물로 지중해를 뒤지듯이 사라진 킬로급 잠수함 2척을 찾는 해상작전에 돌입했다. 해군에게 이런 작전을 명령한 최태욱은 따로 크레타 섬에서 지내고 있었다. 20명의 경호원들과 같이 뭔가 다른 일을 모색하고 있었다.“연락관, 자네 수송헬기로 리비아 해안으로 침투할 수 있겠나?”“저공비행을 말씀하시나요?”“그렇지.”“예, 저공으로 침투할 실력은 충분합니다.”최태욱은 혼자만이 아는 뭔가 비밀스러운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추동팔과 9/13 쪽

같이 요즈음에는 잘 사용하지 않던 저격소총을 들고 토끼 사냥을 시작하고 있었다.“에이트, 그냥 훈련과 실전은 전혀 다르니 다시 스나이퍼 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사냥에 임해.”“알겠습니다.”최태욱은 두 여자의 복수를 생각하며 오래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왔으나 그것을 달리 쓰기로 결정했다. 수많은 군대를 동원해 무작위로 살육전은 벌이는 전쟁 대신에 다른 쪽으로 복수를 결정했다.‘이건 어찌 보면 나 개인의 복수니 내가 직접 나서서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옳아.’물론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는 수많은 생각을 했다. 아들이나 다른 여자도 생각하고 나라의 지도자라는 입장도 고려했다. 그러나 그런 모든 생각보다 자신이 지닌 두 여자에 대한 무거운 짐을 하루 빨리 덜고 싶었다. ‘내가 직접 해결해야 끝나는 거야.’최태욱이 이런 생각을 하며 고공낙하와 스나이퍼 훈련 그리고 해안으로 침투하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직은 자신이 노리는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10/13 쪽

못하기 때문이다.“에이트, 어떤 조건에서도 작전을 벌일 전투력이 있어야 해.”“알겠습니다. 준비를 하겠습니다.”에이트는 특수작전 팀장으로 직접 적진에 침투해야 하니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훈련을 위해 모래사장에서 야영하는 훈련도 병행하고 있었다. 혹시 이집트를 통해 리비아로 침투하거나 사막으로 낙하할 때를 대비하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날이 시작되는 6월에 최태욱은 크레타 섬에서 복수를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멀리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고 있었다.크레타 섬의 남쪽에 있는 바닷가의 산자락에는 작은 별장이 있었다. 별장에는 작은 요트도 있고 주변에는 이런 별장들이 많았다. 폭탄 테러로 사망한 이후 비운의 공주라고 불리게 된 안타타이거다. 그녀는 생전에 그리스 정부의 반대로 아테네에서 거주하지는 못하고 겨우 크레타 섬에 마련한 별장이다. 철썩! 철썩!바람이 거세지며 파도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커더란 파도가 별장이 있는 해변의 바위11/13 쪽

를 거칠게 때리고 있었다. 최태욱은 라디오를 들고 별장의 베란다에서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과연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군.”한국은 2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다수당이 참여해 선거한 결과 의석을 과반수를 차지한 당이 없는 식으로 국회가 구성되었다. 한국개혁신당은 70석을 얻어 제 2당으로 결정되었다.국회의원 총수가 235명으로 1당이 85석, 2당이 70석, 3당이 40석, 4당이 20석 무소속이 20석으로 결정되었다. 무소속들도 별도로 무소속연합을 만들어 국회에는 5개의 원내교섭단체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자 이합집산을 벌여 3명의 후보가 대통령으로 출마했다. 여론 조사의 경우 세 후보의 인기가 서로 비슷했다.  자신이 마음속으로 지지하는 이진수가 되길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거에서 그는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는 등의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최태욱은 한국 문제는 한국인들 스스로 지도자를 결정해야 된다고 판단해 개입하지 않았다. 그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반복하면서도 저녁이면 어김없이 별장으로 돌아와 한국의 소식을 듣고 있었다. 12/13 쪽

이때 강호철 정보국장이 급하게 다가와 보고했다.“태공, 이진수 후보가 득표율 45퍼센트로 당선됐습니다.”“그래, 천만다행이군. 이제 한국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개혁정치를 주장하는 이진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뛰어난 지도자다운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어필했다. 그리고 제2당의 후보로 나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약간 일찍 알려준 강호철은 최태욱에게 작은 목소리로 보고하고 있었다.“태공, 목표가 나타났습니다.”“그래? 작전을 시작해.”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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