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89화 (389/657)

< --  [복수의 방법들]  -- >최태욱 일행은 연구소를 떠나 다소 높은 곳에 위치한 진주 궁으로 가게 되었다. 하얀 대리석으로 치장된 진주 궁은 바위산 자락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었다. 진주 궁으로 오자 어느새 파울렛이 기다리고 있었다.“왜 여기로?”“저야 태공이 계시는 곳에 있어야 하죠.”“그래요? 그냥 관저에 있지 너무 이러지 않아도 됩니다.”“아닙니다. 저야 사실 이런 일 말고는 따로 할 일도 없습니다.”정성을 다해 모시던 안나타이거가 허망하게 죽고 보니 파울렛은 사는 재미가 없어졌다. 그래서 우울증이 생길 정도다. 요즈음은 그저 타이거 태공을 잘 보살피는 것이 보람이 있는 삶이라는 쪽으로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다.최태욱은 그런 파울렛의 행동이 조금은 안쓰러워 조용히 권했다.“파울렛도 결혼하던 지 아니면 뭔가 다른 취미를 가지고 사세요.”회1/13 쪽등록일 : 13.01.13 12:06조회 : 3461/3481추천 : 82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그거야 이미 하고 있어요. 솜씨는 별로지만 그림도 그리고 나무 조각도 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것도 조금 해보니 재미가 없어요. 그것 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저는 태공을 옆에서 모시는 재미로 살아야 되나 봅니다.”사람이란 뭔가를 강하게 추구하다 그게 너무 허망하게 사라지면 의욕이 상실된다. 그래서 파울렛처럼 사는 재미가 없어지는 법이다. 그런 현상은 가끔 최태욱도 생기고 있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계속해서 새로운 목표를 정해 움직임으로 그런 무력감을 해소하고 있었다.최태욱은 자기를 모시는 것이 살아가는 재미로 느낀다는 파울렛이라 조용히 지시했다.“그럼, 당분간 여기서 머물 것이니 파울렛이 한국 음식으로 식사를 항상 준비해요. 필요한 경우는 김밥 도시락을 싸서 주고요.”“알겠습니다.” 최태욱은 진주 궁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곳은 본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지하 벙커가 있었다. 벙커는 처음과 달리 상당히 큰 규모로 확장되어 있었다.벙커와 접한 곳에는 지하 3층 지상 5층인 대형건물이 서있었다. 지하의 시설만으로 2/13 쪽

정보국을 운영할 수 없어 다른 건물을 인수해 사용하는 것이다.‘조직이 쉽게 커졌어.’최태욱이 정보국 건물로 들어가자 많은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국장실 옆의 회의실로 가자 기다리고 있던 강호철이 반기며 보고했다.“태공, 지시하신 그대로 피닉스 부대원을 시켜 조사해보니 러시아의 킬로급 잠수함 2척이 리비아로 팔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수고 많았어요.”피닉스 부대원이 확인했다고 하자 그 조직에 대해 물었다.“피닉스 부대원은 이제 얼마나 되죠?”“현재 200명입니다. 그중에 반은 러시아 출신이고요. 나머지는 유럽 동구권이나 중앙아시아 아랍계입니다. 2개부로 나누고 10개 팀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모두 어디서 근무하고요?”3/13 쪽

“반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훈련 중이거나 카리브 해나 중남미 지역에서 정보원으로 활동하고 나머지는 100명은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어떤 사회고 너무 뛰어난 사람을 열광적으로 추종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뛰어나면 추종하는 농도가 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태욱의 뛰어난 무술 실력이나 사격술에 매료된 사람들이 세계에는 너무 많았다.그런 추종세력 중에는 구소련의 특수부대출신 군인들도 있었다. 전에는 미국과 소련이 이념을 가지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냉전시대였다. 그래서 최태욱을 추종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신분이 소련군이라 어떤 행동으로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냉전시대가 사라지고 나서 이주의 자유가 생기자 그들은 변했다. 최태욱을 추종하던 소련의 특수부대원이나 정보요원들은 자신의 조국을 미련 없이 떠났다. 러시아 경제의 어려움으로 특수부대의 대대적인 감축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지금도 카리브로 찾아오는 러시아 출신들이 많나요?”“넷! 기존에 포섭된 특수요원들과 연락되어 찾아오는 군인 출신들이 많습니다.”4/13 쪽

“꼭 필요한 요원 이외에는 모두 현장 요원으로 활용해요.”소련출신 특수요원들은 나름 최태욱을 추종하던 마음과 먹고 살기 위해서 찾아왔다. 또는 그런 분야에서 일해야 사는 기분이 들어 과감하게 카리브로 이주하게 되었다.그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카리브의 정보국에서 포섭하게 되었다. 필요한 정보도 얻고 나름 새로 특수부대도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 부활을 한 부대라고 해 피닉스 부대로 칭하고 있었다.“국장, 피닉스 부대원들이 흑해의 조선소로 가서 확인했나요?”“넷! 이미 그쪽의 정보부대 요원들 사이에서는 리비아가 잠수함을 보유한 사실은 비밀도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킬로급 2척을 판매한 것이 확실합니다.”“알았어요. 그렇다면 이 정보를 어떻게 외부로 흘려야 하는지 검토부터 해보죠.”외부로 중요한 정보를 흘려보낸다고 하자 강호철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태공, 이런 중요한 정보를 외부로 왜 공개하시려고?”“정보란 비밀을 유지해서 가치가 있는 것도 있지만 공개해야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요. 이번은 공개하는 쪽이 가치가 높다고 봅니다.” 5/13 쪽

“그렇군요. 저는 그런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요.”최태욱은 리비아가 킬로급 잠수함 2척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부로 알릴 생각이다. 그렇다고 돈 들여 수집한 중요한 정보를 그냥 언론에 공개해 버릴 생각은 없었다.“공개도 하는 방법에 따라 이득이 생기는 폭이 전혀 다릅니다.”“그렇군요.”   최태욱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 복수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물론 복수의 방법이야 너무 많았다. 하지만 세계인들의 비난을 받으며 직접 리비아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펴서 복수하고 싶지는 않았다.‘내가 직접 무력을 사용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앞장을 서게 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편해.’ 적당히 자신을 대신해줄 대상을 찾아 그를 이용해볼 생각이다. 장기판의 졸로 이용할 조직들이야 널려 있었다. 지금 격침 사건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이스라엘이 제일 좋은 졸이었다.6/13 쪽

‘차도살인지계가 제일 좋아.’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최태욱은 자신이나 베네룩스 왕국에서 직접 밝히기 보다는 이스라엘에서 알아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지시했다. “국장, 이집트에서 활동하는 모사드 조직이 알 수 있도록 리비아가 킬로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흘리도록 해요.”“넷!”“그리고 미국 쪽으로도 정보를 보내고요.”“알겠습니다.”리비아에 대해 복수를 결정하고 나자 최태욱은 덴마크나 미국 그리고 유럽의 군사력을 이용할 생각이다.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은 아랍국에서 이란과 가장 밀착되어 있었다.“리비아에서 이스라엘에게 덤터기를 씌우려고 벌인 음모가 틀림없다고 봅니다.”7/13 쪽

“그렇습니다. 카다피 대통령이 이란의 정보부장을 최근에 몇 번 만난 것도 다 그런 모의를 하기 위해서라고 보시면 됩니다.”강호철이 이렇게 말하자 최태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했다.“우리 베네룩스 왕국이 모든 증거를 제시하면 관측 위성의 능력이 공개됩니다. 그러니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밝힌 것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알겠습니다. 태공, 당사국인 덴마크로는 알려 줘야죠?”“그건 연락관을 통해 내가 적당한 시기를 정해 정식으로 알릴 것이니 그렇게 알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되요.”최태욱은 이런 지시를 내리고 강호철과 같이 지하벙커로 가게 되었다. 지하 벙커에는 서버를 비롯해 많은 전자장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최신 전자 장비로 만들어진 상황실은 무척 바빴다. 6개의 위성에서 보내오는 각종자료들이 컴퓨터에 의해 분리 저장하고 분석되고 있었다. 좌르륵. 좌르륵.서버와 연결된 프린터기에서는 뭔가 새로운 자료들을 끝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8/13 쪽

고 20여대의 팩스에서도 뭔가 자료들이 토해지고 있었다. 남녀 요원들은 그런 자료들을 들고 PC 앞에 앉아 입력하고 있었다.이곳 카리브에는 SG 필립스 전자에서 486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사무실 요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보며 말했다.“모두 윈도우를 사용하는군요.”“넷! 지시한 그대로 윈도우를 사용하니 아주 편리합니다.”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는 윈도우 3.0이나 3.1을 출시했다. 이를 제일 빠르게 카리브 정보국에서 이용하고 있었다. 최태욱은 이제 본격적으로 원도우 시스템으로 변하는 것을 잘 아니 지시했다.“앞으로 새로운 소프트가 출시되고 새로운 컴퓨터도 생산될 겁니다. 너무 무리하게 486 컴퓨터를 구입하지 말도록 해요. 금방 구형으로 변하니 그런 점을 명심하라고요.”“알겠습니다.”  어떤 분야고 뒤진 나라에서 앞서가는 선발 주자를 따라가려면 계기가 반드시 필요했9/13 쪽

다. 그래서 최태욱은 개인용 컴퓨터 분야에서 뭔가 도약할 찬스를 노리고 있었다.‘조금만 기다리면 인텔과 협력해 창원에서 펜티엄급인 CPU가 출시될 거야 그때가 찬스라고.’물론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다음 버전으로 출시할 윈도우 프로그램도 그때를 기해 SG 소프트와 같이 공동개발로 출시되니 내년도가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제 나도 컴퓨터를 쓰기가 조금 편해지겠군.’도스 프로그램을 잘 사용할 수 있지만 윈도우 프로그램에 익숙하니 여전히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빨리 새로운 원도우 프로그램이 출시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최태욱은 정보국 요원들이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를 보며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필요한 조치를 내린 최태욱은 사무실을 조용히 떠나고 있었다. 이미 안태형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방만한 정보 조직은 흡수된 상태라 정보국도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었다.‘안 호법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야.’10/13 쪽

중요한 고비마다 안태형의 도움을 많아 받았다. 더구나 안태형은 최태욱이 직접 하기 어려운 구리거나 추한 일은 전담해서 대신 해주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안태형에게는 항상 미안하고 신세를 지고 있다는 기분으로 대하고 있었다.‘이제는 내가 어려워도 안 호법을 부르면 안 돼.’최태욱은 진주 궁에 머물며 가끔은 카리브에 세워진 대형 공장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리비아의 잠수함 보유 사실과 그들이 격침시켰다는 증거를 잡기를 기다렸다.‘이스라엘이 얼마나 빨리 증거를 찾아내는 지 두고 봐야겠어.’그가 카리브 주에서 지내며 정보조직을 이용해 뭔가 시도를 하며 지낼 때. 그의 지시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사막을 관통하는 운하에 많은 대형 선박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란과 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나자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선박들의 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었다.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에 한국에서 오게 된 4만톤급 상륙함과 해난 구조함이 보이고 있었다. 덴마크의 국방장관이 수에즈까지 찾아와 함장을 환영하고 있었다.“고맙소. 먼 길을 오시느라.”11/13 쪽

“태공께서 급하게 오라고 해 별로 준비를 못하고 왔습니다.”“필요한 것은 저희들이 모두 조달해 드릴 것이니 그렇게 아세요.”“그럼,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로 들어가면 사고해역으로 우리는 즉시 이동하죠. 그리고 베이루트를 기점으로 인양작업을 시작할 것이니 모든 보급품은 베이루트로 보내시면 됩니다.”“알겠습니다.”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두 척의 대형 함정은 바로 대형컨테이너 선박이 침몰한 해역으로 가고 있었다. 이때 인근의 카이로에서는 비밀스러운 접촉이 있었다.카이로에 있는 재래시장에는 여전히 많은 노점상들이 보이고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었다.웅성웅성. 와글와글.노점상들이 많은 시장의 골목길에 있는 회색 건물 안에서 두 남자가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12/13 쪽

“리비아에 대한 정보를 판다고요?”“예, 중요한 정보니 10만달러를 내세요.”“그만한 가치는 있는 거요?”“당연하죠. 충분히 당신들이 필요한 정보이니 만족할 겁니다.”“좋소. 그럼 우리가 그 정보를 사죠.”이집트에서 활동하는 모사드 요원과 전에 KGB 요원이던 카리브 정보국 소속인 남자가 거래하고 있었다. 두툼한 서류 봉투에 들어 있는 사진이나 기타 자료를 보던 모사드 요원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리비아가 킬로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군. 분명 그놈들이 우리 이스라엘을 모함하기 위해 벌인 짓이야.’    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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