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혼돈 속의 질서] -- >베네룩스와 덴마크 사이에 있던 정보교환 문제로 생긴 마찰은 일단 이런 정도로 끝내게 되었다. 최태욱은 하이켄에게 자기생각을 말했다.“앞으로도 러시아는 당분간 경제가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니 보유하고 있던 많은 무기들을 해외로 싸게 파는 일들이 많아질 겁니다. 정보부장께서는 구소련의 신형무기들이 어느 나라로 흘러 들어가는 지 신경을 써서 살펴두는 것이 좋을 겁니다.”“알겠습니다.”“그리고 첨단 분야의 과학자들의 해외 유출도 심해질 수 있어요. 특별히 신경을 써서 그들을 영입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세요.”“넷!”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대행한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도 경제가 계속 좋지 않으니 많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연구소들이 폐지되거나 또는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되면 일자리가 사라진 연구원들은 해외로 살길을 찾아 나선다고 판단했다.회1/13 쪽등록일 : 13.01.11 12:26조회 : 3503/3522추천 : 80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이때 스테판 외무장관이 슬며시 나서며 주변국과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말했다.“태공, 폴란드에서 계속 무역 거래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우리가 러시아에 차관 형식으로 생필품을 폴란드도로를 통해서 보내다 보니 그들도 그런 식으로 도와달라고 합니다.”“그거야 총리께서 각료들과 협의해서 결정할 일이죠. 굳이 제 의견을 알고 싶다면 폴란드와 교역이 늘어나는 것은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싶군요.”“다른 나라도 다들 원하고 있습니다.”“나는 동구권이던 어떤 나라와 교역량을 늘리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발칸 반도는 너무 복잡하게 민족끼리 싸우니 그곳으로의 진출은 중단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알겠습니다.”최태욱이 폴란드와 교역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독일 때문이다. 지금 당장에야 독일과 베네룩스가 국경분쟁이나 무역 분쟁이 없는 사이좋은 이웃이다. 이웃나라라는 것은 항상 어느 한쪽으로 힘이 기울면 반드시 군사적인 충돌이 벌어질 2/13 쪽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웃의 강대국인 독일이나 프랑스의 뒤에 위치한 나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권하고 있었다. ‘많은 나라와 교류가 있어야 안전해.’그 일환으로 베네룩스 왕국은 폴란드, 덴마크, 스페인, 이탈리아, 체코, 오스트리아나 헝가리와 상당히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동서로 구분되던 구도가 완전히 무너진 시점이다. 이제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국도 없어진 판국이다. 물론 우호관계야 이웃나라와 유지하지만 무조건 믿고 지낼 수는 없었다. 나라를 통치하려면 항상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하니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앞으로는 사상 문제 보다는 무역 전쟁이 더욱 심하게 벌어질 거야.’ 일단 신년 인사를 나누며 이런 지침을 받은 총리와 각료들이 스텐 성을 떠나고 있었다. 그러자 해양수산부 장관이 따로 남아 있다가 조심스럽게 보고하고 있었다.“태공, 노르웨이로 갔던 정인성 박사가 돌아왔습니다. 인공양식 연어에 기생충이 발생한 것은 바다가 기름으로 오염되어 그렇다고 합니다.”3/13 쪽
“그래요? 오슬로 근처에서 발생한 2천톤급 유조선 좌초가 문제가 됐다는 것이군요.”“그렇습니다. 이미 모두 유출된 원유를 모조리 제거했다고 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그런 사태가 벌어진 모양입니다. 앞으로 유조선 운항에 대한 규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소형인 유조선도 이중 선체 구조가 아니면 입출항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조약을 만들 모양 같습니다.”“그렇겠군요.” 환경이 오염되면 평상시와는 다른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해양오염으로 인해 기생충들의 서식 환경이 좋아져 벌어진 사태 같았다.“기생충의 발생 원인이 밝혀졌으니 해결이 되었나요?”“예, 노르웨이에서 과감하게 성어를 모두 폐기처분하고 치어들의 경우는 정인성 박사가 알려주는 방법으로 새로운 약품을 써서 치료해 이제는 문제가 사라졌다고 합니다.”“의외로 쉽게 끝났군요.”“그래서 정인성 박사는 덴마크 왕국의 연어양식장을 직접 돌아보고 있습니다. 덴마4/13 쪽
크의 해양수산부 장관이 태공의 배려에 무척 고맙다고 하더군요.”이런 대화를 나누던 최태욱은 유달리 환경에 신경을 쓰는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해양오염으로 인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물었다.“노르웨이 정부에서는 해양오염 사태로 무슨 특별한 움직임은 없나요?”“태공, 노르웨이에서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유조선들에 대한 운항을 규제하는 새로운 국제해양법을 만들려고 적극적으로 추진 중에 있습니다.” 유조선에 대한 운항 규제가 심해진다는 것은 모든 유조선의 선체를 이중구조로 만들어야 하고 구형인 선박들은 퇴출된다는 의미다. 이미 대형 유조선들은 시행하고 있었다. 앞으로 소형인 기름 운반선도 규제에 포함시키기로 추진하니 그로 인해 파장은 클 것이 예상되었다.최태욱은 이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조선업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겠군요.”“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소형 유조선을 건조하는 조선업에 집중하고 있었으니 앞으로 조선업도 활성화가 될 수 있습니다.”5/13 쪽
베네룩스 왕국의 경우 대형유조선이나 가스운반선 등은 모두 한국의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초대형 선박 건조는 한국 조선소가 대세인 유럽의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 해운회사의 경우 일본 조선소를 택하는 경우가 있지만 베네룩스는 100퍼센트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었다.베네룩스는 대형유조선 건조는 완전히 중단했다. 그 대신 소형 유조선이나 특수선박 크루즈선박 또는 고급요트 건조로 조선업은 변경되어 있었다. SG 그룹도 해운회사를 설립해 한국 조선소에 많은 대형 유조선이나 또는 컨테이너 선박, 벌크 선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본사는 카리브 주에 있지만 영업이야 세계의 오대양을 누비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해양수산부 장관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가 떠나고 나자 최태욱은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는 국방장관과 중앙정보부장을 기밀실에서 만나게 되었다.헤이켄 중앙정보부장이 너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태공, 미국 정부에서 정보를 보내준 것이 사실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아는데요.”헤이켄의 물음에 최태욱이 빙그레 웃으면서 오히려 되물었다.6/13 쪽
“중앙정보부에서는 제가 외부로 하는 전화를 도청하고 서신도 조사하고 있어요?”사실 최태욱은 미국 대통령이나 국무장관 또는 미국 CIA 국장과 통화하거나 서신을 최근에는 주고받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헤이켄이 잘 안다는 것은 중앙정보부에서 항상 자신의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최태욱이 슬며시 그에 대해 추궁하자 헤이켄은 급하게 답했다.“죄송합니다. 우편물 테러도 있고 그래서 항상 감청하고 조사하고 있었습니다.”“내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해야 하겠지만 앞으로 조심하세요. 누군가에게 어떤 이유로든 감시당한다는 기분은 별로 좋지 않으니까요.”“알겠습니다.”먼저 이렇게 말하고 나서 최태욱은 왜 자신이 각료들에게 거짓을 말한 지 설명했다.“사실 덴마크와 협조하는 이유야 우리나라 이해관계 때문에 하게 된 것이죠. 물론 덴마크의 전 정보부장이 벌인 처사가 괘심하지만 그렇다고 덴마크 왕국과 합동군으로 해군을 운용하는 것을 우리가 파기해야 좋을 것은 전혀 없어요.”“그렇군요.” 7/13 쪽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덴마크의 군부에 대해 적당히 버릇은 고쳐 놨다고 판단됩니다. 이런 정도가 적당하다고 봐서 빨리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그런 말을 총리와 각료들에게 한 거죠. 물론 아까 내가 한 말이 100퍼센트 사실과 같지는 않지만 루마니아 대사는 내가 말한 그런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고요. 미국에서 쉬쉬하려는 이유는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미국에서 숨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자 하이켄이 급히 물었다.“태공, 다른 이유라면?”“미국이 나에게도 숨길 정도면 북한에서 대규모로 달러인 위조화폐를 살포한 것 같아요. 또한 마약도 그렇고요. 달러인 위조화폐가 대량으로 나돈다면 미국 정부로야 일단 숨기고 큰 덩어리부터 해결하고 나중에 이런 사실을 발표해야 아무래도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그렇겠죠.”“그렇군요. 북한은 전에도 그런 짓을 자주 벌였으니 어려운 지금은 더욱 극성을 부리겠군요.”“유럽으로 위조 달러를 유통시키는 총책임자가 루마니아 대사라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도 망명한 사실을 쉬쉬하고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거죠.”8/13 쪽
“잘 알겠습니다.” 헤이켄은 미국정부에서 유엔이 일본 정부에게 제제조치를 해제하려고 한다는 것에 대해 보고했다.“태공, 미국에서 일본으로 무기를 판매하려는 모양입니다. 규제를 완전히 풀려고 유엔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그야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요. 그 목적 때문에 미국에서 일본정부에게 압력을 넣어 한국으로 배상금을 빨리 일시불로 지급하라고 했고요. 일본의 올해 예산서에 해군력 강화를 집중하고 있으니 미국을 통해 많은 무기가 판매될 겁니다.”“그렇다면 그것을 막아야 하지 않나요?”“아닙니다. 미국에서 팔도록 놔두는 것이 지금은 우리에게 유리합니다. 우리가 막는다고 해서 미국이 무기를 일본으로 팔지 않는 것도 아니니 우리는 그저 쿨하게 미국의 행동에 대해 놔두기로 하죠.”“알겠습니다.”9/13 쪽
최태욱은 이미 미국이 어떤 무기를 일본으로 판매할 것을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에 대한 대비는 이미 해 놓고 있으니 여유롭게 이런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최태욱은 이번 미국 정부의 행태를 보아 영원한 우방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중에 일본이 미국에게 이를 갈겠군.’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최태욱은 국방장관에게 북해 기동함대를 종전처럼 정상적으로 운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아까 지시한 구소련출신 과학자나 연구원 또는 기술자들을 영입하는 문제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과학자나 기술자야 많을수록 좋으니 최대한 영입하도록 하세요. 미사일이나 원자력 연구원 그리고 첨단 무기인 스텔스 항공기 기술자들을 집중해서 포섭하세요. 그렇다고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해서 러시아와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고요. 우리는 그들을 보낼 곳이 여러 지역에 있느니 원하는 지역으로 보내 준다고 설득시키면 포섭은 아주 쉬울 겁니다.” “알겠습니다.”“대신 조심할 것은 이중첩자 노릇을 할 염려가 많은 사람은 별도로 관리해야 합니다.”10/13 쪽
“넷!”최태욱이 이런 지시를 내리자 두 사람이 스텐 성에서 떠났다. 덴마크에서 두 연락장교가 합류하게 되자 그들과 같이 카리브 주로 떠나고 있었다. 한편 한국에서는 새해가 되자 2월의 국회의원 선거로 인해 선거 열기로 가득해 지고 있었다. 8개의 정당으로 패가 갈려 서로 비난하고 있었다. 박 터지게 싸우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때로는 이합집산을 위해 합당하기 위한 활동들이 분주해 지고 있었다.이런 가운데 유엔에서는 일본에 대한 무역제제 조치를 모조리 푸는 결의를 하고 있었다. 한국정부는 무기 판매 조항까지 푼다고 해서 반발했지만 별로 힘을 쓰지 못하고 미국의 의도대로 통과되었다.“도대체 미국은 누구 편인거야?”“자네는 아직도 국제 관계에서 네 편 내 편을 가르나? 국제 외교에서는 오직 나만 존재하는 거야. 우방국이라고 일방적으로 믿다가는 뒤통수 터지는 수가 많다고.”“그렇군. 하긴 우리도 러시아와 교역을 하고 있으니 미국을 나무랄 처지도 아니지.”일본과의 외교적인 문제가 일단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한국의 대기업들은 발 빠르게 11/13 쪽
일본으로 달려갔다. 수출이 늘게 되자 공장 시설을 학대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 생산하는 정밀기계들을 대량으로 수입했다.“엔화가치가 대폭 내려갔으니 이런 좋은 기회에 기계류를 일본에서 사와야 돼.”“국민들이 우리가 일본에서 기계류를 수입하는 것을 알면 욕하는데.”“무슨 소리야. 감정만으로 이렇게 고유가로 험난한 세상에서 어찌 살아남으려고. 유럽에서 사오면 가격이 너무 비싸서 결국 우리가 손해야.”한국의 기업들은 여전히 많은 기계류를 일본에서 들여와야 공장의 시설을 확대할 수 있었다. 생산의 효율성이나 생산원가에서 일본을 앞서지만 여전히 설비에서는 일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반도체나 전자제품 또는 자동차나 선박을 만드는 많은 자동화 기계나 로봇기계류를 대량으로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었다. 일본으로는 경기가 너무 어려우니 전과는 달리 기술 이전도 해주며 기계류를 판매하고 있었다.일본은 대기업들은 한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디서 왔는지 애매한 자금도 모두 첨단기계류 생산 회사나 전자제품 그리고 반도체 생산 회사에 주식을 투자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12/13 쪽
“한국이 반도체에 집중을 하는군.”“그렇다면 우리도 그쪽에 집중해 보자고.”일본의 소니, 도시바 전자 등에서는 한국에서 집중하는 분야에서 승기를 잡을 요량으로 대대적으로 그쪽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었다.“어디가 좋지?”“점술가에게 들어보니 고베 지역이 불같이 일어난 난다니 그곳에 미국의 실리콘 벨리처럼 집중해 건설해 보자고.”“좋지, 같은 지역에 건설하면 서로 기술협력도 쉬우니 해보자고.”일본의 기업들은 너무 위기에 처하자 전과는 달리 기술협력을 하기로 약속했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고베 지역에 대규모로 전자와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립하고 있었다.13/13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