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81화 (381/657)
  • < --  [혼돈 속의 질서]  -- >일본기업가들은 이제 자신감마저 상실되어 가고 있었다. 오너들의 기분이나 사기에 따라 움직이는 상하 구조형태인 일본의 기업문화라 이런 분위기는 말단 직원들까지 그대로 전파되고 있었다.“이러다 직장에서 해고될 거야.”“평생직장으로 알고 살았는데 큰일이군.”“회사에 나와도 일할 기분이 아니야.”단 한 번도 이런 장기적인 경제 불황을 경험하지 못하자 일본인들은 완전히 위축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소비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도통 물건이 팔려야 생산을 하지.”“한국 제품은 불티나게 팔린다며.”“그렇다고 하더군.”회1/13 쪽등록일 : 13.01.11 00:01조회 : 3536/3555추천 : 96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세계의 수출 시장에서는 한국제품의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일본은 경제 불황으로 인해 엔화 가치가 끝없이 하락하고 있었다. 엔화가치가 급격하게 내려가 수출하면 살길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출 자체가 안 되니 엔화하락은 결국 일본의 국부(國富)만 빠져나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었다. 일본은 경제의 두 축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경제 대국이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일본으로는 끝없는 추락하는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는 보유하고 있던 외국의 국채를 싸게 팔고 있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부동산도 추락하고 서서히 일본이 무너지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어디서 오게 된 자금인지 모르지만 매일 같이 일본의 증권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었다.“어디서 오는 자금들이지?”“카리브 해에 있는 소국들의 은행들이야.”“뭐야? 그럼 투기 자금이 아닌가?”2/13 쪽

    “그야 그렇지만 지금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지. 우선 주식의 하락을 멈추었으니 다행이야.”단기성 자금이 유입되자 일본의 경제 관료들은 긴장했다. 하지만 우선 급한 불은 끌 수가 있으니 별로 주시하지는 않았다. 방심하는 이유는 여전히 외국의 국채를 많이 보유한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정체를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자금들이 들어와 아주 싼 가격으로 일본의 주식들을 매입하고 있었다. 반도체와 전자통신, 정밀기계류 생산 분야의 주식을 집중해 매입하고 있었다.일본의 국회에서는 그동안 미루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었다. 올해 경기 불황으로 인해 내년도 세수가 매우 불투명한 가운데 전년에 비해 20퍼센트나 증가하는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었다.“적자 예산을 통과시키다니 나라를 망칠 셈이요?”“무슨 소리요? 나라가 위기에 처하니 이런 예산으로 재도약을 하자는 거죠.” 야당의원들이 심하게 적자 예산에 대해 반대하는 가운데 이런 예산안이 통과하게 된 것은 과반수를 차지하는 자유민주당의 힘 때문이다.3/13 쪽

    “이런 방만한 예산을 세우다니 경기도 엉망인데.”“그러니 경기 부양책으로 그런 예산을 세우는 것 아닌가? 돈이라도 많이 풀려야 살아남지요.”자유민주당에서는 이런 식으로 국민들에게 방만해진 예산을 세우게 된 사실을 홍보하고 있었다. 예산안에는 특별히 해상자위대의 예산이 많았다. 이지스 함 건조와 구축함 건조 비용이 많았다. 그리고 거대해협에서 조업 중이던 어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금도 많았다.거대해협이 완전히 한국 영해로 변해 이제 해안선의 1킬로미터 밖에서는 조업을 못하게 되었다. 다들 바닷가에서 낚시질이나 하든 아니면 갯벌에서 조개나 잡아야 되는 판국이다.당연히 대마도 주민들은 정부 측에 항의를 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하게 되었다. 결국 그로인해 대마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보상금을 주기로 결정해 예산이 대폭 늘었다.일본 정부의 이런 예산안이 통과되자 위축되었던 기업들도 다들 다시 기지개를 하며 일어나고 있었다.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이런 기업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4/13 쪽

    그들은 연말 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무역 규제가 풀린 아시아 지역으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엔화가 내려갔으니 전보다 아주 싸게 팝니다.”“알았소. 싸게 판다니 사겠소.”전에 팔던 가격에서 덤핑 가격이라고 보는 낮은 가격으로 수출한다고 하자 일본의 제품들이 다시 조금씩 계약되고 있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연말에 끝없이 추락하던 증권시세는 추락 속도가 점차 둔화되고 있었다.일본인들로는 기억하기 싫은 악몽과 같은 1991년 한해가 어느새 지나가고 있었다.“내년에는 경기가 좋아 질 거야. 중동에서 전쟁도 어쩌면 끝날 것도 같고.”“그렇겠지. 그래야 살지 이대로는 견디기 힘들다고.”일본인들은 새해에는 다시 경기가 회복되고 수출을 많이 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해의 마지막 밤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내륙 항구인 안트베르펜은 바닷가에 위치한 항구도시와 같았다. 또 어찌 보면 강가에 위치한 도시라고 칭할 수도 있는 항구다. 안트베르펜은 강의 하구에 위치해 있기 때5/13 쪽

    문이다. 스텐 성의 높은 망루에서 최태욱은 1992년 새해 해맞이를 하고 있었다. 아직 음력으로는 새해가 아니지만 아무튼 올해는 임신(壬申)년이다.최태욱은 매년 새해에는 일종에 덕담 비슷한 말들을 해맞이를 하면서 토하는 습관이 있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올해는 임신(壬申)년이니 임신(姙娠)들을 많이 하겠군.”최태욱의 말에 피닉스 여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어머, 듣고 보니 그러네요. 혹시 동생이 임신을 할지도 모르겠네요.”“그런가?”“동생도 이제 대학도 졸업했으니 아이가 있으면 좋죠.”그 말에 레베이카는 기겁했다.“저는 아직 멀었어요. 대학원은 졸업해야죠.”금방 얼굴이 벌게져서 자신은 아이를 아직은 낳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속으6/13 쪽

    로야 낳고 싶지만 그게 요상하게 뜻과 같이 잘 안되니 해보는 말이다.레베이카의 속을 안다는 듯이 피닉스는 엷게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권하고 있었다.“왕자가 혼자라 너무 외로워 그러니 동생도 왕자를 낳아야지. 노력을 해보라고.”“저는 아직 아니라니까 자꾸 이러시네.”“자식을 낳는 것은 축복 받는 일이고 애국하는 길이야. 그러니 꼭 임신하도록 신경을 써 봐.”베네룩스 왕국도 한국과 같이 다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쓰고 있어 해보는 말들이다.  그들의 옆에는 초롱초롱한 눈매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디비흐 왕자가 있었다. 최태욱은 아들의 손을 잡고 두 여자가 같이 나란히 서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둥근 해가 점점 높이 떠오르자 다비흐가 크게 외쳤다.“와! 와!”연신 입을 크게 벌려 환호성을 지르는 다비흐의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웠다.7/13 쪽

    “녀석, 매일 늦잠을 자서 해가 떠오르는 것은 처음 보는 모양이군.” 보통 한국인과 백인의 혼혈인 경우 머리색은 검더라도 눈은 푸른빛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비인 최태욱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인지 다비흐는 피부만 조금 흰색을 지니고 눈동자나 머리색이 모두 검었다.      최태욱은 해가 높이 떠오르고 나자 가족들과 같이 한옥이 있는 후원으로 가게 되었다. 주방으로 꾸며진 방에서 레베이카가 물었다.“오빠, 떡국도 좋지요?”“좋지, 설날은 아니지만 새해는 새해니 떡국을 먹는 것도 좋아.”레베이카는 익숙한 솜씨로 소고기를 넣고 떡국을 끓이고 있었다. 부지런히 계란으로 무늬도 내고 돌김도 바수어 넣고 있었다. 한국의 강경으로 가서 배운 한국 전통요리다. 레베이카는 한국 남성들은 특별히 밥상을 잘 차려주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귀여움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먹는 것도 잡식성인 최태욱은 너무 심한 정도의 음식만 아니면 매우 잘 먹고 있었다.가족이란 한방에서 이렇게 식사를 같이 하는 가운데 정이 드는 것이다. 이들은 특이한 형태의 가족 구성원으로 일부 유럽인들은 이상할지 모르지만 다복하게 지내고 있8/13 쪽

    었다.아침 식사를 끝내고 나자 피닉스 여왕은 국민들에게 신년 인사를 하기 위해 대궁전으로 갔다. 남아 있는 최태욱은 조용히 마루에서 방패연을 만들고 있었다.“연이네요.”“아직 다비흐가 날리지는 못하지만 만들어 주려고.”최태욱은 아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드물다. 그 때문에 같이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며칠간 종이비행기나 혹은 종이학도 접어 아들에게 주었다. 어리지만 아이들은 쉽게 누가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지 아니 최태욱을 무척 다르고 있었다. 최테욱은 일체 외부로 활동하지 않고 아들과 같이 놀며 스텐 성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런 행동으로 인해 크게 소문이 난 것은 아니지만 최태욱이 병환 중이라는 유언비어가 나돌기도 했다. 신년 인사에도 통상적으로는 부부가 같이 나오고 왕자도 같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이상하네. 태공께서 진짜 병이 났나? 아무도 스텐 성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니.”“설마, 아주 건강한 분인데.”9/13 쪽

    “건강한 사람이 병나면 더 쉽게 쓰러지는 법이야.”“이 사람이 새해 초부터 악담하고 그래.”“그게 무슨 악담이야 너무 걱정 되서 하는 말이지.”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베네룩스에는 엄연히 왕실 모독죄가 형법으로 존재한다. 그 법은 아주 애매모호해 소위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황당한 법이다.오래 전에 최태욱이 피닉스 여왕과 결혼할지 레베이카와 결혼할지 모를 때 만든 형법이다. 왕실에 대해서는 일체 논하지 말라는 법이다. 논한다는 자체가 왕실 모독죄에 해당된다니 아무튼 신의 법이라는 소리가 있었다.새해 초의 많은 국무로 인해 대궁전에서 지내던 피닉스 여왕이 아르페르 총리를 비롯한 모든 각료들과 같이 스텐 성으로 찾아왔다.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도 시키고 또한 최태욱으로부터 직접 국정에 대한 자문이랄까 아니면 지침을 받으라는 뜻이다.아르베르 총리는 태공이 소문과 달리 아주 건강한 모습이라 의아하게 생각해 물었다.“태공, 어찌 신년에 인사를 폐하와 같이 안하시고.”10/13 쪽

    “나는 전에도 항상 그랬지 않아요? 그런 자리에 내가 앞으로 나서면 이상해져요. 그리고 한번 나서게 되면 매년 앞으로 나서야 되는 것이 준례가 되어 내가 불편해요. 카리브 해의 여러 개 주의 주민들이 자신들만 소외되었다고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요.”최태욱이 말하는 뜻은 여기는 엄연히 여왕이 최고 통수권자인 입헌군주제이니 자기가 나서게 되면 그게 다소 애매해진 다는 뜻이다. 카리브 해 지역에서는 최태욱이 국왕과 같은 존재라 주민들이 이해는 하겠지만 본국에서만 항상 새해를 맞이하고 인사하면 그걸 싫어할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먼저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자 최태욱은 먼저 궁금한 것에 대해 물었다.“아직 결산이 끝나지는 않았겠지만 국민개인소득은 얼마죠?”“올해 대략 결산해 보니 35000불 정도가 됩니다.”“그래요? 성장률이 아주 높군요.”11/13 쪽

    “예, 동구권 유럽으로 수출량이 4분기에 대폭 늘어나서 그렇습니다. 특히 러시아로 생필품을 많이 보내게 되어 급격하게 늘어났어요.”“그랬군요. 조금은 비정상적인 현상이군요.”“그렇습니다.”먼저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자 최태욱은 헤이켄 중앙정보부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왜 자길 바라보는지 아는 헤이켄이 급하게 보고했다.“태공, 덴마크에서 전 정보부장의 실수를 사과한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그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이제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어떤 정보라도 즉시 알린다고 했습니다.”“그래요? 덴마크에서 그런 정도로 성의를 표한다면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죠. 내 개인적인 자존심이 문제가 아닙니다. 정보를 공유하자고 해놓고 자신들 이득만 챙긴다면 협력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죠.”“알겠습니다. 그럼 태공께서 덴마크 정보부장을 만나실 것인지?”“아, 그건 필요 없어요. 이미 루마니아 대사가 왜 망명한 것인지 그리고 무슨 정보를 12/13 쪽

    알고 있는지 내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아신다고요?”“예, 이미 미국 중앙정보부에서 내게 알려 왔어요.”“미국에서 벌써요?”“잊으신 모양이군요. 아이아코카 대통령이나 힐러리 장관은 나와는 각별한 사이입니다.”“그렇군요.”  “김일성이 서해해전의 패배로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쓰러지고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김정일이 권력을 이어는 받았다고 했고요. 하지만 서해로 잠수함을 보내 패전하는 큰 실수를 저질러 측근조차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아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는 북한에서 파키스탄을 통해 기술을 이전 받아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정보고요.”“이미 아신다면 만날 필요는 없겠네요.”     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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