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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76화 (376/657)
  • < --  [압축된 변화]  -- >“왜 내가 노르웨이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죠?”“태공께서 덴마크에 건설하신 배합사료공장에서 제조해 판매한 사료에서 문제가 있다는 말들이 있어서 그렇습니다.”“뭐요? 근거는 있는 소립니까?”“그냥 떠도는 이야깁니다.”최태욱은 축산업이 발달한 덴마크 왕국에 대형 배합사료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공장에서는 가축이 먹는 배합사료 이외에 양식업에 필요한 배합사료도 대량으로 생산해 노르웨이 왕국까지 판매하고 있었다.“혹시 생산된 지 너무 오래된 사료를 먹여 그런가요?”“아직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장담하지 못합니다. 제가 현지로 가서 정밀하게 조사를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이렇게 답하자 최태욱은 잠시 생각하다 지시했다.회1/13 쪽등록일 : 13.01.09 19:46조회 : 3496/3513추천 : 82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박사님, 그런 정도의 문제라면 제가 굳이 박사님과 같이 오슬로로 가지 않아도 되겠네요. 저는 여기서 해야 할 업무가 있으니 박사님만 오슬로로 가세요.”“저 혼자요?”“배합사료 공장의 직원들도 오슬로로 오라고 연락하세요. 박사님께서 그들과 같이 인공양식중인 연어에 기생충이 생긴 원인을 조사하세요. 문제가 있든 없던 노르웨이 정부에서 원하는 대로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세요. 나는 여기서 있다가 정보부장을 만나고 내년 초에는 카리브로 떠나야 하니까요.”“알겠습니다. 가서 어떤 기생충이 생기는 것인지 잘 살피고 오겠습니다.”“그렇게 하세요. 박사님은 키우던 연어의 치어를 내년 봄에 모조리 방류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세요.”“넷!”지시를 받고나서 떠나려고 하자 최태욱은 다시 추가해서 지시했다.“여기 덴마크에도 연어 인공양식장이 있다고 하니 자세하게 조사해 문제점이 나오면 2/13 쪽

    꼭 해결해 주도록 하세요.”“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그리고 너무 혼자서 일하시지 마시고 다른 사람에게 업무를 맡기시고요.”“넷!” 정인성은 최태욱과 헤어져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로 급히 떠나게 되었다. 최태욱이 정인성과 같이 오슬로를 가지 않는 이유는 이제는 아들 옆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생각이기 때문이다.망명을 요청한 루마니아 대사에 대한 조사를 끝내면 그에 대한 결과만 전달받고 바로 대궁전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아무리 공무로 바쁘더라도 성탄절이나 신년 초는 가족과 같이 있어야 되겠다고 판단했다.‘최소한 그런 정도는 해줘야지.’부모 노릇을 하려니 전과는 달리 운신하기가 조금은 걸림돌이 생기고 있었다. 최태욱이 정인성 박사에게 오슬로로 가서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이유는 노르웨이 3/13 쪽

    정부에 호의를 보이려는 것이다. 나중에 혹시라도 노벨상 심사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미리 미리 손을 써 놓은 것이 좋아.’최태욱은 한국 출신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경호원들과 같이 특공훈련하며 정보부장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의외로 덴마크 정보부의 조사기간은 길었다. 어느 언론사에서도 루마니아 대사가 덴마크로 망명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정도 관리가 외국으로 망명하면 북한도 떠들 것이 분명한데 너무 이상하게 조용했다. 뭔가 자신의 예측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너무 조용하군.’최태욱은 경호원들과 같이 수송헬기에서 강하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고!”최태욱의 외침에 MH-60 시호크 수송헬기에서 경호원들은 낡은 선박 위로 로프를 타고 뛰어내리고 있었다. 경호원들은 빠른 동작으로 해상작전을 연습하고 있었다. 4/13 쪽

    소련이 사라진 앞으로는 사상전쟁하기 보다는 종교전쟁이 많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전보다 종교나 민족문제 그리고 테러가 빈발하니 그에 대비하고 있었다.‘필요하면 언제고 대테러활동을 할 수준의 무력은 지니고 있는 것이 좋아.’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만약 주변에서 인질극이나 테러가 발생할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물론 이제는 나라의 지도자 위치라 직접 그런 작전에 참여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여전히 부하들만 사지로 보낼 생각은 없었다. 나이도 아직 젊고 자신의 전투력이나 무술 실력을 자신하기 때문에 해보는 생각이다.훈련을 하며 덴마크의 정보부장이 자길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벌써 20여일이 지나고 있었다.‘조사가 너무 길어지는군.’답답해서 정보부장을 만나러 가볼 생각을 가끔 해보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다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조사가 길어지는 것을 보아 정보부에서는 뭔가 확인할 것이 있는 것 같았다.‘혹시 미국 측에서 같이 조사를 하나?’5/13 쪽

    한국이나 또는 최태욱도 북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미국도 북한의 정보가 필요한 입장이다. 북한에서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김일성이 일체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도 주시하고 있었다. 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북한 내부에 큰 변동이 생겼다고 짐작하고 있었다.이제 크리스마스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자 원형 막사에 부하들이 모였다. 오랜 만에 분산되었던 경호원들이 모두 모여 바비큐 파티를 열고 있었다.“그동안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특히 슈이텐서 중령도 고생을 많이 했군요.”“아닙니다.”그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해서 그런지 뚱뚱해 보이던 슈이텐서 중령은 늘씬한 몸으로 변했다. 더구나 양쪽 볼의 살도 완전히 빠져 다소 기형적으로 변했다. 그러다 보니 눈매가 더 매서워지고 독기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루엔은 전보다 더욱 미모가 돋보이고 있었다.“루엔 중위도 고생 많았어요.”“아닙니다. 동료들이 도와줘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6/13 쪽

    다소 여려보이던 루엔도 전보다 강인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사람이란 훈련에 따라 적응만 하면 의외로 빠른 시간에 변하게 되는 법이다. 전에는 군인 냄새가 덜 풍기고 있었다. 이제는 군인이라는 모습이 얼굴에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직책도 그렇고 보기에도 너무 딱딱해 보여 최태욱은 두 여자에게 조용히 지시했다.“베네룩스로 가면 앞으로는 사복을 입고 다녀요.”“알겠습니다.”최태욱은 이런 대화를 나누며 두 여자에게도 맥주를 권하고 있었다. 황공한 표정으로 맥주를 받아드는 루엔의 모습을 보며 잠시 딴 생각이 났다. ‘마르니 더 예뻐 보이는군. 생각보다 체력도 좋고 쓸 만한 여자야.’최태욱은 보기보다는 강단 있게 장도 높은 훈련에 임하던 루엔을 보며 약간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체력이 좋다가 보니 남자고 여자고 비실거리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루엔의 몸매를 바라보는 최태욱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 너무 여자와 7/13 쪽

    접하지 못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뭔가 충동이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충동을 느낀 최태욱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여기서 오래 머물다가는 사고 치게 생겼어.’잠시 부하들과 같이 맥주를 마시던 최태욱은 트레블에게 조용히 지시했다.“앞으로 경호팀은 둘로 나누세요. 순수한 경호팀과 특수작전 팀으로 나누세요. 특수 작전 책임자는 빈센트 소령이 담당하고요.”“넷!”새로운 조직이나 명칭이 필요해 최태욱은 그에 대해서도 정해 주었다. 트레블은 실장, 빈센트는 차장, 에이트는 팀장, 슈이텐스는 연락관, 루엔은 부관이라고 정했다.최태욱은 간단한 맥주 파티가 끝나고 나자 슈이텐스 중령을 불러 지시했다.“연락관은 즉시 정보부장에게 연락해요. 아직도 조사가 끝나지 않았으면 나는 내일 떠난다고 통보하세요.”“넷!”8/13 쪽

    오래 기다려도 아무런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으니 내심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중간 과정이라도 연락해 줄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그게 아니지 싶었다.‘이것들이 정보는 공유하자고 하며 딴 짓이야.’덴마크 정부에서 자신에게 알려주기 싫어하는 것 같으니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히 여기서 훈련하며 기다린 행동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떡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내가 공연히 혼자서 김칫국을 마신거야. 쪽 팔리게.’ 다음날 아침 여전히 아무런 연락이 없자 최태욱은 트레블에게 명령했다.“실장, 우리 떠나지.”“넷!”최태욱은 즉시 해군기지에 있는 CH-47 시누크 수송헬기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자 슈이텐서가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했다.9/13 쪽

    “태공, 하루 더 계시면 정보부장이 오겠다고 했습니다. 기다리시죠.”“필요 없어요. 같이 가던지. 여기서 정보부장을 기다리던지 마음대로 하세요.”“태공, 그래도 제가 다시 연락을 해보고········.”“연락할 것 없어요. 우린 떠납니다.” 전부터 자신에게 조금은 호의적이지 않던 덴마크의 정보부장이다. 자신이 태공에 올랐다고 하지만 덴마크는 최태욱의 그런 위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관료들이 많았다. ‘소문에 백인 우월주의 사상이라더니 그것 때문 같군.’유럽의 왕족이나 귀족은 그렇지 않지만 평민 출신 고위직들은 특히 최태욱을 배척하는 경향이 많았다. 슈이텐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급하게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CH-47 시누크에 따라서 올랐다.“태공, 정보부로 급한 일이 있어 떠나니 루마니아 대사의 망명에 대한 정보는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연락한다고 전했습니다.”“알았어요.”10/13 쪽

    최태욱 일행이 탄 시누크는 빠르게 이륙해 바다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마침 중간 지점에 북해 기동함대 소속의 3만톤급의 상륙함이 있어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다.이윽고 바다 한가운데에 대형을 이루고 있는 상륙함에 도착한 최태욱은 함장을 만나 함교에서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특별한 일은 없나요?”“있습니다. 대서양에서 활동하던 소련의 대형잠수함이 철수하는 모양입니다. 오늘도 부상해서 지나가는 대형잠수함과 교신했습니다.”“그래요?”경제파탄으로 소련이 붕괴되었다. 그러자 대서양에서 활동하던 잠수함들이 기지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모든 무기가 그렇듯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전력은 아니다. 자주 훈련도 하고 작전에 투입해야 전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엄청난 관리비가 들어간다. 들리는 이야기로 소련은 그동안 군인들에게 봉급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그건 나라도 아닌 셈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굶겨서 죽이고 11/13 쪽

    있는 북한은 사실 나라라기보다는 마약 조직의 범죄 소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러시아 공화국 소속으로 변한 소련의 대형잠수함들은 최소한의 수만 해외에서 활동하고 모두 잠수함기지로 돌아가는 것이 틀림없었다.‘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도 어려우니 당분간은 잠수함들 활동이 줄어들겠군.’어찌 생각하면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던 하나의 축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공백으로 인해 앞으로 천지사방에서 전쟁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한국국민으로 생각하면 소련은 사라져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세계의 질서라는 문제를 놓고 불 때 그것이 최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련의 어떤 행동이 옳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다. 그저 이후 세계는 전보다 더 무질서하게 사방에서 전쟁이 터지기 때문에 해보는 생각이다.최태욱이 소련의 붕괴를 기다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한국이 동구권 국가들과 교역이 늘어나니 좋은 일이다. 이유는 군사적으로 자신이 필요한 기술력을 쉽게 얻을 좋은 기회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누구 보다 빨리 움직여야 해.’    12/13 쪽

    남의 위기가 자신에게는 분명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소련의 붕괴를 자신이 또 다시 도약할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빠른 행보가 필요했다.함장과 같이 함선 내를 돌아보고 나자 최태욱은 조심스럽게 물었다.“함장님, 지중해로 파병을 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요?”“태공. 지중해요? 발칸 반도 때문인가요?” 최태욱은 발칸 반도가 목적이 아니고 다른 쪽으로 필요해 상륙함을 그곳으로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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