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75화 (375/657)
  • < --  [압축된 변화]  -- >최태욱은 소련의 붕괴가 당초보다 약간 빠르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어라? 본래 12월 말 정도가 아닌가? 조금 빠른 것 같은데.’이런 생각이 스치고 있지만 한 달이 늦는다고 대세가 변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령관의 추가해서 알려주는 말에 헬기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태공, 루마니아 주재 북한대사가 덴마크로 가족들과 같이 와서 망명을 신청했습니다.”“뭐요? 언제요?”“조금 전에 연락을 받았습니다.”사령관이 전달하는 말에 최태욱은 깜짝 놀랐다.“루마니아 대사가요?”“예, 그래서 정부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회1/13 쪽등록일 : 13.01.09 15:24조회 : 3477/3494추천 : 84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소련의 경제가 무너지면서 차츰 붕괴 조짐으로 인해 북한은 내부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충성심이 의심되는 유럽 주재 대사들은 본국으로 소환하고 있었다. 또한 가족들은 절대로 같이 근무지로 가도록 배려해주지 않고 있었다.북유럽 국가는 한국과도 교류가 있지만 북한과도 교류가 많아 상주관이 대부분 있었다. 루마니아야 본래 소련의 영향력을 받던 동구권 국가라 당연히 북한 대사관이 있었다. 그곳 대사는 김정일과 가까워 유임되어 줄 곳 루마니아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더욱 놀라고 있었다.‘이상하군. 김정일과 가까운 측근이라던데 왜 망명을 했지?’  소련이 붕괴되기 직전에 많은 유럽의 북한 대사들이 교체되는 조치가 있었다. 그런 와중에 김정일과 가깝다고 소문난 루마니아 대사의 망명요청은 특별한 일이다.최태욱은 이런 망명사건을 접하자 귀국하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서 슈이텐서 중령에게 지시했다.“왜 대사가 망명을 신청했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아봐요.”“넷!”2/13 쪽

    최태욱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이 서해에서 대규모로 잠수함을 침투시킨 이유다. 왜 그런 무모한 군사적 행동을 갑자기 벌인 것인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해해전 이후에 북한 권력 내부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루마니아 대사라면 어쩌면 그런 내용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이렇게 생각한 최태욱은 사령관에게 물었다.“부대 내에 빈 원형 막사가 있나요?”“예? 뭐에 쓰시려고요?”“잠시 부대서 지내고 싶어서요.”“알겠습니다. 허름한 창고가 있기는 합니다.”“그럼 그곳에서 머물기로 하죠.”사령관은 최태욱의 말에 매우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최태욱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령관에게 쉽게 답해 주었다.“여기서 머물며 경호원들 체력 훈련을 하려고 하니 그렇게 아세요.”3/13 쪽

    “알겠습니다.”최태욱 일행은 사령관이 배려해준 창고로 사용하던 철제로 만든 원형 막사로 가게 되었다. 빈 박스만 놓여 있는 막사를 살피고 나자 최태욱은 트레블에게 지시했다.“트레블, 우선 청소부터 하고 야전침대와 칸막이를 하고 통신시설을 설치해.”“알겠습니다.”원형인 막사는 중간에 칸막이가 있었다. 최태욱이 별도로 지낼 공간은 충분히 구분될 수 있었다. 최태욱이 이곳에 머물기로 결정하자 두 여자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소 태공이 병사들과 같이 생활한다고는 들었지만 이런 식인지는 몰랐다.‘어머, 샤워 시설도 없는 여기서 지내다니?’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지내겠다니 자신들은 어찌 처신해야할 지 난감한 모양이다. 그러자 최태욱이 즉시 슈이텐서에게 말해 주었다.  “두 사람은 밖에서 출퇴근을 하든 아니면 부대 내에서 지내던 마음대로 정해.”4/13 쪽

    “부대 내의 막사에서 지내겠습니다.”경호원들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을 하느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샤워야 훈련을 끝내고 부대시설을 이용하기로 하고 난방 시설이 되지 않아 석유난로를 구입해 설치했다.  경호원들이 이런 준비를 하는 동안 자신들이 지낼 곳을 알아보러 나갔던 슈이텐서 중령이 돌아와 보고했다.“태공, 지금 정보부에서 루마니아 대사를 조사 중이라 아직은 자세한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답니다.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정보부장이 여기로 와서 직접 자세하게 알려드리겠답니다.”“알았어요. 그럼 우린 체력훈련이나 하며 기다리죠.”“체력 훈련요?”“나와 같이 다니려면 체력이 좋아야 합니다. 수시로 등산도 다니니까요.”“알겠습니다.”이날 이후 최태욱은 해군기지에서 지내며 슈이텐서와 루엔에게 체력 훈련을 시키고 5/13 쪽

    있었다. 특별히 두 여자만 체력훈련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도 부대에서 지내는 경우에 늘 하던 방법이다. 기회를 이용해 경호원들에게 체력훈련을 시키는 것이다.새벽 5시가 되자 최태욱은 어김없이 일어나 경호원들과 같이 연병장을 뛰고 있었다. 다른 병사들은 모두 취침시간이라 이들은 아무런 구령도 없이 달리고 있었다.“홋! 홋!”이제는 늦은 가을이자 겨울의 초입이라 새벽 공기는 무척 차가웠다. 다들 더운 김을 토해내며 끝없이 돌고 있었다. 그것이 끝나면 다시 태인 권법을 연마하고 있었다.이런 모습을 보던 주번사령이나 보초들이 두 여자에게 알렸다.“중령님, 태공은 벌써 일어나 훈련 중입니다.”“뭐!”졸지에 첫날부터 여자라고 해서 따돌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생각도 들지만 새벽에 훈련을 시작한다니 황당했다. 앞으로 살을 빼야 된다고 하더니 그냥 던진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군복을 입은 두 여자는 숙소에서 나와 태인 권법을 수련 중인 경호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6/13 쪽

    “어마, 추운데 웃통도 홀랑 벗고.”“중령님, 어쩌죠?”“뭘 어떻게 해? 우리도 같이 따라서 해야지.”“중령님, 우리도 상의를 벗고요?”“그럼 벗어야지.”슈이텐서는 숙소로 돌아와 위에 탱크 탑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루엔 중위는 슈이텐서 중령의 부관이라 따라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두 여자가 허연 배가 훤하게 드러나는 탱크 탑을 입고 합류하자 최태욱은 약간 놀랐다.‘오호, 강단이 있는 장교군.’추운 날씨에 탱크 탑을 입고 연병장에 서면 보통은 저절로 몸이 오르라 든다. 더구나 해군기지는 바다와 가까워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니 더욱 추운 곳이다.7/13 쪽

    “앗! 앗!”경호원들은 다소 의아한 시선을 보내지만 별로 달리 대하지는 않았다. 베네룩스는 여자들도 남자들과 이런 모습으로 훈련을 받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다만 약간 다르다면 루엔의 몸매나 미모가 너무 뛰어나니 눈길이 저절로 가고 있었다.‘저런 정도면 모델이나 배우를 하지 왜 힘든 군인을 하지?’평범한 미모가 아니다 보니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고 있었다. 최태욱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탱크탑을 입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자 이런 생각을 했다.‘이상하네. 국회의원 딸에 귀족 출신인 여자가 왜 이런 고생스런 일을 자청하지?’루엔의 아버지는 덴마크 왕국에서 백작으로 현재 국회의원이라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뭔가 자기가 모르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두 여자는 경호원들과 같이 힘차게 태인 권법을 연마하고 있었다. 베네룩스나 덴마크 군대는 이미 태인 권법이 병사들의 기초적인 격투기로 수련하는 무술이다. 그래서 그런지 두 여자도 제법 능숙하게 태인 권법을 펼치고 있었다.     8/13 쪽

    최태욱은 새벽에 체력훈련을 겸한 무술 훈련 이외에 특공 훈련도 겸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강도 높은 훈련을 지속하고 있었다.최태욱은 사격에 재능을 보이는 추동팔과 몇 명의 경호원을 특별히 저격병 훈련을 지시하고 있었다.“에이트, 오늘부터 너는 집중해서 저격병 훈련을 받도록 해.”“알겠습니다.”“어떤 지형에서도 위장이 가능하고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연습해. 그리고 제일 튀어난 관측병 같이 팀을 이루도록 하고.”“넷!”최태욱은 오래 벼르던 뭔가 비밀스러운 작전을 시도할 생각이라 미리 준비를 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슈이텐서가 운전을 담당하니 추동팔은 다른 임무를 맡길 생각이다.그렇기 때문에 20명의 경호원에서 별도로 10명은 완전히 비밀 작전을 위한 특수요원 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미 특공작전을 수행할 정도의 실력을 지닌 경호원들이지만 더욱 훈련 강도 높이고 있었다.9/13 쪽

    이런 과정을 해군기지 사령관은 가끔 찾아와 보며 놀라고 있었다.“태공이 최고의 경호원들과 같이 있다더니 그게 사실이군. 우리 해군의 특수 작전 팀 보다 한참 능력이 높아 보이는군. 사격 솜씨도 뛰어나고.”   그러자 슈이텐서 중령이 조심스럽게 건의하고 있었다.“사령관님, 이번 기회에 경호원들의 훈련 프로그램을 따라서 우리 해군 특수 작전 팀에서도 시도를 해보죠.”“그게 좋겠어.”이런 결정으로 인해 덴마크 해군들도 특별한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하루 훈련을 마치고 나자 덴마크 병사들이 숙소로 돌아와 하소연을 토하고 있었다.“아이고. 안 아픈 곳이 없어. 옆에서 볼때는 별것 아니더니 같이 따라 하려니 너무 힘들어.”“도대체 왜 저런 훈련을 여기서 하는 거야? 자기들 나라에서나 하지.”“그러게. 공연히 우리만 죽어나는군.”10/13 쪽

    공연히 남의 나라로 와서 강훈련을 시도하자 덴마크의 해군 특수작전 팀도 추운 한겨울에 죽을 고생하며 강훈련을 지속하게 되었다. 하루가 그저 지옥과 같은 날이 연속이었다.그런 가운데 다소 통통하던 몸매인 슈이텐서 중령의 몸도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다이어트를 생각하던 처지로 살이 빠지니 좋기는 했다. 그런데 아주 고약한 일이 새로 생겨 여건 난처한 것이 아니다.뚱뚱할 때는 남자의 몸을 봐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살이 쏙 빠지고 더구나 훈련에 보탬이 된다면서 최태욱이 지어준 보약을 복용하다 보니 괴로운 일이 생긴 것이다.‘내가 미쳐. 이러다 나 완전히 미쳐서 돌아 버릴지 몰라.’루마니아 주재 북한 대사의 망명에 대해 궁금하다고 해 수도가 있는 코펜하겐을 갈 수는 없다고 판단해 여기서 머무는 것이다. 자신이 코펜하겐으로 갈 경우 언론에 노출되면 공연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공연히 독이 바싹 오른 놈들 건들 것 없다고.’추운 겨울이 되자 난방 연료도 부족한 북한은 식량난과 겹쳐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럽에서 지내다 보니 북한 사정에 대해 의외로 많이 알 수 있었다.11/13 쪽

    최태욱이 덴마크의 해군기지에서 지내는 동안 그와 관련 있는 작은 소동이 브뤼셀에서 있었다. 한창 아침 훈련을 마치고 길게 누어 편하게 쉬고 있는 원형 막사로 정인성 박사가 찾아왔다. 최태욱은 연어연구소에서 치어 사육에 전념하던 그가 찾아오자 궁금해서 물었다.“박사님, 여기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죠?”“태공, 노르웨이를 저와 같이 가셔야 되겠습니다.”“무슨 일로요?”“브뤼셀에서 양식 연어 때문에 작은 소동이 났습니다.”“무슨 일로 소동이 나요?”정인성 박사는 급하게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브뤼셀의 주민들이 노르웨이에서 수입한 양식 연어를 먹고 병이 들었다는 것이다. 기생충에 감염된 양식 언어를 먹어 생긴 병으로 판명되었다.12/13 쪽

    “그래요?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죠?”“태공, 연어를 사육한다는 사업에 차질이 올수도 있고 또한 노르웨이 정부에서 우리 연어연구소에 협조를 부탁해 왔습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연어를 인공으로 사육할 좋은 조건을 가진 깊은 바다가 해안 지역에 많았다. 그래서 한국 등지에서 흔히 생각하는 치어를 방사해 잡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치어를 가두리 양식업으로 키우고 있었다. 그런 양식장에 기생충이 많아져 그것이 베네룩스로 수출되었다는 이야기다.“기생충이 사람에게 치명적인가요?”“그렇지는 않지만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노르웨이로 가보는 것이 좋습니다.”13/13 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