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72화 (372/657)

< --  [난세의 영웅]  -- >한국의 정치권이 연일 일본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진수는 새로운 정치 모델을 제시하며 조용한 가운데 움직이고 있었다.재력도 없고 그저 외교관으로 이룬 공적하나로 한국 정치를 바꾼다고 나서자 일부는 비웃고 있었다.“꼴뚜기가 뛰니 망둥이가 날뛴다고 하더니 그 꼴이야.”“이제 보니 그 사람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군. 정치가 얼마나 돈이 드는 사업인데.”정치를 사업으로 생각하니 돈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여의도에는 신선한 바람이 가을과 함께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었다.  크게 요란하지도 않고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같이 이진수는 하나하나 정리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국회의원 수를 줄인다고 발표하고 이어서 몇 가지 정치쇄신을 위한 내용들을 발표했다.특별할 것도 없고 언젠가 어떤 정치인들이 주장하던 내용이다. 하지만 그가 새롭게 말을 하자 국민들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저 사람은 특이하게 믿어지는군.”회1/13 쪽등록일 : 13.01.08 13:17조회 : 3536/3551추천 : 90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그래, 평소 가지고 있는 소신을 일상생활 속에서 말하듯이 하니 그런 거야. 다른 놈들이야 선거 때 이벤트 성으로 발표하니까 믿지 못하는 것이고.”“믿어 보고 싶군.”사람이 사람을 믿는 마음은 사실 아주 단순하다. 그가 평소에 남과 함부로 약속을 하지 않고 믿음을 주었냐가 제일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몇 분 전에 토해낸 말한 말을 그 자리에서 번복하기도 한다. 물론 어떤 말을 하고 실수했다는 것을 알아 그것을 인정하고 번복하는 거야 옳은 일이다.하지만 습관적으로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그가 지인이던 아니면 자길 욕하는 사람에게 던 절대로 신뢰감을 주지 못하게 된다.   “저 사람 또 거짓말을 하네.”이런 평가를 주변사람으로부터 받는다면 그 사람은 사실 바보이거나 아니면 사기꾼에 불과하다.한국의 정치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강화도에는 큰 행사가 있었다.바다에 위치해 결코 낮다고만 할 수도 높다고 할 수도 없는 산의 정상에 사람들이 손에 뭔가를 들고 모여들고 있었다. 그중에는 먹을 것을 가지고 오기도 하고 또는 돌을 2/13 쪽

가지고 오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었다.“왜 돌을 가져오나?”“참성단에 돌을 가져다 놓으려고. 이건 제주도에서 가져 온 거야.”“그런가?”“여기는 참성단이니 전국에서 가져온 돌로 보강공사를 해야 의미가 있지.”“그렇군.”개인이 등에 짊어진 돌멩이 하나가 뭐 그리 힘을 발휘해 보강공사를 하랴 생각하지만 그것이 수천명에 이르자 참성단은 전보다 더욱 튼튼해지고 있었다.    하늘은 맑고 청명했다. 이제 산으로 오르기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10월3일 개천절을 기해 강화도 마니산의 참성단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웅성웅성. 예년 행사에 비해 올 해는 몇 배는 많은 인파가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모여든 사람들3/13 쪽

은 참성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항상 매년 하는 행사지만 올해는 전과 다른 분위기다. 가끔 어떤 노인은 하늘을 향해 마치 표호하듯이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하느님, 언제까지 우리 민족은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커억! 커억!”그런 통곡 소리에 사람들은 매우 침통한 모습으로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어떻게 이어온 나라고 어떻게 해서 이룬 오늘의 나라던가?너무 잘났다고 해서 떠받들고 추앙하던 정치인들의 추악한 모습으로 너무도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제사를 끝낼 무렵에 사람들은 참성단 주변에서 한국의 현 정치 상황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종교나 출신지역을 가리지 않고 토론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떤 격식도 없이 자연스러운 좌담회 형식이다. 그리고 토론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행동에 분노했다.드디어 한 사람이 분에 이기지 못해 외쳤다.“갑시다. 여의도로········.”“그럽시다. 나라를 그런 도적놈들에게 맡길 수 없소!”4/13 쪽

“옳소!”누가 먼저 이런 여의도로 가자는 말을 했는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모두 일본 정부 측에 놀아난 정치인들에게 분노하니 자연스럽게 뭉치고 있었다. 이들은 강화도를 떠나며 김포에 있는 베네룩스 해병대를 바라보며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었다. 아무리 한국출신인 태공의 힘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우리 힘으로 나라를 지켜야 돼.”“맞아. 언제까지 남의 신세를 질 수는 없지.”내 나라 영토를 남의 나라 군대가 지켜준다는 것은 치욕이다. 그런데 그나마 남의 나라 군대가 거둔 승리로 평생 한으로 남은 못된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해줘 속이 후련했더니 정치인들이 그마저 깔아뭉개고 있었다.잘못 되도 너무 세상이 잘못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었다.“그런 놈들은 사람도 아니야.”“모조리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 가지고 있는 재산도 모조리 몰수해야 해. 그 놈들의 5/13 쪽

재산은 국민의 혈세나 뇌물로 이룬 것이니 회수해야 돼.”    이들은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힘들게 이룬 나라를 또다시 초토화를 만들 생각이나 하는 그들에게 증오심마저 생기고 있었다.“죽일 놈들이 천지사방에 널려 한둘이 아니군.”“맞아, 남의 나라도 문제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먼저 깨우쳐야 해.”강화도 마니산의 참성단을 떠난 사람들은 서울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도착했다. 사람들은 조용히 피켓을 들고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국회를 해산하라!”“해산하라!” 시위하는 군중들이 요구하는 것은 조기총선을 원하고 있었다. 새로운 정치인으로 물갈이해서 일본에게 받을 배상금에 대한 사용권을 맡겨야 된다는 것이다.“국회는 해산하고 조기에 총선을 실시하라!”6/13 쪽

“모두 사퇴하라!”  “사퇴하라!”시간이 지나자 시위대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러자 경찰들이 출동해 시위대를 저지하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평화롭던 시위대는 조금씩 격해지고 있었다. 아직은 화염병 투척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에 대한 화형식은 매일 같이 진행되고 있었다.언제 시위대의 군중들이 여의도를 떠나 서울 도심으로 퍼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들은 이제 시위대의 규모가 커지자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그냥 놔두면 평화적으로 시위를 한다니 놔두자고.”“그게 좋겠어.”경찰들은 시위대 규모가 일정 이상으로 커지자 수수방관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보다는 경찰들도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다들 분노하고 있었다. 아직은 반정부 시위가 아니고 정치권 모두를 불신해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시위는 드디어 청와대로 화살이 돌아가고 있었다.“대통령도 물러나라!”7/13 쪽

“물러나라!”일본의 행태에 너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대통령까지 불똥이 튀고 있었다. 이로 인해 청와대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었다.청와대의 집무실에서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각료들과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다. 다들 별로 말이 없었다. 진즉에 외무장관인 이진수의 말을 듣고 대처를 했으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란 아무리 늦어도 소용이 없었다.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모두 내 잘못이오. 이렇게 합시다. 이런 상태로 놔두면 나라는 더 혼란해지니 내가 결심을 하죠.”“각하! 결심이라뇨?”혹시 당장에 대통령직을 물러난다는 소리라도 토할까 다들 놀라고 말았다. 임기 중간에 하야를 한다는 것은 대통령 자신의 불명예도 되지만 각료들 모두 불명예를 가져오는 일이다. 그러니 그것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위가 격해 지기는 하지만 아직 그런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대통령은 굳게 결심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했다.8/13 쪽

“나는 당장에 그만둔다는 것은 아니요. 내년 8월 14일까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래서 815일 광복절 기념식을 기해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래봐야 임기를 몇 달 당기는 것이니 나는 불만이 없어요. 후대에 나를 어찌 평가하던 그건 모두 내가 감당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서실장이 급하게 나서서 만류하고 있었다.“각하, 왜 스스로 오점을 남기려고 하세요. 이번 소동은 금방 조용해 질 겁니다.”“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정치권에서 국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기미가 없이 변명만 하고 있어요. 누구하나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는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겁니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군인들도 들고 일어설 수 있어요.”“각하, 군인들이요?”“그렇소. 그들은 지금 무섭게 분노하고 있어요. 힘들게 지키고 있는 나라를 일본에게 팔아먹으려는 정치인들에게 실망한 겁니다. 그러니 내가 이쯤에서 몇 개월 임기를 단축하는 방법으로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해볼 겁니다.”별로 강단이 있게 생긴 대통령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에 오른 분이라 세상9/13 쪽

을 보는 눈이 평범한 사람과는 사뭇 달랐다. 그리고 평소에도 항상 조용히 임기를 마치기를 고대하던 성품이라 이런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여러 각료들이 만류를 해보지만 대통령은 이미 결심을 했다는 표정으로 대변인에게 말했다.“기자들은 부르세요. 당장 발표를 하게.”“넷!”기자들이 모여들자 대통령은 혼자서 정리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었다. 처음 서두에는 먼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이어서 일본 정부에게 배상금을 조속히 지불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지는 내용은 대통령직을 내년 8월 14일로 끝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6월 중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자들은 다들 놀라고 말았다. 너무도 갑자기 대통령이 조기에 퇴진을 한다니 기가막혔다.‘이것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것 아냐?’대통령은 사견임을 전제로 국회도 이에 따라 2월 중에 국회의원선거를 실시하고 임10/13 쪽

기는 4월부터 시작하는 정도가 앞으로 정치일정을 감안해 제일 적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기 중에 벌어진 일이니 일본 정부에서 배상금 지급을 더 이상 미루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경한 발언을 하고 있었다.“각하! 특단의 조치라면?”“그건 여기서 말할 사안은 아닙니다. 다만 내가 군출신이라는 것만 참고하세요.”직접 입으로 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태도에 따라 군대를 움직이겠다는 발언을 암시하고 있었다. 이런 발표와 더불어 정치권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은 검찰에게 맡기고 여의도에서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은 이제 생업으로 돌아가라고 부탁했다. 대통령은 드디어 정치권에 대해 공권력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대통령의 이런 담화문이 발표되자 커져만 가던 시위는 수그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통령의 결심이 확실하자 검찰에서는 그동안 내사 중이던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리를 들추기 시작했다.“부장님, 모두 잡아들이죠.”“허, 이 사람 너무 격하네. 나중을 생각해서 살살하게.”11/13 쪽

“아닙니다. 잘못하면 불똥이 이제 우리 검찰에게 떨어집니다.”“알았어. 정치인들은 빠질 구멍 잘 만드니 조심해서 시작하게.”“넷!”한국의 정치권은 이로 인해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전 같으면 구속되지 않고 그저 넘어가던 사안들로 인해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검사에게 끌려가고 있었다.검찰에서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정치인들의 비리를 그냥 보고 있다고 국민들이 검찰에게도 개혁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니 검찰도 사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하게 되는 정치인들의 조사다.북한의 대규모인 잠수함 침투사건, 일본의 부산항 봉쇄작전, 동구권 사회주의국가 몰락, 소련의 붕괴 조짐, 아랍의 이란이라크 전쟁은 분명히 난세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경우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이라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난세에는 영웅도 나타나고 간웅도 나타난다. 그러나 한국은 운이 좋아서 그런지 평소에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인물들이 전면에 나섰다.대통령도 그중에 하나였다. 영웅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보통은 넘는 사람이었다. 그는 12/13 쪽

임기 중에 사소한 반정부 시위라고 보는 사건을 놓고 그 파장을 미리 감지하고 결단을 내렸다.국민들은 대통령의 그런 결단에 대대적으로 환영해 주고 있었다.“역시 대통령은 하늘에서 나는가 봐!”“그렇지. 물러날 때를 안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은 생각하기 어렵잖아.”“맞아!”한국의 1991년의 가을은 대통령의 조기 퇴진 약속과 함께 급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발표에 제일 큰 충격을 받는 나라는 일본이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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