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65화 (365/657)
  • < --  [거대해협 평화협정]  -- >재판장이 이렇게 서두를 꺼내자 일본 대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재판장이 양쪽에게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쪽으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됐어, 적당히 판결하고 끝내려는 군.’재판장의 이런 말에 이진수 장관은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잘못하다가는 독도까지 이상하게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거지. 만약 잘못되면 여기서 죽자고.’이진수는 오래전에 이곳 헤이그로 파견되었다가 순국한 이준 열사의 모습이 불현듯이 떠오르고 있었다. 힘없어 분통만 터트리다 순국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일본의 야욕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 분위기가 이상해 침통해지고 있었다.재판정을 일순 조용해지고 있었다. 성급한 기자들은 어쩌면 일본의 승리를 점치기도 했다. 분위기는 매우 어색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어머, 왜 저렇게 말하지? 그냥 분위기를 묘하게 만드네.’회1/13 쪽등록일 : 13.01.06 11:10조회 : 3535/3549추천 : 89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베네룩스의 스테판 외무장관도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자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어째 이상한 판결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재판정이 다소 술렁이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었다. 그러자 호주 출신인 재판장은 눈길을 돌려 판결문을 빠르게 읽고 있었다. “본 사건은 경오왜란으로·······.”경오왜란이란 말에 재판정을 일순 다른 분위기로 변해버리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이번 사건을 남해 잠수함 실종 사건으로 규정했었다. 하지만 첫머리에 한국측이 사용하는 용어로 판결문이 작성된 것이다.법정에서의 용어란 아주 의미가 크다.  재판장은 이번 재판 사건을 한국정부에서 명명한 그대로 경오왜란 전쟁피해 보상재판으로 먼저 규정지었다. 영어와 프랑스 어로 판결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다소 이상하게 들리지만 의미는 1990년에 벌어진 한일 간의 정규전인 전쟁으로 규정했다. 단순한 잠수함 실종이나 혹은 침투 사건이 아니고 전쟁을 벌이는 침공이라고 확정한 것이다.이진수는 서두와 달리 정작 판결문에서 이런 결정들을 듣자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2/13 쪽

    ‘하느님, 조상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전쟁으로 규정지었으면 당연히 패전국에게는 배상금을 물어주라는 판결이 나오게 된다. 이제 재판은 이기고 오직 배상금의 액수가 문제다. 최소한 20억불은 받아야 귀국하게 생겼다.김진수는 한국에 있는 최태욱의 전화를 받고 대통령이 머뭇거리는 중에도 고집스럽게 헤이그로 이번 사건을 가지고 달려왔다.‘믿어 보자고 대공께서 헤이그로 끌고 오라고 했으니 충분히 승산이 있는 거야.’이어지는 재판장의 판결문은 먼저 양국의 국경선인 영해와 영토에 관한 사항이다. 근엄하게 생긴 덩치가 우람한 재판장은 독도에 대해 먼저 판결했다.“한국의 동해에 있는 섬인 독도는 이미 주민들이 20명이나 살고 있다고 확인되었습니다. 섬에서 거주하기에 필요한 물, 나무, 주거지가 있는 것도 확실합니다.”암초가 아닌 섬이라면 이것은 명백한 한국의 승리다. 재판장은 계속해서 관련 국제법의 법조항은 생략하는 식으로 판결문을 읽었다.“한국에서 제출한 기록으로 보아 섬을 점유한지 최소한 1천년 이상이나 되는 아주 오3/13 쪽

    래된 섬이니 한국 영토가 확실해 판결합니다. 그동안 그 해역에서 일본이 불법적으로 침탈해 어로행위를 한 점이 분명하니 그에 대해 배상금으로 일본정부는 20억불을 한국정부에 지불하시오.”“크억!”일본 대표는 이런 판결에 기절하듯이 놀라고 말았다. 너무 놀라 입에서 허연 거품이라도 튀어 나올 지경이다. 재판정으로 나와 있던 일본 관계자들은 모두 얼굴이 하해지고 있었다.  이미 독도는 일본 정부에서 한국영토로 인정해 버린 지 오래다. 굳이 한국 정부에서 독도 문제를 들고 나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본은 신이 났었다. 또 다시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은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그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시 다루자고 했던 것이다. ‘우리가 한국 정부에게 당했어.’이어지는 재판장의 판결문은 거대해전이 벌어진 바로 옆 섬인 대마도에 관한 사항이다.“대마도의 경우 일본정부에서 현재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하나 기록으로 보아 4/13 쪽

    최소한 1500년 이상은 한반도에 있었던 국가들이 지배권을 가진 섬이 분명합니다. 재판부는 두 나라의 입장을 생각해 앞으로 공동수역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합니다.”이런 판결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허! 한국이 완전히 이겼어! 일본은 일방적으로 패배한 거야.”“더 들어보나 마나군.” 이런 소리가 들리지만 재판장은 계속해서 판결하고 있었다.“한국 정부의 요청대로 거제도와 대마도 사이의 해협은 거대해협이고 한국 영토 내에 있는 해협으로 판결합니다. 앞으로 모든 국제적인 지도나 해도 모든 기록이나 자료는 해전이 벌어진 지역을 거대해협으로 표기하는 것이 타당합니다.”이렇게 장황하게 서두를 꺼내고 나서 최종적으로 한국 영토 즉 영해가 분명한 거대 해협에서 다도해 해안의 많은 항구를 기뢰로 봉쇄하려는 행위가 침략 행위라고 다시 강조했다. 그래서 전쟁 배상금으로 20억불, 항구봉쇄 시도에 다른 손해배상으로 10억불, 포로 5/13 쪽

    송환 조건으로 10억불, 그동안 거대해협에서 불법적으로 어로 행위에 대한 배상금으로 10억불이 결정되었다.이번 재판 결과로 인해 일본정부에서는 총 70억불을 한국 정부에게 넘겨주어야 된다는 판결이 났다. 일본에서는 아무리 많아도 30억불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금액은 2배를 넘겨 정해진 것이다.‘이거 귀국도 못하게 생겼군.’마지막으로 재판장은 공동수역으로 판결된 대마도에 대해 판결했다. “공동 수역의 범위는 해안에서 한반도 쪽으로는 1킬로미터까지로 판결합니다. 동쪽인 일본 쪽으로는 이키노시바섬 사이인 중간을 영해의 경계로 정한다고 판결합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서 모든 배상금을 지급 받은 이후에 전쟁포로를 대마도에서 인계해 주어야 합니다.”이진수는 일본과의 외교전에서 승리하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동안 마음 졸이고 헤이그에서 고생한 보람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에게 당한 많은 조상들의 처참했던 얼굴들이 머리에 떠오르고 있었다.‘드디어 해낸 거야.’6/13 쪽

    다는 아니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던 한들이 조금을 풀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두 억울하게 일본에게 당한 선열들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속으로 외쳤다.‘대~ 한 민국 만세! 만세!’마음 같아서는 재판정이 떠나가도록 만세 삼창을 목이 터져라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승리한 입장에 굳이 마지막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쁘다는 표시 보다는 당연하다는 표정을 보여야 된다고 생각해 묵묵히 침묵하고 있었다.재판장은 빠르게 판결문을 읽고 나서 다시 일본 대표를 보며 권했다.“이건 재판관들의 전원합의로 일본 정부에게 내리는 권고 사항입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요구하는 대륙붕의 공공개발 구역 즉 제 7광구 지역을 한국 정부와 적절하게 다시 협상해야 합니다. 앞으로 두 나라 사이에 영토 분쟁으로 인해 또 다시 재판이 열리는 불상사가 없도록 적절한 조치를 해주기 바랍니다.”재판은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일본으로는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대마도에 대해 실효적 지배를 인정받았다. 대마도의 경우 온전히 한국 땅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대해협을 모두 7/13 쪽

    한국 영해로 인정해 버렸다. 그러니 결국 일본이 대마도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판결이다.‘완전히 졌어.’재판이 모두 끝나고 나자 이런 내용은 세계 각국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세계인들은 이런 판결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동안 일본이 얼마나 주변국 영토를 함부로 침탈하고 살았는지 명확하게 알리게 된 것이다.‘그 놈들은 항상 그래 왔군.’재판이 끝나고 패정하자 이진수는 즉시 이준 열사의 기념비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이준 열사 기념비 앞에서 처음으로 크게 외쳤다.“만세! 만세! 만세!”목이 터져라 외치는 그의 눈에서는 끝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항상 일본에게 밀려 한이 되던 모든 응어리가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한국은 이 배상금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루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을 넘어 세계에 우뚝 서는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었다.8/13 쪽

    ‘열사님, 남은여생 신명을 다해 나라 발전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이제 더 이상 공직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매일 같이 자리싸움만 하는 정치권의 행동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더구나 이런 결과를 거두자 한국에 있는 정치인들은 그제야 서로 자신의 공이나 혹은 자기 당이 거둔 공적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이런 추한 모습에 이진수는 공직에서 사퇴할 생각을 더욱 다짐했다. 자신이 평생 쌓아온 경력을 바탕으로 민간인으로 아프리카의 오지로 가서 조용히 활동해볼 생각이었다.‘이번에 호의적이지 않던 아프리카로 가서 활동해 보자고.’이진수는 판결내용을 한국의 청와대로 알리고 동시에 사표를 제출하기로 알렸다. 그리고 조용히 베네룩스의 피닉스 여왕을 만나고 있었다.“폐하, 그동안 너무 고마웠습니다. 모두 폐하 덕분입니다.”“아닙니다. 모두 장관께서 많은 자료를 완벽하게 준비해 대비한 결과입니다. 아무튼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 귀국하시면 편하게 쉬세요.”9/13 쪽

    “예, 귀국하면 대공을 만나 앞으로 진로나 상의해볼 생각입니다.”“그렇게 하세요. 대공께서도 장관님을 무척 반길 겁니다.”이진수 장관은 서둘러 한국으로 귀국하고 있었다. 인천 공항에는 몇 개의 시민단체들이 환영을 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현 정권이나 또는 정치권에서는 별로 찾아온 사람이 없었다. 각 당이 서로 공적 다툼을 벌이기 바빴다.‘어째 다소 썰렁하군.’환영 받지 못해 서운해서가 아니라 이번의 결과를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 가 해서 걱정이다. 정치권은 배상금을 파이로 알고 나누어 쓰는 방법만 가지고 다투고 있었다. 정당 발전을 위해 정당에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정작 일본으로부터 외교전에서 승리를 거둔 이진수 장관은 시민단체에서 모여 환영하는 가운데 아주 조용히 귀국했다.이진수 장관은 청와대로 들어가 간단하게 보고를 끝냈다. 대통령에게 외무장관직에 대해 사표를 제출하고 나자 서둘러 고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의 고향은 충북 진천으로 고향으로 가기 전에 강경을 잠깐 들렸다.이진수를 직접 만난 최태욱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10/13 쪽

    ‘진짜 인물은 여기에 있었군.’최태욱은 현 정치권이 마음에 들지 않던 터에 이진수를 나라의 지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뭔가 그를 도와 줄 생각을 해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사건들이 한국의 정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은 일본에서 거액을 받게 되자 그로 인해 정치권이나 경제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마치 웅비하려는 용이 마지막으로 몸부림을 치듯이 심하게 요동치며 나라 전체가 천지개벽이라도 하듯이 혼란해 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용트림은 드디어 한국에 새로운 걸출한 인물을 탄생시키려는 몸부림이었다. “이진수야 말로 나라의 지도자다.”“그렇다.”나이 많은 원호대상자들이 먼저 이런 주장을 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이어서 대학생들이 합류하고 있었다. 이어서 기존의 정치권 행동에 불만이 많은 지식인들이나 직장인이 동참하고 있었다. 경제는 변하고 있으나 변하지 않는 기득권 세력인 정치권에 대해 여야는 물론 전체를 거부하고 새로운 정치를 할 신인들을 갈구하고 있었다.  11/13 쪽

    “우리의 한을 풀어준 이진수를 대통령으로.”“이진수를 나라의 지도자로.”조용히 은퇴해서 새로운 인생을 살려던 이진수가 갑자기 대통령 후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한국이 크게 요동치는 것에 반해 일본은 의외로 차분했다.    일본 열도로 국제사법 재판소의 판결이 알려지자 일본 정부는 크게 낙담했다. 각오는 했다지만 판결 받은 배상 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미 경제대국을 이룬 일본으로는 감당할 정도는 됐다.그동안 계속 밀리면서도 아직은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에게 패배했다는 것이 조금 속이 상할 뿐이다.‘일방적으로 패배했어.’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식으로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은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무리 극우세력인 일본인이라고 해도 이번 잠수함 사건은 분명히 일본이 저지른 침략이 확실했기 때문이다.“돈이나 빨리 주고 포로나 얼른 집으로 데리고 와야지.”12/13 쪽

    “맞아, 어차피 끝난 싸움에 더 미련 둬야 손해지.”배상금을 모두 한국으로 넘겨줘야 포로도 데리고 오고 또한 무역 제재 조치도 풀리게 된다. 그러니 빠른 시일 내에 넘겨주고 풀려야 숨통이 트이게 생겼다.“길게 끌면 더 문제야.”“현명하게 판단해야지.”일본은 그렇더라도 70억불을 쉽게 만들 수는 없었다. 추경예산을 세우려고 해도 국회가 연일 책임론으로 소란만 하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빨리 배상금을 주고 유엔의 제재조치를 풀리는 것이 살길이라고 하면서도 질질 시간만 끌고 있었다. 일본은 그로 인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이런 가운데 강경에 있던 최태욱은 제약회사를 방문한다고 하며 충북의 진천으로 가서 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는 이진수를 만나고 있었다. 500여평 되는 기름진 텃밭을 보며 최태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긴 어떤 땅이죠?”“제 부모님이 평생 일구시던 텃밭입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채소를 시장으로 가지고 가서 판매해 제 학비와 교복을 사주신 분들이죠.”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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