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59화 (359/657)
  • < --  [문화레포츠사업]  -- >어느덧 3월이 되어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의 햇살이 대지를 활기차게 만들고 있었다. 설악산을 등반하고 강원도 지역을 돌아보고 나자 최태욱은 서울의 목동 저택으로 돌아왔다.사람들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곳 저택을 용왕궁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저택이 자리한 곳이 용왕산이기 때문이다.최태욱이 저택으로 들어가자 관리인이 반겼다.“대공, 어서 오세요.”관리인으로 이곳으로 와 있는 사람은 베네룩스의 귀족인 패트릭 남작이다. 전에 귀족회의 때 만난 구면이라 최태욱은 반갑게 악수하며 말했다.“어떻게 여기까지.”“대공께서 태어난 한국에서 살고 싶어 이주 신청을 하던 차에 용왕궁에 관리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오게 됐습니다.”“그럼 완전히 국적을 옮긴 거요?”회1/13 쪽등록일 : 13.01.04 12:08조회 : 3653/3670추천 : 88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그렇지는 않고 이중국적입니다.”“아~! 그렇군요.”패트릭은 30대 중반으로 가족들과 같이 이사를 왔다. 부인인 수메르는 오래전 독일로 간호사로 가서 독일 남자와 결혼해 브뤼셀에서 정착했던 혼혈이다. 용왕궁은 전에 비해 많이 변해 있었다. 담장도 상당히 높아지고 감시카메라가 줄지어 설치되어 있었다. 새로 부속건물을 지어 실내수용장도 만들어 두었다. 철골시멘트로 사각형으로 지어놓은 건물 외형을 완전히 다시 화강암이나 대리석으로 치장해 웅장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1층의 응접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자 패트릭은 그동안 전달하지 못하고 있던 소식을 보고하고 있었다.“대공, 본국의 의회에서 이번에 대공을 대장으로 올렸습니다.”“그래요? 이제 나 때문에 장군들의 진급에는 지장이 없겠군요.”“그렇습니다. 그동안 대공이 진급하시지 않으려고 해 국방부에서는 곤란한 점들이 많았었습니다.”2/13 쪽

    계급이라는 것이 최태욱에게는 별로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타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급시켜야 될 필요성이 많아 결국 그렇게 올려놓은 것이다.  관리인으로 부임한 패트릭은 파견근무로 나온 주한 베네룩스 대사관의 무관인 중령이다. 대사관에는 대령이 무관으로 있고 패트릭은 그 아래인 셈이다. 그러나 용왕궁의 관리인이란 직책은 대사와 격이 같아 사실상 대사관의 무관은 패트릭의 휘하에 있는 군인이라고 볼 수 있었다.관리인으로 패트릭이 부임하게 되자 이곳 용왕궁은 사실상 베네룩스 대사관의 별관과 같이 관리되고 있었다. 그래서 경호원이나 경비원들은 모두 베네룩스 군인들이다. 일부는 순수한 베네룩스 출신이고 일부는 한국출신으로 베네룩스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해병대원이다.패트릭은 이내 다시 보고했다.“대공, 한국의 대통령이 만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하죠?”“어디서 만나자고 하던가요?”“대공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고 다 좋답니다.”3/13 쪽

    “그래요? 대통령께서 여기로 오시기는 그렇고 나도 청와대로 굳이 들어가고 싶지 않으니 남산의 안전기획부에서 만나자고 하죠. 그리고 국방부 장관과 안기부장도 같이 만나고 싶다고 전하고요.”“알겠습니다.”최태욱은 변하기는 했지만 이집의 터는 아버님이 자신에게 물려준 돈으로 처음 마련해서 그런지 내 집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베네룩스의 스텐 성이나 카리브 주의 진주 궁이나 혹은 총독 저택은 그저 마치 회사와 같은 느낌이 들어 편치 않았다.    최태욱이 대장 진급에 대해 별로 이의를 달지 않고 그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패트릭은 피닉스 여왕으로부터 지시 받은 대로 얼른 서류를 내밀었다.“대공, 여기에 사인을 해주세요.”“뭐죠?”“본국에서 대공께 부여한 공직을 수락하는·······.”“어디 봅시다.”패트릭이 내미는 서류는 여러 장이다. 전에 가지고 있다가 버린 직책이나 혹은 헌법4/13 쪽

    이 바뀌어 새로 생긴 정부조직법으로 생겼으나 최태욱이 거절해 아직도 공석이던 자리들로 취임한다는 서류들이다.베네룩스 왕국 안보위원장, 카리브공작, 왕실후견인, 왕실재정 관리관, 귀족원로회의 위원장, 베네룩스와 덴마크 합동해군 총사령관, 카리브해 총사령관, 피닉스 주 총독, 앤틸리스 제도 주의 총독, 아루바 총독에 대한 취임승낙서이다.  서류들을 넘겨보던 최태욱이 사인을 해주고 나서 말했다.“복잡하군요.”“그렇지 않습니다. 전에 항상 하시던 직책인데요.”“그런가요.”듣고 보니 사실 오래전부터 서류에 있는 직책에 해당하는 업무는 감당하고 있었다. 최태욱은 여전히 패트릭의 손에 서류가 들려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그건 뭐요?”“이건 폐하와 대공주님과 동시에 약혼한다는 서류입니다.”5/13 쪽

    “그래요? 그게 가능하게 법이 바뀌었나요?”“예, 헌법을 바꾸며 왕실의 경우는 중혼을 예외로 한다고 만들었습니다.”최태욱은 이런 말에 패트릭에게 말했다. “그래도 대공주와 약혼은 아직 때가 아니니 여왕과 약혼하는 서류나 주시오.”“넷!”최태욱은 설악산이나 강원도를 돌아다니며 결심했다. 자식이 있는 여자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싶었다. 그렇다고 그 여자의 행실이 이상한 것도 아니고 자신과 사이가 완전히 갈라진 상황도 아니니 결국 결혼하기로 결정했다.전에 만난 정인성 박사의 말대로 아들과 사이가 벌어지면 자신이 고심해서 이룬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변할 수 있었다.  설사 그것이 아니더라도 견우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에 결국 피닉스 여왕과 결혼하기로 한 것이다.  사인을 하고 나서 최태욱은 결혼예정일로 7월7일로 적어 주었다. 그러자 패트릭이 눈을 크게 뜨며 놀라 급하게 확인했다.6/13 쪽

    “올해에 하실 겁니까?”“예, 그러니 본국으로 연락하고 견우 돌잔치를 겸해 간단하게 귀족들만 불러서 식사나 초대하는 정도로 준비하라고 하세요.”“알겠습니다.”오래 미루던 결정을 해서 그런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 생각하면 조금 전에 사인한 내용으로 인해 최태욱은 이제 베네룩스 왕국의 1인자가 된 것이다.그리고 카리브 공작이라 카리브 주를 일종에 공국과 같이 완전한 자치권이 주어진 것이다. 군사권이야 카리브 총사령관으로 행사하고 외교권은 총독을 겸직하기 때문이다.패트릭은 사인을 받자 급하게 별관에 있는 통신실로 달려가고 있었다. 원본이야 외교 행랑으로 보내겠지만 피닉스 여왕에게 복사본을 팩스로 보내기 위해서다.더구나 이런 결정으로 최태욱은 이제 국왕의 예우를 받아야 한다. 주한 베네룩스 대사관에도 복사본을 팩스로 보내고 전화하고 있었다.  다음날 최태욱은 패트릭을 대동하고 남산의 안전기획부를 찾아가고 있었다. 완전히 7/13 쪽

    외부와 차단되는 기밀실로 들어가 최태욱은 대통령을 만났다.이미 주한 베네룩스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국왕, 약혼을 축하합니다.”“감사합니다. 하지만 공작이 국왕은 아닙니다.”“그거야 국왕이 너무 겸손해서 그렇죠. 인구 3만명에 불과한 나라도 국왕인데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 공국이면 당연히 국왕이죠. 더구나 장차 아내 될 사람이 여왕인데요.”비공식과 공식의 차이는 분명 있었다. 최태욱은 이제 막후 실력자가 아니고 공식적으로 베네룩스의 1인자인 것이다. 국민평균소득이 무려 3만불에 달하는 인구 3천만명의 왕국이니 전에 불리던 강소국이 아니고 명실상부한 강대국이다.대통령은 먼저 베네룩스 왕국에서 보내온 20억불에 대해 물었다.“보내주어 받기는 했지만 함부로 사용할 돈은 아니라 국왕과 상의해보려고 만나자고 했소.”“아, 그거요. 제가 간섭할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각하께서 꼭 제 의견을 듣8/13 쪽

    고 싶다면 저는 지금 미국과 논의되고 있는 용산의 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비용으로 사용하시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물론 모두 그곳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반은 미군 기지를 이전한 용산에 문화 공간을 만드는데 사용하면 제일 적절하다고 봅니다.”이렇게 말하자 대통령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해군에서는 이 돈으로 함정 구입비로 쓰고 싶다고 하고 베네룩스에서도 그런 의도로 보낸 것으로 아는데·······.”“저도 그건 압니다. 하지만 함정 구입비는 다른 곳에서 충당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현재 국립박물관으로 사용하는 건물을 철거하고 경복궁 복원과 새로운 박물관 등을 용산에 만드는 것이 제일 좋다고 봅니다. 그곳에 전쟁박물관도 건립해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해도 좋고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최태욱은 이제 문화 사업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무기가 좋아도 그것을 사용하는 군인들이나 국민들의 정신이 흐리면 별로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각하,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될 이전입니다. 지금은 이전이 쉽지만 나중에는 미국이 쉽게 이전하지 않겠다고 하면 더욱 많은 자금이 소요됩니다.”9/13 쪽

    “무슨 소리인지 알겠소.”한국이 점점 부자가 되면서 미국에서 은근히 주한 미군의 주둔비용을 떠넘기려는 의도를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용산의 넓은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마땅치 않아 고민 중이었다.최태욱의 조언처럼 하게 된다면 문화 사업도 투자되는 것이다. 어차피 국방비에서 소요될 미군 이전비용이니 보내준 나라의 의도와도 부합된다고 판단했다.이어서 최태욱은 해군력 강화에 대해 말했다.“각하! 일본과 아직은 정면으로 경쟁해야 우리가 불리합니다. 일본을 코너로 더 이상 몰면 미국이나 유렵에서 자신들이 괴롭게 되니 우리나라를 오히려 나무라며 등을 돌리기 쉽습니다. 그러니 적당히 헤이그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알겠소. 그럼 그렇게 하지요.”“그리고 일본에서 지불하는 전쟁보상금으로 해군력을 강화하면 그것을 탓할 국민은 없을 것이고요. 그러면 국회에서 세운 예산과 별도로 추경예산으로 집행이 가능합니다.”10/13 쪽

    “그렇겠군요.” “다만 평화협정을 조인할 때 문구는 반드시 거대해협의 해전이라고 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대마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이 더욱 명확해 지니까요.”거대해전으로 인해 일본과 한국은 여전히 외교적으로 마찰이 많아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었다. 포로들 역시 100명이 그대로 잡혀 있었다.북한 잠수함 1척 일본 잠수함 3척은 모두 인양되어 전시되었다. 북한잠수함을 목포해양학교 근처에 마련된 전시관으로 보내졌다. 또한 진해의 경우는 해군사관학교로 보내지고 옥포는 옥포해전 기념관으로 보내게 되었다. 부산의 경우 한국해양대학교 옆으로 보내 전시되고 있었다.모두 일반인들이 쉽게 관람할 수 있고 근처를 지나가는 선박에서도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두고 있었다.이런 일은 절대로 일본의 침략 행위를 잊지 말자는 안보교육의 일환으로 하게 된 조치다. 일본으로는 치욕스럽기 그지없고 자신들의 치부를 세계만방에 보이는 꼴이다.그것을 막아보려고 잠수함을 인도해 주면 그 대신 잠수함을 건조할 충분한 돈을 준다고 했지만 한국정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최태욱은 자신이 그동안 구상한 생각을 말하고 있었다.11/13 쪽

    “각하, 서울에 산발되어 있는 인쇄소를 모조리 파주 정도로 이전하도록 하세요. 사실 인쇄업이란 폐기물이 많이 나와 환경오염이 아주 심합니다. 그러니 그쪽에 정화시설 만들고 이전해 버리면 적당하다고 봅니다. 물론 이전하는 부지는 모두 아파트나 상가 부지로 활용하도록 해주면 다들 돈이 남으니 이전할 것이고요. 그러면 그 역시 문화 사업의 발전을 가져 온다고 봅니다.”“그렇겠군. 이전하려면 지금이 적기인 것은 틀림없어.”마침 한강하류의 준설을 대규모로 하기 때문에 이전 시기가 적당하다고 판단해 권하고 있었다. 파주 지역은 서울과 가깝지만 북한의 공격 위험이 많아 발전 속도가 더딘 곳이다. 어차피 서울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니 신도시는 계속 건설하는 수밖에 없었다.지방 발전을 위해 공장들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고 지방 대학을 육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 경제와 행정의 중심이니 서울이라 인구가 몰리고 있었다.      최태욱이 안전기획부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북한의 동향 때문이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로는 이제 도저히 한국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장거리 미사일이야 한국도 이미 카리브에서 같이 개발하고 있지만 핵무기의 경우는 개발할 생각이 없었다.     12/13 쪽

    그로인해 최태욱은 그런 정보를 말해주고 아주 은밀하게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공작을 벌이자는 것이다.그래서 최태욱은 안기부장에게도 부탁했다.“북한의 동향을 꼭 베네룩스 중앙정보부로 통보해 주세요. 그리고 얼마 있으면 카리브의 우주항공기지에서 통신 첩보 위성 둘이 발사되어 그 중에 하나는 한반도 상공에서 항상 감시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그 사진 자료를 분석할 부서를 별도로 만들어 두시기 바랍니다.”“그게 정말입니까?”“제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인공위성은 발사될 겁니다. 미국이 얼마나 좋은 영상을 전송하는지 모르지만 그런 정도의 영상을 보낸다고 봅니다. 아무튼 유럽 최고의 기술력으로 찍어서 보내니 그렇게 아시고요.”“알겠습니다.”최태욱은 이런 말을 전하고 나서 대통령과 헤어져 SG 미디어로 가게 되었다. 이제 공무에 해당하는 업무가 끝났으니 자신의 기업을 돌아보고 유럽으로 떠날 생각이다.13/13 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