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56화 (356/657)
  • < --  [나비효과]  -- >뉴욕의 자동차 시장에는 각국에서 모여든 많은 자동차 전시장이 있었다.“와글 와글.”전날과 같이 사람들이 전시장에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새해가 되자 신차를 구입하려고 모여든 것이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 혼자, 닛산, 스즈키, 미쓰비시 등의 매장들도 직원들이 출근하자 문을 열었다.도요타 자동차판매장의 직원들은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오늘도 전년도처럼 많은 고객들이 찾아와 계약을 하게 된다고 판단하고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었다. 긴장하며 준비하기 바쁜 이유는 고객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 혼란스러웠던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문을 열어도 고객들이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어? 고객들이 왜 안 오지?”일찍 출근해 고객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해 기다렸지만 계약을 약속한 고객도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 해약을 하러 찾아온 고객들만 몰려오고 있었다.회1/13 쪽등록일 : 13.01.03 12:34조회 : 3638/3653추천 : 101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계약을 취소하러 왔소.”“고객님, 그러시면 손해가 납니다. 그 승용차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종류로 사시면 어떤가요?”“필요 없소. 계약이나 취소해 주시오.”처음에는 그런가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미 출고된 승용차를 가져와 반품하겠다는 고객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판매장의 직원들은 이것이 심상치 않은 일이라고 판단했다.미국의 경기가 그리 나쁘지도 않은 상황에 이런 일이 벌어지자 지점장은 급하게 다른 매장으로 가보고 있었다.“어라, 여기도 고객이 없네.”“큰일이야. 미국 국민들이 우리나라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한다고········.”“뭐라? 그게 정말인가?”“그렇다니까. 태평양 전쟁의 희생자 유족들이 불매 운동을 시작하더니 벌써 LA에서는 반품 사태가 시작됐어. 여기보다 더 빨리 문제가 생겼어.”2/13 쪽

    반품운동도 벌어지고 불매운동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 여파는 하나의 회사만 아니라 모든 일본 자동차 판매장에서 동시에 벌어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의 수출 주력 상품인 가전제품 매장들도 거의 마찬가지로 변하고 있었다.그러나 직원들은 심각하게 생각하면서도 한가해진 매장의 청소를 하며 고객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고객들은 오지 않고 있었다. 10여일을 이런 상태로 보내다가 드디어 안 되겠다고 판단한 일본 직원들이 시장 조사에 나서고 있었다.당연히 자신들의 매장을 찾아 올 것으로 보았던 고객들은 모두 한국이나 프랑스의 자동차 매장에서 우글거리고 있었다. 고급 승용차를 선호하는 고객은 당연히 미국의 자동차 매장으로 가고 있었다.“큰일입니다. 이러다 망하게 생겼습니다.”“빨리 본사로 연락해.”“이미 연락해 봤지만 본사도 지금 난리가 아닙니다. 자동차를 선적한 운반선이 반품 사태로 인해 출발하지 못하고 있답니다.”“뭐라? 그렇게 심각해?”3/13 쪽

    “예.”일본의 자동차 회사는 미국으로 수출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판매량이 급감하게 생겼다. 일본을 전범 국가로 규정한 유엔의 결의는 큰 여파로 세계시장을 뒤흔들고 있었다.자동차나 가전제품에서 조금만 이상이 있으면 반품을 받는다고 계약되어 인수해간 고객들은 우르르 몰려와 반품하고 있었다.“이 냉장고는 냉동이 잘 안됩니다.”“고객님, 이제 가져오면 안 됩니다.”“무슨 소리요. 나는 물건 돌려 줬으니 앞으로 대금청구서를 보내지 마시요.”자동차의 경우 반품이 조금 덜하지만 가전제품의 반품 사태는 줄을 잊고 있었다.미국에서 불매운동이 시작되자 캐나다, 호주, 동남아시아, 인도 그리고 중동에서도 규모나 파급 효과는 다르지만 거의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일본의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미국이나 세계 시장의 점유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다.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동시에 그런 빈자리에는 한국제품들이 슬며시 잠식해 버리고 4/13 쪽

    있었다. 그리고 미국제품이나 유럽 제품이 매워주고 있었다. 그래도 일본은 자신하고 있었다.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 사람들의 흥분만 가라앉으며 다시 일본 제품을 찾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자, 힘내서 청소 잘하고 고객들이 오시면 더 깊이 고개 숙이고 정중하게 대해.”“알겠습니다.”매장으로 고객이 찾아오지 않으니 다들 하루 종일 일렬로 서서 깊숙하게 고개를 숙이는 연습만 주구장창하고 있었다.“아이고, 허리야.”“미치겠네. 이러나 우리 직장 사라지는 것 아냐?”“아무래도 다른 일자리 찾는 것이 좋겠어.”일본의 회사들에 입사한 미국인들은 슬슬 다른 일자리를 너도 나도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니 사무실도 정상적으로 업무가 잘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사무실 분위기는 점점 초상집 분위기로 바뀌고 있었다.불매운동의 여파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국한하지 않았다. 다른 일본 제품도 모조리 5/13 쪽

    수출의 길이 막히고 있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의 경우도 대만이나 한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일본 반도체가 팔리고는 있지만 그것은 이미 계약해 납품되는 수량 이외에는 새로운 계약은 모조리 중단된 상태다.   해외로의 수출길이 막힌 일본의 전자회사나 자동차 회사들은 국내에서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벌이는 수밖에 없었다. 한 회사가 세일을 시작하자 다른 회사도 덩달아 가격을 다운해 신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이렇게 팔면 다 같이 망하는데?”“별수 없지 않아. 수출이 어려우니 국내 소비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 않나?”새해가 들어 불과 반달도 지니지 않아 모든 판매량은 30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니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공장의 가동을 대폭 줄여야 할 판국이다. 이런 위급한 사태는 일본 국민들의 피부에 저절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국민들은 소비를 대폭 줄이고 말았다. 그러니 일본경제는 완전히 추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TV방송에서는 경제학자들이 나와 열불을 토하고 있었다.“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어요. 드디어 소액주주들의 투매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소비는 미덕이니 쓰셔야 합니다.”6/13 쪽

    “어려운 때 소비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그렇지 않습니다. 어려우면 더욱 소비를 장려해 경제 흐름을 바꾸어야 합니다.”  아무리 유명한 경제학자가 각종 자료를 들고 어려우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내 소비라도 늘려야 된다고 설명해도 이를 바라보는 일본국민들이야 더욱 조여야 된다고 판단했다. “어려우면 조여야 되는 것은 상식이라고. 저 경제학자는 유능한줄 알았더니 진짜 요상한 논리를 펴는군.”“그거야 재벌들에게 뒷돈 받고 저렇게 말하는 거지.” 일본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과 대비해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부에서 전년도 수출실적이나 혹은 개인 평균소득을 발표하자 사람들은 모두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매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이제 12000불 소득이라니 우리 집도 자동차를 사야지.” 1만불을 넘었다고 예상했으나 그보다 더 높다는 수치가 발표되자 사람들은 이에 상7/13 쪽

    당히 고무되었다. 급격하게 소비 심리가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허세가 조금 많은 한국인들은 남이 사면 따라하는 경우도 있어 우르르 자동차 판매장으로 몰려가고 있었다.자동차 매장으로 찾아오게 된 부부가 자동차를 보며 신이 나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남들도 다들 자가용을 타니 당신도 기죽지 말고 멋진 자가용 타고 출근하세요. 구정에 새로 산 자동차 타고 친정에 가고 싶어요.”“그럽시다. 선물도 사서 장모님 만나러 갑시다.”“어머. 시부모님 먼저 만나러 가야죠.”“그래도 되나?”“당연하죠. 그래야 돼요. 그러면 아마 아버님이 자동차 값을 반은 내줄 겁니다.”전에는 외제 승용차를 타면 매국노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최태욱이 외제인 방탄리무진을 타고 다니는 영향으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또한 우리도 물건 팔아먹으면 그들 물건도 사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외제 승용차를 사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경우는 없었다.8/13 쪽

    단순하지만 국민들은 자신감에 이어 세계를 한 덩어리로 바라보는 열린 사고력이 저절로 생기고 있었다. 전에는 남의 나라 도움을 단순하게 수치로 생각했다. 이제는 필요하면 도움을 받고 나중에 보답을 해주면 된다는 식으로 변하고 있었다.전과 달리 자국산 제품이 잘 팔리자 그들 나라의 국민들은 다들 한국에 호의적일 수밖에 없었다.“이번 여름휴가에는 한국으로 여행을 가봐야겠어.”“그럽시다. 타이거 대공이 태어난 나라니 아마 멋질 겁니다.”“당연하지. 동양의 등불인 나라니 멋지지. 특히 제주도가 제일 멋있다고 하더군.”“여보, 설마 북한에서 공격하거나 아니면 일본에서 전쟁을 벌이지는 않겠죠?”“무슨 소리야? 타이거 대공이 지금 한국에 있는데 감히 어떻게 전쟁할 생각을 하겠어. 해보나 마나 한국이 이기는 전쟁인데. 부산에 그 잠수함들이 전시되어 있다니 가서 구경해야지.”“어머, 그것도 좋네요. 당신도 전에 잠수함 승무원을 했다니 한번 보고 싶네요.”“그럽시다.” 9/13 쪽

    부산 앞에서 잠수함이 격침되는 큰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세계인들은 오히려 한국으로 가서 관광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었다. 국가 이미지가 좋아지자 한국 제품의 수출이야 자연히 호조를 이를 수밖에 없었다.세계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강한 힘을 지닌 스포츠 스타에 열광한다. 그리고 섬세한 예술에도 매료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타이거 대공은 그 둘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그의 인기는 여전했다.누굴 좋아하면 그가 태어난 고향이나 그가 머무는 곳에 같이 머물고 싶어 한다. 그러니 레베이카 공주와 타이거 대공이 한국에서 보낸 관광지나 또는 숙박한 곳은 유명한 관광 상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그의 행적은 세계 언론사의 보도로 널리 알려지고 있었다.“부산 자갈치 시장도 레베이카 공주가 다녀갔다니 거기도 가봐야겠어.”“포항도 유명한가보죠?”“거기는 세계최고의 제철소와 세계 최강의 해병대 훈련소가 있으니 특별히 유명해. 그리고 부대도 방문해 체험을 해볼 수 있고.”10/13 쪽

    “재미있겠네요.”한국인들이야 의무 복무라 군대 생활이 지루하고 넌더리가 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닌 유럽인들은 군부대에서 보내는 체험은 그저 모험이나 관광의 일환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러자 새로 개항한 인천국제공항 역시 빠른 속도로 허브공항으로 발전하고 있었다.세계 최강이나 세계 최대 또는 세계 최초라는 것은 사람들을 매료시켜 보고 싶다는 충동을 주게 된다. 그렇게 되자 세계 최대라는 광양제철소나 또는 세계 최대의 간척지인 새만금사업장도 많은 해외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었다.“세게 최고니 기네스북에 올려야 하는 것 아냐?”“당연하지.”   글로벌 시대로 접어든 91년도는 이렇게 해서 세계를 향해 활짝 열린 사고력을 가진 한국 국민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있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현대와 대우 조선소에서 함정건조 내용을 공개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주한 인물이 타이거 대공으로 한국해군에게 모두 인도하는 것이 아니고 우방국에 판매하기 위해 건조한다는 것도 밝혔다.11/13 쪽

    “가격이 싸다던데?”“그렇다고는 하는데 단서 조항이 있잖아. 우방국이라고.”“아, 그렇군. 무기이니 우방국 이외에는 팔기는 힘들지.”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덴마크 왕국이다. 덴마크는 베네룩스와 해군을 합동군으로 운영하는 처지라 해군력 강화에 힘쓰고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 2개 함대는 유지해야 된다고 판단했다.“다른 나라에서 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사도록 합시다.”“그게 좋겠소. 아무리 합동군이라지만 너무 구식의 함정으로 베네룩스 함대 뒤를 졸졸 따라만 다닐 수는 없으니 우리도 같은 급의 함정을 보유하기로 합시다.”이렇게 되어 덴마크 해군은 이지스함 1척 프리키트 2척 코르베르 4척을 구입해 가겠다고 계약하게 되었다. 계약은 당연히 베네룩스의 국방부에서 담당하고 있었다.베네룩스 왕국에서 건조한 비용에 비해 15퍼센트 내린 가격으로 덴마크 왕국에 해군 함정을 넘겨주기로 했다. 12/13 쪽

    “급하다니 우리 해군이 사용할 함정을 먼저 인도해 가시오.”“좋습니다. 그렇게 하죠.”베네룩스 왕국에서는 제1함대에서 보유할 예정인 함정들을 덴마크로 모두 판매해 버린 것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얼마든지 한국에서 다시 인수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이렇게 되자 호주 정부도 슬며시 접근해 함정 인도를 요구하고 있었다.“우리도 우방국이니 파세요.”“우리 해군도 여유가 없어 보유하는 함정을 판매하기가 곤란하니 한국에 계신 대공을 직접 찾아가 협상해야 합니다.”“알았소.”호주는 일본의 해군력을 호의적으로만 보다가 거대해전 이후에 많이 변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호주로 침략하려던 일본의 야욕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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