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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49화 (349/657)
  • < --  [부산국제허브도시]  -- >최태욱은 대우조선소에만 이런 제안을 할 생각이 아니다. 일단 건조 능력이 되는 4개 조선소에 똑 같은 제안을 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유진병을 보며 말했다.“유 소장님은 국방부로 돌아가셔서 제가 방금 말한 조건을 전해 주세요. 그리고 다른 3개 조선소에도 같은 조건을 알려주고요.”“알겠습니다.”“해군함정 설계도는 일단 제가 제시한 조건으로 함정을 건조하겠다는 조선소가 결정되면 그때 베네룩스 왕국의 국방부에서 책임자가 와서 넘겨주게 될 겁니다.”“잘 알겠습니다. 이지스 함도 같이 넘기는 거죠?”“당연히 그래야죠.”최태욱은 두 사람에게 이런 정도만 말해주고 헤어지게 되었다. 중요한 군사 기밀이라 더 이상 이런 곳에서 논할 수 없었다. 사실 모험에 가까운 큰 사업이라 한국정부에서 받아들일지도 모르니 일단 나중에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회1/13 쪽

    등록일 : 13.01.01 00:21조회 : 3748/3764추천 : 87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서로 작별 인사를 하고 나서 최태욱은 서둘러 옥포해전기념관을 떠나 방탄리무진에 올라 옥포항으로 가게 되었다. 아직은 거제도와 부산을 연결하는 도로가 개설되지 않았다. 그래서 왔던 길을 다시 가야하니 기회에 배를 타고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를 가보기 위해서다.옥포항에 들려 우선 회집을 찾아가 식사하고 나서 최태욱은 지시했다.“에이트, 경호원들과 같이 도로를 따라서 부산으로 와! 나는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갈 것이니까.”“대공, 그러면 어디서 만나죠?”“낙동강 하구둑 입구에 있는 을숙도의 휴게소로 와서 무전으로 연락해. 같이 만나서 저녁 먹으면 되니 초행길을 너무 빨리 달려서 오지 말고.”“알겠습니다.”최태욱은 옥포항에서 유람선을 전세 형식으로 빌려 경호원 5명과 트레블과 같이 떠나고 있었다. 배를 타기 위해서는 간단한 신고해야 해 트레블이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러자 부두에 파견 나와 있던 파출소장이 급하게 다가와 경례하며 말했다. 2/13 쪽

    “충성! 대공을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반갑습니다.”“나를 전부터 잘 아는 것 같은데 누구지요?”“아, 절 기억하지 못하시는군요. 전에 30경비단에서 잠시 근무했었습니다.”“그런가요?”“중사로 전역하고 무술 경관으로 특채되어 근무하고 있습니다.”이렇게 자세하게 말하자 그제야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두 달 정도 같이 근무를 했었다. 최태욱은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혹시 여기가 고향입니까?”“예.”“돈은 있고요?”“예? 무슨 돈요?”3/13 쪽

    “여유 돈이 있으면 근처에 땅을 조금이라도 사세요. 앞으로 여기는 발전할 여지가 많으니까요.”“아, 그런가요. 잘 알겠습니다. 아내가 적금을 넣어 모아놓은 돈이 있으니 대공 말씀대로 사보겠습니다.”“꼭 성공하라는 법은 없으니 혼자만 알고 조용히 사세요. 공연히 내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으로 몰리기 싫으니까요.”“그렇군요. 입단속 잘하고 조심해서 사겠습니다. 저도 직업이 경찰이라 투기 사범으로 몰리면 직장 달아나니까요.”우연히 만난 처지지만 그래도 과거 자기에게 무척 충성스럽게 대하던 처지다. 조금은 살림을 돕고 싶어 조언해주고 있었다. 최태욱은 이런 말을 토하고 나서 이내 유람선에 올라 급하게 을숙도로 향하게 되었다.철썩! 철썩!뱃전을 두드리며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듣고 있는 중. 유람선에는 한창 조용필의‘돌아와요 부산항에’노래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노랫말과 어울리기 하늘에는 갈매기들이 수없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이 많은 선장4/13 쪽

    은 배를 조정하며 최태욱을 안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저도 최씨인데 설마하니 최씨끼리 무슨 일이야 없죠?”최수지와 스캔들이 너무 크게 소문이 퍼지자 해보는 소리다.“아, 그 이야기요? 아저씨께서 보기에는 제가 어떻게 했다고 생각하세요?”“저야 같은 집안의 처자를 대공께서 어찌했다고 보지는 않죠. 더구나 최참판댁의 집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사건이야 벌일 일도 없다고 봅니다. 더구나 대공주님도 옆에 계신데요.”“다행이군요. 어르신께서 저를 그렇게 생각하시니. 아무튼 최수지와 그날 밤에 맥주는 같이 마셨어요. 이런 저런 영화산업에 대해서 오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늦었던 겁니다. 그리고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다른 사람도 있었고요.”“그랬군요. 우리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요란스럽게 별소리 다하더군요. 제가 일본어를 알아 일본 방송을 가끔 듣는데 아주 요란법석으로 어떤 방송이고 똑 같이 떠들고 있더군요. 조금 전에도 일본의 라디오방송에서 특집으로 보도하고 그러더군요. 그놈들은 집안끼리 결혼을 허용하며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5/13 쪽

    “그야 두고 보면 알겠죠. 일본에서 왜 그러는지.”선장은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 가볍게 한숨을 토하며 말했다.“대공, 제 외아들 놈도 카리브로 이민을 떠났어요. 어부로 살다가는 평생 장가도 못 간다고요. 별로 재주가 없어 거기서 다시 해병대로 들어갔다고 하더군요.”“아, 그렇군요. 그럼 혹시 혼자 사세요?”“예. 마누라는 저세상으로 떠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어요. 저 같이 혼자 사는 늙은이가 가덕도에는 많습니다.”이런 말을 듣자 최태욱은 늙은 선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으로 인해 부자간에 같이 살지 못하게 한 것 같아서다.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이곳에서 유행하지만 아마도 늙은 선장의 자식을 그리는 애절한 마음 때문에 틀어 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마 거기서 장가를 가고 나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 올 수도 있겠네요.”“저는 그놈이 다시 돌아오기는 바라지 않습니다. 어디서 살던 저나 원하는 대로 예쁘고 참한 여자 만나 결혼해서 잘 살면 되지요.”6/13 쪽

    이런 말에 최태욱은 자신의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라 별로 연락도 안하고 지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야 그래도 남동생이 부모님과 같이 사니 덜하겠지만 늙은 선장은 외아들이라니 더 그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아드님 이름이 뭐죠?”“최대포입니다.”“이름이 조금 특이하군요.”“제가 너무 무식하고 625 사변 때 포병으로 근무하고 그래서 그 애의 불알을 보고 그렇게 지었어요. 아무튼 그게 유달리 커서요.”잠시 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에 유람선은 빠르게 가덕도 등대 옆을 지나고 있었다. 가덕도 북쪽에는 이미 신항만이 건설되어 있었다. 규모로 보아 기존의 항만 시설들 보다 몇 배는 커 보이고 있었다.‘저런 규모면 부산항은 허브 항구로 충분히 발전하겠군.’부산은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중국의 중심에 위치해 국제적으로 허브항구 역할이 기7/13 쪽

    대되는 곳이다. 물론 아직은 중국과의 교역이 많지는 않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레베이카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인천도 크던데 여기는 항구가 더 커 보이네요.”“그렇다고 봐야지. 인천보다 이 지역이 다른 나라와 교역할 때 거리상으로도 유리하니까. 그리고 수십도 깊어서 큰 배가 운항하기가 좋은 항구야.”“그렇군요. 일본하고도 가까워 더 그렇겠네요.”이윽고 유람선은 모래톱으로 형성된 을숙도의 왼쪽에 있는 선착장으로 도착하게 되었다.늙은 선장이 쓸쓸해 보여 최태욱은 트레블에게 지시했다.“팀장, 선장님에게 돈 좀 드려.”“대공. 얼마나 드리죠?”“은행으로 가서 찾으면 되니 저녁 식사 대금만 남기고 가진 돈을 모두 드려요.”8/13 쪽

    “알겠습니다.”최태욱은 주변보다 다소 높은 낙동강 하구둑으로 올라 을숙도의 생태공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최태욱은 을숙도를 구경하다 항공기 소리에 하늘을 바라보았다.쉬이익!마침 대한항공의 보잉747 여객기가 김해 공항으로 착륙하고 있었다. 원 역사와 달리 을숙도를 가로지르는 남해 제2지선 고속도로도 하구언에서 불과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건설되어 있었다.아마도 김해공항을 대폭 확장하자 원 역사와 달리 뚫린 것 같았다. 계속 모래톱 지역을 매립해 남쪽으로 발전하는 중이니 사실 이런 식의 남쪽으로의 도로개통이 더욱 좋아 보였다.김해국제공항은 이미 4배 이상 확장된 상태라 앞으로 물동량이 대폭 늘어도 충분하게 소화할 규모다. 을숙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새도래지라 사실 공항과 가까워 별로 좋지는 않았다.하지만 하구언 북쪽의 모래톱지역은 그것을 방비하기 위해서 인지 많이 사라져 있었다. 최태욱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먼 길을 돌아서 오게 된 추동팔이 다가와 보고9/13 쪽

    했다.“대공, 한국정부에서 드디어 격침된 잠수함들의 정체를 밝혔습니다.”“그래? 북한과 일본이라고?”“그렇습니다. 북한은 그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안 하고 일본 정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우리 함대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영해를 침범했더라도 격침은 너무 과한 처사라고요.”“그래서 한국 정부서는 뭐라고 답하고?”“국방부에서 일본 해상자위대는 침략행위를 했다고 비난하며 함부로 남의 나라 영해에 잠수함으로 침공한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어차피 이후의 진행이야 베네룩스 왕국에서 나설 사건이 아니다. 한일 간에 외교적으로 결국 해결될 것으로 판단한 최태욱은 늦게 도착한 경호원들과 합류해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식사를 끝낸 최태욱 일행은 바로 이동해 해운대로 향하게 되었다. 어차피 신분도 노출된 상태고 계속 숙박하는 장소가 허름해 약간 거북스러워하는 레베이카 때문에 호텔로 가기로 했다.10/13 쪽

    해운대 관광호텔에 투숙하고 나서 다음날 일찍 움직이려고 하는 중에 트레블이 급하게 보고했다.“대공, 현대의 정 회장님과 대우의 김 회장님이 같이 찾아 왔습니다.”“그래? 그럼 여기로 오시라고 해.”“넷!”최태욱은 두 회장과 같이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김 회장이야 나중에 망해 별로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전생까지 살아남은 현대의 정 회장은 조금 호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거야 그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고 대우그룹은 여전히 건실하게 발전하고 있었다.최태욱은 이곳으로 와서 암호문서로 이지스함과 구축함에 대한 건조비용의 내역서를 받았다. 그래서 내역서를 두 회장에게 넘겨주고 나서 말했다.“이미 대부분의 건조비는 알려져 있으니 두 분께 숨기고 싶지도 않고 사실 그대로니 한번 검토해 보세요. 그리고 얼마 정도 싸게 건조가 가능한지 나중에 말씀을 해주세요.”11/13 쪽

    최태욱이 이렇게 말하자 정 회장이 물문곡직 내역서를 보지도 않고 너무 쉽게 답하고 있었다.“무조건 이 내역서에 나타난 금액에서 20퍼센트 싸게 건조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모두 우리 두 조선소에게 물량을 모두 넘겨주기 바랍니다.”이렇게 답을 해버리자 김 회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응수했다.“정 회장님, 저와 올 때 약속한 내용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20퍼센트를 내려서 수주를 하시겠다니요?”아마도 두 사람은 같이 오면서 나름 밀약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정 회장은 20퍼센트를 내려서 수주해도 승산이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해 과감하게 약속과는 다르게 가격을 내려 버린 것이다.두 사람의 행동을 바라보전 최태욱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두 분 모두 외상인 것은 아시죠?”최태욱의 물음에 정 회장이 나서서 답했다.12/13 쪽

    “그거야 이미 알죠. 내가 무작정 가격을 내리는 건 아닙니다. 베네룩스와 우리나라의 인건비 차이를 생각하면 더 내릴 수 있지만 군함의 경우는 장착할 장비나 무기 때문에 더 내리기 곤란해 그런 정도로 깍은 겁니다.” “외상이라 소요 자금의 이자는 어떻게 하시고요?”“그야, 정부에 특별히 저리 자금을 신청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면 최소한 본전치기 장사는 된다고 봅니다.”“아, 그런 방법으로 해결하실 생각이군요.”두 회장의 사업 스타일이 조금은 달랐다. 그러나 대우의 김 회장도 조금은 아쉬움이 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털고 시원스럽게 답해 주었다.“좋습니다. 정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희도 같은 조건으로 수주해 보겠습니다.”  최태욱은 두 회장의 대답을 듣고 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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