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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48화 (348/657)
  • < --  [부산국제허브도시]  -- >[부산국제허브도시]거제도의 동쪽에 위치한 옥포항으로 도착한 최태욱은 옥포공원 주변에서 주차했다. 평상복을 항상 입고 다니던 최태욱은 추동팔에게 지시했다.“예복을 준비해!”“넷!”이곳에 기념관이 세워진 것도 사실은 조금 빨랐다. 대우의 옥포조선소 발전이 그만큼 빨라져서 주변 환경도 달라진 것이다. 옥포해전 기념관에는 기념탑이며 참배단, 옥포루, 기념탑들이 같이 있었다.최태욱은 서둘러 예복으로 갈아입었다. 남들에게 알리고 공식적으로 하는 참배가 아니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다. 물론 평상복에 해당하는 양복을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해군제독의 군복이 조금 더 예의를 표한다고 생각해서다. 평상시는 그리도 허세나 또는 이런 격식에 대해 기피하는 행동을 보였지만 오늘 만큼은 달랐다.회1/13 쪽등록일 : 12.12.31 20:07조회 : 3742/3759추천 : 70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방탄리무진 안에서 옷을 갈아입으려니 다소 불편했다. 레베이카 공주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자 레베이카도 슬며시 따라서 예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같이 참배하고 싶어요.”“그렇게 해.”두 사람이 화려한 예복으로 갈아입고 방탄리무진 안에서 밖으로 나왔다.찰칵! 찰칵! 갑자기 여러 명의 사진기자가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으며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최태욱은 귀국한 이후에 강경 집에서 두문불출하자 언론사는 그동안 무관심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인기여배우인 최수지와 스캔들이 터지자 최태욱의 행보에 관심을 보여 급하게 따라온 것 같았다.막 대학을 나온 것으로 보여 무척 여리게 생긴 여기자가 경호원들이 접근을 막는 중에 크게 외쳤다.“대공, 한 말씀하시죠?”추운 겨울에 벌어먹고 살자고 여기자가 코가 빨개져서 경호원에게 매달리는 것이 안2/13 쪽

    쓰러워 보였다. 최태욱은 쉽게 대답해 주었다.“그럽시다. 시간 없으니 기념관으로 가면서 이야기하죠. 이리오세요.”“감사합니다. 대공.”최태욱은 신문기자들에게 따라오라고 하고 천천히 옥포대첩기념탑으로 향했다. 신문기자들은 레베이카가 옆에 있으니 정작 알고 싶은 여배우와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함봉하고 다른 질문을 했다.젊은 여기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 경남일보의 한영진입니다. 대공께서 특별히 이곳을 오신 이유가 있나요?”“예, 대우조선소도 구경하고 잠시 옥포해전기념관으로 가서 이순신 장군 영정에 참배하려고요.”“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3/13 쪽

    여기자의 물음에 최태욱은 가부를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답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공식적으로 한국정부에서 일본 잠수함의 격침사건에 대해 발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자도 해역에서 침몰당한 킬로급 또는 하루시오급에 해당하는 잠수함은 일본해상자위대 소속이 분명했다. 한국 해군에서 수거한 부유물이나 혹은 해군잠수부들이 들어가 확인했다. 그 결과 일본의 하루시오급 잠수함이 확실하다고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보고 받았다.‘죽일 놈들······. 감히 또 그런 도발을 해오다니.’최태욱이 옥포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먼 옛날 임진왜란 당시 외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곳 옥포에는 대우그룹에서 조선소를 건설해 그 또한 의미가 있었다.임진왜란이 발발하고 나서 일본 해군에게 패배만 하다가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함대는 옥포 포구에 정박하고 있는 적선 50여 척을 발견했다. 이를 동서로 포위해서 포구를 빠져나오려는 적선들에게 맹렬히 포격을 가해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이 싸움의 결과 아군은 별로 피해가 없이 적선 26척을 격침시키는 큰 전과를 올려 최초의 해전을 승리로 장식하였다.400년 전에 이순신 장군이 일본해군을 상대로 승리하듯이 자신의 휘하인 베네룩스 4/13 쪽

    기동함대가 드디어 일본의 잠수함을 격침시켰다. 이제부터 일본과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정면으로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임진왜란 당시 첫 해전이자 첫 번째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은 자신과도 연결된 것 같은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그래, 일본 놈들을 봐 줄 것 없다고.’역사는 반복되거나 또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기도 한다고도 한다. 무려 400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과 일본의 위치가 바뀌었다. 임진왜란 당시는 일본이 유럽의 도움을 받아 조총으로 무장해 조선을 공격했다. 지금은 그와 반대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막상 이렇게 생각하니 임진왜란 당시 조선은 중국의 명나라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양상이 달라지게 생겼다.‘혹시 일본 놈들이 중국과 손을 잡고 한국에게 압박을 가하려나? 그럼 우린 미국과 손을 잡는 것이 순서인데. 그게 최선일까?’최태욱은 잠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여기자가 묻은 질문에 답해주고 있었다. 대부분 한국에서 뭐하며 지냈냐는 소소한 사생활에 대한 질문이다. 갑자기 외부 활동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대공, 제가 그동안 듣기에는 귀국해 조용히 지내다가 출국하신다는 것으로 아는데 5/13 쪽

    왜 갑자기 전국을 순회하고 다니시는지요?”“세상이 너무 어지러워 저를 편하게 쉬도록 가만히 놔두지를 않네요.”“어머, 세상이 어지러워요.”“예, 국제 정세가 생각보다 조용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런 때 마냥 놀고만 있을 처지가 아니라 움직이는 겁니다.”최태욱의 대답에 여기자는 슬며시 레베이카를 보며 물었다.“공주님이 뭔가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 것 같군요.”“그렇다고 봐도 됩니다.”이런 대화를 나는 중에 어느새 기념관으로 도착했다.최태욱은 기념관에 있는 참배단에서 향을 피우고 모자를 벗고 큰 절을 올렸다. 물론 거수경례만 해도 충분하지만 꼭 절을 해야 될 것 같았다. 영정 앞에 넙죽 절하고 엎드린 상태에서 속으로 중얼거렸다.‘장군님, 제가 한국 해군을 제대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6/13 쪽

    최태욱은 이렇게 다짐하고 나서 그제야 천천히 일어났다. 최태욱이 절하니 레베이카도 따라서 절하다가 뒤로 벌러덩 넘어지는 사태도 있었지만 그런 모습이 최태욱에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나름 한국의 풍습에 적응해 보려는 심성이 예뻐 보인 것이다.‘레베이카는 나 같은 남자를 만나 사랑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할거야.’최태욱이 참배를 마치고 주변을 돌아보다가 옥포루에 올랐다. 그가 옥포루에 오르자 신문기자들은 따라서 오르지 않고 멀리서 사진 촬영만 했다. 이유는 경호원들이 신문기자들이 옥포루에 오르는 것은 말리고 있었다.“두 분이 조용히 있도록 해주세요.”“알았어요.”기본적으로 독자들이 궁금하게 생각하고 어느 정도 알고 싶은 대답은 모두 들었다. 그래서 기자들은 이제 멋진 사진만 찍어 가면 된다고 다를 판단했다. 마음이 급한 기자들은 먼저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뭔가 다른 정보를 얻어야 돼.’7/13 쪽

    한영진은 나름 다른 신문사 기자들 보다 더 좋은 기사거리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 다들 떠나도 혼자 남아 있었다.최태욱은 옥포루에서 대우 조선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옥포만에 건설된 조선소에서는 수많은 대형 선박들이 건조되고 있었다. 수십만톤에 달하는 대형 유조선이나 각종 대형 선박들의 건조로 바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최태욱은 뭔가 가슴 속에서 불쑥 치미는 것이 있었다.‘한국도 대형 군함을 건조할 기술력은 충분히 있는데 돈 때문에 해군력을 키우지 못하다니······.’과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도 아마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국력은 무엇보다도 경제력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 실감나고 있었다.최태욱은 조선소를 바라보며 방금 영정 앞에서 맹세한 내용을 되짚어 보고 있었다.‘어떻게 획기적으로 해군력을 키우지? 내 돈을 다 줘서 키울 수도 없고?’최태욱은 해군력을 키우기로 굳게 다짐했지만 쉬운 사업은 아니다. 한국정부에서도 자금이 없어 해군력을 더 이상 빨리는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 개인의 힘으로는 참으로 어려워 보였다.8/13 쪽

    자신을 따라 오게 된 베네룩스 기동함대는 언제까지 한국영해를 지켜주지는 않으니 한국 해군이 스스로 영해를 지킬 능력을 가질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래야 사실 정상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강대국 틈에 낀 나라로 자주 국방이라는 것이 정말 힘들군.’일본이나 중국이 너무 강한 군사력을 지녀서 해보는 생각이다. 죽기 살기로 군사력 증강에 매진하는 북한도 사실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최태욱은 다소 심란한 마음으로 누각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자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레베이카는 오돌 오돌 떨면서 말했다.“오빠, 저는 차에 가서 있을게요.”“그래, 나는 생각할 것이 있으니 먼저 차에 가서 기다려.”   “오빠, 추우니 바로 내려오세요.”“알았어.”추워서 몸을 웅크리던 레베이카는 서둘러 누각에서 내려와 리무진으로 향하고 있었다.9/13 쪽

    이때 숨을 헐떡이며 건장한 남자들이 누각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경호원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트레블과 같이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만나야 되는 사람들 같았다.누각에 먼저 오른 트레블이 급하게 보고했다.“대공, 대우조선소의 이진홍 전무와 국방연구소의 유진병 소장입니다.”“그래? 그럼 저기 여기자를 멀리 물러나게 해.”“넷!” 아무래도 중요한 대화를 나누게 될 것 같아 우선 누각 주변에서 서성이는 여기자를 멀리 보내도록 지시했다.두 사람이 누각에 올라오자 악수를 나누고 나서 최태욱이 물었다.“무슨 일로 저를 만나러 왔어요?”“대공, 추자도 잠수함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죠?”“예, 일본과 북한의 잠수함이라고 보고하더군요.”10/13 쪽

    “대공께서 내막을 아신다니 이야기기를 하기가 편하겠군요. 정부에서는 이번 잠수함 침투사건을 계기로 6천톤급 구축함과 1만톤급 이지스 구축함 건조를 서두르기로 했습니다.”“그래요? 그럼 베네룩스에서 함정의 설계도가 필요해서 저를 찾아 왔나요?”“그렇습니다. 예산 관계상 우선 각각 1척씩만 건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이런 이야기를 듣자 최태욱은 물었다.“해군에서는 어떤 규모의 해군 함정을 보유할 계획인가요?”최태욱의 물음에 유진병 소장이 즉시 답해 주었다.“해군에서야 4개 함대를 생각하고 있죠. 함대 당 1만톤급 이지스 구축함 1대와 6천톤급 구축함 2척을 생각하지만 예산이 없으니 이지스 함은 2년에 1척 그리고 구축함은 1년에 한척 정도 건조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 해군의 4개 함대 구성은 나중에나 완성되겠죠.”최태욱은 이런 대답에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계획이라면 앞으로 5년 이상11/13 쪽

    은 지나야 가능한 해군력 증강 계획이다.   일단 한국의 조선소에 대한 현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결정하게 생겨 최태욱은 이진홍 전무에게 물었다.“설계도를 주면 이지스함이나 구축함을 건조할 능력이 있는 조선소는 어디 어디죠?”“현대, 대우, 삼성, 한진은 충분히 건조할 능력이 됩니다.”“그렇군요.”4곳의 조선소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자금만 조달되면 2년이면 한국해군이 요구하는 함대들을 모두 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금이 문제라 최태욱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자금에 여유가 있는 조선소는 외상으로 함정의 건조도 가능하지 않나요?”최태욱의 물음에 이진홍 전무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외상이라면?”“한국 정부에서 8년 정도 걸려 국방예산을 나누어 줄 정도는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 12/13 쪽

    8년이 지나 완불 받은 조건으로 한 번에 건조해 넘겨주는 것도 가능하냐는 겁니다.”   이렇게 묻자 이진홍은 더욱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함 건조를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이 소요 되는데 그런 자금을 외상으로 처리한다면 회사의 경영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아서다. 그래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답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러자 최태욱은 다시 물었다.“제가 5년 이내에 모두 갚아주는 보증을 서면 할 수 있나요?”“대공께서 모두 갚아 준다는 보증을 하시다니요? 그런 많은 자금을 방위성금으로 5년 이내에 내신다는 소리는 아닐 것이고······. 저는 잘 이해가 안갑니다.”“그래요? 제가 해준다는 보증이란 5년 이내에 제가 책임지고 함선을 모두 한국 해군으로 판매하던가? 아니면 베네룩스 해군이나 다른 나라 해군에 판매해준다는 뜻입니다.”최태욱이 이렇게 말하자 이진홍 전무는 그제야 이해하고 답해주었다.“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너무 큰 사업이라 제가 답하기는 곤란하고 회장님과 상의해서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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