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47화 (347/657)
  • < --  [대양함대]  -- >하이드린 사령관은 최태욱의 이런 명령에 다시 한 번 확인하듯이 물었다.“대공, 남해안 일대를 모조리요? 그건 너무 방대한 지역입니다.”“너무 방대하다고요?”“그렇습니다. 다도해 해역이라면 모르지만 남해를 모조리 살피는 것은 조금 무립니다.”하이드린 사령관은 이렇게 답하며 상황판의 제주도 남쪽을 지목하며 너무 넓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 있었다. 그러자 최태욱은 하이드린 사령관이 왜 이렇게 답하는지 알았다.‘끙! 내가 아차하고 실언을 했군.’명칭이 주는 의미는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원 역사에서는 동해를 두고 일본해냐 아니냐를 놓고 일본 정부와 상당히 신경질적으로 대립한 사건도 있었다.물론 변한 지금은 독도문제나 동해라는 표현에 별로 문제가 없었다.회1/13 쪽등록일 : 12.12.31 12:50조회 : 3801/3817추천 : 75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베네룩스 왕국에서는 최태욱의 영향력으로 인해 제주도 남쪽 바다를 남해라고 부르고 있다. 흔히 미국이나 일본. 중국에서는 그 지역을 동중국해라고 칭하지만 전혀 달랐다. 또한 제주도와 한반도 사이의 해역은 섬들이 많은 해역이라고 해서 다도해라고 칭하고 있었다. 당연히 서해와 동해라고 칭하고 모든 공식 비공식 기록이나 해도에도 그렇게 표기되어 있었다. 더불어 베네룩스 왕국은 대마도와 부산사이를 거대해협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거제도와 대마도 사이에 있는 해협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대한해협은 대마도와 이키노시바 섬 사이 해역을 칭하고 있었다. 한국정부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영해의 기선을 확대한 쪽으로 그어놓고 있었다.남해라는 호칭이 그저 사소한 담론이라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태욱이 조금 전에 내린 명령은 단순하지 않다. 분명히 군사적인 전투행위에 해당하는 작전명령이라 소홀하게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하이드린 사령관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추가해서 말했다.“대공, 남해를 모두 수색하고 작전 구역에 포함 시키려면 앞으로 제주도 남쪽에 모항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국정부는 바다에 대해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남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가는 모양입니다.”2/13 쪽

    “그렇게 생각하나요?”“그렇습니다. 더구나 앞으로 대륙붕 개발문제도 산적해 있는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한 제7광구 지역은 한국 정부에서 크게 실수해서 맺은 협정이라고 봅니다. 제7광구는 분명 한국 즉 한반도에서 이어진 대륙붕이 확실하니까요.”하이드린 사령관이 이런 의견을 말하는 이유는 베네룩스의 경우 북해 유전지역 때문이다. 북해의 대륙붕 문제로 인해 영국과 첨예하게 다툼이 있었다. 베네룩스 왕국에서 북해 기동함대를 덴마크와 같이 합동군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영해나 대륙붕 문제는 외교적으로 양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때는 전쟁은 아니더라도 해군력의 위세에 따라 영해나  개발 권한에 대한 선이 그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외교적으로 푼다고 하더라도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너무 약하면 일종에 기세 싸움에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최태욱은 군사작전명령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정해서 명령했다.“거대 해협에서 시작해 다도해 해역을 수색하고 서산 기지로 돌아가세요.”3/13 쪽

    “알겠습니다. 단 한척의 잠수함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격침시키겠습니다.”하이드린 사령관이 이렇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충분한 전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록 함정의 수는 세 척에 불과하지만 잠수함을 수색하는 링스 헬기가 풀가동할 경우 무려 구축함에 4대 상륙함에 6대가 있다. 총 10대로 잠수함을 찾으니 전력은 충분했다. 그리고 2천톤급 잠수함도 4척이 있으니 효과적으로 수색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마치 거대한 그물을 가지고 다도해를 모조리 훑어 버리듯이 찾으면 다도해에서 활동하는 잠수함이 있다면 반드시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최태욱은 하이드린 소장에게 이런 지시를 내리고 나서 상륙함에서 나오게 되었다.부두에서 대기한 방탄리무진에 오르자 추동팔에게 지시했다.“에이트, 전자회사로 가지.”“넷! 공주님도 그곳으로 가 계십니다.”“그래, 벌써 구경을 끝냈나?”최태욱의 말에 추동팔이 매우 조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4/13 쪽

    “대공, 최수지라는 여배우 때문에 대공주님께서는 상당히 기분이 나쁘신 모양입니다. 사실이 아닌 단순한 스캔들이 분명하지만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사에서 대공을 두고 너무 심하게 호도하고 있으니까요.”“그래? 공주로는 자신이 잠자는 시간에 다른 여자와 술을 먹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군.”최태욱은 일본 언론사에서 유난스럽게 언론사를 통해 스캔들을 확대해 보도하는 행동은 분명히 잠수함 격침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최소한 50명은 수장됐으니 말도 못하고 열불이 났겠지. 아마 그런 사실이 밝혀질 때를 대비해 나를 지금부터 나쁜 놈으로 여론 몰이할 모양 같군.’이번 잠수함 격침 사건은 일본 정부로는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보통 큰 사건이 아니다. 남의 나라 영토를 무장한 상태로 몰래 침투했다는 것은 전쟁을 일으킨 것과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 일본을 상대로 군사적인 행동을 취한다고 해도 국제적으로 항의도 못할 그런 침범 사건이다.일본은 한국보다는 자위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조금은 언론사들이 정보를 수집하기가 수월하다. 그러니 자위대에서는 언제까지 이번 잠수함 침투와 더불어 격침5/13 쪽

    된 사건을 숨길 수 없다. 더구나 사망자가 많으니 더욱 그렇다.잠시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방탄리무진은 빠르게 이동했다.창원의 SG필립스 전자회사에 도착하게 되었다. 정문을 통과해 주차장으로 가자 레베이카 공주가 트레블과 서서 뭔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리무진에서 내린 최태욱이 레베이카에게 다가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 사이가 너무 좋아 보이네.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나?”그저 흘리듯이 던지는 말에 트레블은 기겁하며 놀라고 있었다. 놀라는 이유는 가볍게 듣기에는 뭔가 깊은 의미가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의심하시나?’사람의 의심이란 정말 무섭다. 의심은 반드시 오해가 생기고 그로 인한 후유증은 너무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대공께서는 나의 행동을 별로 좋아 하시지 않는군.’트레블은 왕실경호실에서 피닉스 여왕보다는 젊은 레베이카 대공주를 추종하는 인물이다. 그런 이유로 트레블은 레베이카 공주가 최태욱 주변에 심어놓은 정보원인 셈6/13 쪽

    이다. 그런 판에 이런 지적을 받으니 두 가지 의심을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당황한 트레블은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고 판단해 급하게 변명했다.“대공, 제가 대공주님과 친하다니요. 저는 그저 대공주님께서 너무 화를 내셔서 그게 아니라고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는 중입니다.”“그래? 뭐 그럴 수 있기는 하군.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것이 다는 아닌 것 같군. 유럽의 왕실에서야 이런 일은 너무 흔하니 별것이 아닐 수 있지.”최태욱이 하는 말의 의미는 미묘했다. 유럽의 공주들이 가끔 경호원들과 연애해서 스캔들이 자주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러니 슬며시 둘이 연애질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하는 말이다. 대화가 자꾸 이상한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어마, 말씀 이상하게 하시네.’레베이카 대공주도 최태욱이 왜 이러는지 눈치를 챘다. 공연히 최수지에게 질투심이 생겨 불평하다가 요상한 일로 거꾸로 궁지에 몰리게 생겼다.레베이카 대공주는 재빨리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답했다.7/13 쪽

    “오빠, 제가 공연히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투정부려서 미안해요.”“뭘? 나는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일단 이렇게 선공해서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레베이카의 난타 공격을 사전에 봉쇄해 버렸다. 서둘러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현관에서 기다리는 회사의 간부들과 같이 회의실로 들어온 최태욱은 중앙의 의자에 앉아 전병훈 사장의 보고를 들었다.“대공, 3개 공장에서 개인용 컴퓨터의 경우 하루에 5천대씩 생산하는 규모입니다.”“그렇다면 연간 500만대 정도는 생산되겠군요.”“그렇습니다.”“카폰의 경우는 어느 정도나?”“카폰은 연간 100만대 정도 됩니다.”8/13 쪽

    “그런 정도면 충분하군요.”최태욱은 앞으로 개인용 컴퓨터(PC)와 통신기기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그쪽에 투자해두고 있었다. 최태욱이 고민하는 것은 한국의 전자 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앞으로 잘나갈 전자 회사들인데 내가 같은 업종으로 뛰어들어 이상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    이런 이유로 최태욱은 베네룩스와 한국 그리고 카리브에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나누어 건립했다. 한국의 전자 산업에 최소한의 데미지를 주기 위해서다.전병훈은 이어서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보고하고 있었다.“소프트 회사에서는 이미 한글을 출시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그렇군요.”“소프트 회사에서는 대공께서 제공하신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연구해 드디어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운영체제요?”9/13 쪽

    “그렇습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개발한 도스를 기반으로 해서 전혀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이런 보고를 듣자 최태욱은 둔기로 머리통을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거액을 들여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식이 자칫 휴지조각이 될 위험성이 있었다.‘허~! 기가 막히는군. 골머리 아프게 생겼어.’일찍 윈도우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적인 흐름에 대해 SG소프트회사의 연구원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나 윈도우 프로그램을 개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앞으로 그런 방식으로 운영체제가 바뀌게 되니 그에 따라 한글프로그램이나 잘 만들고 온라인 게임도 그에 준해서 개발하라고 지시했다.하지만 베네룩스 왕국과 한국에서 모여든 연구원들은 아예 원도우 프로그램 자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어느 정도 개발 단계에 이른 겁니까?”“거의 90퍼센트는 달성해 내년 중순이면 완성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조금 있습니다.”10/13 쪽

    “뭐죠?”“지금 486 정도의 컴퓨터 환경에서는 정상 작동이 조금은 힘들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 전자회사에서는 지금의 2배의 성능을 지닌 CPU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이런 보고에 최태욱은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자기가 인수해버린 베네룩스의 필립스 회사 연구진 실력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한국 연구진도 자신이 알고 있던 수준을 모두 넘어 있었다.최태욱은 이미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식을 많이 보유한 상태다. 그러니 경영이나 개발에 신경 쓸 이유가 전혀 없이 그저 결과물만 얻어먹으면 된다고 판단해 느긋했었다.최태욱은 두 회사가 나중에 완전히 컴퓨터 업계를 독점해 장악한 세대에 살았다. 그래서 두 회사만이 그런 우수한 기술력을 지녔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 두 회사들과 경쟁할 만한 기술력을 지닌 회사들은 유럽에도 많았다. 다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하자 두 회사의 규모가 커져 블랙홀처럼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골이 벌써부터 아프네.’최태욱은 이런 상태로 방치하면 분명히 두 회사를 제치고 업계 선두로 나설 가능성은 11/13 쪽

    높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아이디어 즉 미래의 산업발전 과정을 아는 정보를 제공하면 승산은 있었다.하지만 세상일이란 꼭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다.최태욱이 개발 정보를 보고 받다가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자 전병훈은 너무 이상했다. ‘이상하시네. 당연히 좋아할 일인데 왜 저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시지? 자금을 투자해 개발해봐야 아직은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하시는 건가?’전병훈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로써는 미래를 예측은 할망정 최태욱처럼 살아보지는 않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최태욱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드디어 결심하고 지시를 내렸다.“마이크로소프트사와 인텔 회사의 관계자를 만나세요. 그래서 공동개발을 제안하세요.”“대공, 왜 그래야 하죠. 이런 개발 정보를 노출하라니요?”이런 물음에 최태욱은 그제야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12/13 쪽

    “사실은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인텔의 주식을 많이 보유한 대주주입니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는 중복 투자에 해당되고 또한 소유한 회사들끼리 경쟁하는 모양이 됩니다. 절충안으로 공동 개발해 한국과 미국 그리고 베네룩스가  같이 협력하는 체제가 좋다고 봅니다.”최태욱의 이런 말에 전병훈은 그제야 최태욱이 왜 조금 전에 고민했는지 확실하게 알았다. 그래서 그동안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SG필립스 전자를 일부러 찾아와 공동개발을 제안하던 사연이 다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대공, 이미 그쪽에서 그런 제안을 해왔으니 서로 잘 협의해서 공동 개발 쪽으로 방향을 잡겠습니다.”“그렇게 하더라도 무조건 양보는 하지 마세요.”“알겠습니다.”최태욱은 창원에서 이런 조치를 내리고 나서 한국 조선 산업의 요람으로 변하고 있는 거제도로 향하고 있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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