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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42화 (342/657)
  • < --  [북한 경제의 붕괴]  -- >여전히 기억이 또릿한 고교 졸업반 시절의 겨울에 보낸 부여는 최태욱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많은 추억들이 담겨 있었다. 최태욱은 자신의 뿌리라고 생각되는 금강으로 향하고 있었다.모든 출발은 금강에서 시작된 것이다. ‘장미란도 결혼해 애가 둘이나 있다니 이제 모두 흘러가 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이야.’강변에 도착한 최태욱은 작은 벤치에 앉아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세월이 무심하게 흐르듯 푸른 강물은 소리 없이 잔잔한 파문을 일며 흐르고 있었다. 준설로 인해 강폭이 넓어진 금강을 보며 최태욱은 잠시 지난 어린 시절에 있었던 추억들을 되짚고 있었다. 부여의 반월루에서 장미란과 있었던 일이나 또는 신애란과의 기억들이 이제는 먼 이야기로 떠오르고 있었다. 신애란과의 뜨거웠던 하룻밤과 그로인한 열병을 겪었던 기억이 새로웠다.‘후우! 그동안 나도 너무 많이 변했군.’대전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까지는 요란스럽기는 했지만 그렇게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도 많이 변해 버렸회1/13 쪽등록일 : 12.12.29 19:09조회 : 3709/3729추천 : 56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다.이런 저런 상념에 잠기던 최태욱은 처음 이곳으로 떨어지게 만든 금강을 바라보며 천천히 둑길을 걸어가고 있었다.겨울인 갈수기지만 금강에는 맑고 푸른 물이 많이 흐르고 있었다.자신이 물에 빠져 부적을 만지던 운명의 순간을 맞이하던 강가에는 이제 커다란 유람선들이 보이고 있었다. 관광성수기에는 이곳에서 부여, 군산, 장항까지 운항하는 유람선들이다. 강변에 넓게 새로 뚫린 2차선 포장도로에는 가끔 대형관광버스가 지나가다 그의 옆에서 신호등이 걸려 멈추고 있었다.“쿵짝! 쿵짝!”관광버스 안에 설치된 노래방 기계에서 들리는 커다란 음악소리가 매우 요란했다. 최태욱이 시선을 돌려 관광버스를 바라보자 아주머니들이 몸을 요란하게 흔들며 춤을 주고 있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시골의 부녀회에서 관광을 온 것 같아 보였다. 관광버스는 고창관광이라고 쓰여 있었다.‘아, 전라도 아주머니들이군.’강변도로를 따라 부여로 가는 것 같았다. 최태욱은 막상 부여를 가려고 하다 그저 이2/13 쪽

    곳 강가의 벤치에 앉아 무심하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강 넘어 세도 지역에는 수많은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있었다.후드득. 후드득.푸른 강물이 흐르는 강변의 낮은 물가에는 청둥오리들이 떼 지어 몰려 와 있었다.겨울의 강가라 그런지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최태욱은 눈이 내리는 강가에서 하염없이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그가 생각에 잠기는 것은 레베이카 공주와 다른 두 여자다.‘어떻게 하지?’앞으로 세 여자와의 관계를 어찌해야 할 지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전에는 그저 그런 가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쉽게 대하기 어려운 상태라 고민이다. 확실하게 아들이라는 존재는 그에게 많은 것에서 제약을 걸고 있다. 그 애의 어미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해 은근히 부담감을 안겨 주고 있었다.‘누가 전에 그러던데. 자식이 생기면 그 놈 때문에 연애질은 하기 어렵다고.’자식을 낳기 전부터 사귀던 여자들이지만 전보다는 생각이 많아지고 있었다.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자 옆에 있는 추동팔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3/13 쪽

    “대공,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강에서 노는 청둥오리를 보는 중이야.”“대공, 청둥오리를 잡으려고요?”“아니, 청둥오리는 천연기념물인 보호조류라 함부로 잡을 수 없어.”“그런가요?”한국도 이제 경제가 발전되자 전과 달리 환경보호 문제가 표면에서 많이 대두되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야생동물이야 철새 등 조류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청둥오리는 겨울에 한국으로 찾아오는 대표적인 철새다. 한국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철새지만 점점 사라지고 있어 보호하는 조류다. 최태욱은 추동팔의 고향인 몽골에서 겨울이면 한반도로 날아오는 독수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에이트, 자네는 독수리와 매를 잘 다룬다며?”“넷! 매사냥도 아주 잘합니다. 하지만 사냥 기술을 배운 매를 구하기 어려워 보여드릴 4/13 쪽

    수 없군요.”“나중에 몽골로 가서 보면 되겠군.”“대공, 몽골도 가보시려고요.”“당연하지.”두 사람은 나중에 몽골지방으로 가서 매사냥을 하자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최태욱은 자신이 호주에 토끼를 퇴치하기 위해 매를 풀어 놓은 사실을 떠올리고 있었다.‘토끼가 많이 줄었으려나?’풀어놓은 매의 수가 많지 않으니 아직은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태욱은 한국을 떠날 때가 되자 자꾸만 지난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이때 두 사람이 있는 강변으로 트레블이 급하게 다가와 보고했다.“대공, 대공주님이 여기로 오시고 계십니다.”“언제 도착한다고?”5/13 쪽

    “지금 대전의 유성지역을 막 지났다고 합니다.”전에 유럽에서 헤어질 때 겨울방학이 되면 자길 찾아오라고 했더니 오는 것이다. 레베이카가 강경으로 찾아오는 문제는 간단치 않았다. 이미 세계의 많은 언론사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공식적인 애인이다. 서로 은밀한 관계야 밝혀진 사실이지만 엄연히 여기는 한국이다.과거처럼 첩이나 혹은 둘째 부인을 인정하는 결혼 제도도 없고 그러던 시대도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부모님들이 레베이카 존재를 인정하는 처지도 아니었다. 손자를 만나고 나서 정식으로 피닉스 여왕과 결혼을 종용하는 부모님들이다. 그리고 주변 여자의 정리를 권하고 있었다.‘강경 집에서 레베이카와 같이 지내기는 곤란하겠어.’그녀로는 별도로 다른 방에서 잔다고 하면 분명 반발할 것이 틀림없었다. 최태욱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트레블에게 지시했다.“대공주에게 연무대 인터체인지에서 만나자고 해.”“넷!”6/13 쪽

    “우리도 떠날 준비를 하고.”“대공, 모두 철수하나요?”“그렇게 해.”“알겠습니다.”어머님의 병환이 너무 깊으니 당장 한국을 떠날 생각이야 없었다. 하지만 우선 강경을 떠나 그동안 미루던 일들을 처리하며 레베이카와 같이 전국으로 관광을 다닐 생각이다.귀국한 이후 은둔 생활하는 사람처럼 언론에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자신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도 많이 사라졌으니 움직이기가 전보다 편하다고 판단했다.최태욱은 서둘러 강변을 떠나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만났다.“아버님, 저 회사 일 때문에 지금부터 전국을 돌아다녀야 될 것 같아요.”“그래? 그러다 훌쩍 출국하는 것은 아니고?”7/13 쪽

    “예, 출국하게 되면 꼭 다시 들려서 인사드리고 떠나겠습니다.”“알았다. 항상 몸조심하고 건강하게 지내라.”“예.”막상 강경을 떠나려고 하니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최태욱은 급하게 전화하고 있었다. 대부분 동창생으로 자주 어울리던 녀석들에게만 전화해 작별했다.“내 동생 잘 부탁한다.”“알았어. 염려마라. 그런데 너 모교에 장학금 준다는 것은 어떻게 했어?”“그건 차 선생님이 백강장학회를 통해 보내게 될 거야.”“알았어.”최태욱은 그동안 모교를 방문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다닌 모교들에 대해 장학금을 보내는 백강장학기금을 만들었다. 장학 재단의 이사장에는 차명희가 담당하고 있었다. 8/13 쪽

    자신의 재력에 비해 큰 규모는 아니지만 100억원을 장학기금으로 은행에 넣었다. 거기서 생기는 은행이자로 입학식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의 은행은 정기예탁 경우 년 10퍼센트 이자를 받으니 그런 식으로 장학기금을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나중에 이자율이 내려가면 안전한 수익이 보장되는 주식으로 투자해볼 생각도 있었다.서둘러 위성통신 장비를 챙긴 경호원들이 떠날 준비를 마치자 최태욱은 급하게 연무대로 향하게 되었다. 최태욱은 방탄리무진을 운전하는 추동팔에게 물었다.“에이트, 이제 지도는 대략 익혔나?”“넷, 그동안 시간이 나면 주변은 돌아다녀서 압니다. 그리고 이정표가 잘 되어 있으니 초행길이라도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연무대 인터체인지 옆에 있는 연무 주유소에 도착하자 리무진에서 내려 서성이고 있는 레베이카가 보이고 있었다. 두툼한 외투를 입고 등산모자도 쓰고 마스크까지 하고 있었다. 늘씬한 키가 돋보여서 그런지 주유소의 직원들이나 지나가는 행인들이 자꾸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으니 누군지 알아보지는 못하고 다9/13 쪽

    들 몸매만 힐끔거리고 있었다.‘위장도 하고 추위도 피하니 겨울이 오히려 좋군.’그녀가 타고 온 검은색 리무진의 운전기사는 베네룩스 대사관에서 특별히 고용한 한국출신이라 최태욱은 트레블에게 지시했다.“저 리무진을 선두로 하면 되겠군.”“알겠습니다. 경호원에게 저 리무진을 타고 가라고 하면 되겠네요.”최태욱이 탄 방탄리무진이나 경호원들이 타는 리무진과는 통신시설이 장착되어 있다. 레베이카가 타고 온 리무진도 마찬가지라 채널만 맞추어 놓으면 교신은 가능했다.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며 경호원들이 새롭게 차량배치를 끝내고 있었다. 레베이카는 자연스럽게 방탄리무진으로 짐을 가지고 옮기게 되었다.호남고속도로에 오른 최태욱이 트레블에게 지시했다.“우선 익산인터체인지를 통해 금마면의 미륵사지로 가지.”10/13 쪽

    “넷!”최태욱은 이런 지시를 내리고 나서야 레베이카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레베이카는 품에 안기며 열정적으로 키스를 퍼붓고 있었다.“오빠, 정말 보고 싶었어요.”“그랬어? 너를 보니 반갑구나.”진한 키스로 인사를 나누고 나자 레베이카는 행선지가 궁금하다는 듯이 급히 물었다.“어디를 가려고 급하게 강경을 떠나는 거죠?”“간척사업 중인 새만금지역을 돌아보려는 거야.”새만금 사업장이야 베네룩스 왕국에서도 관심을 자진 간척사업이라 레베이카는 잘 안다는 듯이 답했다.“아하, 세계에서 제일 큰 간척사업장이라는 곳이죠?”11/13 쪽

    “그래, 그곳으로 가기 전에 우선 미륵사지를 먼저 들리려는 것이고.”최태욱이 제일 먼저 새만금 간척 사업장을 가보려는 이유는 북한에서 사람이 굶어 죽는다니 식량 증산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굳이 농토를 더 늘릴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그런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자 식량의 무기화가 떠올랐다.‘지구의 이상기온 현상으로 식량 생산은 앞으로 문제가 많아.’북한을 상대로 한 무기화를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단 식량을 증산해 보고 싶었다. 이미 자신이 카리브나 미국에 거대한 농토를 확보해 놓았지만 국내에도 대규모 농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서산의 황금간척지 보다 이곳의 규모가 크니 돌아보는 것이 좋아.’최태욱이 이런 생각을 하며 밖을 쳐다보는 동안. 레베이카는 사랑하는 대공과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됐다는 사실로 매우 들떠 있었다.“오빠, 저기 보이는 파란 잔디는 뭐죠?”“잔디라니?”12/13 쪽

    레베이카가 지목하는 곳은 보리를 심어 놓은 논이었다. 그러자 최태욱은 문뜩 오래전 현대의 정 회장이 묘역 조성에 잔디 대신으로 보리를 심었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생각나 빙그레 웃었다.  농부들은 그동안 보리농사를 죽게 지어 봐도 인건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파종을 거의 안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산 가공 식품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리에 팔리자 보리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었다.또한 농토의 경지정리와 더불어 기계화 영농을 이룬 한국의 농촌이다. 그래서 보리를 재배해도 봄에 모내기에 이상이 없게 되어 파종면적이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일조량이 많아 졌다는 점도 보리 재배 면적이 늘어난 이유다. 익산의 미륵사지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미 초대형 석탑이 복원되어 웅장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탑이 너무 크네요.”레베이카는 거대한 석탑의 모습에 연신 감탄사를 토해내고 있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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