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41화 (341/657)
  • < --  [북한 경제의 붕괴]  -- >“북한에서 굶어 죽은 주민들이 함경북도 지역이 많다고 해서 그렇습니다.”최태욱은 북한이 연일 홍수 피해가 많았던 기억이 떠올라 즉시 말했다.“북한은 그동안 계속해서 흉년이 들더니 결국 그런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군요.”“그렇습니다. 왕국에서 국제 적십자사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어 구호식량과 의약품을 보내 돕기로 방침을 정하고 있습니다.”“그래요?” “현재 국제 적십자사의 총재를 베네룩스 출신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 관리이사회 의결이나 총재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곤란해 급하게 결정됐습니다.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군량미를 풀면 해결이 되는데요.”“대공, 그거야 북한 정권에서는 이미 모조리 풀었다고 주장하니 국제적십자사에서 회1/13 쪽등록일 : 12.12.29 13:22조회 : 3709/3725추천 : 57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그것을 놓고 따질 수는 없죠. 그저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기가 안타까워 측은지심으로 돕는 것이죠.”구호 식량을 보내기로 했다니 그 종류가 궁금해 물었다.“어디서 뭐를 보내죠?”“카리브의 다비흐 지역에서 생산되는 슈퍼옥수수를 분말로 만들어 보내기로 했습니다. 분유와 설탕도 같이 보내기로 했고요. 옥수수 빵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배급하라고요. 아마 한국 정부도 그런 정도의 식량 지원은 적십자사를 통해 하게 될 것 같습니다.”이런 보고를 받자 최태욱은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과거 한국도 미국 정부로부터 이런 식으로 식량을 지원 받아 먹고 살았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한국은 이제 그런 정도 원조야 충분하게 할 정도로 부국으로 변했다. 남북으로 갈려지고 불과 반세기만에 완전히 서로 사는 정도가 극과 극처럼 변한 상태가 되었다. “국제 적십자사에서 긴급 구호 식량을 보낼 정도면 보통 심각한 상태가 아니군요.”“그렇습니다. 소문에는 인육을 먹는 다고 하니 정말 심각합니다.”2/13 쪽

    국제적십자사연맹은 각국 적십자사의 연합체로다. 대규모 재해 발생하면 각국 적십자사에 구호활동을 요청하거나 조정하는 등 평화 시에는 재난구조를 주된 업무로 한다.‘설마 인육이야 먹지야 않겠지. 하지만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굶어죽은 사람이 많아서 그럴 거야.’북한 주민들은 선택권이 없는 상태로 어려운 곳에서 태어난 죄로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삶이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더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최태욱은 그동안 애써 북한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조용히 강경에서 지낼 생각이라 뉴스나 신문도 보지 않고 있어 그런 소식을 잘 모르고 있었다. “구호식량은 함경북도 지역으로 보낸다고요?”“예, 그 지역이 제일 심각하답니다.”북한은 평야지대가 많은 서남쪽 보다 아마도 동북쪽이 더욱 식량 사정이 어려운 것 같았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국제 적십자사를 통해 식량지원이야 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3/13 쪽

    “도와는 주더라도 잘한다고 너무 많은 식량 지원은 절대로 안 됩니다. 그리되면 조금만 여유 있는 식량은 반드시 군량미로 비축되는 결과를 가져오니 조심해야 합니다.”“잘 알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주민들에게 배포하게 됩니다.”최태욱은 어차피 돕기로 했다니 즉시 지시했다.“최대한 빨리 옥수수를 보내라고 해야겠군요. 혹시 빵을 만들 기계가 없을 수 있으니 그 기계도 같이 보내 주도록 조치하세요.”“알겠습니다. 그렇게 연락하겠습니다.”헤이켄 중앙정보부장은 많은 문제에 대해 보고하고 기본적으로 지침을 받았다. 보고를 모두 끝내고 나자 서둘러 강경을 떠나 계룡대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으로 가서 한국의 군부 지휘관들과 별도로 협의할 사항들이 있어서다.헤이켄과 작별한 최태욱은 집안으로 들어와 안방으로 가고 있었다. 아무리 모른척하며 집에서 조용히 지내려고 하지만 힘들었다. 세상 돌아가는 형편이 그대로 집에 있기는 곤란하게 되었다.‘이거야 유럽으로 당장 갈 수도 없고·······.’4/13 쪽

    세상이 어지럽게 돌아가도 최태욱은 쉽게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손자인 견우를 만나 조금 활력을 찾던 어머님이 손자와 며느리를 떠나보낸 이후로 병세가 상당히 악화되었다.안방으로 들어가자 차명희가 어머니에게 한약을 먹여주고 있었다. 어머님의 모습에서 죽음이란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참담한 기분이 든 최태욱은 얼른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숙모님, 제가 하죠.”“아니야, 바쁜 것 같은데 내가 하지.”차명희는 최태욱이 오래 리무진 안에서 헤이켄과 대화를 나눈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뭔가 중요한 사건이 터졌다고 짐작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최태욱이 어쩌면 한국을 떠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손자와 며느리가 떠난 이후에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자 차마 자신의 짐작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한약을 모두 떠먹게 하고 나자 두 사람은 안방에서 나와 마루에 앉았다.겨울이라 그런지 밖에는 가느다란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5/13 쪽

    휘리릭! 휘릭!아주 차가운 바람이 마당을 스치고 있었다. 기상대의 발표에는 예년에 비해 추위가 더 심하다고 한다. 그래서 수도계량기 동파 염려에 대해 계속 알려주고 있었다.첫눈이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차명희가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슬며시 물었다.“조카는 첫사랑이 누구야?”“예? 첫사랑요?”“응! 누구나 첫사랑은 있잖아.”최태욱은 잠시 과거를 회상하다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저는 첫사랑이 과연 누구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뭐라? 첫사랑이 누군지 모르다니?”“저도 가끔 생각해 보지만 너무 애매하더라고요.” 6/13 쪽

    최태욱의 싱거운 대답에 차명희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왜 너무 많은 여자가 주변에 있어서 솔직하게 말하기 곤란한가?”“그게 아니라 제가 어쩌다 생각을 해봐도 조금 혼란스러워서요. 그때는 첫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단순한 탐욕이라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애매하고 그래요.”최태욱의 대답을 듣던 차명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조카는 아직 젊으니 그럴 수 있겠네. 어려서야 사랑이 아닌 줄 알았던 추억도 나중에 생각해 보면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최태욱은 차명희가 첫눈을 보며 첫사랑에 대해 묻자 그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첫사랑에 대해 말하고 그러죠?”“그야 나도 잘 모르지. 하지만 전부는 아니더라도 영화의 영향도 많을 거야. 명화인 러브스토리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이 드는군.”7/13 쪽

    “아, 듣고 보니 그렇군요.”“한국 사람들이야 어려서 국어 교과서에서 읽은 소나기라는 소설도 때로는 첫사랑을 떠올리게 되지. 원두막과 참외나 수박 밭이 있으면 자연히 소나기를 떠올리게 되고······. 막연하게 어려서 헤어진 순수했던 첫사랑을 생각나게 한다고 봐.”차명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물질만능이라고 떠드는 현대사회라고 하지만 여전히 문학이나 예술이 인간들에게 주는 영향력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오랜 만에 차명희와 같이 앉아 이런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차명희는 대학 다닐 무렵에 있었던 에피소드에 대해 말했다.  “예전에 박스컵 축구대회던가 할 때 이런 일이 있었어. 국제심판이 너무 엉망으로 보자 해설자가 자격미달인 심판을 초청했다고 평해 크게 말썽이 생겼었어. 내가 보기에도 해설자가 그런 혹평을 할 만한 저급심판이 틀림없었고.”“그래서요?”“그 발언으로 크게 말썽이 생겼지. 한국의 축구협회에서 심판을 초대한 입장에 저평가를 공개적으로 했다는 것이 너무 생각 없이 토해낸 말이라고 사방에서 비난 받게 된 거지. 해설자는 그 후에 방송국에서 떠나고 나중에는 축구계에서도 완전히 떠났다8/13 쪽

    고 하더군. 사람은 말을 아주 조심하는 것이 좋아.”차명희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최태욱도 그와 비슷한 사건이 떠올라 말했다.“저도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떠오르는 군요. 언젠가 문교부 장관이던가? 아니면 내무부 장관이던가? 직책은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시위를 벌이는 운동권 여학생 중에는 키가 160센티미터가 넘는 미녀는 없다고 말했었죠.”“당연히 구설수에 올렸겠군.”“예, 그 장관은 여성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고 모든 여성들에게 비난을 받아 결국 장관자리에서 물러난 경우도 있었죠. 저는 그때 그 말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은 가더라고요.”“아~! 나도 기억이 조금 나는군. 나도 그 장관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은 갔지만 조금 심한 말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장관은 매번 대규모 시위로 면학 분위기도 깨지고 사회가 너무 무질서 하다고 해서 윗분에게 계속 직책을 당했다. 장관은 나름 정확하게 분석했다고 판단해 그런 말을 엉겁결에 언론을 상대로 토했다. 9/13 쪽

    장관은 최태욱의 말대로 키가 큰 여자들이나 키 작은 여자들 쪽이나 불문하고 양쪽에서 집중적으로 난타 당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때 그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본시 남녀의 사랑을 갈구하던 청춘시절에는 키도 크고 미녀인 여자에게는 사내들이 우르르 몰리게 된다. 많은 남자들의 데시에 외형적으로 늘씬한 미녀들은 결국 연애하기 바빠서 시위에 참여를 안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남자들의 유혹을 받지 못한 키가 작은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시위대에 참여하고 남자들과 신이 나서 어울린다고 말했다.시위에 참여한 여자들이야 여성모독이라고 열불을 내게 되었다.그 당시 대학생이라면 시위대에 참가해야 뭔가 깨어있고 나라를 걱정하는 젊은이라는 소리를 듣던 풍토가 있었다. 그렇게 되어 시위에 참여를 안 하는 키가 크고 미인인 여자는 멋만 부리고 다들 멍청한 바보 수준이냐는 식으로 항의가 들어왔다. 결국 양쪽에서 맹렬하게 비난을 받아 물러난 것이다.  최태욱이 이런 이야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흑백의 논리란 세상사를 너무 단순하게 만들며 또한 극렬하게 만든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그럼, 조카 생각은 장관 말이 사실이라는 거야?”10/13 쪽

    “그야 일일이 조사를 해보지 않았으니 정확한 데이터야 잘 모르죠. 하지만 그저 감각으로 판단해도 그 장관의 시위대에 참가한 여성들의 키나 미모에 관한 평가는 어느 정도 정확하다고 봅니다. 장관의 말에는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게 체포되어 조사한 여자들의 키를 평균으로 계산하니 155센티미터가 조금 넘는다던가 했던 것 같으니 통계적으로야 조금 신빙성은 있다고 봅니다.”“어머, 조카가 그런 고루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말 몰랐네.”“제 생각이 고루해 보이나요?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장관의 말에 동조하니 고루하다고 할 수밖에.” “제 이야기는 꼭 그 장관의 말에 동조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통계자료가 사실이더라도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야 많지요. 키가 큰 미녀라고 머리에 들은 것이나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심이 없다고 보지는 않지요. 저는 그저 어떤 분야고 구성원이 많다고 보면 나쁜 사람이나 착한 사람이나 그리고 애매모호한 사람이나 다 뒤엉켜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적인 수준도 마찬가지고요. 시위 현장에 적극 참여했다고 해서 꼭 깨어 있다고 보지도 않고 그들 중에도 별 사람이 다 있다고 봅니다. 어떤 조직이나 무리고 항상 그렇게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되니까요.”11/13 쪽

    “참으로 편하게 생각하고 사는군.”“저는 조금은 그런 성향이 강하죠.”잠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자 차명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북한은 사람이 굶어 죽을 정도라니 정말 큰일이야.”“그러게요. 어쩌다가 그런 지경까지 이르도록 나라를 엉망으로 다스리는지 모르겠군요.”“남침하려고 무기만 주구장창 만들다 보니 그런 거지.”“도대체 그러고도 김일성 정권이 아직도 무너지지 않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는 합니다.”외신보도를 보면 주석궁은 너무 호화로워 보였다. 평양에서 사는 북한 주민은 그럭저럭 먹고 살만해 보이나 지방은 아주 힘든 것 같았다. 북한은 본래 역사보다 더 빠른 시기에 어려움에 처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최태욱으로 인해 기인되었다. 한국은 최태욱의 활동으로 탄력을 받아 원 역사보다 더12/13 쪽

    욱 높은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더구나 베네룩스 왕국과 협력해 더욱 빨리 군사강국으로 변하게 되었다.그러자 북한도 그에 따라 더욱 무기개발이나 혹은 군대 양성에 대부분의 국력을 집중하게 되었다. 한국이야 잘사는 미국을 상대로 무역해 큰 부를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해 국제 경쟁사회에서 슬며시 뒤처지고 말았다.냉혹한 국제 사회에서 한번 탈락하면 경제가 그대로 무너지게 된다. 최악의 상태를 막아 보자고 쇄국정책을 펼치다 보니 그것이 또 잘못되어 버렸다. 공산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이 허무하게 무너지기 시작하자 그 여파를 그대로 받고 있었다.그로 인해 북한은 식량을 외국에서 원조 받아야 살아남을 정도인 최하위인 가난한 국가 그룹에 속하는 사태로 전락하고 있었다. 북한은 이제 남침은 고사하고 체제유지에 급급할 지경으로 이르고 있었다.최태욱은 첫눈의 눈발이 점점 굵어지자 문뜩 부여를 가고 싶은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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