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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37화 (337/657)
  • < --  [나를 찾아서]  -- >“으아아앙!”한창 대화를 나누는 중에 견우가 입을 크게 벌리고 울었다. 견우를 안고 있던 네브소냐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허둥거렸다.최태욱은 미륵상을 보다가 뒤로 돌아서서 물었다.“무슨 일이죠?”“왕자님이 쌌습니다.”“그래요? 그럼 기저귀를 갈면 돼지. 왜 그러세요.”“기저귀는 차에 있고 여기서 어떻게?”기저귀도 없고 귀한 왕자의 몸을 외부인들이 많은 이런 곳에서 보일 수 없다는 뜻이다. 네브소냐로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최태욱의 생각은 그게 아니다.“별것을 다 예의를 차리네요.”회1/13 쪽등록일 : 12.12.25 13:46조회 : 4165/4186추천 : 85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이렇게 말한 최태욱은 근처에서 어린 아이를 엎고 있는 젊은 부부에게 다가가 부탁했다.“죄송한데 여유 있는 기저귀를 하나만 줄 수 있나요. 갑자기 아이가 똥을 싸서.”젊은 부인은 최태욱을 잘 안다는 듯이 말했다.“어머, 그래요. 드려야죠.”젊은 부인은 서슴없이 들고 있는 기저귀가방에서 하나를 꺼내 넘겨주었다.“감사합니다.”“뭘요.” 최태욱은 이내 네브소냐에게서 견우를 받아들고 요사채의 마루에 앉았다. 그리고 울고 있는 견우의 아래를 헤치고 급하게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누렇게 퍼질러 싼 똥을 코에 대고 음미하고 있었다.“흡! 흡!‘ 2/13 쪽

    냄새를 음미하던 최태욱은 누런 똥을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입에 넣고 맛을 보고 있었다.“어마!”“저런!”한의학에도 일가견이 있는 최태욱은 자신도 모르게 아들의 변을 통해 건강상태를 알아보려는 행동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던 네브소냐나 피닉스 여왕은 기겁하고 말았다.주변에 있던 관광객들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들이다. 하지만 최태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피닉스 여왕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이제 너무 분유를 많이 먹이지 마시오. 이유식을 많이 먹이는 것이 좋겠소.”“알았어요.”이런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아주 나이 많은 스님이 다가와 최태욱에게 슬며시 말했다.“대공, 똥이 더럽지 않아요?”3/13 쪽

    “예, 맛있네요.”노스님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염주를 만지며 말했다.“나무아미타불! 두 나라의 홍복이로세. 견우 왕자님은 부모를 너무 잘 만났으니 부처님의 큰 음덕을 받은 거요.”세상에는 무수한 사랑이 있다. 그 중에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고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다. 스님은 최태욱의 행동을 아들에게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고 봤던 것이다. 노스님은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대공, 혹시 부모님의 변을 먹어본 일은 없나요?”“없습니다.”“대공, 아마 냄새가 너무 나서 먹을 수 없을 거요.”“예? 그게 무슨?”4/13 쪽

    “아이의 변이야 세상속의 탁한 기운이 없으니 때로는 향기가 나지요. 하지만 노인들의 변에서야 세상의 모든 추한 것들이 같이 있으니 냄새가 많이 날 수밖에 없어 더러워 먹기가 힘들 거요.”“그런가요?” 노스님은 지그시 눈을 감고 설법하듯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세상의 이치란 내리 사랑이라고 해 본시 자식에 대한 사랑은 가득해도 부모에 대한 사랑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지요. 또 그래야 세상은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것이고요. 그것이 뒤바뀌면 세상은 미래가 아닌 과거에 집착해 엉망으로 변하는 겁니다.” 노스님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합장해 인사하고 서둘러 대웅전으로 가고 있었다. 최태욱은 노스님이 한 말에 뭔가 가슴에 박히는 기분이 들었다.최태욱 일행은 은진미륵을 떠나 주차장으로 나와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붕어매운탕을 파는 가게에는 손님들이 많았다.와글와글.손님들 틈에 끼어 최태욱은 매운탕을 먹으며 노스님이 하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뭔가 자신을 찾으려고 한국으로 돌아 왔지만 이미 자신이 너무 먼 길을 가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5/13 쪽

    어쩌면 자신을 찾는 다고 헤매는 그 자체가 허상을 찾아다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속으로 생각했다.‘그냥 지금까지 살던 그대로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       기왕에 작심하고 한국으로 왔으니 병든 어머니 옆에서 지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신이 찾으려는 것이 설사 허상일지도 얼마간은 강경에서 지낼 생각이다. 노스님의 말이 계속해서 화두로 남아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하지만 견우와 같이 나들이함으로 전과는 달리 가장이라는 책임감은 생기고 있었다. ‘이제 견우를 생각해야지.’잡다한 생각은 잊고 이제는 아들을 위해 뭔가 해야 되겠다는 생각만 가득해 지고 있었다.다음날 아침 일찍 최태욱은 관광버스에 올라 진안의 마이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들 들뜬 기분으로 결혼한 사람들은 부인들과 같이 타고 있었다. 아직도 총각인 녀석들은 공연히 심통이라도 난 것인지 끼리끼리 어울려 준비된 소주를 마구 마시고 있었다. “에이, 나도 카리브로 이민이나 갈까?”6/13 쪽

    “기다려 봐! 인구통계에 여자들이 더 많잖아.”“많으면 뭐하냐? 농사짓는 촌놈에게는 시집을 안온다고 하는데.”전보다 시골의 살림살이가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노동으로 힘이 드니 시집을 오겠다는 여자는 드문 형편이다. 공부 잘해 대학 들어가고 취업한 녀석들은 결혼을 너무 쉽게 했다. 그러나 학창시절 공부 안하고 놀다가 그냥 시골에서 부모님 모시고 농사지으며 사는 자신들만 다들 총각이다. 학교에서 공주로 뒤지더니 사회에서도 뒤처진다 생각하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녀석들은 투덜거리며 술을 과하게 마시고 있었다. “태욱이가 우리들 문제를 해결 안 해주나?”“그게 어디 태욱이가 해결해 주는 일이냐. 우리가 돈 벌어 잘 살아야 해결될 일이지.”같이 놀러 가고 있지만 각자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운전기사가 노래방 기계를 작동하자 다들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학창시절에 가수가 꿈이라고 하다가 이제 농사를 짓는 녀석은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7/13 쪽

    “달빛이 흐르는 다리를········.”몸을 건들거리며 윤수일의 아파트를 부르는 녀석의 얼굴은 이제 흥겨운 노랫가락에 친구들이 박수를 치자 신이 나서 열창하고 있었다. 피닉스 여왕은 최태욱의 옆에 앉아 견우를 껴안고 차안에 설치된 노래방기계를 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유럽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이렇게 차안에서 노래를 불러도 교통단속을 안하나? 이상하군.’유럽에서는 안전운행을 방해하는 어떤 행위도 금지하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부족해 단체로 좁은 통로에서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피닉스 여왕은 견우를 껴안고 불안한 시선으로 최태욱에게 말했다.“대공, 산길도 좁고 그런데 버스에서 이래도 돼요?”“운전기사가 천천히 가니 걱정하지 마.”“그래도요. 전 불안해요.”  피닉스 여왕은 안전 불감증에 걸린 것처럼 운행하는 관광버스로 인해 매우 불안했다. 그녀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신이 나서 박8/13 쪽

    수를 치고 있었다. 피닉스 여왕도 어느새 같이 따라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러자 견우도 작은 손을 모아 박수치는 시늉을 내고 있었다.최태욱과 피닉스 여왕이 마이산으로 향하는 동안 멀리 북쪽에서는 새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포의 하성면 북쪽 애기봉 관측소에 한국과 베네룩스의 국방장관들이 찾아왔다. 베네룩스 왕국의 해병대에게 접적지역에 대한 업무 인계 때문이다.  한국의 국방장관이 카르로스 장관에게 말했다.“여기서 보면 적진이 모두 보입니다.”“그렇군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더 가깝게 보이는 군요. 여기를 와보고야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것이 새삼 실감이 나는군요.”“귀국이 이렇게 직접 파병해 이곳 방어를 책임진다니 너무 감사합니다.”“아닙니다. 견우 왕자님의 고국인데 우리가 이런 정도는 해줘야죠. 더구나 대공의 은혜를 많이 받은 베네룩스 왕국이야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혈맹국가로 보다 더 협력하자고 약속하고 있었다. 그들과 약간 떨어진 곳에서는 양국의 장군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9/13 쪽

    한국의 해병대 사령관과 대화를 나누는 장군은 파견군 총사령관이자 해군 제4기동함대 사령관인 하이드린 소장이다. 하이드린은 베네룩스 왕국에서도 매파에 속하며 전에 한때 최태욱을 국왕으로 올리자고 주장하던 인물이다.이곳으로 파병된 제3 해병여단장은 이번에 파병을 오며 준장으로 진급한 한국 출신인 장하준이다. 한국에서 해병대 대령으로 예편하고 카리브로 이민을 떠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자네를 또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인연이군.”“사령관님, 아무래도 저는 여기가 제 고향 같아 좋습니다.”“그렇겠지. 자네 고향 땅이 보이니 그렇게 생각될 거야.”    장하준 장군은 본시 이곳에서 근무하던 군인이라 별로 어렵지 않게 작전지역을 인수하고 있었다. 또한 한국 출신 참모들도 많아 근무에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인계를 끝낸 한국의 해병대 사령관과 장관들이 애기봉을 떠나자 장하준은 하이드란 사령관에게 건의하고 있었다.“사령관님, 장병들이 새로 장비를 지급 받아 아무래도 사격 연습을 많이 해야 될 것 10/13 쪽

    같습니다.” “알았어요. 혹시 주민들이 너무 놀라지 않도록 사격 연습을 할 경우에는 행정기관으로 사전에 연락해 주민들이 사격장 주변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경고 방송하고 사격 연습을 하세요.”“넷!”장하준은 이북 황해도 사리원 출신인 실향민으로 10살 무렵에 북한을 떠나 서울에 정착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매우 강했다.그러나 그런 열망으로 군대에 몸담았지만 여전히 통일의 길은 요원했다. 같은 분단국가인 독일의 통일을 보며 속으로 많이 울었다.북쪽의 고향 땅을 바라보며 장하준이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이거야 바로 코앞인데·······. 지척이 구만리는 되는군.”이제는 통일보다는 한국이 잘사는 나라로 변해 북한을 이기는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남침 야욕을 분쇄하고 방어를 철저히 하자는 생각으로 가득했다.애기봉에서 고성능 망원경으로 북쪽을 살피던 장하준이 약간 놀라는 표정으로 말했다.11/13 쪽

    “어, 저놈들 봐라?”“뭔데요?”“저놈들이 내 이름을 걸어 놓고 조롱하네.”한국으로 파병되며 신문에 사령관의 이름들이 보도되었다. 북한에서 그런 정보를 입수해 ‘장하준 언제고 넘어오라! 환영한다.’라는 붉은 글씨로 쓴 현수막을 걸고 있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부관이 망원경을 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장군님, 이제 겨울이 되어 갈수기라 모래톱이 다 드러날 지경이니 그냥 도강해서 넘어가 버릴까요?”“무슨 소리야?”“제 이야기는 아예 기갑여단을 모조리 데리고 넘어 가자는 겁니다.”“허어, 농담치고는 너무 진하군. 전쟁을 그렇게 함부로 말하다니. 농담이라도 전쟁은 12/13 쪽

    함부로 말해서는 안 돼.”“알겠습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이때 통신장교가 급하게 다가와 보고했다.“장군님, 하성면사무소에 SG 산업의 이익수 사장이 와서 기다리고 있답니다.”“그래, 벌써 경인운하를 통해 바지선을 여기까지 가지고 왔나?”“아마 그런 모양입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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