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36화 (336/657)
  • < --  [나를 찾아서]  -- >동생인 최태우의 사업장은 강경 삼거리와 세도의 토정리. 부여의 증산리와 전북 함열에도 있었다. 사업장인 단지 내에는 소와 돼지를 사육하는 대형 축사와 더불어 작은 유기질 비료 공장이 있었다. 축산단지 내에서 생산되는 폐기물을 이용해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고 있었다. 유기질 비료는 슈퍼나 스몰슈퍼옥수수를 재배에 사용하거나 인근 원예 단지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경에는 슈퍼옥수수 저장창고를 비롯해 물류 센터인 농산물 포장 가공 공장도 운영하고 있었다.최태욱은 강경의 포장 가공공장을 돌아보며 최태우에게 물었다.“백강예식장은 잘 되고?”“예, 사무원을 두고 아내가 운영해요. 축산단지는 처남들과 같이 제가 살피고 있고요.”이곳 강경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슈퍼와 스몰슈퍼옥수수 종자는 이제 세계적으로 팔려나가고 있었다. 물론 SG 유통에서 수출은 전담하고 있었다. SG 유통회사는 이제 축산, 농산, 유통, 식품 회사를 합병해 대기업으로 변해 있었다.회1/13 쪽등록일 : 12.12.24 20:49조회 : 3933/3950추천 : 84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최태우가 운영하는 회사도 백강농산으로 바뀌어 제법 규모가 큰 기업으로 변해 있었다.동생인 최태우가 운영하는 백강농산회사의 사업장들을 돌아보고 집으로 오자 기다리고 있던 트레블이 급하게 다가와 보고했다.“대공, 폐하께서 오시고 계십니다.”“뭐? 언제 도착하는데?”“지금 서울의 저택을 떠나 내려오고 계십니다. 앞으로 두 시간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알았어.”온다는 약속은 하고 연락도 받았지만 생각보다 조금 빨리 오고 있었다. 최태욱은 이런 사실을 아버지에게 전하자 기분이 좋아진 아버지가 이내 큰 소리로 외쳤다.“태욱아! 잔치하자.”“잔치요?”2/13 쪽

    “그래, 이놈아, 아들의 백일상도 차려줄 생각을 안 하냐?”“아버지, 견우의 백일은 이미 지났잖아요.”“그래도 하면 하는 거지.”최천만 이사장의 지시로 인해 집안은 갑자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둘러 떡을 주문하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람을 별도로 초대하지는 않고 백강 농산회사의 간부들만 부르기로 했다.“태수가 운영하는 백강농산의 직원들은 어떻게 하죠? 모두 집으로 초대할 수도 없고요.”“그거야 네가 알아서 배려해.”“알았어요.”최태욱은 이미 며칠 같이 시간을 보낸 처지라 그냥 말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초대하기 어려운 농산회사의 근로자들에게는 특별히 고기와 떡을 보내 주기로 결정했다. 3/13 쪽

    잔치를 열기로 결정되자 커다란 집에는 음식 만드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사실 집안 살림살이는 이제 숙부로 변한 최도술 관장 부부가 전담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숙모인 차명희에게 미안한 마음에 인사했다.“숙모님, 죄송해요. 공연히 저 때문에 번잡스럽게.”“조카님, 그런 인사는 따로 할 것 없어요. 나도 백일잔치는 신나서 준비하니까.”백일잔치 상이야 아침에 통상 차리지만 형편상 피닉스 여왕이 도착하는 저녁에 하기로 했다. 밤에 하기로 한 이유는 공연히 시간을 끌면 소문이 퍼져 번잡스럽게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준비하고 또한 잔치에 필요한 물건이야 돈만 주면 재래시장에서 얼마든지 사기 때문에 빠르게 잔치 상은 차려지고 있었다.후다닥! 우르르.이때 행랑채에 있던 경호원들이 정신없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밖의 주차장에 도열하며 도착하는 리무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닉스 여왕이 내리자 일제히 거수경례를 하며 크게 외치고 있었다.4/13 쪽

    “충~성!”“수고가 많군요.”가볍게 고개를 숙여 답례하고 피닉스는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집안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매우 반기자 피닉스는 오면서 걱정하던 마음이 완전히 풀어지고 있었다.사랑채에 마침 준비된 백일잔치 상을 보며 피닉스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말했다.“아버님, 고마워요. 어머님도요.”“고맙긴 우리가 너에게 미안하지. 힘들게 혼자 애 키우느라 고생 많았다.”서로 인사를 끝나고 백일 상에 앉아 사진도 찍고 또한 덕담도 주고받았다. 가족들은 같이 앉아 식사하고 백강농산회사의 간부들은 따로 둘러 앉아 최태우와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경호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대문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동안이야 최태욱이 허물없이 대해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피닉스 여왕이 나타났으니 조금은 행동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네브소냐 비서실장과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그동안 최태욱의 거5/13 쪽

    동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 보는 것 같았다.우당탕!식사를 막 시작한 상황에 대문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였다.허둥지둥. 대전에서 늦게 연락을 받아 이제 도착한 최태란이 남편과 같이 급하게 방으로 들어 왔다.“아버님, 저희들 늦었어요. 죄송합니다.”“송 서방, 어서 오게. 오느라 고생했군.” 부모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남편과 다르게 최태란은 대충 인사를 하고 커다란 잔치 상에 앉으며 입이 툭 튀어나와 투덜거렸다.“미리 연락하지. 약속 취소하고 급하게 오느라 늦었다.”누나의 말에 최태욱이 얼른 답했다.6/13 쪽

    “아버지가 견우가 온다고 하니까. 갑자기 백일잔치를 한다고 해서······.”최태욱의 대답에 최태란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로 응수했다.“어머! 백일이 지난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백일잔치야. 견우를 날 때도 이상하게 한 달이나 늦게 나더니 백일도 늦게 하네. 너는 참으로 세상을 너무 이상하게 산다. 결혼식도 안하고 애를 턱하니 낳고·······. 도통 너 사는 것은 온통 뒤죽박죽이야.”이런 소리를 듣자 피닉스 여왕이 약간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자리서 그것 까발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최태욱 역시 듣기가 약간 거북했다.한동안 잠잠하더니 누나가 왜 또 자신에게 심통이 났는지 모른다. 아마도 자기는 아직 아이가 없는데 남동생이 아들을 턱하니 낳은 것이 불만이라 토하는 푸념 같았다. 그러자 최천만은 사위와 며느리 보는 앞에서 딸을 나무라기도 뭐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배고프니 밥이나 먹자.”“예.”7/13 쪽

    식사하는 내내 견우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었다. 몸이 좋지 않은 어머니는 손자를 안아볼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아는지 다른 사람이 안으려고 해고 거절하고 있었다.아버지 역시 식사를 하시면서도 계속 견우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은 밥을 떠먹이고 있었다. 늦게 낳고 튼튼해서 그런지 견우는 고깃국에 말은 밥알을 제법 잘 받아먹고 있었다.“고놈, 아비 닮아서 먹성은 좋군.”“먹성이야 당신이 더 좋죠.”“그런가? 하긴 내 손자니 날 닮았겠지.”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최태욱은 마음이 짠했다. 사람이란 생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혈육에 대한 정이 유별난 것 같았다. 자신도 이미 아비가 된 입장이나 그걸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끼리 만나 가볍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하고 보니 마음이 무척 푸근해 지고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나자 피닉스 여왕은 직접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를 한다고 설치고 그로 인해 약간 소란스러움이 있었다.8/13 쪽

    최태욱은 어머니에게서 견우를 받아 안고 마루에 앉아 어르고 있었다.“도리 도리.”“옹알옹알.” 이때 주방에서 쫓겨 난 피닉스 여왕이 투덜거리며 다가 왔다.“왜? 그러는 거요?”“설거지도 못한다고 형님에게 한 마디 들었어요.”“뭐? 누나가 또 뭐라고 해요?”“예,”“본래 성격이 유별난 누나니 그런가 생각하고 이해해요. 그보다 같이 온다는 군대도 왔어요?”“예, 어제 김포공항으로 모두 도착해 지금 쯤 한국해병대와 근무지 교대하기에 바쁠 겁니다. 해군은 지금 인도양을 지나고 있고 한국에 도착하면 평택 항에서 주둔하기로 9/13 쪽

    해 이동 중이고요.” 묻고 싶은 내용이야 많지만 최태욱은 애써 흘려듣고 있었다. 그러자 피닉스 여왕은 파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파병은 사실 제가 권한 것은 아니에요. 정보부장과 국방장관이 서둘러서 추진하던 국방정책입니다.”“그래요?”“김포가 한강의 하류인데 임진강에서 토사가 계속 밀려와 갈수기에는 걸어서 도강도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런 이유로 미군이나 한국군은 방어를 위해서는 그 지역의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하더군요.”“그런데 왜?”“그러던 차에 당신이 한국으로 오시니 잘하면 이때를 기해 그곳 준설을 베네룩스 왕국에서 담당해주면 어떤가하는 의견이 우리에게 들어와 파병하기로 결정했죠.”미국이나 한국에서 준설하면 북한이 총을 쏘며 도발할 염려가 많다. 하지만 베네룩스 왕국의 군대라면 아직은 함부로 총질을 안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10/13 쪽

    “미군에 더해 우리까지 전쟁에 투입되면 북한으로는 감당하기 힘드니 함부로 도발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거죠.” 이런 설명은 듣자 최태욱은 오히려 걱정하고 있었다.“그러다 북한에서 무모하게 도발해오면 어쩌려고요?”“그야 그때는 그냥 북쪽으로 밀고 올라가자는 생각이죠.”피닉스 여왕의 대답에 최태욱은 기겁하며 급하게 물었다.“뭐요? 그럼 전쟁을 유도하기 위해 그런 준설을 시도한다는 거요.”“그건 아니죠. 만약 북한에서 도발해 우리 병사들이 다치면 그렇게 공격을 하겠다는 거죠.”이건 도와주러 온 다기 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이려는 행동 같았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남북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직은 북한군에 완전히 압도할 전력이 한국군이 지니고 있지 못하니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중국이 뒤에 있으니 북으로 치고 올라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11/13 쪽

    최태욱은 은근히 걱정되어 물었다.“도대체 해군은 얼마나?”“그야 카리브로 가있는 해군 제5 기동함대의 5천톤급 이상 함정이야 모두 오게 됐죠. 당연히 해병대에서 사용할 상륙함 두 척도 오고요.” 이런 피닉스 여왕의 응수에 최태욱은 더 이상은 대화를 나누면 안 되는 군사기밀이라고 판단해 멈추었다. 두 사람은 이런 대화를 나누다가 사랑채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 온돌방에서 견우를 가운데에 놓고 잠을 자게 되었다.“따뜻하니 몸이 노곤하니 좋네요.”“온돌이 본시 몸조리에 좋은 거요.”“이런 줄 알았으면 왕궁에도 이런 온돌을 만들어 둘 것을 잘못했네요.”“지금이라도 온돌을 만들어 지내보시오. 아마 몸의 회복에 아주 좋은 거요.”다음날 최태욱은 모자를 데리고 논산의 은진 미륵을 구경하게 되었다. 멀리 갈 수 없는 이유는 내일 아침이면 동창생들과 같이 마이산으로 등산을 떠나기로 약속했기 때12/13 쪽

    문이다. 커다란 불상을 바라보며 피닉스 여왕은 매우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불교에서는 이렇게 크게 불상을 세우는 경향이 많군요.”“그 시절은 크게 불상을 만들어 세우면 그만큼 많은 지역이 부처님의 음덕이 퍼진다고 믿고 있어 대형 구조물을 만들게 된 거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거대한 예수상도 아마 비슷한 의미로 그렇게 크게 만들었을 것이요.”“어머, 듣고 보니 그렇군요.”“내일 같이 가서 보면 색다른 장면을 보게 될 거요.”“저도 같이 가라고요?”“그렇소. 내일 견우와 같이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합시다.”최태욱은 이제 전과 같이 피닉스를 자꾸만 일정한 거리를 두기 보다는 가족으로 마음 속 깊이에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다른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나 이제는 자식 때문에라도 마음을 한 쪽으로 쏠리고 있는 중이다.      13/13 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