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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34화 (334/657)
  • < --  [나를 찾아서]  -- >최태욱은 헤어지기 싫어하는 레베이카와 뜨거운 밤을 보내며 작별했다. 그리고 그녀가 스텐 성을 떠나자 대궁전으로 찾아가 피닉스 여왕을 만났다.“나중에 한국에서 만납시다.”“아~! 그래서 가을에 한국으로 오라고 했군요.”“기회를 봐서 오라는 거요.”“그렇게 하죠.”  주변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자 아들인 견우를 만나게 되었다. 혈육이 무엇인지 견우는 최태욱을 보자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어머, 대공을 알아보네요.”“그러네. 벌써 나를 알아보다니?”“당연하죠. 아빠인데요.”회1/13 쪽등록일 : 12.12.24 00:05조회 : 3836/3853추천 : 78평점 :선호작품 : 4979(비허용)

    피닉스 여왕의 말에 최태욱은 순간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숨겨진 비밀은 있었다. 아들과 자주 접하지 않고 있어 정이 들지 않아 어색해하자 피닉스 여왕은 견우의 방에 최태욱의 얼굴 그림으로 도배해버렸다. 그러니 자주 보던 얼굴이라 아이가 알아보고 있었다.“도리도리 깍꿍!”볼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도래 질을 하자 견우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까르르 웃고 있었다. 부자간에 다정하게 노는 행동을 보자 피닉스 여왕은 미소를 지었다. 무척이나 행복한 부자간의 모습이다.그런 모습을 보며 피닉스 여왕은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그래, 그동안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왕위고 뭐고 다 필요 없는 것이야. 이것이 진짜 사람이 사는 행복인데·····. 스텐 성으로 내가 거처를 옮겨 대공하고 셋이서 같이 지냈어야 했었어. 내가 그러지 않으니 대공은 내가 남편보다 왕위를 더 중시한다고 생각해 내심 섭섭해 떠나려는 거야.’물론 최태욱이 유럽을 떠나려는 이유는 그녀가 생각하는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그런 부분도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2/13 쪽

    최태욱은 자길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여자가 한 명이 아니다. 그러니 다정하게 굴지 않는 피닉스 여왕 대신에 다른 여자를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어린 아들에 대해서도 본시 가족이란 정에 익숙하지 않으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옆에 없으니 쉽게 정이 깊어질 수 없는 것이다.최태욱은 한동안 어린 아들을 어르다가 떠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뒤돌아섰다.“으아앙! 으아앙!”잘 놀아주던 사람이 갑자기 돌아서자 견우가 큰 목소리로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러자 피닉스 여왕은 때는 이때다 하고 한마디를 슬며시 던졌다.“견우가 아빠와 헤어지기 싫어서 우는 모양이네요.”“그런가?”그러나 이미 발길을 돌린 최태욱은 다시 뒤돌아서지 않았다. 최태욱의 머릿속에는 이제 오직 한국으로 돌아가 부모와 같이 지낼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런 이유로 우는 아들을 뒤로 하고 대궁전에서 서둘러 나오고 있었다. 대궁전을 나온 최태욱은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그의 뒤에는 유럽인들로 구성된 3/13 쪽

    10명의 젊은 경호원들이 슬며시 따라가고 있었다.모든 것을 최태욱이 놓아 버렸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의 생각일 뿐이다. 대부분의 중요한 직책들은 종전대로 놔둔 상태다. 설사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태욱은 여왕의 남편이다. 더구나 차차기 후계자인 다비흐 왕자의 생부이니 왕실에서 경호원을 딸려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이 따라오던 말든 최태욱은 상관하지 않고 추동팔이 운전하는 리무진에 올라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전용기가 아닌 일반 여객기의 1등석에 올라 베네룩스 왕국을 떠나게 되었다.안트베르펜 공항을 떠난 KAL 747 여객기는 동쪽으로 향해 드디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다 공항을 경유해 태국의 방콕에 도착하게 되었다.최태욱은 방콕 호텔에서 지내며 수지 주가 운영하던 타이슈 그룹의 회장이나 사장들을 만나고 있었다. 모두 SG 미디어라는 모기업에 속한 소그룹으로 변해 있었다.“별 이상 없이 잘 운영되고 있죠.”“예, 대공이 지시한 그대로 회사를 확장하지 않고 건실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이미 소그룹들은 미디어의 기획실 소속인 감사실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4/13 쪽

    그러니 최태욱이 별도로 직접 챙길 필요는 없었다. 다만 특별히 기업을 운영하며 애로사항이 있는지 들어 보려고 만나고 있었다.“혹시 부탁할 일이 있으면 말씀들 해보세요.”최태욱의 말에 푸이롱 회장이 나서며 이내 건의했다.“대공, 태국으로 수출하게 되는 무기들에 대한 거래는 우리 회사를 통하도록 해주세요.”이런 건의에 최태욱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왜죠?”“내가 알기로는 태국과의 무기 거래에는 거액의 커미션이 오간다니 절대로 승낙할 수 없습니다. 공연히 돈 쉽게 벌려고 하다가 나중에 정권이 바뀌거나 또는 쿠데타라도 벌어지면 한 방에 쪽박 차는 수 있어요. 그러니 그런 위험성이 있는 무기 거래를 타이슈 그룹에서 하도록 허락할 수 없어요.”5/13 쪽

    “단순한 수수료만 챙기는 정도인데요?”“그렇지 않아요. 뇌물을 관행으로 아는 태국의 군부가 더 문제라는 거죠. 차라리 다른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이 편합니다.”“하지만 대공께서 사업을 확대하지 말라고 지시하니 할 사업이 별로 없습니다.”“잘 생각해 보면 나올 겁니다. 그러니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태국은 여전히 군부 쿠데타가 수시로 벌어지고 뇌물의 관행이 아주 심했다. 그로 인해 쿠데타가 벌어지면 언제 된서리를 맞을지 모르니 그런 위험을 자초하고 싶지 않았다.“차라리 수입한 컴퓨터 판매나 전념하도록 하세요.”“그래야 되겠군요. 태국에도 일본과 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노래방을 운영하는 체인점을 관장하는 회사나 개설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가능성이 많다면 노래방이나 먼저 체인화 해서 사업을 해보도록 하세요.”“넷!”6/13 쪽

    이런 대화를 나누던 타이롱은 좋은 생각이 떠올라 즉시 건의했다.  “대공, 카리브 지역으로 사업장을 늘리고 싶은데 안 되나요?” “무슨 사업요? 이미 다 있는데 진출할 종목이 있나요?”“예, 여기서 하는 악어사육 농장을 농업지역인 다비흐 지역에서 해보면 어떨까 해서요. 물론 태국 출신들이 이주해서 운영하고요.”“오라, 그 사업은 가능합니다. 그곳에 패션 도시도 만들고 또한 제약회사도 있으니 연계 사업으로 적당하군요. 다만 카리브 주로 이주하는 조건이 까다로워요. 하지만 내가 카리브 주지사에게 연락해 특별히 태국에서 이주민을 받도록 조치하죠.”“감사합니다.”악어사육 농장을 운영하려면 양계 사업도 병행해야 한다. 그러니 농업지역의 연계된 사업으로 적당해 보였다. 그래서 방콕에 들려 이런 지시만 내리고 서둘러 서울로 떠나게 되었다.KAL에 올라 동쪽으로 이동하던 최태욱은 또래로 보이는 여승무원을 불러 조용히 물7/13 쪽

    었다.“인천 공항으로 가나요?”“예, 얼마 전에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해 그곳으로 갑니다.”원 역사와 전혀 다르게 한국은 인천국제공항이 빠르게 개항되었다. 그리고 김해국제공항도 규모가 상당히 커져 그곳을 이용하는 승객들도 많았다.한국은 두 개의 허브 국제공항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부산항은 어느새 일본과 소련 그리고 중국을 연결하는 허브항구로의 역할도 해내고 있었다.  인천공항은 개항했지만 주변에는 아직도 각종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최태욱이 공항에서 내리자 베네룩스 대사가 마중 나와 있었다.“대공,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무슨 일이 있나요?”“아닙니다. 대공께서 오시니 승용차를 공항으로 가지고 오느라고 왔습니다.”추동팔은 운전이야 잘한다고 하지만 도로 사정에 대해 잘 모르니 최태욱은 즉시 지시8/13 쪽

    했다.“에이트, 조수석에 타고 천천히 길을 익히도록 해.”“넷!”최태욱이 리무진에 오르고 나자 대사도 옆에 타고 나서 조용히 보고하고 있었다.“대공, 여왕폐하께서 결단해 한국으로 파병을 결정했습니다.”“뭐요? 한국에 파병을 하다니요?”자신과 전혀 그런 대화를 나눈 적도 없던 새로운 소식에 최태욱은 매우 놀라고 말았다. 여전히 유엔군으로 많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으로 파병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왜 그런 결정을 했죠?”“사실 유엔에서 발칸반도나 중동의 레바논으로 또다시 파병을 원하고 있어요. 그래서 대공께서 전에 두 지역으로 파병은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셔서 그것은 할 수가 없어. 미국과 협상했습니다. 1개 기갑여단을 한국으로 파병을 보내고 미국에서 그만9/13 쪽

    한 보병 병력을 발칸반도로 보내기로요.”“그래요? 그럼 얼마나?”“미군은 2천명을 줄이고 우린 해병대 제3기갑 여단이라 약 5천명정도 됩니다. 그러니 3천명정도의 유엔군이 증파되는 겁니다.”“어디에 주둔하고요?”“대공, 저택과 가까운 김포지역입니다. 그러니 대공께서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곳이 북한에서 도강해 전차로 밀고 내려올 중요한 남침 루트에 해당되니까요.”“무슨 소리인지 잘 알겠군요.” 결론이야 이렇게 간단하지만 협상과정은 상당히 복잡했다. 그런 내용 중에는 많은 정치적이나 외교적인 문제가 개입된 조치다. 김포는 한국의 해병대 병력이 지키는 지역이다. 하필이면 한국의 해병대가 지키는 곳을 베네룩스 왕국에서 파병해 지키겠다고 하니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목동에 자신의 저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조금은 이해되었다.10/13 쪽

    ‘그렇군. 그런 이유로 베네룩스 왕국의 해병대가 김포를 지킨다고 한 거야.’물론 그런 단순한 이유로 결정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김포를 베네룩스 군대가 지킨다는 것은 여러 가지의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베네룩스 왕국은 즉각 파병한다는 뜻이다.베네룩스 왕국이 단독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면 파병하지 않도록 말릴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엔이 개입했으니 이제 와서 달리 처리할 수도 없었다.“알았어요. 그런 문제를 내가 굳이 알 필요는 없죠.”“아마, 폐하와 같이 오게 될 겁니다.”“장비는 어떻게 운반하고요?”“대공, 기갑여단은 중장비는 가지고 오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그냥 매입해 무장하게 될 겁니다.”“아, 그런 방법도 있군요.”11/13 쪽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하고 최태욱은 그저 흘려듣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지휘하던 해병대의 제3 기갑여단에 대해 잠시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카리브의 해병대 제3 기갑여단은 4만톤급의 상륙함과 3만톤급 상륙함으로 2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또한 각종헬기가 있는 항공대와 해군의 제5함대도 같이 파병된다는 것을 깜빡 잊은 것이다.최태욱이 한국으로 떠나자 피닉스 여왕은 왕당파 정치인들을 불러 과감하게 베팅해버렸다. 다비흐 상륙함을 한국으로 보내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다비흐 함정은 왕자의 이름이니 그녀로는 큰 의미가 있었다.  리무진은 어느새 인천대교를 넘어 경인운하의 인천터미널을 지나고 있었다. 5천톤급의 선박들이 김포터미널까지 이동하는 것은 보며 최태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운하가 이런 정도 규모면 김포터미널이 내륙 항구의 역할은 어느 정도 하겠군요.”“그렇습니다. 중국과 교역이 늘면 점차 그 역할이 확대되겠지요.”원역사의 경인운하보다 규모가 2배는 커져 있었다. 5천톤급 배들이 동시에 4척이 갑문을 통과하게 시설되어 있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로 보였다.12/13 쪽

    ‘군인들이 계획을 세워서 그런지 통도 크게 건설해 놓았군.’  규모가 크다가 보니 운하로의 기능을 충분하게 지니고 있었다. 경인운하 옆으로 난 고속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김포터미널에 도착해 살펴보니 유럽에서 자주 보던 내륙 항구 시설들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최태욱은 목동의 저택에 도착해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저게 뭐야?”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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