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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33화 (333/657)
  • < --  [나를 찾아서]  -- >[나를 찾아서]스텐 성의 서재는 매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다들 SGEU 그룹의 계열사 사장들이거나 또는 새로운 형태의 중앙정부 관리로 임명된 사람들이다. 최태욱은 그들을 만나 자신이 그동안 유럽에서 하던 모든 사업들이나 국정의 업무에 대해 하나둘 정리하고 있었다.  “카르시아 회장님과 같이 협조해서 지급처럼 잘 이끌어 주시면 됩니다.”“대공, 인수 합병은 더 이상 안 합니까?”“그것도 회장단이 모여서 결정해요. 다만 무리한 인수합병은 화를 부르니 자제해야 합니다.”“알겠습니다.”최태욱은 이제 유럽을 떠날 생각이라 사장들을 만나면 기업 확대를 자제하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가진 중요한 직책들로 인해 벌어진 군과 관련된 업무도 차분하게 인계했다. 회1/13 쪽등록일 : 12.12.23 18:29조회 : 3811/3828추천 : 76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그런 가운데 유럽인들의 관심 속에 독일의 통일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TV이 화면을 통해 분단의 상징이던 브란덴부르크 문 주변의 장벽들이 허물어지자 윤민규가 입을 떡 벌리며 외쳤다.“드디어 장벽이 무너졌군요.”“막상 허물어지니 맥이 풀리는 기분이 드네요.” “대공, 우리나라는 언제나 통일이 되죠?”“그걸 내가 어찌 알아요. 내가 보기에는 막막해 보이는데.”그렇게 두텁고 높아만 보이던 베를린 장벽은 너무도 허접하게 시민들의 힘에 의해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유럽 전역에 부는 자유주의에 대한 바람은 두터운 장벽을 허물고 드디어 통일을 이룬 것이다.‘결국 독일은 통일했군.’최태욱은 독일의 통일을 바로 이웃한 나라에서 바라보며 무척 부러웠다. 같은 분단국가인 한국은 달랐다. 통일은 고사하고 여전히 남북한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2/13 쪽

    이다.‘썩을········. 우리나라는 통일하려면 아직도 멀었어.’ 독일은 소련의 개혁 개방 정책이라는 거센 물결의 영향을 받아 좋은 결과물을 얻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니 가슴이 먹먹했다.‘북한을 김일성이 꽉 잡고 있으니 독일처럼 흡수 통일하기도 힘들고. 소련이 무너져도 중국에서 도와주며 버티고 있으니 통일은 하기가 힘들어.’독일이나 한국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지만 독일의 통일을 바라보니 무척 부러웠다.독일의 통일로 인해 유럽은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었다. 동독으로 인해 길이 막혀 있던 폴란드와 육로를 통해 무역거래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었다.동유럽이 역사적의 큰 흐름에 의해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최태욱은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나라는 존재다.‘나는 왜 이곳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왔던가?’로 시작된 물음이다. 최태욱의 생각은 결국 나라는 존재에 대한 정체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신이 한국 사람인지 베네룩스 사람인지도 정립되지 않고 있었다.3/13 쪽

    “후우! 어찌하다 내가 이렇게 됐지?”그저 새로운 인생을 살며 보다 나은 삶은 살아 보자고 시작된 독립이다. 그러나 너무 뛰어난 체력이나 무술실력 그리고 흘러가는 시대를 미리 아는 탓으로 너무 다른 길로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에이, 유럽으로 와서 프로 축구선수로 살려고 했는데 그것도 포기하고 내가 너무 이상하게 변했어.’더구나 그런 와중에 인위적으로 버리거나 모른 척 할 수 없는 자식까지 덜컥 생겼다. 한창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피닉스 여왕이 아들인 견우를 데리고 스텐 성으로 찾아 왔다.“왔소?”“예, 대공께서 떠날 것 같아서요.”아무에게도 자신이 유럽을 떠난다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란 정을 깊이 주고 있는 남자의 거동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인지 피닉스 여왕은 최태욱이 떠날 생각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았다. 종전처럼 단순히 여행이 아니고 어쩌면 오래 떠나 있을 4/13 쪽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대공이 모든 것을 놓아버릴 생각을 하고 있어.’최태욱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의 핵심인 카리브 해 총사령관 직책을 사임했다. 당연히 제4 왕권 후계자라는 대공의 자리도 사직했다. 그리고 피닉스 여왕의 후견인이자 재정이나 군사를 담당하는 특별보좌관이란 직책도 사직했다. 사실 별 의미가 없는 직책이지만 최태욱은 그 직책에서 출발해 오늘의 자리까지 베네룩스 왕국에서 이룬 것이다.“대공, 국방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냈다고요?”“그렇소. 이제는 나는 군인으로 산다는 것도 버리기로 했소.”“그래도 그것은 가지고 계시죠. 다 놓아 버리면 어떻게 해요.”최태욱은 그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크고 작은 모든 직책에서 사임한 것이다. 그렇게 되고 보니 피닉스 여왕의 내연남이라는 사실만 남았다. 확실하게 자신의 핏줄인 다비흐 왕자의 생부라는 의미만 남았다. 그렇게 되고 보니 이제는 왕족이나 귀족이라는 허울도 던져 버렸다.5/13 쪽

    피닉스 여왕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백작도 버리신다고 하시지만 그건 버린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죠.”“그거야 당신 생각이고 아무튼 나는 다 그만 두고 싶으니 그런지 아시오.”  물론 자신이 버린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처리될 수 있는 직책들은 아니다. 그렇게 되길 피닉스 여왕도 원하지 않고 더구나 그런 조치를 환영할 왕당파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유럽을 떠날 생각으로 최태욱은 모든 공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버린 것이다.피닉스 여왕은 이런 최태욱의 행동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레베이카와 결혼하기 위해 이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뭔지는 모르지만 피닉스 여왕은 대공에게 큰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지. 내가 이제 진짜 싫어진 건가? 내가 뭘 잘못 한 거지?’사람이란 자신이 생각하던 모습과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나면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때로는 그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기도 한다.6/13 쪽

    피닉스 여왕으로는 그토록 자신이 원하던 아들까지 낳아 앞으로 탄탄대로 생각하던 인생이다, 그러나 그런 판단은 돌연 큰 변수가 생긴 것이다. ‘처음 약속한 그대로 레베이카 공주와 약혼하지 못하게 말려서 그런가?’  레베이카 대공주는 피닉스 여왕에게 타이거 대공과 약혼하는 것은 양해해 달라고 슬며시 압박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번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미루고 있었다.‘이이도 레베이카 공주와 약혼하고 싶어 해.’직감적으로 느끼지만 여자라는 존재만으로 보면 자신은 완전히 이제 늙어가는 여자다. 그러나 레베이카는 이제 피고 있는 환한 꽃과 같으니 사내라면 젊은 레베이카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속도 상하지만 마음속에는 주눅이 들고 자꾸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이는 자식에게 애착심도 없나 봐.’아들을 낳았으니 자신에게 정이 확 쏠릴 줄 알았더니 그게 전혀 아니라 당황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다 던져 버리는 행동을 보이니 대책이 없었다.최태욱은 약간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자길 바라보는 피닉스 여왕에게 조용히 말했7/13 쪽

    다.“당분간 모든 일에서 잊고 조용히 지내고 싶어서 그러니 그렇게 알아요.”“그렇다고 모조리 버리시고 훌쩍 떠나신다면 제가 너무 불안하잖아요. 그리고 당신 아들인 견우를 생각해도 이러시면 안 되죠.”“왜? 견우를 적정해요? 아직 어린 아이인데.”“어려도 알 것은 다 안다고 하던데요. 어쩌면 아빠가 자길 버린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피닉스는 아들을 핑계로 자신의 심정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최태욱이 다소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참 이상하군요. 그런 소리를 아이 앞에서 하다니. 내가 언제 견우를 버린다고 했어요. 그저 모두 내려놓고 한국으로 가서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인데.”  “그거야 그냥 직책 가지고 있어도 가능한데 다 버리니 그렇지요.”피닉스 여왕의 말에 최태욱은 아들인 최견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새삼스럽8/13 쪽

    게 아들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눈만 초롱초롱하니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자길 바라보는 눈은 그저 신기한 사람을 봤다는 정도의 표정이다.이런 견우를 보며 최태욱은 자신의 혈육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과연 이 아이가 내 아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슨 다른 요상한 생각이 있어서 해보는 의심은 아니다. 그저 아들이라면 그래도 애절한 맛이 있어야 되는데 처음만 그렇지 지금은 별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서 해보는 생각이다. ‘본래 내 팔자가 그래서 이러나?’새로운 세상으로 넘어 올 때 가족과 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표시해서 일어나는 운명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도 해보고 있었다. 사실 최태욱의 이런 생각은 모두 뭔가 이룬 자가 가질 수 있는 공허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긴장한 상태에서 목표를 향해 달리다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의 허탈함이다. ‘당분간 떠나 있다가 보면 뭔가 새로 느껴지겠지.’아들이나 피닉스 여왕과의 관계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 않으니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애초에 따로 살다가 보니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애틋한 가족이란 9/13 쪽

    정이 별로 없었다. 최태욱은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력이 남들과 다른 이유를 자신의 삶의 방식에 있다고 판단했다. 자신이 본래 가족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독립해 혼자만의 생활을 살아서 그런다고 단정했다.‘그래, 뭐가 잘 못은 된 것이 틀림없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그렇게 하려면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본래 자신의 위치에서 새로 시작하며 뭔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강경으로 돌아가서 부모님 모시고 한 번 살아보자고. 얼마나 버틸지 모르지만.’최태욱은 모든 것을 버린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피닉스 여왕의 특별고문이란 직책과 함께 외교관이란 신분증만 지니고 베네룩스를 떠나게 되었다.떠나기 전에 최태욱은 윤민규 보좌관에게 당부했다.10/13 쪽

    “여왕을 잘 보필해 주게.”“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군사 분야에 대해 보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윤민규 보좌관을 피닉스 여왕의 안보보좌관으로 추천해 임명하게 하고 떠나는 것이다.윤민규는 그동안 자신의 후임자로 지목하고 있던 추동팔을 소개하고 있었다.“대공, 추동팔입니다. 몽골 출신으로 조선족 어머니와 몽골 아버지를 둔 혼혈이고요. 브뤼셀에서 체육대학을 나왔습니다. 눈이 좋고 사격선수 출신입니다. 몽골 출신이라 승마야 기본이고 특히 독수리와 매를 다루는 재주도 있습니다.”“알았어. 운전도 잘하나?”“예, 모든 차량을 운전하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추동팔은 브뤼셀로 유학을 왔다가 윤민규의 눈에 뜨여 그동안 계속 특별히 경호원으로 양성한 청년이다. 이제 23살로 몽골인 치고는 덩치가 무척 크다.최태욱은 자신이 직접 추동팔의 실력을 확인하고 있었다.11/13 쪽

    “우선 권총 사격부터 여기에 있는 무기로 모두 사격해봐.”“넷!” 스텐 성의 지하실에는 작은 권총 사격장이 있었다. 추동팔은 사격선수 출신으로 모든 사격에서 아주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탕! 탕! 타당!연달아 속사로 사격해도 정확하게 표적지를 관통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사격 실력이 뛰어난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최태욱은 칭찬해 주었다.“사격 실력이 아주 뛰어나군. 그리고 눈이 아주 좋아 보이고.”“예, 저희 몽골 인들은 눈이 보편적으로 좋은 편이지요. 제가 몽골인 중에서도 평균에서 약간 웃돈다고 보시면 됩니다.”“그렇다면 저격 훈련도 받았나?”“예, 그것도 끝났습니다. 지금은 각종 무기 다루는 방법을 익히는 중입니다.”12/13 쪽

    “알았어, 그런 정도면 내 경호원으로 충분하군.”최태욱은 주변에 가지고 있던 서류들을 정리해 일부는 태워버리거나 또는 비밀금고에 보관했다. 토요일이 되어 레베이카가 찾아오자 그녀에게도 떠난다고 말하게 되었다. 이미 그녀도 떠날 것으로 이미 알고 있었으나 전에 한 약속이 떠올라 그에 대해 물었다,“오빠, 겨울 방학에 아프리카로 여행을 간다는 약속은 어떻게 하고요?”“겨울 방학이 되면 한국으로 연락해. 만약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프리카로 여행을 가고. 그게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던지 하자. 네가 한국으로 나를 찾아오면 돼.”“알았어요. 장소야 어디가 되던 겨울 방학에는 저와 같이는 있는 거죠?”“그래, 그건 염려 말고.” 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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